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다이어트는 도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좋지 않다. 그저 별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다이어트는 신체의 기본대사율, 즉 세트 포인트(set point)를 유지하려는 자가규제 과정을교란시킨다.* 다이어트를 하면 몸은 기아상태에 처했다고 착각하여 음식물 처리속도를 늦춘다. 보통은 몸의 ‘자동 온도조절장치‘가 음식이 풍부할 때는 대사속도를 높여서 대사율을 통제하지만,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은 그 장치가 망가져서 대사율이 낮게 고정된다. 그래서 다시 음식을 먹어도 대사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대사율이 적절하게 따라주지 않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속하게 몸무게가 늘어난다. 실망한 사람은 늘어난 몸무게를 관리하기 위해 또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나선다. 그의몸은 이미 ‘정상적인‘ 식습관에서 벗어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 P186
그러나 이런 책략은 가면을 씌운 다이어트에 불과하다. 다이어트에 대해 한가지 의아한 점은, 다이어트가 정말로 효과가있다면 딱 한번만 시도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다이어트회사들은 95퍼센트라는 높은 재발률에 의지한다.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수치를 뇌리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 P187
정신분석가인 내가 볼 때, 트랜스휴먼이라 불리는 증강된 인체는 사실 상처입고 탈맥락화된 몸이 스스로를 탈육체화함으로써 위안을 찾으려는 시도인 것 같다. 그러면 어떤 제약과 경계도, 정상적인 인간의 죽음이라는 운명도 겪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것은 엄청나게 비물질화되고 역설적으로 탈체현화된 몸이다. 지치고, 다치고, 쇠락하고, 활기 넘치고, 즐겁고, 좌충우돌하는 몸은 삭제된다. 대신에 마음과 기술이 발명할 수 있는 온갖 환상들로 조종되는 싸이버적인 몸이 그 자리에 놓인다. - P202
5장
프로이트의 개념이 등장한 19세기 말은 최초의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론이 20세기 페미니즘의 물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이트의 연구는 가부장적 이론이라고 맹폭을 받아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도 있었지만, 1960년대와 70년대의 해방투쟁은 그의 이론에서 두가지 가치를 발견해냈다. 첫째, 다양한 운동들이 추구한 목표 중에는 성해방도 끼어 있었으므로, 무의식적인 과정과 성적 관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는 이론이 필요했다. 둘째, 여성들이 종속관계 및 여성적 심리 구축에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경제적 요인 외에 다른 방식으로설명하는 덜 기계적인 이론이 필요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실제로 이런 현상을 어느정도 설명해냈고, 정신분석학은 이런 의문들에 답할 수 있는 생산적인 기법으로 보였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있었다. 여성들이 주체적 입장에서 수동적 입장으로 옮 - P226
6장
그렇다면, 정말 우리는 어떻게 몸을 갖게 되었을까? 나는 몸이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가씨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86, 프랑스의소설가이자 사상가옮긴이)는 ‘여성은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금언을 남겼고, ‘아기라는 것은 없다. 엄마가 기르는 대상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던 소아과의사 겸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의 말도 못지않게 자주 인용되는데, 내 주장은 두 사람의 말에 대한 공명이다. 우리의 육체적 존재는 모든 면에서 자연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물론 우리는 스스로를자연스럽고 아주 개별적인 존재로 느끼지만 말이다), 우리를 키운 사람들이 우리의 자연적 몸을 취급한 방식에 따른 결과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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