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 닥쳤다.

어느 뉴스에서는 2020년이 가장 따뜻했다고 하는데, 그런 뉘우스 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현재를 사는 우리 닝겡들에게는 지금 눈앞의 추위가 가장 추워 보이니 말이다.

 

당장 우리 사무실(2)에서 1층이 얼어붙어서 탕비실로 물이 역류한다. 겨울마다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관리소장님은 조치를 안해 주시는 건지 모르겠다. 1층이 물바다가 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1층 배수관이 얼어 2층의 우리가 아침마다 물을 퍼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긴 예전에 꽤 오랫동안 한파 때문에 사는 동네에 빨래대란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빨랫감을 싸가지고 빨래방을 찾았다가 그야말로 장사진을 친 모습에 급하게 철수했던 적도 있다. 놀랍군. 내가 사는 동네가 좀 중심가에서 외진 곳인데, 이곳까지 빨래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걸 보면 급하긴 했구나 싶기도 하다.

 

자주 쓰지 않아서인지 어쨌는지 차도 방전이 돼서 어제 점퍼를 잡으려고 보험사 긴급서비스를 요청했다. 아저씨는 30분만에 오신다고 했는데, 실제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도 승질은 조금도 내지 않았다. 그저 와주신 것만으로도 어찌나 감지덕지하던지. 인근 이맛트에서는 장장 세 시간이나 걸려서 긴급출동(전혀 긴급하지 않은)이 도착했다나 어쨌다나.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네 어째네 하지만, 꼴랑 이런 추위에 하나에 닝겡들의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자연 어르신께서 어떤 생각을 하실지 그냥 궁금해졌다.

 

원래 빨래 때문에 벌어진 물바다에 대한 공동체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이 추위에 배수관이 어는 건 기본이다. 그래서 아파트 관리실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당분간 빨래를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앵무새처럼 틀어대고 있다. 그런데도! 당장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몰지각한 닝겡들이 아래층에 사는 이들을 눈꼽만도 생각하지 않은 채, 세탁기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저층에 사시는 분들은 아닌 밤중에 물벼락을 맞아야 했고, 며칠 전 나의 모습처럼 각종 도구들을 동원해서 대야인지 바께쓰인지에 물을 퍼 날라야했다. 아파트에 사는 게 어느덧 표준이 되어 버린 21세기에 이 정도로 우리의 공동체 삶에 대한 협조와 인식이 부족한 지 그리고 나 하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작태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됐다. 동네 커뮤너티에는 빨래 좀 고만하라는 글들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영효율화(라고 적고 경비 절감이라고 읽는다)를 위해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을 모두 해고한 모양이다. 지난주 수요일에 내린 폭설 때문에 아무도 눈을 치우지 않아 멍멍이판이 됐다. 물론 아파트 경비원님들이 눈을 치우시는 분들은 아니겠지만, 그분들 덕분에 아파트 입주민들은 직접 제설작업하는 수고를 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자리를 빌어 경비원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예의 경비원 분들을 모두 해고한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분은, 입주자회의에서 경비원 분들 해고에 앞장선 입주자들이 나와서 눈을 치우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썰들은 정말 소설로 써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아마 좀 더 흥미롭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적이고 과장 섞인 양념도 필요할 것 같다.

 

암튼 빨래를 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농업용 배수로(?)를 사서 화장실로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을 빼는 방법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 방법도 송수관이 아예 동파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면 만사휴의다. 예의 배수로? 배수관은 10미터에 만원도 하지 않는다고 가격 부담도 덜하다고 한다.

 

어느 신축 아파트에서는 동파와 난방이 둘 다 되지 않아 지난 목요일부터 고생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니 몇 년 전에 다른 단지에서 난방공사를 가을부터 시작했다가 이러저러한 사정과 비리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통에 한 겨울에 난방이 되지 않아 집에서 야외용 텐트를 치고 살기도 했었다. 공사 시점부터 시작해서 비용, 인력의 수급, 관리 이슈 등등해서 모든 게 문제였다. 아 참, 코로나 3차 대유행과 강추위로 아무 데도 나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울분과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못한 아해들이 방방 뛰기 시작하자 발생한 층간소음 문제도 거의 폭발 수준이다. 작년에 읽은 정소현 작가의 <가해자들>이 바로 생각났다.

 

어쨌든 당분간은 원활한 공동체의 삶을 위해서라도 빨래를 자제합시다. 내가 편안하자고, 다른 이에게 불편의 원인을 제공하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당분간 세탁기를 돌리지 못할 것 같아, 어젯밤에 손으로 속옷 빨래를 했다. 세상살이 만만치 않구나.

 


이 컷은 맹추위에 시달리는 즁생들의 허기를 자극하기 위한 염장샷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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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1-10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난리네요 ㅜㅜ
시간이 갈 수록 미끄러져 엉덩방아 찍으면 ㅜㅜ 이제 병원 가서 물리 치료 받아야할판인데, 경비 이저씨들 모두 해고는 이런 난리에 더 이해가지 않네요 ㅜㅜ
저희는 단지 안에서도 눈을 이저씨들이 치워주셔도 차들이 언덕 앞에서 긴장하는데 에효.

레삭매냐 2021-01-10 12:34   좋아요 2 | URL
음식 배달 서비스도 그렇고,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일들이 누군가의 수고와 노동을
착취해온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오직 비용절감만
외쳐대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합니다.

mini74 2021-01-10 1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타인에게 야박해지는 것 같아 씁쓸해요. 저희도 며칠전부터 계속 안내방송을 하고 역류 피해를 이야기하는 거 보면 기어코 돌리는 몇 몇 집이 있네요 저희 집 빨래 산처럼 쌓았더니,강아지가 너무 좋아해요 ~

레삭매냐 2021-01-10 12:36   좋아요 2 | URL
신나라하는 댕댕이가 커엽~네요.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 서로가
좋은데, 너무 이타적인 감수성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얄라알라 2021-01-10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파트 이야기로 페이퍼를 썼는데, 레샥매냐님 말씀에 많이 느끼고 갑니다!! 그런 문제가 있네요....저희 단지에서도 폭설 내리던 날, 새벽까지 치우시더라고요.

레삭매냐 2021-01-10 19:13   좋아요 2 | URL
어느덧 아파트 살이가 표준이 된 세상
에 조금 더 양보하는 공동체 의식도
따라와 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바람돌이 2021-01-10 1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추우면 빨래도 안되는군요. 영하로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여긴 따뜻한 남쪽이라 추워서 빨래 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어요. 다들 저기 맛나고 뜨끈한 족발 맞죠. 하여튼 저거 드시고 다들 힘내세요

레삭매냐 2021-01-10 19:15   좋아요 2 | URL
아 따땃한 남쪽 나라, 너무 부럽습니다.

저희 동네는 하루 종일 빨래 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방송에, 몰지각한 이웃이
아랑곳하지 않고 빨래를 했다고 비난
하는 글들이 동네 커뮤니티에 폭주하고
있네요...

막 솥에서 삶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 사진을 보니 사진으로 남기고
싶더라구요. 빠이팅~입니다.

붕붕툐툐 2021-01-10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사진의 믹스매치에 이끌려 들어왔습니다(물론 아니어도 들어옵니다만..ㅋㅋ). 저부터도 공동체 의식이 절실한 요즘이라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1-01-10 19:16   좋아요 2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일 수밖에
없으니 조금만 더 양보하고 이
해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scott 2021-01-10 14: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이끌려서 들어옴 ㅋㅋㅋ매냐님 말씀에 동감 앞뒤 안가리고 무조건 빨리 최대한 싸게 누군가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 ㅜ.ㅜ

레삭매냐 2021-01-10 20:02   좋아요 2 | URL
최근 등장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우도
면밀하게 살펴 보면, 말로는 무언가 대
단히 기술혁신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처러 보이지만, 결국에 나서는 하부에
있는 영세상인들이나 라이더들을 착취하
는 구조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져야 하는 책임은 외면하고,
폭설이나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자들을 위험한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21-01-11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집은 빌라 1층이에요. 작년 여름에 부엌 싱크대 위에서 물이 새어 나왔어요. 제 방의 벽에 물이 샌 자국이 남아서 그 자리에 곰팡이가 생겼어요. 물이 샌 원인은 2층이었어요. 2층 거주자가 사비를 들여서 싱크대 위치를 옮기는 공사를 2년 전에 했어요. 문제는 공사 마무리가 부실했어요. 싱크대 배관을 구불하게 배치하는 바람에 거기가 터져서 물이 샌 것이었어요. 원인을 확실히 알아내서 2층 거주자에게 보상을 받았고요, 물이 샌 자국이 있는 부부만 도배를 했어요. 이거 때문에 꽤나 고생했어요. 방에 있는 책장, 책상, 책들 다 거실로 옮겼거든요.. ^^;;

레삭매냐 2021-01-11 19:32   좋아요 0 | URL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겠습니다.
저희 사촌 매형은 홍수가 나서 아끼는
장서들이 모두 물에 젖어서 못쓰게
되는 바람에 끌어 안고 우셨다고 하더
라구요.

책 옮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선은 당혹스러웠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나라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인증을 위한 절차를 위해 상하원 의원들이 모인 나름 경사스러운 날, 한 줌도 되지 않는 트럼피들에 의해 국가적 망신을 당한 게 아니던가. 그것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있는 그대로 미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 사건을 보며 대부분의 상식적인 미국 시민들의 감정은 어느 미국 의원이 말한 대로 참담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작년 미국 대선은 20년 전의 상황과 아주 비슷했다. 그 때는 전국 총 투표에서 앨 고어가 아들 부시를 이기고서도 대통령 선거인단 확보에 지자, 온갖 부정에 대한 음모론과 선거 오류가 난무하던 플로리다 재검표 소송에 들어가는 대신 그야말로 대승적 차원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던가. 공화당 보수파지만, 내가 존경하는 존 매케인 아저씨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나서 성난 자신의 지지자들을 다독이며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하라는 연설을 했다. 이런 게 바로 미국 정치의 미덕이 아니었던가.

 


아니 어쩌면 너무 느슨하고 복잡한 연방 시스템이 작금의 혼란을 부추긴 것인 지도 모르겠다. 종래의 미덕을 모두 부정하는 이제 임기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어느 대통령 때문에 이 모든 사단이 일어난 게 아니던가. 2020년 그 어느 때보다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사람들이 대선 당일 투표보다 우편투표를 선호할 것이라는 점을 도널드 트럼프는 몰랐을까? 선거 당일 투표를 먼저 개표하는 보통 선거의 특성상, 개표 초반 자신이 앞서자 남은 우편투표 결과는 필요 없다고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경거망동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수일에 걸친 우편투표 개표와 재검표 결과, 지난 힐러리 클린턴과의 대결에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박빙 우세로 승리를 거두었던 펜실베이니아, 위스컨신이 조 바이든에게 넘어가고 자신의 텃밭이라고 생각했던 애리조나와 남부의 조지아까지 바이든이 가져가면서 트럼프의 패배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아니 이 정도까지 되었다면 담담하게 선거 패배를 인정했어야 했는데 사리구별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행정부 수반으로 있으면서 선거관리를 했음에도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그야말로 상식을 모조리 파괴하는 언동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그리고 그런 선거불복과 선동의 여파가 이번 미국 의회 의사당 테러의 원인이었다.

 

사건의 현장이었던 워싱턴DC로 열성 트럼피들이 집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트럼프가 누구였던가? 오히려 그들을 자극하며, 딸 이방카까지 나서서 애국자라며 칭송하는 트윗을 날리자 이에 자극받은 트럼피들이 의사당에 난입해서 이 사단을 만들지 않았던가. 결국 트럼프 지지자 한 명이 그들을 제지하던 의회 경찰이 총에 맞아 죽는 등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 방위군을 출동시켜 달라는 요청을 행정부 수반이 무시하자, 이번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나서서 민주주의의 본산 미국에 이런 무정부적인 행태를 멈춰 달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해프닝도 이런 해프닝이 없을 것이다.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런 폭거를 미국 정부는 다스릴 능력이 없단 말인가. 아울러 왜 이번 의회 의사당 점거 사태에서 경찰들이 예전 BLM 사태와는 달리 엄정한 법집행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흑인들이 총기를 들고 의사당에 난입했다면, 이번 사태처럼 경찰들이 손 놓고 보고만 있었을지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그곳에서도 아마 선택적 정의가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번 미국 의회 의사당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자랑하던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됐다. 비록 바이든 행정부가 행정부에 이어 미국 상하원 의회 권력까지 모두 쥐게 되었지만, 트럼피들로 대변되는 반대 세력들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국가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와는 달리 분열과 갈등을 획책한 전임자 때문에 둘로 나뉜 미국의 앞길이 심히 걱정된다.



[뱀다리] 이번 의사당 사태를 통해 핵인싸로 등극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애리조나에서 온 도라희이자 큐어넌 지지자 제이크 앤절리라는 청년이다. 어때 복장부터 특이하지 않은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려면 이 정도 코스튬은 기본이지시중에 돌아 다니는 그의 모습은 담은 여러 이미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조국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우렁차게 포효하는 컷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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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1-08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뉴스를 보며 놀람, 다음엔 탄식이 나오더군요.
우리가 가지고 있던 또하나의 허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특정 개인에 대한 허상인지, 특정 국가에 대한 허상인지, 어떤 이념에 대한 허상인지, 아주 모호합니다.
제이크가 사랑한것은 ‘국가‘ 맞을까요? 에효...

레삭매냐 2021-01-08 17:42   좋아요 0 | URL
‘샤먼‘ 제이크가 사랑한 것은
조국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한다고
착각한 그 조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연 2021-01-08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스트레스 해소할 데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맹목적적이던데..ㅜㅜ
마지막 사진의 제이크. 헐...........................

레삭매냐 2021-01-08 17:43   좋아요 0 | URL
파이프 폭탄도 발견되서 FBI도
나섰다고 하더라구요.

천조국의 스타일은 정말 남다
르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01-08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트럼프가 연임하지 않아 참 다행입니다.

트럼피보니 태극기부대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요ㅠ

레삭매냐 2021-01-08 17:44   좋아요 1 | URL
퇴임을 앞두고 정말 화끈하게
한 판 보여주고 가네요.

후임 대통령 취임식날 그 자리
에 참석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2024 대선 출정식을 가질 예정
이라는 루머가 있더라구요...

단발머리 2021-01-08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중이 언제든 폭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진실을 말 그대로 생중계로 보고 말았네요. 평범한(?) 사람들도 많아 보였구요. 언론의 책임이 크죠.
트럼프가 4년 뒤 돌아온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던데 어제의 기세대로라면 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에휴, 미국 어쩔 ㅠㅠㅠ

레삭매냐 2021-01-08 17:46   좋아요 0 | URL
미국 역사에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
이 절치부심해서 4년 뒤에 돌아온
케이스가 있는 지라, 트럼프도 희망
고문에 들어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사태가 그의 정계 은퇴식이 되길
희망합니다. 가정은 생각만 해도 아찔~
합니다.

stella.K 2021-01-08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그러더군요. 트럼프는 원래 아버지로부터 패배라는 걸 모르도록
교육 받고 자라왔다고. 그게 오늘 날 이런 패단을 낫지 싶기도 합니다.
한편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겁니다. ㅉㅉ

레삭매냐 2021-01-08 17:50   좋아요 1 | URL
그 이전에 대통령 답지 않은 이들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모든 전례를 깨는
워스트 프레지던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사람들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장식한 지도자로 오래 기억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mini74 2021-01-08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 영구정지 당한 대통령은 그 분이 최초일듯. 거기다 국회의사당 물건이 이베이에 올라오고 ㅠㅠ 정말 역대급 사건인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1-08 17:58   좋아요 0 | URL
얼굴책 계정 정지와 이베이 건은
미처 몰랐던 정보네요 세상에나...

엄정한 법질서 집행을 내세우던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파천황급이네요.

mini74 2021-01-09 23:08   좋아요 1 | URL
ㅠㅠ 페이스북아니고 트위터라네요 ㅠㅠ

페크pek0501 2021-01-08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뉴스 보고 충격을...
비상식적인 장면이 미국에서 연출되었다는 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레삭매냐 2021-01-09 08:10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쉬르-리얼리스틱한
현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제국이 이렇게 몰락하는구나하는.

하나의책장 2021-01-08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뉴스보며.. 충격 받았었어요.. 의회에 난입해 휩쓸고 간 것을 보면서 순간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었나 생각했을 정도였거든요.. 트럼프가 당선될 당시 미국뉴스 중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을 것이라는 당시 뉴스의 한 부분이 문득 떠올랐는데 이번 사건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삭매냐 2021-01-09 08:14   좋아요 1 | URL
5년 전, 암울한 예언들은 거의 다
들어 맞은 것 같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의도한
정치에서의 선의가 조금도 작동
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우게 되었네요.

cyrus 2021-01-09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분간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가 싼 똥들을 치우느라 꽤나 고생할 것 같아요... ^^;;

레삭매냐 2021-01-09 09:47   좋아요 0 | URL
도람푸가 재선에 실패한 몇 안되는 대통령
중의 하나인데, 말씀해 주신 대로 그 후유증
이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그는 진정 파천황급 인사였네요.
 
미국사 산책 3 - 남북전쟁과 제국의 탄생 미국사 산책 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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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준만 선생의 책을 다 읽게 될 줄이야. 그것도 자그마치 미국사에 대해서! 물론 이 책을 읽게 된 연유는 다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덕분이다. 항상 그렇지 않은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든 독서란. 굽시니스트 작가가 소개한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너튜브를 참조했다. 그리고 나서 책을 찾아 보았는데, 개설서로 강준만 선생의 책이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에 <본격 한중일 세계사>에서 상당한 비준으로 다룬 태평천국에 대해서는 조너선 스펜스 교수의 <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이란 책이 있던데 가격과 분량에 있어 후덜덜이라 일단 보류 중이다.

 

미국은 건국된 지 채 1세기도 지나지 않아 남북의 첨예한 갈등으로 나라가 두 쪽이 났다. 결정적 차이는 역시나 남부 대농장에서 실시 중인 노예제도였다. 노동집약적 면화산업을 위해 남부에서는 다수의 일손이 필요했고, 그 결과 남북전쟁이 발발할 당시 남부 900만 인구 중에 350만 명이 흑인 노예일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남부와 달리 산업화가 진행된 북부는 인구도 배나 더 많고(2,200) 생산력도 월등했다. 북부의 극렬한 노예 폐지론자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강준만의 책을 통해 많이 배웠다. 특히 존 브라운의 활동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새로 연방에 가입하는 주들에 노예제를 허용하냐 마느냐에 대한 격론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남부에서는 북부의 노예폐지론을 자신들의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 들였던 모양이다. 자신들의 경제적 토대를 허무는 노예제 폐지에 절대 공감할 수 없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필두로 한 7개주는 186011월 공화당 출신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연방 탈퇴를 결의한다. 켄터키 주 호젠빌 출신의 링컨은 사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천재이자 박식했던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하나의 미국, 연방을 지키기 위해 남부의 분리주의자들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링컨은 남부 제주들이 연방에 존속하기만 한다면 노예제에 대해서는 눈감아 줄 의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연방 유지라는 대의 앞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버린 노예제 폐지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였다. 북부의 유화적인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1861412일 제퍼슨 데이비스를 수반으로 세운 남부연합군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연방 요새인 섬터 요새를 공격하는 것으로 5년 내전의 막이 올랐다.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링컨의 북군은 압도적인 병력과 북부의 생산력의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종결시킨다는 낙관론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번째 불런 전투에서 남군에게 대한 패배를 필두로 해서 로버트 리 장군이 이끄는 남군에서 동부전선의 포토맥군이 연패를 당하면서 전쟁을 장기전으로 접에 들게 됐다. 물량만 앞세운 북군에 대항해서, 자신들의 재산(노예!)과 영토 그리고 명예를 지킨다는 결의로 무장한 남군 부대의 사기는 북군의 그것을 능가했다. 게다가 기존 연방군의 주축을 이루던 남부 출신 고위 지휘관들이 연방군에서 물러나 남군에 가담하면서 전황의 추는 남북의 균형를 이루게 된다.

 

한편 내전 초기, 노예주였던 메릴랜드, 델라웨어, 켄터키, 미주리를 연방이 정치 군사적 압력으로 제압했던 것도 남부에게는 타격이었다. 동부전선에서 계속해서 밀리던 북군은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남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된다. 그리고 윌리엄 테컴세 셔먼이 지휘하는 테네시군이 아나콘다 작전으로 미시시피 강의 수운을 제압하고 동쪽으로 진격을 개시하면서 전황은 블루군(북군의 제복 색깔)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역시 전쟁의 게임의 체인저는 뭐니뭐니해도 186311일 링컨의 전격적인 노예해방령이었다. 이 선언으로 중립 상태에서 미국내전에 개입을 노리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북군은 노예제 존속을 위해 싸우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남부연합을 제압하면서 도덕적 차원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병력과 군수물자 생산 그리고 도덕적 명분까지 모두 북군에게 빼앗긴 남군에게 셔먼이 이끄는 북군이 남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애틀란타를 함락시키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도 등장하는 불타는 애틀란타 시가지의 모습이 예의 재현이라고 했던가. 전 시가지의 95%를 전소시킨 초토화작전으로 셔먼 부대는 남부의 전쟁 의지를 꺾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대서양의 서배너까지 진격하면서 남부를 휩쓸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남부 사람들이 셔먼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다고 하니 셔먼의 청야전술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1866년 조선 대동강에 상륙해서 사단을 일으킨 제너럴 셔먼 호가 바로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그렇게 5년을 끈 내전은 남부군의 항복으로 종식되었고, 애틀란타 공략으로 재선에 성공한 링컨은 독재자의 이미지를 벗고 연방의 영웅이자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암살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미국에서는 링컨에 대한 책과 학술 서적 그리고 숱한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다고 하니, 위인 반열에 오를 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건국 89년 만에 진정한 의미에서 통일을 이루게 된 연방국가 미국은 비로소 제국으로 팽창할 준비를 끝냈다. 동부의 7개 식민주에서 출발한 미국은 팽창주의를 숙명으로 가지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건국부터 독립전쟁으로 시작한 이 나라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서방으로 진출했다. 셔먼은 남북전쟁 뒤에는 인디언들을 몰아내는 인디언 전쟁을 수행했는데, 서부 개척은 철도 부설을 앞세운 투기 세력의 제국화의 과정이 다름이 아니었다. 철도 재벌 코넬리어스 밴더빌트와 자본가 대니얼 드루로 대변되는 산업자본가들이 전쟁 특수를 타고 자본주의 제국 건설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남북전쟁 전까지만 해도, 3류 산업국가였던 미국은 특유의 근면을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천박한 물질주의에 힘입어 영국과 프랑스 등 종래의 산업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산업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전신 전화 그리고 백열등 같은 첨단 신기술의 발명과 도입은 세계 패권국가 미국의 조연이었다. 대륙횡단 철도를 부설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간 것도 미국이 조성한 세계제국의 어두운 그늘이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전쟁영웅이었던 그랜트 행정부 아래서, 각종 특혜과 이권을 챙긴 기업가들은 건국의 선조들이 꿈꾸던 모두가 행복한 나라 미국이 아닌 소수의 그들만 행복한 나라로 변모시켰다. 숱한 탈법과 위법을 저지르면서도 처벌받지 않은 자본가들의 천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저자는 냉정하게 분석한다.

 

그렇게 미국사 산책을 하면서도, 강준만 선생은 조선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결국 미국사를 통해 연계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는 의미일까.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조선은, 미국과도 역시 조약을 맺게 된다. 그나마 세계열강 중에 낫다고 판단한 조선 조정은 미국과의 선린관계 유지에 힘을 쓰지만 미국의 주된 관심은 일본 개국이었고, 조선은 관심 밖이었다. 고종은 이이제이 전략으로 미국이 다른 열강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조선이 망할 때까지 미국은 딱히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미국사 산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많은 너튜브 컨텐츠들이 어쩌면 강준만 선생의 책을 참고로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유사한 정보들이 많더라. 유사상품을 보고 나면, 역시 오리지널이구나 싶다는 게 바로 이런 감정이려나



미국 의회 의사당 담벼락을 기어 오르는 트럼피들의 모습. 추락하는 미국식 의회 민주주의 민낯이 그대로 라이브로 전세계에 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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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1-01-07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언젠가는 강준만 교수와 산책을 하게 되더라구요^^
저도 한국 근대사산책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대단하세요~전 요즘 연작읽기가 안되네요ㅠ

레삭매냐 2021-01-07 10:54   좋아요 1 | URL
제가 어찌 17권짜리 연작에 도전
하겠습니까 그래.

굽시니스트 선생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읽다가 참고로 만났답니다.

연작은 넘사벽이라 잠시 미루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1-01-07 1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의적절한 독서에요!

레삭매냐 2021-01-07 11:14   좋아요 2 | URL
열혈 트럼피들의 미의사당
난입 사건은 정말 쵝오!~였습니다.

외신에서는 rioter 라고 표현하네요.

미국식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만방
에 생중계로 알린 쾌거가 아닐 수
없네요. 세상에나...

2021-01-07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07 14:22   좋아요 2 | URL
아주 다양한 연구 자료까지 섭렵하셔서
미국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우리의 그것
에 접목하시려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
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7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미국사 산책>이 분량 많은 시리즈물로 알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빠른 시일 내에 완독하신 레삭매냐님이라면 금방 읽으실 것 같네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레삭매냐 2021-01-07 14:23   좋아요 2 | URL
으아 총 17권로 완결되었더라구요 ~

제가 완독에 도전하는 것으 아니고요,
달랑 3권만 읽는 것으로 일단은.

주변의 압박으로 도전해야 하나요 ㅋㅋ

페크pek0501 2021-01-08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선생의 책을 저도 몇 권 가지고 있지요. 글이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죠. 재미도 있고요.
이 책은 17권까지 있더군요. 맞나요?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저술이라니 감탄스럽네요. 지금 이 시간에도 강 선생은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것만 같아요.
미국사 산책, 제목이 좋네요.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세계가 다 얽혀 있어서 세계사를 공부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레삭매냐 2021-01-09 08:10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언제고 17권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너무 많으니...

붕붕툐툐 2021-01-13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미국사 산책 13권까지 읽었다고 자랑질하고 가야지~하며 신났는데... 내용이 몇 개밖에 생각이 안 나서 자랑 못하겠당..ㅠㅠ

레삭매냐 2021-01-13 17:00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저는 꼴랑 한 권
읽었는 걸요 ㅋㅋㅋ

네 권 더 고고씽~
 
돌의 부드러움
마리옹 파욜 지음, 이세진 옮김 / 북스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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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조각들>을 읽고 나서 바로 내리 달렸다. 이번에는 마리옹 파욜의 <돌의 부드러움>이다. 알라딘 이웃님의 포스팅을 보고 나서 아마 도서관으로 냉큼 달려가 빌린 책이다. 다행히 인근 도서관에 파욜 작가의 책이 두 권 있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연말에 연간 독서 권수를 늘려 보겠다는 아주 얄퍅한 계산도 들어있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 뭐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겠냐만서도.

 

<돌의 부드러움>은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아버지가 폐를 한쪽 잃고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던가. 그리고 아버지는 아이가 되었다. 자신의 어머니와 오빠 그리고 자신이 돌봐야 하는 그런 무기력한 존재로 변신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은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일수록 더 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 시절 절대자로 군림하던 이가 타인의 보살핌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전락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배우자로서 그리고 자식으로 부모에 대한 도리는 어디까지가 정답일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을 해 보니, 돌아가실 즈음해서 치매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하시던 손주도 못 알아보시고, 며느리도 못 알아보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같이 지내던 사촌 동생이 임종까지 했다고 했던가.

 

아버지가 코부터 시작해서 입술 그리고 눈까지 잃어 가는 과정을 작가는 차분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런 상실의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그려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는 아마도 자신이 없을 것 같다. 그냥 경황 중에 그 모든 게 지나가길 바라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상실감은 아주 나중에 그렇게 찾아오길 바랄 뿐.

 

흰 옷 입은 병사들의 등장은 아빠를 돌보는 파욜 가족에게 위기로 작동한다. 파욜 가족은 속수무책이다. 그들이 물러간 뒤에야 가족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결국 그들은 결정한다, 그들 스스로가 흰 옷 입은 병사들이 되어 아빠를 호위하기로.

 

왕좌에 앉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아빠가 곧 삶의 무대에서 퇴장할 거라는 걸 가족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기에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쿠데타를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 앞에 서게 되면 갖가지 변명거리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도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세월이 사람의 모난 성정을 다듬어 준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정이 둥글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닐까. 자고로 나이와 술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법이니까 말이다. 내 젊은 날의 모습과 지금의 그것은 너무도 다를 테니까.

 

이건 여담으로, <돌의 부드러움><관계의 조각들>보다 3,000원이 싸다. 그 차이는 어쩌면 프랑스문화원의 도움차이 때문이려나. 분량도 두 배 정도 되고, 글밥도 더 많은데 싼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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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03 00: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덩치크고 뾰족한 말투로 항상 상처를 주었던 돌, 그 돌이 작가 아버지네요 그돌이 아버지에 병마 일수도 있고 ㅜ.ㅜ

레삭매냐 2021-01-03 12:46   좋아요 3 | URL
오! 중의적인 해석~
고저 놀랍습니다...

페넬로페 2021-01-03 0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죽음앞에서는 모두가 나약해지죠~~
본인도 우리들도요^^
왜 죽는걸 다 알연서도
그렇게 나쁘게 행동할까요?

레삭매냐 2021-01-03 12:48   좋아요 4 | URL
필멸의 존재인 인간은 모름지기
언젠가 소멸될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일상에서는 의도적
으로 망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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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 빌린 굽시니스트 선생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5>가 신축년 첫날에 내가 읽은 책이었다. 부제는 <열도의 게임>, 제목만 딱 들어도 어느 나라 이야기인 줄 바로 알겠지? 그렇다 바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썰이다.

 

5권의 전반부는 중국 강남 지방에서 열전으로 진행되던 태평천국의 난의 엔딩에 대한 이야기다. 천경(난징)에 버티고 있던 사이비 종교 지도자 천왕 홍수전에 이어 실질적인 2인자로 뛰어난 전략가였던 이수성은 당시 중국의 관문이었던 상하이 정복에 연연한다.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던 열강의 용병 형식으로 구성된 상승군(Ever Victory Army:ETA 바스크 독립운동 단체냐는 짤이 등장한다! 대단하다)과 증국번의 제자이자 중앙 관료 출신의 이홍장이 지휘하는 회군이 장발적군의 전략 거점인 쑤저우를 포위하자, 성내의 태평군 배신자들이 지휘관 담소광을 죽이고 관군에 투항한다. 그렇다고 이홍장의 회군이 반란군을 용서했을 리는 만무했다. 이홍장은 상승군 지휘관 고든의 안전 보장 약속을 무시하고 태평군 1만 여명을 모조리 학살했다.

 

태평군의 반란은 쑤저우 함락을 계기로 해서 망조의 징후를 보였다. 천경으로 복귀한 이수성은 증국전이 지휘하는 상군이 태평군에게 박살난 강남대영을 회복하고, 순차적으로 천경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186461일 천왕 홍수전이 사망하고, 719일 난징이 상군의 공격으로 함락되면서 십 수 년을 끌어온 태평천국의 반란은 종결된다.

 

천경이 상군에게 함락되던 당시, 탈출했다가 포로로 잡힌 이수성은 증국번에게 마지막 공작에 나선다. 한족 출신 관료인 증국번이 멸만흥한의 기치를 앞세워 앞선 왕조였던 명나라의 선례를 따르라는 것이었다. 당시 상당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증국번이 혹할 만한 제안이었지만, 증국번은 냉정하게 자신의 처리를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나라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조정의 지배력은 강고했다. 중국 침탈에 열을 올리던 열강 역시 빈사의 사자 형태의 청나라 조정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증국번은 이수성의 제안을 뿌리친 것이다. 대신 그는 반란의 실질적 지휘자 이수성이 자술한 기록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자신에게 유리한 기록들을 첨삭하는 방식으로 태평천국의 난을 종결지은 것은 불문가지다.

 

다음 무대는 막말의 일본이다.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끄는 흑선이 도래한 것은 1853, 에도 막부가 들어선 지 250년이 되던 해였다. 어느 정권이나 말기가 되면 내부모순의 폭발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막부 정치 마찬가지였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내적 요인에 앞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열강에 의해 강제 개항이 되면서 근대화에 내몰렸다고나 할까. 제국주의 팽창 시대, 개항에 이어 근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다음 수순은 열강에 의한 속국 내지는 식민화였다. 물론 후자가 더 좋지 않은 경우겠지만.

 

한편, 막부의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는 미일 수호통상조약(1858)의 비준을 위해 방미사절단을 미군함에 태워 파견한다. 이 중에는 다이로가 신임하는 오구리 다다마사가 타고 있었는데, 핵심 문제는 환전 비율 문제였다고 한다. 그 외에 일본 호위함으로 간린마루도 파견했었는데 그 배에는 해군 전습소 출신의 후쿠자와 유키치도 탑승했다고 전한다. 미국에서 선진 문물을 보고 배운 방미사절단이 귀국할 당시, 일본 정가는 그야말로 폭풍 전야의 그런 상태였다. 18603,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가 존왕양이를 기치로 든 무사들에게 암살당한 것이다.

 

중앙 막부의 권세가 개항을 계기로 쇠퇴하면서, 각지의 웅번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세키가하라 전투 이래, 에도에 적대적이었던 서남부의 번들이 군제개혁과 산업 진흥을 바탕으로 막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중에서도 모리 가의 조슈 번과 시마즈 가의 사쓰마가 존왕양이 이데올로기의 선봉이었다. 그 외에도 도사 번의 도사 근왕당 그리고 미토 번의 탈번 낭인들과 텐구당도 존재했다.

 

막부의 수장인 도쿠가와 이에모치는 고작 15세의 병약한 쇼군이었다. 조슈나 사쓰마처럼 자신들의 실력을 키운 도막파 번들에 대항해서 등장한, 고메이 국왕을 얼굴마담으로 하고, 여전한 권력은 쇼군이 행사한다는 공무합체론은 막부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조슈의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나가이 우타가 제시한 항해원략책도 막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이었다. 개국해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자는 개항파들의 이상을 양이마저 아우르는 존왕의 대계로 삼자는 원대한 구상(물론 말로만!)에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다음에 등장한 캐릭터는 바로 사쓰마의 권력자인 시마즈 히사미쓰다. 오랜 기간 권토중래하던 히사미쓰는 이복형 나리아키라가 죽은 뒤, 섭정의 자격으로 권력을 쥐게 된다. 사망한 형의 유지를 이어 받아, 부국강병책을 구사하면서 존왕양이파인 정충조 지사들을 중용했다. 히사미쓰는 유배 중이던 유신삼걸 중의 하나인 사이고 다카모리도 해배시켰다. 지역에서 충분히 실력을 키웠다고 판단한 히사미쓰는 번사들을 데리고 교토로 상경해서 조슈 번이 좌지우지하고 있던 중앙 정치에 도전장을 내민다. 역시 난세에는 무력이 최고라는 걸, 사쓰마 해적들이 증명해 보였다고나 할까.

 

그 다음 수순으로는 쇼군 상경, 조슈 번내의 이념 투쟁(좌막 개항, 도막 양이) 등등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1863년 하반기, 사쓰마 번사들이 철수하고 좌막파 아이즈 번이 교토에 도착하지 않은 동안 조슈 번에서 풀어 놓은 존왕양이 타이틀을 내건 지사들이 테러를 자행하면서 교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에도 막부의 창시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렇게 경계하던 통제받지 않은 사무라이들이 날뛰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고메이 국왕과 에도 막부가 꿈꾸던 공무합체는 동상이몽이었다. 전자는 국왕이 다스리는 시스템을 원했고, 후자는 지금 이대로 막부 시절을 외치는 보수주의의 신봉자들이었다. 개항을 요구하는 열강의 압력에 막부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슈와 사쓰마의 양이지사들은 극렬한 저항에 나선다. 특히 조슈 번은 다른 번들은 몰라도 자신들만이라도 양이전쟁을 치르겠다는 기백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에 간몬 해협 양측에 포대를 설치하고, 서양 함선들의 자유로운 항행을 봉쇄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원명원 방화라는 실력을 보여 주었던 열강은 조슈 번에 화력시범으로 응징에 나섰다. 이웃 사쓰마도 나마무기 사건을 책임을 묻기 위해 영국에허 함대를 파견해서 번의 중심인 가고시마를 참교육시켰다. 영국 함대의 가고시마 포격으로 시내의 중요한 시설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교토에서는 사쓰마, 아이즈 그리고 왕실이 중심이 되어 조슈 번을 몰아낸 8·18 정변이 기획되고, 그에 맞선 조슈 번의 역습인 <금문의 변> 등이 잇달아 발생한다. 그야말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각 집단 간의 합종연횡이 무시로 이루어지는 격변의 시대에 대한 작가의 단상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교토의 정쟁에 참가한 조슈, 사쓰마, 도사, 아이즈를 비롯한 막부는 모두 존왕양이라는 그럴싸한 대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는 천하의 대권을 잡기 위한 명분일 따름이었다. 그들이 앞줄에 내세우고 싶어하던 고메이 국왕은 단지 바지사장일 뿐이었다. 국왕을 앞에 내세운다는 게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도움이 되는지 그들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슈 번사들은 무리를 해서 교토로 진격해서 국왕을 포로로 잡아 양이전쟁에 나서려고 했던 것이다. 막부에서는 병약한 이에모치를 대신해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던 마지막 쇼군 요시노부가 서남의 말썽꾸러기 조슈를 정벌하기 위한 원대한 구상을 꾸미고 있었다로 5권은 끝난다.

 

일본 막부말의 시대상은 작년에 만났던 센고쿠 시대의 그것만큼이나 격렬한 정치투쟁의 무대였다. 어느 누구도 상대를 압도할 만한 무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열되는 외세의 침략은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밑으로부터는 끓어오르는 250만 하급 사무라이와 고케닌의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가운데 피아가 구별되지 않는 연합과 배신이 이어지는 배신의 드라마 같은 역사에 굽시니스트 선생은 방점을 찍는다. 어쩌면 올해는 그 시대를 다룬 책들을 만나 봐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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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02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9권 신미양요 까지 나왔네요. 일본사 만만치 않게 복잡한데 저도 만화로 습득을 ㅋㅋㅋ

레삭매냐 2021-01-02 17:50   좋아요 1 | URL
중국-일본 그리고 한국을 넘나 들며
종횡무진 구사하는 19세기 스토리가
무지 헷갈리네요.

여긴 태평천국인가 아니면 막말 조슈
인가 그것도 아니면 삼정의 문란에
시달리는 조선 땅인가. 쿵야~!

일단 재미 면에서는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