어떤 커플이든 어떤 관계든 간에,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노동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냥 인간사다. 공적 영역에서는 그러한노동이 위계화, 분업화, 분담되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계급 문제라고 부른다. 갈등의 소지가 적다. 그러나 집에서‘의 모든 재생산 노동(육아)과 의식주 생활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닌 한, 각자가 해결해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치우는 것이다. 자기가 입은 옷은 자기가 빨래하는 것이다. 이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사람(개인) 미달‘이다. 그러므로 ‘주부‘나 ‘아내‘는 정체성도, 직업도, 지위도 될 수 없다. ‘아내 가뭄’은 모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아내를 가질‘ 특권은 없다는 뜻이다. - P13
자료의 내용은 이랬다. 열다섯 살 미만의 자녀를 둔 오스트레일리아의 두부모가족 중에서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가 - P34
시간제 근무를 하거나 전업주부인 경우가 60퍼센트였다. 그럼,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고 아버지가 전업주부 남편이거나 시간제근무를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3퍼센트였다. 누구에게 아내가 있냐고? 아버지들이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쉬운 대로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 - P35
그런데 아내가 있다는 것은 경제적 특혜이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훨씬 많이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특혜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라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 P37
지난 50년 동안 양성평등 혁명이 일어났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혁명적인 부분은 주로 ‘유급 여성 노동자의 증가‘로 기업의 계산 장부 한쪽에서만 일어났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무급 노동을 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여성의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만약 그 두 곳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양쪽 모두에서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이는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호소하는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의 이유이기도 하다. - P40
나는 내 아들이 너무 바쁜 엄마 때문에 치키타의 스크랩북도 못 채워가는 아이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치키타 문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회사 업무를 해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인간으로서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사소한 일이었지만 상처는 훨씬깊었다. - P44
생기 넘치지만 종종 정신없기도 한 환경에서 활달한 소규모팀을 이끌 분을 찾습니다. 팀원들이 가끔 갑자기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고 사회적 기술이 변칙적이며, 일부러 옹졸하게 굴고대놓고 반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는 어른스럽고 참을성이 뛰어나야만 합니다. 또한 청소, 세탁, 학습 지도, 가벼운 유지 보수에서 어려운 유 - P44
지 보수까지, 온갖 조달 업무, 안전과 보건, 작업 치료, 영양, 도덕적 지침과 상담, 교통 편의 제공, 기술 교육, 팀 내 인적 자원 관리, 아웃소싱, 멘토링, 중재, 교육과 위생을 책임져야 합니다. 탁월한 운동 조절 능력과 침착한 성격이 필수 조건입니다. 창의적인 경험과 실제 사용 가능한 획기적인 방법, 예를 들면 특히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기초적인 가정용품으로 10분 안에 그럴듯한 배트맨 의상을 만들어야 할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은 반복해서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식 업무 평가는 극히 드물며, 절망적인 순간에 지원자가 정기적으로 자체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월급은 이름뿐일 것입니다. - P45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캠페인을 벌이고 개혁 방안과 사상적 기반 등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남성을 일터 밖으로 불러내는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P48
이제 곤란한 질문을 외면하지 말자. ‘직업‘ 세계에 여성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오늘날 ‘가정‘이라는 세계에도 복잡하고 은밀한 악수가 수없이 오가고 당황스러운 핵심성과지표가있지 않을까? 독서 지도 시간이나 급식 당번 때 학교에 나타나는남성도 중역 회의에 참석하는 여성과 똑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불편한 느낌 말이다. - P51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젠더와 노동에 대한 유구하고 분통 터지는 담론에서 우리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터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에만 관심을가질 뿐, 가정과 일터를 연계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만 패자라고 가정해버리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패자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여자들, 일터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남자들, 아버지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아이들…. - P58
하지만 문제는 학자들이 경험과 자격 요건이 비슷한 남녀를 비교했는데도(이러한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남녀 간 임금격차가 60퍼센트나 났다는 것이다. 이는 불알의 존재 유무 외에 이는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 P65
캐서린 폭스는 『여성과 노동에 대한 일곱 가지 신화(Seven Mythsabout Women and Work)』라는 책에서 많은 학자들이 임금 격차의 요인으로 삼았다가 배제한 잠재적 요인들을 모두 자세히 다루었다. 그리고 기나긴 분량을 할애하여 무미건조한 어투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여성이 남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근 20년 동안 여성 대졸자 수는 남성대졸자 수를 크게 앞질렀다. 1985년에 앞지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체 대졸자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또한 직장에서 어느 정도 끈질기게 버텨 경력 사다리를 반 정도 오른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중간 관리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 중역에 이르면 여성의 비율은 고작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증권 거래소 200대 기업의 CEO 중 여성의 비율은 게일 켈리가 휴가 중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2~3퍼센트를 왔다 갔다 한다. 퀸즐랜드대학교의 테랜스 피츠시몬스는 이를 ‘부조리 곡선‘ 이라 불렀다. 여성들은 고위직 승진에서 어느 시점부터 그 수가 거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부조리 곡선은 이러한 곤두박질치 - P68
는 여성의 수를 표현한 활 모양의 곡선이다. 교육과 노동, 경험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증발해버리는, 혹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특정 시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 P69
피츠시몬스는 "공식적인 절차가 없으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동성에 편중하는 경향이 심심치 않게 사회적으로 계속 재생산된다"라고 했다. - P75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터프하고 세상물정에 밝은 여성과 책상물림 같은 남성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을 때는 교육의 중요성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터프한 쪽이 남성이고 책상물림 같은 유형이 여성일 때는 책으로 배우는 지식보다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경우에 ‘여성적 특성‘이 조금만 드러나도 여성 후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후보가 가정이 있는 남성일 때는 ‘가족적 가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지만, 후보가 가정이 있는 - P79
여성일 때는 그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어느 쪽이건 남성 후보는 변함없이 득을 보았다. 그런데 가장 이상한 점은 이것이다. 자신이 편향적이지 않다고 단언하던 참가자들이 가장 심한 편향성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 P80
그래도 밝혀낸 것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IQ를 추정해보라고 하면 남자들은 실제보다 높게 잡고 여자들은 실제보다 낮게 잡는다는 사실이다. - P80
컴퓨터 업계의 거인 휴렛패커드는 몇 해 전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고위 관리직에 많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인사 파일을 면밀히 살펴봤다. 그리고 사내 여성 승진 후보들은 자신이 제시된 기준의 100퍼센트를 충족시킨다는 확신이 들때만 나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에 남성 후보들은 자격 요건을 60퍼센트만 갖춰도 지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 P83
고약한 남자들과 가망 없는 여자들이 힘을 합치면, 일터에서 남녀의 승패율은 너무도 분명하다. 여자는 패배할 가능성이, 남자는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불쌍한 여자들, 재수 좋은 남자들. - P89
이러한 세대별 차이는 케이트 모건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다. 2012년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 임원들에게 딸이 생기면 여직원들에 대한 태도가 좀 더 관대해진다고 한다. 또한 예일대학교 경제학자인 에보냐 워싱턴은 2008년 미 하원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는데, 미국 하원 의원 중에 딸이 있는 의원들은 여성 관련 사안에 진보적인 투표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25퍼센트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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