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노부나가 1 - 아버지와 아들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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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오다 노부나가다. 장장 32권에 걸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고 났더니 7권 짜리 오다 노부나가는 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이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참 읽을 적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사서분께서 이 책부터 먼저 읽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고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 싶다. 감사합니다, 사서선생님.

 

일단 1권은 구입했고,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빌려 놓았다. 이번 추석 명절을 끼고 <오다 노부나가>를 읽을 그런 계획이다. 일단 이야기는 나고야 성의 성주 오다 사부로 킷포시 노부나가가 15세에 관례를 올리고 장가까지 든 덴분 17(1548)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오와리의 멍청이라는 별명으로 난폭한 행동을 일삼은 킷포시 노부나가를 어느 나그네 무사가 찾는다. 이 나그네 무사는 그를 정략결혼의 대상으로 삼은 미노의 영주이자 살무사라는 별명을 가진 사이토 도산이 파견한 정보원이다. 참외를 도둑질해서 먹고, 벌거벗다시피 한 여자들의 씨름을 독려하는 킷포시의 모습에 나그네 무사는 혀를 찬다. 관례라는 성년식을 치른 킷포시는 이미 폭군 스타일의 아버지 노부히데도 어쩔 수가 없는 그런 망나니 같은 사나이다. 게다가 그는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아버지 노부히데가 킷포시에게 붙여준 노신 히라테 마사히데도 이 철부지 도련님을 다루지 못한다. 킷포시는 특히 승마와 수영도 잘했는데, 자신이 미카와의 고아라고 부르는 마츠다이라 타케치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오와리의 인질로 잡혀와 있는 타케치요를 데리고 엄청난 거리를 같이 말을 타고 달리기도 한다. 거물은 자신과 비슷한 거물을 미리 알아 본다고, 평생의 동지이자 미래의 사돈이기도 한 타케치요에게 보이는 애정이 눈길을 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다른 방식의 편집 때문인지 <오다 노부나가>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짧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다. 전자가 좀 더 긴 방식이라면, 후자는 탁탁 치고 나가는 그런 느낌. 뭐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더 좋기는 하지만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전직 승려이자 기름장수 출신으로 미노의 살무사라는 별명으로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사이토 도산은 애지중지하는 막내딸 노히메를 오와리로 시집 보낸다. 모두가 알다시피 난세에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정략결혼의 일환이었다. 도산은 노히메에게 신랑감인 킷포시가 정말 멍청이라면 가차 없이 칼로 찌르라는 엄명을 내린다. 하지만, 노히메가 누구인가. 센고쿠 시대를 주름잡은 재기 넘치는 여걸 중에 원탑이 아니었던가. 아버지가 내린 칼날이 방향이 어쩌면 친정 아버지에게로 향할 수도 있다며 되받아친다.

 

센고쿠의 영걸 킷포시의 아내답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킷포시의 기행을 노히메는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우선 미카와 출신 고아인 타케치요를 애정하는 것을 보고는, 아버지 노부히데가 자그마치 25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두는 바람에 친족이 아닌 라이벌 같은 동생들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했던 킷포시의 행동이라고 냉정하게 분석한다. 정월부터 마에다 이누치요(토시이에)를 위시한 8명의 코쇼들을 데리고 키요스 성 주변에 방화를 저지르고 다닌 망동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노히메를 멀리하던 킷포시는 마침내 그녀를 자신의 진짜 아내로 받아들인다.

 

센고쿠 시대의 종결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킷포시 노부나가는 이미 십대 시절부터 일체의 구습을 경멸하고, 새로운 질서 창조에 골몰했다. 난세에 어울리지 않게도, 아버지의 중신들은 다이묘의 후계자다운 복식을 고집했고 예의범절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오다 가문을 떠받치는 신하들에게 난폭한 언행을 일삼는 킷포시는 후계자감이 아니었다. 사실 어떤 점에서 센고쿠 시대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 혹은 성주는 자신의 가문 뿐 아니라 그 가문에 딸린 가신들의 호구도 책임져야 했다. 자신의 영지를 침범한 침략자들을 상대로 격렬하게 싸우다가 패색이 짙어지면 할복을 하는 것도 패자는 난세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살벌한 현실 때문이었다. 그러니 훗날 오와리의 멍청이 혹은 깽깽 말이라는 비하를 듣는 킷포시 대신 같은 어머니 아래 태어난 준수한 노부유키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주군이었다고나 할까.

 

킷포시의 나와버리인 오와리는 서쪽에서는 미노의 살무사로 알려진 장인 사이토 도산이 그리고 동쪽에서는 미카와-토토우미 그리고 스루가 일대를 장악하고 상경전을 준비 중인 이마가와 가문의 요시토모가 호시탐탐 침공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아버지 노부히데가 42세에 뇌졸중으로 급서하면서 얼결에 오와리의 태수 자리를 물려받은 킷포시는 이제 드디어 자신의 실력을 천하에 내보일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사부로 언제나 자신을 지지하던 노신 히라테 마사히데가 할복으로 자신의 주군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다. 그나마 오와리에서 자신의 방패막이었던 히라테 노인이 죽으면서 킷포시는 점점 더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었다. 그때쯤 미노의 살무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신의 달인답게 사위에게도 미노의 살무사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자기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놈이라면 계책을 발동해서, 사위와의 첫 대면 자리에서 간단하게 죽여 버리겠다는 미노의 살무사 특유의 전술을 구사한다.

 

아버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전략의 귀재 노히메는 절대 킷포시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면 안된다고 만류하지만, 킷포시가 누구인가. 하지 말라는 일은 죽어라고 하고, 하라는 일은 기가볍게 무시하는 그런 사나이가 아니었던가. 이미 아버지의 장례식날 정중한 분향 대신 향을 집어 아버지의 위패에 뿌리는 기행으로 중신들을 놀래키지 않았던가. 동시에 자신에 반대하는 친 노부유키 인사들의 자중지란을 유도하기도 했다.

 

카즈사노스케 노부나가는 장인 도산을 능가하는 술책으로 당시 한 자루도 구하기 힘들다는 총포를 자그마치 300자루나 장만하고 장창부대를 동원해서 미노의 살무사를 압도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 모든 것이 사분오열된 오다 가문의 단결을 위한 카즈사노스케의 포석이었다. 다음은 모리야마 성의 성주이자 자신의 숙부인 오다 노부미츠였다. 그를 설득해서 성에서 물러나게 만든 카즈사노스케의 다음 목표는 키요스 성에서 자신에게 공공연하게 반기를 들고 있는 히코고로 노부모토였다. 과연 카즈사노스케는 어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히코고로를 키요스 성에서 몰아낼 것인지 2권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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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8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권짜리가 껌이라니요? 전 3권짜리 장편소설을 살까 말까 하고 있는데요...
저도 님 덕분에 용기를 내는 걸로... 껌이다, 그러면서...ㅋ

일본은 할복이 많아요. 실제로 할복한 작가들이 있지요.

레삭매냐 2020-09-28 16:23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다 사서 읽지는 않고
시작만 ㅋㅋㅋ
나머지는 죄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답니다.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가 그랬
다고 하는 걸 들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