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3 - 남북전쟁과 제국의 탄생 미국사 산책 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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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준만 선생의 책을 다 읽게 될 줄이야. 그것도 자그마치 미국사에 대해서! 물론 이 책을 읽게 된 연유는 다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덕분이다. 항상 그렇지 않은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든 독서란. 굽시니스트 작가가 소개한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너튜브를 참조했다. 그리고 나서 책을 찾아 보았는데, 개설서로 강준만 선생의 책이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에 <본격 한중일 세계사>에서 상당한 비준으로 다룬 태평천국에 대해서는 조너선 스펜스 교수의 <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이란 책이 있던데 가격과 분량에 있어 후덜덜이라 일단 보류 중이다.

 

미국은 건국된 지 채 1세기도 지나지 않아 남북의 첨예한 갈등으로 나라가 두 쪽이 났다. 결정적 차이는 역시나 남부 대농장에서 실시 중인 노예제도였다. 노동집약적 면화산업을 위해 남부에서는 다수의 일손이 필요했고, 그 결과 남북전쟁이 발발할 당시 남부 900만 인구 중에 350만 명이 흑인 노예일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남부와 달리 산업화가 진행된 북부는 인구도 배나 더 많고(2,200) 생산력도 월등했다. 북부의 극렬한 노예 폐지론자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강준만의 책을 통해 많이 배웠다. 특히 존 브라운의 활동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새로 연방에 가입하는 주들에 노예제를 허용하냐 마느냐에 대한 격론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남부에서는 북부의 노예폐지론을 자신들의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 들였던 모양이다. 자신들의 경제적 토대를 허무는 노예제 폐지에 절대 공감할 수 없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필두로 한 7개주는 186011월 공화당 출신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연방 탈퇴를 결의한다. 켄터키 주 호젠빌 출신의 링컨은 사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천재이자 박식했던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하나의 미국, 연방을 지키기 위해 남부의 분리주의자들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링컨은 남부 제주들이 연방에 존속하기만 한다면 노예제에 대해서는 눈감아 줄 의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연방 유지라는 대의 앞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버린 노예제 폐지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였다. 북부의 유화적인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1861412일 제퍼슨 데이비스를 수반으로 세운 남부연합군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연방 요새인 섬터 요새를 공격하는 것으로 5년 내전의 막이 올랐다.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링컨의 북군은 압도적인 병력과 북부의 생산력의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종결시킨다는 낙관론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번째 불런 전투에서 남군에게 대한 패배를 필두로 해서 로버트 리 장군이 이끄는 남군에서 동부전선의 포토맥군이 연패를 당하면서 전쟁을 장기전으로 접에 들게 됐다. 물량만 앞세운 북군에 대항해서, 자신들의 재산(노예!)과 영토 그리고 명예를 지킨다는 결의로 무장한 남군 부대의 사기는 북군의 그것을 능가했다. 게다가 기존 연방군의 주축을 이루던 남부 출신 고위 지휘관들이 연방군에서 물러나 남군에 가담하면서 전황의 추는 남북의 균형를 이루게 된다.

 

한편 내전 초기, 노예주였던 메릴랜드, 델라웨어, 켄터키, 미주리를 연방이 정치 군사적 압력으로 제압했던 것도 남부에게는 타격이었다. 동부전선에서 계속해서 밀리던 북군은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남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된다. 그리고 윌리엄 테컴세 셔먼이 지휘하는 테네시군이 아나콘다 작전으로 미시시피 강의 수운을 제압하고 동쪽으로 진격을 개시하면서 전황은 블루군(북군의 제복 색깔)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역시 전쟁의 게임의 체인저는 뭐니뭐니해도 186311일 링컨의 전격적인 노예해방령이었다. 이 선언으로 중립 상태에서 미국내전에 개입을 노리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북군은 노예제 존속을 위해 싸우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남부연합을 제압하면서 도덕적 차원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병력과 군수물자 생산 그리고 도덕적 명분까지 모두 북군에게 빼앗긴 남군에게 셔먼이 이끄는 북군이 남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애틀란타를 함락시키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도 등장하는 불타는 애틀란타 시가지의 모습이 예의 재현이라고 했던가. 전 시가지의 95%를 전소시킨 초토화작전으로 셔먼 부대는 남부의 전쟁 의지를 꺾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대서양의 서배너까지 진격하면서 남부를 휩쓸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남부 사람들이 셔먼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다고 하니 셔먼의 청야전술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1866년 조선 대동강에 상륙해서 사단을 일으킨 제너럴 셔먼 호가 바로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그렇게 5년을 끈 내전은 남부군의 항복으로 종식되었고, 애틀란타 공략으로 재선에 성공한 링컨은 독재자의 이미지를 벗고 연방의 영웅이자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암살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미국에서는 링컨에 대한 책과 학술 서적 그리고 숱한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다고 하니, 위인 반열에 오를 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건국 89년 만에 진정한 의미에서 통일을 이루게 된 연방국가 미국은 비로소 제국으로 팽창할 준비를 끝냈다. 동부의 7개 식민주에서 출발한 미국은 팽창주의를 숙명으로 가지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건국부터 독립전쟁으로 시작한 이 나라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서방으로 진출했다. 셔먼은 남북전쟁 뒤에는 인디언들을 몰아내는 인디언 전쟁을 수행했는데, 서부 개척은 철도 부설을 앞세운 투기 세력의 제국화의 과정이 다름이 아니었다. 철도 재벌 코넬리어스 밴더빌트와 자본가 대니얼 드루로 대변되는 산업자본가들이 전쟁 특수를 타고 자본주의 제국 건설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남북전쟁 전까지만 해도, 3류 산업국가였던 미국은 특유의 근면을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천박한 물질주의에 힘입어 영국과 프랑스 등 종래의 산업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산업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전신 전화 그리고 백열등 같은 첨단 신기술의 발명과 도입은 세계 패권국가 미국의 조연이었다. 대륙횡단 철도를 부설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간 것도 미국이 조성한 세계제국의 어두운 그늘이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전쟁영웅이었던 그랜트 행정부 아래서, 각종 특혜과 이권을 챙긴 기업가들은 건국의 선조들이 꿈꾸던 모두가 행복한 나라 미국이 아닌 소수의 그들만 행복한 나라로 변모시켰다. 숱한 탈법과 위법을 저지르면서도 처벌받지 않은 자본가들의 천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저자는 냉정하게 분석한다.

 

그렇게 미국사 산책을 하면서도, 강준만 선생은 조선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결국 미국사를 통해 연계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는 의미일까.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조선은, 미국과도 역시 조약을 맺게 된다. 그나마 세계열강 중에 낫다고 판단한 조선 조정은 미국과의 선린관계 유지에 힘을 쓰지만 미국의 주된 관심은 일본 개국이었고, 조선은 관심 밖이었다. 고종은 이이제이 전략으로 미국이 다른 열강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조선이 망할 때까지 미국은 딱히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미국사 산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많은 너튜브 컨텐츠들이 어쩌면 강준만 선생의 책을 참고로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유사한 정보들이 많더라. 유사상품을 보고 나면, 역시 오리지널이구나 싶다는 게 바로 이런 감정이려나



미국 의회 의사당 담벼락을 기어 오르는 트럼피들의 모습. 추락하는 미국식 의회 민주주의 민낯이 그대로 라이브로 전세계에 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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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1-01-07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언젠가는 강준만 교수와 산책을 하게 되더라구요^^
저도 한국 근대사산책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대단하세요~전 요즘 연작읽기가 안되네요ㅠ

레삭매냐 2021-01-07 10:54   좋아요 1 | URL
제가 어찌 17권짜리 연작에 도전
하겠습니까 그래.

굽시니스트 선생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읽다가 참고로 만났답니다.

연작은 넘사벽이라 잠시 미루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1-01-07 1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의적절한 독서에요!

레삭매냐 2021-01-07 11:14   좋아요 2 | URL
열혈 트럼피들의 미의사당
난입 사건은 정말 쵝오!~였습니다.

외신에서는 rioter 라고 표현하네요.

미국식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만방
에 생중계로 알린 쾌거가 아닐 수
없네요. 세상에나...

2021-01-07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07 14:22   좋아요 2 | URL
아주 다양한 연구 자료까지 섭렵하셔서
미국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우리의 그것
에 접목하시려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
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7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미국사 산책>이 분량 많은 시리즈물로 알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빠른 시일 내에 완독하신 레삭매냐님이라면 금방 읽으실 것 같네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레삭매냐 2021-01-07 14:23   좋아요 2 | URL
으아 총 17권로 완결되었더라구요 ~

제가 완독에 도전하는 것으 아니고요,
달랑 3권만 읽는 것으로 일단은.

주변의 압박으로 도전해야 하나요 ㅋㅋ

페크pek0501 2021-01-08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선생의 책을 저도 몇 권 가지고 있지요. 글이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죠. 재미도 있고요.
이 책은 17권까지 있더군요. 맞나요?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저술이라니 감탄스럽네요. 지금 이 시간에도 강 선생은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것만 같아요.
미국사 산책, 제목이 좋네요.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세계가 다 얽혀 있어서 세계사를 공부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레삭매냐 2021-01-09 08:10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언제고 17권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너무 많으니...

붕붕툐툐 2021-01-13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미국사 산책 13권까지 읽었다고 자랑질하고 가야지~하며 신났는데... 내용이 몇 개밖에 생각이 안 나서 자랑 못하겠당..ㅠㅠ

레삭매냐 2021-01-13 17:00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저는 꼴랑 한 권
읽었는 걸요 ㅋㅋㅋ

네 권 더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