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도쿄
임진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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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도쿄 생활자인 작가와 함께 골목길을 따라 킷사텐과 노포식당을, 서점과 문구점을, 미술관과 공원을 산책하는 소소하고 다정한 여행이 귀여운 그림과 함께 한다. 그런 발길 닿는 여행이, 원하는 곳에 맘껏 머무는 여행이 좋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아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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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의 좋은 점이라면 어디에 머물거나 어디론가 향하더라도 그 지역 그 동네 그 골목만의 킷사텐을 만날 수있다는 점 아닐까. 넓은 도쿄에서 다종다양한 동네와 사람을 멀찍이 바라보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거리의 킷사텐에 앉아 있는 것. 부담 없이 슬며시 녹아드는 느낌을 고작 몇백 엔만으로 지닐 수 있다. 동네에 존재하는 대화들을 듣고있으면 그 동네의 표정이 그려진다.
게다가 커피뿐 아니라 각종 토스트며 나폴리탄 등 음식도 갖춰져 있으니, 배가 고파지면 곧장 식사 모드로 나를 고쳐 앉게 만들면 그만이다. 어느 킷사텐에서는 ‘졸음 금지‘ 메모를 보고 어떤 여유가 느껴져 오히려 꾸벅꾸벅 졸고 싶어진 적도 있다.
킷사텐이 갖추고 있는 매력이란 입장 전의 외관과 간판, 점내 분위기와 메뉴, 한 장소에 긴 시간을 담고 있는 점주, 그리고 어떤 그리움이 아닐까. 이방인이기 때문에 킷사텐이 이끌어온 그리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킷사텐으로 향하게 만드는 매력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 P74

한 시절의 감성을 충분히 담아낸 음악가는 훗날에도 끊임없이들려지며 존재한다. 지난 시절을 한 곡의 노래로 기억하기도 하니까. 서니 데이 서비스가 96년도에 발표한 노래 「동경(東京)」을듣고 있자면 내가 모르던 90년대의 도쿄를, 그것도 벚꽃이 피는시기의 도쿄를 마치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슬로우 라이더」를 들을 때면 서니 데이 서비스 노래 중에는 역시 이 곡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든다. 초등학교 정문을통해 등·하교 하며 가끔 딴 길로 새고 싶을 때면 후문으로 나가는 게 전부였던 삶을 살 때에 이런 노래도 존재했구나 싶은 음악의 힘은 강하다. 노래가 존재했을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시티 컨트리 시티에 처음 방문한 때는 200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회사에서 입사 두 달 만에 떠난 도쿄 출장이었다. 당시의 대표와 나는 비슷한 음악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취향의 시작이 나보다는 훨씬 이르게 시작된 사람이었기에 부러 출장중에 시티 컨트리 시티를 찾아간 것이었고, 나는 그저 그 곁에 있었을 뿐이었다. - P159

"그렇네요. 내 삶은 요즘 파도 같다고나 할까."
마키짱은 파스타를 먹던 손으로 파도의 물결을 그렸다. 웃으면서 말이다.
거절하면 일이 줄어들까 봐 무리해서 수락한 탓에 바쁠 때에는힘들도록 바쁘고, 일이 없을 때는 바다 밑바닥까지 주저앉는 생계의 파도. 그 말에 슬프게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나도 나도. 파도입니다."
오랜만의 시티 컨트리 시티였기에 맥주를 마시고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마키짱이 먼저 맥주 이야기를 꺼냈다. 파스타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며칠 전에 치과 치료를 해서 마실 수 없다고.
"하지만 너무 마시고 싶어."
"그럼, 우리 다음에 만나면 술 마셔요."
인사치레를 싫어하는 자의 용기 낸 한마디. 이 말을 인사치레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듯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언어의 다름은 상관이 없구나. 그 어디라 해도, 나의말과 상대의 말이 같은 박자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 P163

신주쿠의 베르크.
커피를 파는 카페이기도, 끼니가 해결되는 메뉴가 있는 식당이기도, 술과 함께 안주가 될 만한 메뉴도 갖춰져 있으니 술집이기도 한 가게. 너무 소중하다. 가보기 전부터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환상만으로 완벽한 곳.
와세다대학에서 신주쿠까지 걷자고 한 건 홍구 씨였다. 역시나좋은 선택의 일인자다. 어두운 길거리에서 타이야키(붕어빵)를으며, 크레페가 나오면 크레페를 사서 입에 넣으면서 걸었다. 난생처음 걷는 도쿄의 길을, 도쿄의 저녁을 걸으며 캐치볼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주쿠로 향하는 길은 신주쿠 같지 않았다. 신주쿠 같은 건 대체 무얼까. 어쩌면 내가 마주했던 신주쿠역의 모습은 신주쿠답지않을지도 모른다. 지하철로 도착하지 않으니 또 다른 곳이다. 그동안 역 안에서 늘 헤매던 내 탓이 컸다. 거리에 사람은 많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정도였다. - P172

미술관은 이와사키 치히로가 생의 마지막 22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던 집 겸 아틀리에의 터에 세워졌다. 『창가의 토토 표지 그림은 ‘아! 이 그림!‘ 할 만한 유명 작품이지만 치히로 미술관은 이전시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와사키 치히로가 그린 작품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날 미술관에서 불어오는 그의 기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 P231

"왜 하필 비가 오는 거야"가 아닌 "비가 와서 더 좋다"라는 말.
서로의 입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흘러나왔다. 비가 와서인지 동네는 유난히 더 고요했다. 사람 없는 미술관에 단둘이 앉아있으니 왠지 우리가 작은 벌레가 되어 큰 나뭇잎 아래에서 쉬는느낌이랄까. - P239

영화 「카페 뤼미에르」는 아주 쉽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영화로, 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이 연출했다. 좋아서 몇 번이나보았다. 가장 처음 본 건 개봉했을 당시 대학생 시절, 아마도 혜화의 하이퍼텍 나다에서. 그 이후에도 작은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면 반드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제는 없어진 아트 선재 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다. - P245

그런 만화 생활 중 ‘대단하다‘라는 감상 끝에 ‘나도‘ 하며 작은욕구가 마음 언저리에 걸터앉은 적이 있다. 국내에는 지금까지네 권의 만화책(놀랍게도 2019년 3월에 두 권이 출간되었다)과 단 한권의 어린이책만이 번역된 타카노 후미코의 만화를 봤을 때 이세상에서 그린 그림이 아닌 듯한 그림체와 이 세상을 겪고 나서삼켜버린 듯한 세계관을 지구라는 배경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방식에 마음을 뺏겼다. 분명히 지구에 살며 만화책을 읽고 있는데, 지구를 벗어나 옛 별을 그리워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 감상의끝에서 알 수 없는 응원이 돋아나 ‘어쩌면 나도 하며 슬며시 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2016년 타카노 후미코의 『막대가 하나』가 번역 출간되었을 때, 어느 심야에 만화책을 넘기던 나는 점점 몸을 웅크렸다. 그 안에그려진 어린아이, 만화 속 작은 말풍선에 점점 가까워지고 싶었다. 한 컷 한 컷이 나의 각기 다른 모든 인생을 대변할 것만 같은, 타카노 후미코만의 우주 같은 맥락들이 내 삶에 퍼즐처럼 다가왔다. - P267

그리고 돌아서는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방금까지 내가 앉아있던 담화실에,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인 에머슨 키타무라 씨가있는 게 아닌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과 취향이 맞다니 달려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나를 꽉 잡았다. ‘개인의 시 - P274

간을 지켜주자‘라는 내 캠페인을 실천했다. 멀리서 손을 모으고살짝 인사를 건네며 그렇게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한 달 뒤 홍대 공중캠프에서 그의 공연이 있었고, 당연히 그를보러 갔다. 공연 후 바리바리 가져간 CD에 사인을 받으며 그제야말을 건넸다. 타카노 후미코의 전시를 보러 갔다가 당신을 보았고,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났기에 혼자서만 기뻤다고. 한 달만의 늦은 주절거림에 신이 났다.
돌아온 건 서니 보이 북스의 타카하시 씨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타카노 후미코 씨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 도쿄에 간겁니까?" - P275

또 하나의 다정한 기억이 있다.
전시 소식을 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킷사 퍼블리크 팔러 SAMPO의 점주분께서 부러 전시를 보기 위해 서니를 찾아주었다. 그리고 이런 후기를 남겨주었다.
이전에 카페에 내점했을 때, 기회가 있다면 꼭 작품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씨의 개인전에.
진아 씨의 언어와 일러스트는, 마치 통풍이 잘되는 곳에 몸을 두고 있는 것같아서 참으로 상쾌해집니다.
다른 도시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다가 그림이 액자 안에 담 - P369

기고, 그 액자가 창문이 되어서 어떤 기운을 전하고 전해 받는다는 것.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처럼 혹은 장난 같은 마법처럼, 도쿄의 작은 마을에 작은 비밀의 문이 창문처럼 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발을 담그고 싶은 비밀의 문.
전시를 보는 사람과 책을 넘기는 사람이 잠시나마 작은 숨을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을 선명히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누군가는 그런 시간을 가진 것이니, 정말 기뻤다. 통풍이 잘되는곳에 몸을 두고 있다는 표현을 어찌 할 수 있었을까. 과연 명언의나라, 후기의 나라라는 생각을 지나며 강한 감동을 받았다. 분명, 일상에서 때때로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 아닐까. 아, 정말좋은 일상이 아닐 수 없다. - P370

나는 더 이상 나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남겨질 만한 자국들을 신경 쓰자고 다짐할 수 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 예술 혹은 일러스트? 스스로던진 질문에 울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자국을 남기는 사람이야. 나로부터 생기게 되는 모든 자국들. 지금이기에 가능한, 나를 써서 없어지지 않게 된 자국을 기분 좋게 표현하고 싶은 것뿐이야." - P371

그리고 끝까지 다정한 언어를 선물받았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타카하시 씨가 마음을 써주어 기간 한정으로 서니 홈페이지 온라인 스토어에서 그림 몇 점을 판매했다. 멀리서 전시를 보러 오지못한 이들을 위함이었다. 게시한 이튿날 타카하시 씨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자기 전에(그림 제목)」가 조금 전 온라인으로 여정을 떠났습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건강에 좋은 웃음과 동시에 눈가에 물이 가득 찼다. 답장을 하기 전에 한강을 잠시 바라보았다. 성산대교 밑 한강에 비친 각종 빛들이 울렁였다. 이 명언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사사로운 태도를 끝없이 배우며 서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세상의 보이지 않는 어떤 길을 따라, 서니에서부터 출발해 누군가의 장소에 다다르는 내 그림을 상상해본다. 가방을메고 신칸센을 타는 상상까지.
부디, 무사히 도착하길.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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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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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넘쳐나는 이분법, 이원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젠더라는 그 오묘한 개념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 책을 이해하여 해러웨이에게 나의 진정한 오별을 바치고 싶다. 10번 읽으면 가능할까? 이걸 한 번 읽었다고 할 수 있나? 사이보그 되기는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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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3-26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따라갈게요. 그런데 저는 이 책 크리스테바 만큼 어렵네요ㅠ 전 오별은 못주겠어요. 이해가 하나도 안돼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4-03-26 23:15   좋아요 1 | URL
오별은 북펀딩 때 한거라 기대오별? 삼별로 고칠까하다가 그냥 두었어요 ㅠㅠ 저도 크리스테바에 버금가는 난해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4-03-26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완독 너무나 부럽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03-26 23: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화이팅입니다! 아직 5일 남았어요! 다음 달은 이정도는 아니겠죠 ㅠㅠ

잠자냥 2024-03-26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 펀딩 후 100자평 5별 줬는데… 여러분들 고생하는 거 보니 읽을 엄두가 나질 않고 🤣🤣🤣

햇살과함께 2024-03-27 00:0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잠자냥님은 읽고 오별 준 줄~ 역시 똑똑하신 분~ 했는데 아니었어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7 06:39   좋아요 1 | URL
그거 그때 펀딩 후 기한 내에 100자평 쓰면 적립금 더 준대서 ㅋㅋㅋㅋㅋㅋ 욕망에 눈이 멀었읍죠 🤣🤣

단발머리 2024-03-27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자평도 너무 좋네요, 햇살과함께님!
무척 부러운 마음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27 09:17   좋아요 1 | URL
부러워 하실 필요는..이건 읽은 게 아니에요....흑
 

도킨스

9장 상황적 지식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법이 도래했고, 객관성의 문제는 언제나 이미 부재하는 지시체, 지연된 기의, 분열된 주체 그리고 기표들의 끝없는 유희에 의해 해소되었다.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젠더, 인종, 세계 자체 같은 것들에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주적인 역장(force field) 안에서 기표들의 유희가 보여 준 그야말로 초고속 효과처럼 보인다. 모든 진리는 시뮬레이션의 하이퍼 리얼 스페이스에서 드러난 초고속 효과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단어에다 이런특정한 유희를 집어넣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세계에 관한 신빙성 있는 지식을 고안하는 프로젝트는 편집증적인 장르나 냉소적인 SF에 양도될 수는 없다. 정치적인 사람들로서는 사회구성주의가 현란한 냉소주의를 발산하면서 부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 P332

그런 교훈은 곤충의 겹눈으로 본 세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혹은 정찰위성의 카메라 눈이나 혹은 커피 테이블 색깔 사진으로 변형되었던 목성 ‘근처‘ 우주 탐침으로 감지된 차이들을 디지털로 전환한 신호로 전송된 사진에서도 배울 수 있다. 근대적인 기술과학을통해 이용 가능해진 ‘눈들‘은 시각이 수동적이라는 어떤 생각이든 산산조각 낸다. 이렇게 인공 보철화된 시각 장치들은 우리 자신의유기체적인 눈을 포함하여, 능동적인 지각 체계이며 번역과 특수한 보기 방식, 다시 말해 특수한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몸들과 기계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서 아무런 매개가 없는 사진이나 수동적인 카메라 옵스큐라 같은것은 없다. 오히려 고도로 특수한 시각적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각자 세계를 조직하는 대단히 훌륭하고 세밀하며, 적극적이면서도 부분적인 방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P344

상대주의에 대한 대안은 부분적이며 자리 가능한(locatable) 비판적 지식이다. 그런 대안은 정치학에서 연대라고 일컫는 것이자 인식론에서 공유된 대화라고 일컫는 연결망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주의는 어디에도 없으면서도 동시에모든 곳에 똑같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 P346

과학은 출발부터 유토피아적이고 예지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과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 중 하나다. - P347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적이고 우연적이다. - P348

이와 같은 분석적•역사적 서사 논리는 최근의 페미니스트 이론 역사에서 섹스/젠더구분에 관한 나의 과민 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 섹스는 젠더를 다시-재현(re-representation)하기 위해 ‘자원화‘된 것이다. 그렇게되면 ‘우리는‘ 자원화된 섹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섹스/젠더구분을 포함하여, 자연/문화의 이분법과 그것의 발생론적 계보에바탕하여 구축된 전유주의자들의 지배 논리가 갖는 함정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 P359

10장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거대 자본은 실제로 고갈된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 - P393

도킨스(1976, 1982)는 사이보그 생물학적 전체론을 가장 급진적으로 폭파시킨 이론가 중 한 사람이자,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모던 의식을 깊숙이 이해하고 있는 이론가이기도 하다. 그런 포스트모던 의식에서 텍스트적 · 테크노적 · 바이오적인 것들 사이의 침투 가능성의 논리와 전략적 조립으로서 가능한 모든 텍스트와 몸들의 심화된 이론화의 논리는 ‘유기체‘ 혹은 ‘개체‘의 개념을 지극히 문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신화적인 것을 무시하지만, 그의 텍스트에 신화적인 것은 도처에 널려 있다. ‘유기체‘와 ‘개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기체와 개체는 충분히 탈자연화되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유기체와 개체는 존재론적으로 우연적인 구성물이라는 주장은 생물학자들의 관점이며, 문화비평가들이나 페미니스트 과학사가들의 느슨한 헛소리에서 나온 것이 야니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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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개념의 집대성? 어렵네..

가사경제
소비 노동
공통 언어라는 꿈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이원론을 탈출

3부 부적절한/부적절해진 타자를 위한 차이의 정치학
7장 마르크스주의 사전에서 젠더: 용어의 성적 정치학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1989)는 젠더 정체성 담론이 이성애 일관성이라는 허구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페미니스트들은 비일관적인 일체의 젠더들에 대한 서사적 합법성을 생산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젠더 정체성 담론은 또한 페미니스트 인종차별주의에 내재적인 것이기도 한데, 그것은 폐미니스트 인종차별주의는 일관된 여성과 남성의 환원불가능성(non-reducibility)과 적대적인 관계를 고집한다. 이런 과제는 섹스혹은 자연처럼, 단일성으로 나가는 분석적 범주를 ‘실격 처리‘ 하는 것이다. 그런 조치는 젠더의 중핵을 조직하는 내부적인 환상을 폭로하고 재의미화에 열려 있는 인종과 젠더 차이의 장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 다수의 페미니스트들은 버틀러가 권장하는 것과같은 조치를 거부해 왔는데, 왜냐하면 핵심적 정체성과 그런 정체성의 구성적 허구성이 공격받게 되어 주체 개념이 위축되면 여성의 행위자성 개념을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버틀러는 행위자성은 능력 강화적 제약(enabling con-straints) 속에서 행해지는 제도적 실천이라고 주장한다. 일관된 내적 자아는 (문화적으로) 획득되는 것이든 혹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든, 복잡한 행위자성과 책임성을 생산하고 긍정하는 - P244

페미니스트들의 프로젝트에 불필요한-사실상 금지하는 규율적 허구라는 것이다. - P245

에이드리엔 리치(Adrienne Rich, 1980) 또한 강제적 이성애를 여성 억압의 근원으로 이론화했다. 리치는 ‘레즈비언 연속체‘를 새로운 자매애의 토대를 위한 강력한 은유로 형상화했다. 리치에게 결혼 저항은 역사를 가로질러 레즈비언 연속체를 구성하는 규정적인 실천이었다. 모니크 위티그(Monique Wittig, 1981)또한 여성 억압에서 의무적 이성애가 핵심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독자적인 주장을 전개했다. 프랑스에서 여성해방운동(MLE, Mouvement de libération des Femmes)이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운동과 단호하게 결별한 이유로 MLF의 저자들이 설명했던 공식에 따르면, 위티그와 연대한 집단은 모든 여성들이 그들 위에 군 - P249

림하는 남성들에게 이념적·정치적·경제적 권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성차의 위계적인 사회관계로 구성된 계급에 속한다고 주장했다(《여성문제》의 편집진들, 1980). 여성을 만드는 것은 남성이가진 특수한 전유 관계다. 인종과 마찬가지로, 섹스는 모든 구성물에 선행하는 것으로, 인지된 몸을 포함하여 현실을 생산하는 그런 종류의 ‘상상적‘ 구성물이다. 단수로서 ‘여성‘은 오로지 이런 종류의 상상적 존재로서 존재하는 한편, 복수의 여성들은 전유를 매개로 한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자 섹스로 자연화된다. 페미니스트는 하나의 계급으로서 여성을 위해, 그리고 그런 계급을 소멸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투쟁은 이성애라는사회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섹스‘는 사회를 이성애로건설하기 위해 자연화된 정치적 범주이기 때문이다. ‘섹스‘의 범주에 기반한 (거의) 모든 사회과학은 타도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레즈비언은 ‘여성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성애의 정치경제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즈비언 사회는 자연적인 집단으로서 여성들을 파괴한다(위티그, 1981). - P250

어쨌거나 이런 공식은 레즈비어니즘을 페미니즘의 핵심으로 부각시키고 합법화하는 강력한 장점이 있었다. 레즈비언 형상은 페미니스트 논쟁의 장에서 반복적으로 경합하면서 생성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킹, 1986). 오드리 로드는 ‘차이의 집‘을 이해하는 핵심에 흑인 레즈비언을 위치시켰다.

함께 여성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함께 게이 여성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함께 흑인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함께 흑인 레즈비언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 어떤 특정한 차이의 안전보장보다는 우리의 자리가 다름 아닌 차이의 집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다. (로드, 1982) - P251

퍼트리샤 힐콜린스(Patricia Hill Collins, 1989a)는 흑인 여성들이 그들 자신의억압을 자기-규정하는 시점을 마련하려고 관점주의 이론을 흑인페미니스트 사상의 토대의 특징으로 각색했다. - P254

마르크스주의 덕분에 또 다른 이론을 전개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와 젠더의 언어 양자 모두에 비판적이었던 캐서린 매키넌(Catherine MacKinnon)은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섹슈얼리티와 페미니즘이 맺는 관계는 노동과 마르크스주의가 맺는 관계와 유사하다. 대부분 자기 자신의 것임에도 대부분 빼앗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 섹슈얼리티는 욕망을 창 - P255

조하고, 조직하고, 표현하고, 지시하는 사회적 과정이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사회를 창조하듯이,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남성과 여성으로 알고 있는 사회적 존재를 창조한다. (...)타자들의 이익을 위하여 특정한 사람들-노동자들의 노동을 조직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계급이라고 정의한다면, 타자들의 사용을 위해 특정한 사람들의 섹슈얼리티를 조직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섹스, 즉 여성이라고 정의한다. (매키넌, 1982)

매키넌의 입장은 미국 포르노그래피 반대 운동의 상당한 영역에서 정치적 행동을 불러일으킨 논쟁적 접근방식의 중심에 있었다. 매키넌은 포르노그래피를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자 그리고/혹은 여성들의 시민권에 대한 위반으로 정의한다. 말하자면 포르노그래피는 여성들을 여성으로서 구성함으로써, 그들에게 시민의 위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매키넌에게 여성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타자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물질적.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여성은 자기 노동의 산물로부터 소외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들이 단수 ‘여성‘으로 존재하는 한,그러니까 성적 대상들로서 존재하는 한, 여성들은 잠재적인 역사적 주체마저 되지 못한다. "여성들은 대상화의 주인이 아니었기때문에, 그들에게 대상화와 소외 사이에는 아무런 구분이 없다. 우리는 대상인 그들(them)이었다"(1982). 이런 입장의 인식론적인 정치적 결과는 광범한 영향을 미쳤고 격렬한 논쟁을 초래했다. 매키넌에게 여성들의 생산은 다름 아닌 물질적 환상으로서 ‘여성‘을 생산하는 것이다. - P256

매키넌과 공감하면서 폭력의 젠더화를 분석하면서도 다른 이론적, 정치적 자원을 이끌어 낸 이론가가 테레사 데 라우레티스(Teresa de Lauretis, 1984, 1985)다. 재현에 접근하는 데 라우레티스의 방법론은 젠더를 근대적·후기 근대적 문화이론에서 검증되지 않은 비극적인 결함으로 파악하도록 도왔다. 그런 문화의 단층선이 이성애 계약이다. 데 라우레티스는 젠더를 ‘여성‘ ‘남성‘으로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성물이자 주체성이 만들어지는 기호학적 생산물로 정의한다. 젠더는 ‘역사, 실천, 의미와 경험의 중첩‘과 관계 맺어야 한다. 말하자면 젠더는 "사회적 현실이라는 외부 세계와 주체성이라는 내부 세계가 겹쳐지는 기호학 속에서 상호 구성되는 효과"와 맺는 관계다(1984). 데 라우레티스는 근대 페미니즘에서 가장 문제적인 개념의 하나인 ‘경험‘에 대한 방법론을 발전시키려고 찰스 퍼스(Charles Peirce)의 기호학 이론에 의지했는데, 그런 근대 페미니즘은 친밀한 체현으로서 경험과 의미화 실천을통해 매개된 경험 양자 모두를 고려한다. 경험은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결코 접근할 수 없다. - P257

여기서 ‘차이의 집‘(로드), ‘대립적인 의식‘ [샌도벌(Sandoval)], ‘우머니즘‘(워커), ‘중심에서주변으로 왕복하기‘[스피박(Spivak)], ‘제3세계 페미니즘‘ [모라가와 스미스(Moraga and Smith)], ‘왼손잡이의 세상‘[안잘두아(An-zaldúa)와 모라가], ‘메스티자 여성들‘(안잘두아), ‘인종적으로-구조화된 가부장적 자본주의‘ [바브나니와 콜슨(Bhavnani and Coul- - P261

son), 1986], ‘부적절한/부적절해진 타자‘(트린, 1986-1987, 1989)등이 페미니스트 담론의 장을 구성했다. 그런 담론의 장은 ‘페미니즘‘의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여성‘으로 간주되는 것들을 탈코드화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형상이 ‘백인‘ 여성들의페미니스트 글쓰기에서도 출현했다. ‘섹스-정치적인 계급‘ [소풀리스(Sofoulis), 1987], ‘사이보그‘(해러웨이, 1985), 페미니즘에서의 여성 주체(데 라우레티스, 1987) 등이 그런 사례다. - P262

"재산의 (자유롭지 못한) 상속인을 낳는 것과 (자유롭지 못한) 재산 자체를 낳는 것은 같지 않다"(커비, 1987). - P265

8장 사이보그 선언문: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 사회주의페미니즘

캐서린 매키넌(1982, 1987)이 제시하는 래디컬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은 그 자체가 전유, 통합, 총체화 경향을 보이는, 정체성의 정초 행위에 대한 서구 이론의 풍자화다. 12 래디컬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최근 여성 정치의 다양한 ‘순간‘과 ‘대화‘ 전체를 매키넌의 해석에 동화시키면, 사실의 측면에서나 정치적 측면에서나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매키넌의 이론이 함축한 목적론적 논리는, 인식론과 존재론-그리고 그에 대한 부정을포함하여-이 차이를 삭제하거나 단속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사실 매키넌의 이론이 발휘한 효과 중 한 가지만 래디컬페미니즘이라고 일컬어지는 다형적인 장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 주요 효과는 모든 혁명적 입장을 종식시키는 여성의 경험과 여성의 정체성 - P288

이론을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이 래디컬페미니즘의 이야기 속에구축된 총체화는 급진적인 비-존재에 대한 경험과 증언을 강제함으로써 자신의 목적 - 여성의 단결을 달성한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스트가 볼 때 의식은 획득하는 것이지 당연하게 주어진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매키넌의 이론은 인본주의적 혁명 주체 안에 구축된 난점을 일부 제거하는 대신 급진적 환원주의에 따르는 대가를 치른다. - P289

리처드 고든(Richard Gordon)은 이와 같은 새로운 상황을 가사경제(homework economy)라고 불렀다." 고든은 이 ‘가사경제‘ - P301

라는 말을 통해 전자제품이 도입되면서 말 그대로 집안일이 늘어난 현상도 분석하지만, 본래 취지는 예전에는 말 그대로 여자들만하는 일로 간주되었던 여성적인 일과 동일한 성격을 공유하는 형태로 노동이 재구조화되는 현상을 명명하는 것이었다. 노동은 남성이 하든 여성이 하든, 말 그대로 여성적이며 여성화된 것으로다시 정의되고 있다. 여성화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취약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해체되고 재조립되며 예비 노동력으로착취될 수 있다는 것, 노동자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로 여겨진다는것, 노동일 제한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여가 지급되다 말았다 하는노동시간 배치에 종속된다는 것, 언제나 외설적인, 자리를 벗어난, 성으로 환원되는 실존의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탈숙련화(deskilling)는 한때 특권적 위치에 있던 노동자에게 새로 써먹을 수 있는 뻔한 수법이다. 하지만 가사경제는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탈숙련화만 지시하는 것이 아니며, 이전까지 숙련노동에서 배제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새로운 고도 숙련의 노동 영역이 출현한다는 점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 개념은 오히려 공장, 가정, 시장이 새로운 차원에서 통합되고 있으며, 여성의 위치가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여성들 서로의 차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남너 관계가 갖는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P302

가정: 여성 가장 가구, 연속적 일부일처, 남성의 도주, 독거하는 노년 여성, 가사 노동의 테크놀로지, 가사 노동의 임노동화, 가정 노역장의 재출현, 가정 기반 사업과 자택 근무, 전자화된 가내공업, 도시의 홈리스, 이주, 모듈화된 건축, 강화된(시뮬레이션된) 핵가족, 강도 높은 가정폭력.
시장: 신기술로 제작된 신상품이 범람하는 가운데 새로 마케팅 대상이 된 여성들의 지속적 소비 노동(특히 산업화된 국가들과 산업화 중인 국가들이 대량 실업의 위험을 모면하려 경쟁하게 되면서, 딱히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상품을 판매할시장을 넓혀 가려 애를 쓰는 것이 필연이다), 기존의 대중시장을 무시한 채 부유층을 노린 광고전략과 짝을 이루는, 양극화된 구매력, 부유층 하이테크 시장구조에 대응하는 비공식노동 및 상품시장의 중요성 확대, 전자금융을 통한 감시체제, 경험의 시장적 추상화(상품화)의 강화, 그로부터 등장한 실효성 없는 유토피아적 공동체 이론이나 그에 준하는 냉소적이론들, 시장/금융 체계의 극단적인 유동성(추상화), 성적 시장과 노동시장의 상호 관통, 추상화되고 소외된 소비가 섹슈얼리티와 한층 더 결부되는 현상. - P309

나는 서로 겹치기도 하는 두 유형의 텍스트를 간단히 살펴보면서 사이보그 신화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통찰을 얻어 보려 한다. 바로 유색인 여성과 괴물 자아를 구성하는 여성주의 SF다.
나는 앞에서 ‘유색인 여성‘을 사이보그 정체성의 한 형태로 제시했다. 사이보그 정체성이란, 오드리 로드의 ‘생물신화학(bio-mythography)‘인 [자미](1982)가 서술하는 복합적인 정치적·역사적 층 속에 퇴적된 ‘이방인‘ 정체성들을 융합하여 합성하는 강력한 주체성이다. 이런 잠재력을 지도로 그릴 수 있게 하는 물질적이고 문화적인 격자망이 있다. 로드는 [시스터 아웃사이더(Sis - P315

ter Outsider)](1984)라는 책의 제목에서 이 느낌을 포착해 낸다. 내 정치 신화에서 자매 이방인(시스터 아웃사이더)은 외국인 여성으로, 여성이거나 여성화된 미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연대를방해할뿐더러 안전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여기게끔 가정한 상대이다. 내국, 즉 미국 국경 안에서 자매 이방인은 같은 산업에서 분열과 경쟁을 유도하고 착취하기 위해 조작당하는 여성들의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의 한복판에 놓인 잠재력이다. ‘유색인 여성‘은 과학 기반 산업에서 선호되는 노동력이며 전 세계의 성 시장, 노동시장, 재생산 정치의 만화경을 일상으로 도입하는 현실의 여성들이다. 성 산업과 전자제품 조립 공장에 고용된 젊은 한국 여성들은 고등학교에서 모집되고 집적회로를 만드는 교육을 받는다. 읽고 쓰는 능력, 특히 영어 능력은 다국적기업에게 이처럼 ‘값싼‘ 여성 노동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든다. - P316

기계와 유기체, 기술적인 것과 유기체적인 것에 관한 공식적 지식에서 근본적, 존재론적 분리는 없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나오는 레플리칸트 레이철은 한 사이보그 문화의 공포, 사랑, 혼란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 P322

이 글에서 사이보그 이미지는 두 가지 핵심 주장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첫째, 보편적이고 총체화하는 이론을 고안하면아마도 언제나, 지금은 확실히, 현실 전반을 놓치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둘째, 과학기술의 사회관계에 대한 책임이란 반과학적 형이상학과 기술의 악마학을 거부함으로써 타자와 부분적으로 연결되고, 우리를 이루는 부분 모두와 소통하면서 일상의 경계를 능숙하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만족시킬 수단이나 복합적 지배의 기반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설명해 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 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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