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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소비 함정을 피해라! - 돈 워리 경제 만화 ㅣ 미세기 경제 만화
기메트 포르 지음, 아드리엔 바르망 그림, 이정주 옮김, 박원배 감수 / 미세기 / 2022년 1월
평점 :

<웃기는 동물 사전>으로 그림을 그린 아드리엔 바르망 작가를 알게 됐고, 또 그가 협업한 기메트 포르의 어린이 혹은 어른이들을 위한 소비지침서 <요리조리 소비의 함정을 피해라!>를 만나게 됐다. 솔직히 이 44쪽 짜리 간단한 그림책은 무한 소비를 반복하는 우리 어른이들에게 적합한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떼꼰대 시절로 돌아가 보면 내가 어렸을 적에는 항상 물자가 부족했다. 지금 같은 과소비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절약이 시대정신으로 통했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아껴야 잘산다라는 자신의 철칙을 바꾸지 않고 계신다. 그래서 결국 잘 살게 되었지만.
내가 우리 꼬맹이에게 물자 좀 아껴 쓰라고 하면, 녀석은 기겁을 한다. 부족한 거 없이 사는 삶에서 무엇을 아껴 쓰란 말인가. 그러니 나라도 아껴야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게 모두 라떼꼰대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싶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디스카운트 할아버지는 자신의 주변에 모여든 아이들에게 '레알' 라떼꼰대 시절 이야기를 들려 주시기 시작한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과잉생산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 버렸다. 자본가들은 무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잠시도 공장을 쉬면 안되게 되었다. 그들의 선택은 꼭 필요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소비자들을 창출해내는 이른바 '미션 임파서블'이 그들의 지상괴제가 되었다.
일반 대중의 무한대 소비를 위해 자본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친구들과 지인들이 모여서 하던 생일파티는 시대를 지나면서 점점 더 거창해졌다. 2030년대에는 우주로 가서 생파를 할 판이라고 한다. 햄버거 사이즈도 예전에는 지금의 와퍼 주니어 사이즈로도 충분했었는데 계속해서 뚱뚱해지고 있다. 극장에서 파는 콜라와 팝콘도 마찬가지다. 이미 극장 수입 가운데 티켓판매보다 팝콘 같은 주전부리 판매가 더 돈이 된다는 건 이제 진부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아, 어디서 보니 카라멜 팝콘에 카라멜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불평을 본 것 같다. 그러면서 가격은 매우 많이 올랐다고.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의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더 극장에 가지도, 극장에 가서 팝콘과 콜라를 소비하지도 않게 되어 버렸다.
그런 건 애교에 불과하다. 모바일 결제 시대에 돈 쓰기는 이제 페이앱들을 이용한 초단위 결제로 넘어가 버렸다. 한 마디로 말해서 돈쓰기와 쇼핑이 너무 쉬워져 버렸다는 것이다. 예전에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서는 카드번호를 넣고, 공인인증을 받고 어쩌구하는 복잡한 단계가 필요했다. 사실 나도 그러다 결제를 포기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니까 이게 과연 올바른 소비인가를 되뇌여 보고, 결제 과정에서 포기하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신용카드에 기반한 돈쓰기가 너무 간편해졌다. 처음에는 그게 문명의 이기로구나 싶었지만 기메트 포르 작가의 <요리조리 소비의 함정을 피해라!>를 읽어 보니 이 모든 게 다 소비자들의 필요 없는 소비, 과소비를 위한 빅픽처였다는 것이다. 나의 소비에 대한 과정과 절차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우리가 최대한 소비를 하게 만든다는 거다.
대형마트의 소비 진작을 위한 디스플레이도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장애물 중의 하나다. 간단하게 집어서 즐길 수 있는 스낵류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유혹하는 비싸지 않은 장난감들을 생각해 보라. 마트에서 꼬맹이와 사지 마라는 말로 그의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벌인 씨름의 시간이 얼마던가. 오늘은 무슨 일도 있어도 디즈니 캐릭터가 들어간 타미카를 사겠다는 꼬맹이의 결연한 자세를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보니 영화사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구나. 지난 40년 동안 루카스 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이용한 장난감 판매는 압권이었다. 나도 나름 열렬한 스타워즈 그리고 포스의 팬이지만, 아쉽게도 장난감을 사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IP 장사에서는 전세계 최강이라는 디즈니 역시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공주옷 하나로는 부족해서, 아예 영화에 두 명의 스타일이 다른 공주를 등장시켜 각각의 공주옷들을 팔아먹겠다는 그들의 마케팅 전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기메트 포르 작가가 <요리조리 소비의 함정을 피해라!>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한다. 불필요한 소비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지구별의 환경을 위해서도, 과소비의 포로가 된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하루 평균 두 시간 이상의 너튜브 시청을 하는 한국 소비자들(독서는 하루에 7분 정도!)이 과연 쿠키와 알고리즘에 포위된 상태에서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이걸 사고 저걸 사라는 소비 메시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좀 덜 소비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