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헤르타의 고투를 보면서, 나는 유년기의 경험이 사람의 신체감각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르네 스피츠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이 밝혀낸바, 부모가 아기를 다루는 방식은 아기의 성별에 따라 다르다. 그들의 연구를 볼 때, 소년 소녀들의감정 구조화는 영아기부터 시작되는 게 틀림없다. 프로이트가주장했던 것처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개입하는 네살 무렵부터 형성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심리치료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조사에 따르면, 남자아이의 수유기간과 한번 젖 먹일 때의 시간은 여자아이보다 더 길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더 늦게 젖을 뗐고, 배변훈련도 더 늦게받았으며, 안겨 있는 시간도 더 길었다. 이것은 여성의 심리가겪는 감정적 경험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 P116
해가 된다. 젠더 불평등 때문에 여자아이들이 아기 때부터 줄곧양육자의 관심을 덜 받는 게 사실이라면, 여성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가 한정적이고 제한적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육체적인 측면을 보면, 소녀들은 얌전해야 하고 소년들은 진취적이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훈육방식이 분명 아이들의 신체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아이들의 경험은 생물학적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루는가, 아이에게 육체적으로 어떤 기대를 하는가, 부모 자식이 어떤 육체적 관계를 맺는가 하는 점에도 달려 있다. - P117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론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몸을 언제나 마음에 포섭시켜서 마음의 하인이나 단역배우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신체적 고통의 기원을 늘 마음에서만 찾으면 정확하고 충분하게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런 분석이 손쉽기야 하겠지만, 그러다가는 몸으로서의 몸에 침투한 질병 같은 불안의 심각성을 놓칠 수 있다. 신체적 증상은 몸이 몸 자체와 몸의 욕구들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몸이 그저 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이 더 도전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시작점이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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