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신분과 계급의 구분의 모호성
능력주의와 교육
재산 상속과 지위의 대물림
고유한 지위 없음
비-소지자, 비계승자

유산 상속: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그러나 대물림이라는 행위 자체는 이상하리만치 어디서도 연구되지 않는다. 연구의 스펙트럼 가운데 한쪽 끝은 특정한 사회적 집단(특히 ‘원시‘ 사회)에서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매우 자세하게 다룬다. 친족 중 누가 상속권자인지나 친족 간 상속의결과, 양태, 의식 등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물림이 어느 정도까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지, 어떻게 해서 느슨해지거나 결국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지를 연구한다.
그러나 대물림이 ‘무엇‘이냐는 핵심 질문은 거의 건드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 P10

사회의 연속성이 곧 그 존재를 규정하고 그 존재가 추상적이라고 할 때,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개인이 점유한 위치가 해당위치를 점유한 개인을 앞선다. 사회는 따라서 개인의 총체이기 이전에 위치의 총체다.
구체적인 집단이기 이전에 하나의 구조다. 구조 내에는 구조보다 한정적인 집단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 위치 간의 관계, 따라서 개인간의 관계가 조직되어 있다. 구조의 실제적인 구성 요소는 매개가 되는 집단이지 개인의 위치가 아니다. 그리고 이 집단 내에서 개인의 위치가 실현된다. - P14

이 질문은 여태까지 대물림이 연구대상으로 사유되지 않았던 문제의 핵심이며, 더 나아가서는 세대 영입이라는 사회 문제를 둘러싼 사회학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의 감추어진 토대이기도 하다. ‘누가‘ ‘어떤‘
집단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 P29

이미 보았듯이 민주화의 정도에 대한이론적이고 정치적인 논의는 오직 세대 영입의 방식만을 언급한다. ‘기회의 평등‘은 출생 배경이 특정한 기능, 사회적 위치, 집단에접근하는 데 끼치는 영향을 배격한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대물림의 정당성은 그 행위 자체로가 아니라부분적으로만 문제가 된다. 즉, 대물림의 원칙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대물림이 관여하면 안 되는 영역 혹은 절차를 정함으로써 그행위를 한정하는 것이다. 이는 암묵적으로대물림이 정당하게 작동할 수 있는 영역을지정하는 역할을 한다. - P33

여기에서 대물림 외부의 체계란 바로 교육이다. 이 연구는 흔히 계급 체계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체계 자체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주장이 결국 어디로 수렴하겠는가? 이 주장은 출생 배경과 관련된요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즉, 이 능력주의적 체계 내부에서도 상류층 문화와 대학 문화의 수렴을 수단으로 하여 대물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 P34

그러나 문화와 재산이라는 두 영역이자 절차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오늘날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완전히 정당했던 관행을 경악과 공포를 담아 바라보곤 한다. 예를 들어서 행정직혹은 사법직을 매수하는 일이 그렇다. 이는 ‘돈의 힘‘이 사회 외적인 질서에 속하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오히려 각 시점과 각 시대에 경제력으로구입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의하는 건바로 사회다. 직위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물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아버지가 법관이었다는 이유로 아들이 법관이 되는 일은 불공정하다고 치부된다. 이 판단은 해당 직책에의 접근이 개인이 증명한 직책 수행능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 P41

그러나 이 철학은 정말로 우리 사회의 기능을 지탱하는 원칙이 맞는가? 먼 과거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장관직은 매수되고 대물림된다. - P42

구제도에서는 법관이 되고자 할 때 개인 재산을 필요로 했다. 직업이 어떤 접근 체계에 속하느냐는 직업의 성질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특정한 직업을 매수 가능한 영역과 대물림되는 영역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에 특정한 직업이 사실상 재산을 요하기 때문에 대물림된다고 보는 것 역시도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재산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사회가 그 대물림을 금지하지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와 상속이 결합한 많은 타협안이 등장하긴 했지만 말이다. 가령 전문직은 자본과 학위를 동시에 요구한다.) - P44

그러나 대물림을 연구한다면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일부만 취하거나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토록 자명한 과제는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살펴볼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물림의 어떤 측면 혹은 함의가 자체적인 맥락에서 임의적으로 추출되었는지, 어떻게 그 부분들이 대물림 전체에 해당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는지를 살필 것이다. - P55

우선, 대물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상을 그 계승자만으로 한정하고 비계승자를무시할 수는 없다. 계승자의 존재는 비계승자의 존재를 함축하고 있다. 대물림은 이상보적인 두 위치의 합으로, 하나는 다른 하나없이 존재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물림은이 두 위치를 만들고 그 차이를 만드는 움직임즉 차별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아이가 비계승자가 되는 건 아버지의 경작지 전체를 그들 중 한 명이 계승하기 위해 치르는 가장 구체적이고 경제적인 의미의 대가다. 상속의 평등 혹은 비-평등 여부는 아버지의 위치를 계승하지 못한 이들에게 분 - P71

명 매우 다른 상황을 초래하며, 이는 계승의일관성이라는 상수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아니라 바로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우리는 아버지가 점한 고유의 위치가 한 아들에게만 온전히 상속되고, 공동체에 남아있는 형제들은 ‘자영농‘이라는 명목상 농부의 지위를 가지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베아른 체계 공동체에서는 비계승자 개인들의 상황이 매우 달라진다. - P72

이 상태가 이들의 지위를 정의하고 구성하며, 그 지위는 바로 ‘고유한 지위 없음‘이라 말할 수 있다. - P78

대물림과 계급 내부의 구성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한 상황, 남편과 아내가 처한 상황을 일반 사회학에서는 ‘성의 범주‘라 부르고 가족사회학에서는 ‘역할‘이라 부른다. 그러나 명백히 보았듯 성의범주는 계급의 범주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계급 내 지위의 범주다. - P87

대물림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 효과의 총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위치의 대물림을 설명할 때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물림이라는 명칭을 그 두 - P91

효과 중 하나로 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물림은 계급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계급 간 개인들의 움직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계급 자체의 구성에 작용한다. 바로 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대립된 범주와 지위의 존재 및 그생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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