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또 언제.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회사에서 만원 이상 돈을 쓰면 만원 청구할인해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당연 나의 픽은 책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책을 살까 하고 책이 수북하게 담긴 장바구니를 뒤적인다.
그러다 오래 전에 나와서 사서 읽다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생각이 났다. 바로 이거지.
마침 근처에 케이문고가 있었지. 바로드림으로 해서 이런저런 쿠폰들을 쟁여서 단돈 천얼마에 데려왔다. 이것이야말로 책쟁이의 행복이 아닐까나.
그전에 읽던 책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많은 이웃님들이 말해 준대로 정말 재밌구나 그래. 근데 왜 처음에 다 읽지 않았을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역사상 최고의 평전 작가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백수십년 전의 일들을 마치 옆자리에서 보고 쓴 것처럼 그렇게 생생한 중계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과연 츠바이크로구나.
수백 년 동안 유럽의 각지에서 앙칼지게 싸워온 맞수이자 숙적 부르봉 가문과 합스부르크 가문이 혼인으로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롭게 등장한 호적수들인 섬나라 영국과 프로이센 그리고 러시아를 견제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의 루이 16세가 될 프랑스의 왕세자의 색시로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식 15세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픽업됐다.
합스부르크 궁정에서 자라나긴 했지만, 엄숙하고 복잡한 의식 타령을 하는 프랑스 궁정에 맞지 않는 재기발랄함을 과시하는 왕세자빈의 등장. 츠바이크는 이미 혼인예식에서부터 불길한 징조들이 세 가지나 보였다고 보고한다.
정말 시기적절한 때에 맞춤 독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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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우리 시민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쏘주 가격이 궁금하길래 한 번 가격표를 유심히 봤다. 1,420원이더라.
그런데 주점에서 사먹는 쏘주는 가뿐하게 오천원이 되어 버렸다. 서민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말이지. 그러니까 최소한 세 배 이상이란 말이지.
물론 업소용과 일반 소매용의 가격이 다르다고 식당하던 친구가 말해 주더라.
출고가 오른다고 하면서 술집에서 먹는 쏘주의 가격은 천원씩 올리더니, 물가폭등에 놀란 정부가 출고가를 낮추라고 해서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술집의 주인장들은 입 싹 닫고 여전히 오천원 가격을 고수한다.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메뉴판을 바꾸고 그러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나 뭐라나. 아니 가격 올리던 시절에는 종이로라도 써 붙이고, 안되면 매직으로 거침없이 오른 가격을 왕희지 글쓰듯 휘갈기던 양반들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명절 전에 시간 내서 삼겹살에 쏘주 한 잔 마셔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