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읽고 알게 된 닉 혼비의 <피버 피치>. 그렇다. 축구 좋아하는 김혼비 작가는 닉 혼비의 책을 읽고 반하여 작가명을 혼비라 지은 것이다.

몇 년 전 김혼비 작가의 책을 너무 유쾌하게 읽어서 닉 혼비의 <피버 피치>도 궁금해져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나 축알못, 특히 과거 영국 축구라고는 박지성의 맨유, 그의 동료였던 웨인 루니, 호날두, 라이언 긱스 등 몇몇 이름 밖에 모르는 나는 읽다 반납기한에 닥쳐 중도 반납하였고, 몇 년 동안 ‘읽고 있어요’에 있던 이 책을 다시 빌려와 읽었다. 최근 아시안컵 이슈 때문인가 이 책이 다시 생각난 것은. ‘읽고 있어요’ 책 털기.

11살 부모의 이혼 이후 처음 찾게 된 아스널 경기, 이후 아스널의 충성 팬이 된 닉 혼비의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스포츠 팬으로서의 삶.

스포츠 팬이란 합리적임 의사결정을 통한 선택이 아님을 - 대부분 내가 본 첫 홈구장이 어디인가에 의해 정해진다.

스포츠 팬이란 항상 우울하고 슬픈 종족임을 - 우승은 커녕 우리 팀은 언제 이길 수 있는지, 맘 편히 경기를 즐길 수 있는지. 돈 내고 시간 내고 마음 내고도 항상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과 울분과 욕설을 장착하고 산다.

인생을 아스널에 올인한, 아스널에 의존한, 아스널이라는 핑계와 함께 한 닉 혼비의 글은 시니컬함과 위트와 우울함과 독설이 어우러진 매력이 있다.

선수, 감독, 관계자 비판부터 훌리건에 의한 끔찍한 사건사고들에 대한 비판, 부록에 첨부된 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후 러시아, 아랍 왕족이 구단주가 되는 등 자본의 힘에 좌지우지 된 리그 비판까지.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보살팬 환화팬 생각이 많이 났다. LG도 29년만에 우승했으니 한화도 롯데도 우승해야지 하는 너른 마음(?)과 함께. 류현진은 과연 팀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올해의 관전 포인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 읽는 할머니라는 소재가 흥미로워 읽었는데, BL보다 늙어감에 대해,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보게되는 만화다. 이토록 다정하고 예의바르고 단정하고 귀여운 할머니라니. 그런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4-03-03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해지네요!!

햇살과함께 2024-03-03 15:01   좋아요 0 | URL
기대보다 좀더 잔잔한(?) 이야기여서 중반 이후는 좀 지루할 수도요. BL 한번 읽어볼까요

책읽는나무 2024-03-03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님의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는 구절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햇살과함께 2024-03-03 15:03   좋아요 1 | URL
저도 책읽아웃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것 같아요~ 연수 작가님 멋진 할머니 잘 어울려요 ㅎ
 

교사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직후, 나는 월터 테비스가 쓴 《허슬러>라는 책을 읽었다. 찰리 니콜라스가 셀틱에서 이적해오 - P317

자 내가 바로 캐넌볼 키드라는 착각에 사로잡혔듯이, 나는 이 책을각색한 영화에서 폴 뉴먼이 연기한 인물, 패스트 에디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뭐든 이루기 어려운 일 -글쓰기, 축구 선수 되기 등등-을 성취하는 것을 주제로 삼은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각별히 꼼꼼하게 읽었다. 한번은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오 하느님!) 다음과 같은 대목을 타자로 쳐서 책상 앞에다 붙여놓기도 했다.

바로 이거다. 너는 자신의 삶에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 너 자신이 그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만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너는 똑똑하고, 젊고, 내가 전에 말했듯이 재능 있는 사람이다. - P318

나도 재난에 가까울 정도로 불편한 시각에 어떤 일을 해야 할 때가있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에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인터뷰를 해야 할 수도 있고, 마감 날짜 때문에 수요일 저녁에 워드프로세서 앞에 앉아 있어야만 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제대로 된 작가라면, 작가 여행을 가기도 하고 토크쇼에도 출연하는 등온갖 위험천만한 일을 하게 되는 법이니, 나도 언젠가는 그런 일을겪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 책을 발행하려고 하는 출판사 사람들이 제정신이라면, 이런 식의 강박증에 대해 글을 쓰게 해놓고서 그들의 출판을 위해 축구를 못 보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나는 사이코라고요, 그거 기억하시죠?"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다 그런 거라니까요! 난 수요일 밤에는 절대로낭독회를 할 수 없어요!" 그러면 나는 조금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P334

하지만 영국에서는, 인프라가 붕괴되기 시작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수만 명의 팬들이 좁다랗고 구불구불한 지하 터널을 걸어오르고, 골목길에 두 줄로 차를세우고 있지만, 해당 기관은 상황이나 팬 층, 교통수단, 심지어 지은지 50년이 넘어 초라해지기 시작한 축구장 자체의 상태마저, 그 어떤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듯이 예전과 똑같이 밀어붙이고 있다. 해야 할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100년동안 줄곧 모두가 위태위태하게 지내오다가 힐즈버러 사태가 터진것이다. 힐즈버러 사태는 2차대전 이후 영국에서 네 번째로 일어난축구 재난이며, 관중 통제에 실패하여 일어난 압사사고 가운데 사망자 수가 세 번째로 많은 사건이었다. 또한 단순히 운이 나빠서 일어난 것만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최초의 사건이었다. 경찰이 부적절한 타이밍에 출입문을 열었다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태의 핵심을 간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339

1990/91 시즌 리그 우승 이후의 희망과 영광스러움으로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축구팬으로서의 삶 대부분이 얼마나 비참했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하여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하이버리는 다시금 불만으로 가득한 선수들과 불행한 팬들이 모이는 장소로 되돌아가고, 미래는 너무나 암울해서 애초에 우리가 왜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는지 까닭조차 생각나지 않게 되자, 나는 도로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지금 1992년의 대몰락을 겪으며 글을 쓰고있노라니, 내용에 공감할 기회가 더러 있었다. 렉섬은 스윈던과 대단히 흡사한 복사판이라, 그들에게 진 경기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새기게 할 정도로 창피한 사건이었다. 내가 그 옛날 1960년대, 1970년대 그리고 1980년대의 지루하고 지루한 아스널을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것과 동시에, 라이트와 캠벨과 스미스와 그 밖의 선수들은 친절하게도 골을 넣는 것을 딱 멈추고 역사 속의 선배들과 똑같이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렉섬과의 경기 일주일 후에 있었던 애스턴 빌라 전을 보는 동안, 나의 축구 인생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뼛속까지 시린 1월, 안절부절못하고 이따금 화를 내보긴 하지만 대부분 지쳐서 - P380

참아주고 있는 관중 앞에서 벌어지는 무의미한 경기, 별 볼일 없는 팀을 상대로 거둔 0 - 0 무승부………… 예전과 다른 것이라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이언 어가 보이지 않고, 내 옆자리에서 투덜투덜하는 아버지가 있지 않다는 사실뿐이었다. - P3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론 그때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 홈에서 브라이턴을 맞아 2-0으로 이긴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의미가 없었고, 언젠가 또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볼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내가 함께 본 첫 경기도 마찬가지로 별 볼일 없었으니, 그저 거기에 앉아 있던 우리 세 사람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아버지는 휴대용 술병을 꺼내 컵에 술을따르면서 아직도 늘 똑같은 저놈의 아스널을 보고 있다고 투덜투덜댔고, 나는 의자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몸을 꼬면서 좀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추위에 하얗게 질려 있던 아직어린 조너선은, 형과 아버지가 1968년에 봉착했던 문제를 축구 관람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있었을 것이다. - P212

결국 나는 축구를 보며 살아온 나날 중에서 다른 어떤 때보다도바로 그 기간에 상황이 나쁜 것은 나에게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경기 결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자기 지역 팀을 동네 레스토랑처럼 여기고, 그들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쓰레기 음식을 내놓으면 발길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불행하게도 나 같은 팬들이 아주 많다. (축구가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도 수습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 가운데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에게는 소비가 전부다. 제품의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 - P234

이것과는 달랐다. 축구 인생을 통틀어 나는 축구로 인한 우울증을참아주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어머니, 아버지, 여동생, 여자친구들,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아왔고 그들 모두 성격도 좋고 요령도 있어서 그렇게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자신이 축구 때문에 우울하다고 주장하는 여자와 함께 살고 있는 내모습을 발견했고, 그 모습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1987년 리틀우즈 컵 결승전에서 좋아 날뛰던 그녀의 모습… 하지만 그것은그녀의 ‘첫 시즌‘이었단 말이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녀는 그 일요일 저녁 아스널 모자를 쓰고 우쭐거리며 술집에 들어갈 수 있었단말인가? 그럴 권리는 전혀 없었다. 피트와 나에게 이것은 1979년 이후 첫 트로피였는데, 어떻게 고작 넉 달 동안 경기를 보러 다닌 그녀가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시즌마다 우승을 하는 건 아 - P267

냐." 하고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초코바를 우적우적 씹어 먹는 아이가 전쟁 배급 시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쓸데없이 짜증을 느끼는 부모처럼 말이다. - P2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축구 경기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왔다. 내가 아는 영국과 유럽 지명 가운데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원정 경기나 스포츠 신문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이고, 훌리건들을 통해 사회학에 대한관심과 현장학습 체험을 갖게 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투자하는 일과, 비판적 시각 없이 온전히 같은 대상을 응원하고 그 소속감을 갖는 것의 가치도 배웠다. 그리고 친구 프록과 함께 셀허스트 파크에 맨 처음 갔을 때, 나는 처음으로 죽은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삶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 P105

물론 더비 전에서의 패배는 퍽 아쉬웠지만, 캐롤 블랙번에게 버림받은 것만큼 아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이 아쉬움은 아주아주 나중에서야 느낀 것이다-나와 아스널 사이에 방해물이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1968년에서 1973년 사이, 내게 토요일은 일주일을 사는 이유였고, 그 밖의 시간에 학교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빅 매치 하프타임에 나오는 시시한 광고나 다름없었다. 그 시기 동안은 축구가 바로 인생이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 인생이었다. 내가 겪은 커다란 사건 -상실의 고통(1968년과 1972년 FA컵 결승전), 환희(2관왕), 야망의 좌절(아약스와의 유러피언 컵 4강전), 사랑(찰리 조지), 울적함(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은 모두 하이버리에서 벌어진 것이다. 청소년 팀이나 이적 시장을 통해서새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그런데 캐롤 블랙번이 나에게 새로운 종류의 삶을 열어주었다. 그것은 실재하는 삶이며, 아스널을 통해서 겪는 - P127

삶이 아니라 내가 몸소 체험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알다시피, 그런 삶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 P128

어린 시절의 뚱한 내 모습 그대로인 마이클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3-0으로 지는 상황에서 맥없이 경기를 재개하는 것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아스널은 3-2로졌는데, 사실 경기 내용을 보면 두 골이나 넣은 것도 의외였다.) 나는 마이클의 얼굴에서 미칠 것 같은 표정을 보았고, 그 나이 또래 소년들에게축구가 왜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책은 골치 아파지기 시작하고 여자아이들에게는 아직 관심이 끌리지 않을때, 우리가 달리 어디에 마음을 줄 수 있겠는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이제 하이버리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하이버리가 필요 없어졌다. 물론 슬픈 일이었다. 하이버리에서 보낸 6,7년은 내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고, 여러 가지 면에서 내삶을 구제해준 시기였으니 말이다. - P132

다시 이날의 경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하이버리에 되돌아와 본 첫경기, 브리스틀 시티 전이 끝나자 나는 속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다. 경기 전 당당하게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던 말콤 맥도널드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아스널은 지난 2년 동안의 모습과 달라진 면없는 것 같았다. 아니, 2부 리그에서 올라와 4년 동안 1부 리그에서 고전했던 브리스틀 시티를 상대로 홈에서 1-0으로 졌다는 사실로 보건대, 아스널의 상태는 한참 더 나빠졌다. 나는 8월의 뙤약볕 아래서 비지땀을 흘리며 욕을 퍼부었고, 한동안 잠자코 잘 있던 예전의불만이 몸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늘 딱 한 잔만 더 마셔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알코올중독자처럼,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 P140

나는 얼마 전 《여성, 거세당하다》라는 책을 읽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여자들이 절대절명의 승격 시합이 끝나기 직전몇 분 동안도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다면, 도대체 내가 어떻게 여성의 억압에 대해 분개할 수 있겠는가? 또한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보다 3부 리그의 엑서터 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는 것에 더 큰 관심을갖는 남자는 또 어찌해야 할까? 둘 다 전혀 가망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 P160

축구팀들은 대단히 독창적인 방법으로 서포터에게 슬픔을 가져다준다. 우선 웸블리에서 벌어지는 빅 매치에서 선제골을 넣었다가 지는 방법이 있다. 1부 리그 선두에 올랐다가 침몰하는 방법도 있다.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이끌어낸 다음 홈경기에서 지기도 한다. 어떤 주에는 리버풀 같은 강팀을 이기고 다음 주에는 약체 스컨소프에게 지기도 한다. 시즌 중반이 지날 때까지 승격될 것처럼 잘나가다가 갑자기 곤두박질쳐서는 강등되기도 한다………… 이미 최악의 사태는 지나갔다고 안심하는 바로 그때, 축구팀은 늘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