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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 1 - 거문고의 비밀 ㅣ 길 없는 길 (여백) 1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많은 책을 집필한 최인호 작가 본인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이 길없는 길이라 한다. 나또한 최인호 작가의 그 많은 책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이 이 길없는 길이다. 상도나 여러 작품들도 많지만 이 길없는 길이 유독 내 마음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년전에 읽었던 이 길 책을 또 양장본으로 또 구입하고야 말았다. 내가 같은 책을 또 구입한 것은 몇권되지 않는데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7먹7장]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등등은 헌책으로 다시 구입하였지만 새책으로 이렇게 구입한 것은 여간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애착이 가고 많이 배움을 느꼈다는 게다. 특이한 소설이다. 불명 경허라는 화두의 스님으로 시작된 소설이지만 내가 정작 재미와 감동,그리고 작가의 뛰어난 작품성을 느낀 점은 어머니와 아들, 두 인물의 말과 행동, 표현방식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거다.
강빈이라는 대학교수의 아들과 기생이면서 16세에 의친왕의 성은을 입어 청계상에서 치마에 취한영웅의 눈에는 세상이 없다 라는 화두로 평생을 살아간 어머니.. 아들과 어머니가 오가는 대화에서 이 소설을 만든 최인호 작가의 천재성을 배우게 되었다. 내가 소설의 백미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 장면인데 가령
몇년만에 찾아온 아들에게 텃밭에서 오줌을 누다가
"호호백발의 할머니라도 이빨 하나 빠진 데 없이 모두 다 성하구, 아직도 안경 없이 신문을 존단ㅁ다. 다달이 생리도 거르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에 아이 새끼 한 놈쯤은 뽑아낼 수도 있다. 가슴은 아지고 탱탱하구, 머리야 하얗게 세었지만 사타구니의 털은 새카맣구 울창하지. 나야말로 묻겠다. 너는 어찌 되었느냐. 올해로 서른이 훨씬 넘었겠는데 장가라도 갔었느냐."
어떻게 이런 표현방식을 구사 할 수 있는 지 작가의 그 대담함과 창의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어느 소설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겠는가?
" 망할 새끼, 죽지는 않았구나. 죽을 때면 불알이 쪼그라들고 비비고 주물러 터뜨려도 꿈쩍 없는 법이라는데. 그래서 옛말에 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하면 되었다. 염병을 할 새씨야. 니눔이 나가버리든,가출을 하건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죽지 만은 말아라. 죽어서는 안될 몸이니까. 니가 죽을까봐 불알 좀 만져보았는데 빳빳해지는 걸 보니 이제 죽지 않고 살아나겠다."
어쩌면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이런 참된 경지의 글을 언제 나는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것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길 없는 길을 정말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