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올해도 내일 하루만 남았구나.
오늘도 어김없이 책쟁이는 책을 사들였다.
우리 회사는 지난 수요일, 종무식을 하고 공식적 휴가에 돌입했다.
회식날 실컷 먹은 문어 숙회다.
타이틀은 잘 모르겠지만, 새우 튀김과 오징어 감튀 한 컷.
어제 오늘 나름 집안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도통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필요 없는 것들은 죄다 내다 버려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그중에 가장 큰 적이 바로 책이다. 할 말이 없다.
나의 퍼스트픽은 가나계 캐나다인 에시 에디잔의 <워싱턴 블랙>이었다.
출간 예정이라던 출판사의 인스타픽은 순 뻥이었다. 해를 넘기고서야 책이 나왔다.
그리고 나도 잊어 버렸던 모양이다. 어느새 중고로 풀렸고, 냉큼 업어왔다.
참 요 며칠 램프의 요정에서는 중고매장 할인을 시작했다. 책을 많이 사면 책값을 깎아 준다니, 외면할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이지 않은가. 어제 가려고 종이쪽지에 살 책들을 적어 두었는데 오늘 급하게 점심 먹으러 나가는 바람에 집에 두고갔다. 내가 하는 일들이 그렇지 뭐. 그래도 기억을 살려서 구매에 대성공했다. 네 권 가운데 한 권은 공짜로 산 셈이다. 하긴 적립금으로 모두 결제해서 내 돈은 한 푼도 안들긴 했지만. 이렇게 위로를 하며 책을 또 나는 사들인다.
어제 자기 전에 조금 읽어 보았는데...
세상에나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농장에서 벌어지는 노예들에 대한 잔혹한 학대에 대한 묘사는 지금까지 만나 보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 정도의 잔학한 행위를 했다고. 충격으로 읽기를 잠시 중단할 정도였다.
소설의 내용이 밤에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였다고. 하 -
공사 현장에서 아이폰으로 쓴 40여편의 짧은 소설이라는 강렬한 선전에 넘어가서 산 책이다. 아마 도서관에 이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면 사지 않았을 지도. 비슷한 궤적의 작가 김동식의 짧은 소설들이 연상됐다.
문득 궁금해져서 40편의 소설 가운데 표제작 포함 네 편을 읽어봤다. 매의 눈으로 잡아낸 오탈자 하나에 빈정이 상했다. 나란 인간이란 참. 그전에 표지에 적힌 “누구라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선언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말이지. 한국의 독자들을 ‘새로운 친구 여러분’이라고, 우리 덕분에 자신이 조다리 부근에 살던 자신이 캘리에서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는 말도 좋았는데. 짧은 글에 대한 소감은 사람 참 싱겁네. 그런데 싱겁고 슴슴한 맛이 자꾸 떠오르게 생겼네. 아, ‘더블 버드’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숨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스페인 내전과 칠레의 선거 혁명 주제를 다룬 책은 사야지. 이사벨 아옌데의 <바다의 긴 꽃잎>은 그전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빌렸다가 초반에 조금 깔짝대다가 반납했던 기억이다.
책을 휘리릭 넘겨 보는데 전혀 누구의 손을 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새책으로 헌책 시장에 나오다니... 새책을 좋은 가격에 데려와서 기분이 좋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로 <폴과 베르지니>를 알게 되었는데, 정작 책은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다. 그 좋은 추억으로 최근 아를트의 책을 읽었는데, 좀 아니었다. 책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다 팔아야겠다. 신속하게 말이지.
미국에서 아마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소개가 있던데... 격이 가물가물하다. 아니면 말구. 찾아 보기도 귀찮구나 그래.
자목련님이 나의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 주셨는데...
그동안 한 세 번하고 나서 버벅대다가... 항상 출발은 좋았다.
오늘 네 권을 덜어냈다.
집 근처에 있는 휴게공간 겸 서가에 가서 책 네 권을 살포시 꽂아 두고 나왔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아예 운영을 하지 않다가 다시 개시를 했는데... 뭔 요상한 비즈니스 공간과 겹쳐 있어서 출입하기가 좀 그렇더라. 예전이 더 좋더라는 말이다.
지난달에 인천집에서 데려온 앤소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을 가져가서 읽기 시작했다.
1982년에 나온 책을 그동안 밝혀진 자료들을 얹어서 새롭게 펴낸 책이라고 한다.
750쪽으로 가히 벽돌책이라 부를 만하다.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교보문고 바로드림이 찍혀 있는 것으로 교보에서 산 건 알겠다. 교보는 알라딘과 달리 기존 구매 내역을 화끈하게 공개하지 않아서 좀 아쉽다. 언제 산 건지 모르니 말이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막 시작해도 되는지... 결국 내년에 읽어야 할 책들이다 모두.
지난 화요일날 북플 매니아 선정으로 받은 스누피 책상달력이다.
다이어리는 감자탕하는 친구 녀석에게 택배로 바로 보냈다. 회사에 남는 다이어리가 있으면 보내 달라고 징징 거리는데, 사실 회사에 남는 다이어리는 없다. 그러고 보니 그전에는 머그도 하나씩 담아 보내주었던 것 같은데... 갈수록 뭔가 하나씩 빠지니 좀 아쉽긴 하다. 달격/다이어리 대신 만이천원 상당의 책 한 권 픽이 낫지 않을까. 아마 그놈의 도서정가제 때문에 안되겠지. 아니 뭐라도 이렇게 보내 주셔서 고저 감사합니다.
마지막 컷은 지난주에 정리한 베란다에 자리잡은 나의 소박한 화분들이다.
추위에 비실거리던 내 사랑 해바라기들은 장렬하게 얼어 죽고 말았다. 과감하게 덜어내고 채로 흙을 쳐서 토실토실한 화분들을 다시 만들고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 지금 심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올해에는 해바라기 씨를 받지 못해 좀 아쉽다. 새해에는 받도록 노력해야지.
한 화분 안에서 아우성치던 스투키를 나누었더니만 다섯 개가 되는 마법이 발생했다.
꼬맹이가 심은 모기 쫓는 풀이라는 녀석은 2년째 건재하다. 놀랍다.
지난 10월에 여주 친구네 집에 갔다가 들판에서 받아와 심은 채송화는 잘 자라고 있다.
튤립 구근을 지금 심어야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하던데, 구근을 사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다.
올 한 해도 북플에서 잘 놀았다. 함께 해준 램프의 요정 동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