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의 오른발 모두를 위한 그림책 22
데이브 에거스 지음, 숀 해리스 그림, 황연재 옮김 / 책빛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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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됐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어떤 인스타 피드에서 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책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오늘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왔다. 이 책은 아동도서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어린이 자료실에서 빌려야 했다. 어른이는 대출이 안되나 싶었지만, 프리패스라 다행이었다. 다와다 요코의 <헌등사>와 무레 요코의 <버리지 못한 사람들>도 같이 빌렸다.

 

미국 뉴욕의 상징인 된 <자유의 여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미국 출신 작가 데이브 에거스가 들려준다. 누가 봐도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훨씬 더 심오하게 다가온다.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의 정치가 에두아르 드 라불레는 거대한 조각상을 만들어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바르톨디라는 조각가에게 이를 의뢰했다. 그리고 보니 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는 미국 편에 서서 압제자 영국과 싸우지 않았던가.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차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이 노르망디에서 프랑스를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를 흘려가며 싸웠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프랑스는 혈맹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이미 1884년 한 해 동안 프랑스에 세워졌었다는 것은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885년에 214개의 상자로 분해가 되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해서 무려 17개월에 걸쳐 조립되었다. 그리고 1886년 완성된 자유의 여신상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자유의 여신상은 Land of Free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처음에 구리로 만들어진 자유의 여신상은 갈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20년대부터 갈색 구리가 산화되어 지금의 녹청색으로 변했다고.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책에는 미국이 독립한 177674일이 라틴어 명문으로 새겨져 있고, 그녀가 들고 있는 횃불은 자유와 해방의 길을 밝히는 희망의 빛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를 데이브 에거스 작가는 지적한다. 자유의 여신상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른발을 자세히 보면 걷고 있다고 한다. 높이 46미터 그리고 몸무게 225톤의 자유의 여신상이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게 상상이 되는가 말이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그들이 들어오는 뉴욕 항구에서 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인물이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데이브 에거스는 자유의 땅을 찾아 오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이 걷고 있다는 해석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미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은 저물고, 자국 경제를 보호하겠다고 지난 70년간 주창해 왔던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관세장벽을 세워 자국 산업을 지키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더 이상의 이민을 막고,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는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가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들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공고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그들은 국가 지도자의 상식을 믿고 지도자가 해서는 안되는 일들에 대한 세부 사항에 대한 규제나 규정들을 정하지 않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식적인 지도자가 등장했을 때, 미국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금 미국이 처한 현실이다.

 

8년 전에 데이브 에거스가 이 책을 쓸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과연 데이브 에거스는 어떤 진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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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02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면서 전 세계에 막대한 돈을 퍼 붓다시피 하면서 적자가 누적되니 이제 더 이상 맘씨 좋은 엉클 샘 노릇을 포기한 것이 제일 큰 이유죠.사실 제 2차 세계 대전이후 초 강대국이 역사적으로 타국들(주로 서방세계외 제 3세게 국가들)을 70년 이상 도왕준 모습이 오히려 의와라고 할 정도지요.지금 트럼프가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햍태들이 실제 역사상 강대국이 행했던 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레삭매냐 2025-11-02 09:16   좋아요 0 | URL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한 때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시절에는 가
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다극
화 시대에는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이 다
한 것 같습니다. 능력도 안되구요.

미국이 자랑하던 소프트파워가 사라지
고 이젠 힘으로 우격다짐하는 그런 나
라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아 걱정
입니다.

호시우행 2025-11-03 0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시의적절한 시기에 어울리는 도서 같네요. 현 트럼프 대통령 도한 독일 이민자 가정 출신입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히틀러 흉내를 내고 있어요.ㅠㅠ 미국의 멸망을 점치는 이유는 이런 인물들이 나라를 이끌 수 있다는 점 때문 아닐까요? 지도자 한 사람이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일은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페크pek0501 2025-11-09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이 겉보긴엔 자유분방한 국가 같지만 알고 보면 꽤 보수적인 국가더라고요.
대학에까지 독재 정치를 하는 트럼프의 등장 이후 더 보수적인 국가가 될 것 같아 아쉽습니다.^^

레삭매냐 2025-11-12 14:36   좋아요 0 | URL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대학 보조금을 끊는 방식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대안 없이 좌충우돌식 정책
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네요.

sunhee1295 2025-11-10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간이 흐르며 상황이 변하고 그 변화에 따른 자구책이지요. 우선 내 가정, 내 이웃, 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지도자에게 있는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가 안전과 안정을 되찾고 주변을 돌보는 게 맞는 정책이라 생각하는데... 같이 침수할 수 없으니까요. 체면이나 위신을 생각해서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해결하자니 부작용이 있고 조금 참고 협조하면 다시 주변을 챙길수 있게되는 그날이 올것이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