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김현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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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현철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다 경제학으로 전향,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중보건의 시절 개인을 진료하면서 건강 불평등의 문제가 사회 경제적인 문제임을 깨닫고 공공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실험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엄마 배 속에서 무덤까지 생애 주기에 필요한 보건, 교육, 노동, 돌봄 및 복지 정책에 대해 국가가 국민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답한다.

1장부터 흥미롭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한계, 그리고 국가의 역할’

저자 본인의 성취 사례를 설명하며, ‘지금의 나’가 과연 나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형성되었는가를 묻는다. 나의 능력과 노력도 있었겠지만 많은 과정에서 운이 작용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우리 인생에서 첫 번째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이다.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한다. 내가 만약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그렇다. 나는 선택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부모’이다. 부모는 유전과 환경 모두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또 다른 척도는 ‘건강’이다. 건강은 사람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또한 유전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운이다.

그렇다면 80%의 운 이외의 나머지 20%는 오롯이 개인의 노력인가? 이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상당 부분은 타고난 것이다. 맞다. 노력하기 위한 지능이나 끈기, 체력 등도 사실 주어지는 것이다.

1장에서 개인 성취의 8할 이상이 '운'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능력주의를 주장하며 복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꼬집는다. 그리고, 그러므로, 운에 따라 개인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줄이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후 장에서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밑밥을 깐다.

‘경제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따분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데이터와 사례를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도 다양한 데이터와 사회 실험,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치인들의 표심에 따라 정해지는 정책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복지 정책을 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사실 상당 부분 타고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 성취의 대부분은 우리가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분들일 것입니다. 어렵게 살고 계신분들은 한가하게 독서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인생 성공의 8할이 운이래. 우리 가족의 성취도 사실 대부분 운이야. 우리의 힘으로만 이룬 게 아니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해. 그리고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말자. 운이 좀나빴던 것뿐이야. 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살자꾸나. 혹시 스스로 성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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