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판 서문
젠더의 불확정성-결코 성차의 의미들을 최종적으로 고정시킬 수없는 젠더의 무능에 대한 나의 사유는, 처음에는 미셸 푸코의 영향을받은 것이었다. 근대성 속의 편재하는 권력, "권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보통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권력에 대한 그의 주장은사회사 그리고 나중에는 문화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푸코는 권력을 어떤대상으로 정의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이는 그것을 규칙, 법, 부, 폭력의 독점 같은 것들과 관련된 어떤 양도 가능한 자산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그는 권력을 관계적이며 생성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그것을그 효과의 측면에서 이해하려 했다. 권력은 억압적인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것이고, 주체를 구성하는 것이며, "담론을 따라 흐르고, 사람들 사이를지나는" 것이었다. 문제는 누가 권력을 잡는가가 아니라 권력이 어떤 형태를 띠며 어떤 작용을 하는가였다. - P11
여성과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푸코의 논의는젠더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 주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기존의주제를 넘어 연구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젠더에 대한새로운 사유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질문과 기존의관습을 거스르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성차가 표면적으로는성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제도를 구축하는 데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가 아니라) 구성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내게 여성 및 젠더 연구가 역사학에서 분리된 하위 분야로 분류되는 것을 넘어설 수 있는 길, 곧 젠더에 주목함으로써 차이·권력·정치에 대한 오래된 질문들을 새롭게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할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젠더는 단순히 여성이[역사 서술에 등장하는지 부재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가 온갖 종류의 차이들(인종적·종교적·제국적·문명적 차이 등)을 의미화하고 그 차이들내부와 여러 차이들 간의 위계를 설정하는 데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지의문제다. - P12
성적인 것은 인간 활동이나 삶에서 따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그것은 인간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있을 수 있다." 10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성과 성차라는 것이 인간 활동의 어떤 다른 분야에대한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들과 관련한 개념화 속에 항상 이미 얽혀 들어 있다. - P13
만약 젠더의 의미들이 불확정적이며 종종 변덕스럽다면, 만약 그것들이정치적 규제와 저항의 가변적 방편이라면, 젠더 연구에서 우리는 그저 질문만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성차의 의미가 무엇이 될지, 어떻게그리고 어떤 말로 그 의미가 옹호되고 도전받으며 위반될지 미리 알수없다. 젠더가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가가 우리가 제기하고 있는 질문이다. 즉, 젠더는 어떤 작용을 하고 있으며, 누구에 맞게 작동하고 있는가? 젠더범주의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에 입각해 볼 때, 이에 대한 답변은 역사적·정치적·문화적·시간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신분석이론을 통해 우리는 젠더 범주를 역사의 산물로 바라볼 수 있고, 그 범주들의 다양한 접합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 - P19
서론
물론 의미에 관심을 가진 게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들은 의미의 가변성과 휘발성 그리고 의미의 구축이 가진 정치적 속성을 강조함으로써 의미 연구의 독특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 개념의 의미ㅏ불안정한 것, 논쟁과 재정의에 열려 있는 것으로 여겨지려면 이런저런정의를 승인하는 사람들의 반복, 재언명,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 문화적 개념에 투명한 의미,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문화의 어휘 목록에서 의미란 고정돼 있지 않으며역동적이고 항상 유동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들의 연구는의미를 확립하는 갈등적 과정, 젠더와 같은 개념들이 고정된 외연을 획득하게 된 방식, 규범적인 사회적 정의들에 대해 제기된 도전들, 그리고이 도전들에 대한 대처 방식 - 다시 말해서, 어떤 사회에서 의미가 구축되고 실현될 때 관련된 힘의 작용, 즉 정치-을 주목하게 만든다. - P29
그러나 역사 속에서 젠더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료를] 문자 그대로읽거나 연구 주제에 따라 [선택적으로] 읽는 역사학의 전형적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종류의 해석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서 포스트구조주의와 관련된 문학 비평가의 작업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발화된 문자 그대로의 것뿐만 아니라 텍스트성의 중요성, 논의가 구조화되고 제시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은 바버라 존슨이 "텍스트내에서 일어나는 의미화의 경합"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한다고 말한다. 이 접근법은 의미가 내적 차이화를 통한 암시적 혹은 명시적 대조를 거쳐 전달된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 P32
이 책에 담긴 논문들은 젠더와 정치, 그리고 역사에 대한 페미니즘적접근법의 한 예로, 내가 묘사한 이런 방식의 분석을 수행하기 위한 시도이자시험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역사를 분과학문, 글로 된 텍스트, 과거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서 비판적으로 다뤄보려 했다. 이는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었고 또 생산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을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페미니스트로서 내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성차에 대한 지식, 젠더다. 나는 역사로서 성차에 부여된 다양하고 모순적인 의미들, 그 의미들이발전하고 경합하는 정치적 과정, "여성"과 "남성" 범주의 불안정성과 유연성, 그리고 그 범주들이 서로 접합되는 방식(매번 일관되거나 똑같지는 않다)을 지적함으로써 젠더를 역사화하는 데 특히 흥미를 느끼고 있다. - P37
내 주장은 이보다는 평범하다. 젠더가 역사에 대해, 그리고 차이의 위계들 - 포함과 배제들-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과 페미니즘) 정치를 이론화하는방법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분성을 인정하는 게 보편적설명을 찾는 데 대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보편적 설명이 가능하지 않고 과거에도 가능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분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진정 "총체성의 정치(즉, 권력동학)에 비판적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총체성"이 (단선적)인과 분석으로 제시되었든 거대 서사로 제시되었든, 역사가들이 제기한것이든 정치 활동가들이 제기한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 P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