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내가 사부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분인가 생각해본다.
과연 나의 사부님은 누구인가?
내 인생에서 그 사부의 가르침과 정신적 역량은 얼마 만큼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이라고 말한다면...
먼저 떠오르시는 분은 내 아버지다.
특별한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주신 분이 아니다
유산을 남겨 주신 분도 아니다. (오히려 빚을 남겨 주셨다.)
무슨 경건한 생활과 인생철학,많은 것을 성취하신 분은 더 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아버지를 사부님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아버지는 평생을 술로 사셨던 분이다.
왜 그렇게 술을 평생 드셨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왜 그렇게 술에 원수를 지신 분처럼 평생 술을 드셨는지 모르겠다.
외딴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 곳에서 내가 본 것은 거의가 술에 취하신 모습이었다.
집을 짓고 돌,자갈을 나르고 밭과 논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계셨다.
일은 어머니와 우리 형제들이 했다.
아버지는 오로지 술을 드셨다.
그렇게 술에 취하셨으면 주무셔야 하는 데 전혀 주무시지 않으셨다.
그 때 여름이면 아버지를 피해서 항상 밖에 있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가 주무시기를 기다렸다.
어린 날, 아버지와 많은 곳을 다녔다.
나와 내 동생을 꼭 데리고 다니셨다.
잔치집이며 마을 입구에서 건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꼭 술과 친구를 하셨다.
그리고 술에 취해서 아무 데고 주무시고는 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버지 얼굴에서 앵앵거리는 파리나 모기를 쫒는 일이었다.
술 때문에 많은 곤혹과 병원신세를 지셨다.
밤이나 새벽이면 술이 취하셔서 멀리서 부르곤 했다.
술을 구하러 밤에 멀리도 갔었다.
가족과 가정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버지처럼 살고 싫다는 생각도 해본 적은 없었다.
단 하나, 나는 이 다음에 커서 가족에게 잘해야겠다.
아내에게 잘하고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해야겠다.
그런 다짐을 했었고 그 약속은 지금 지켜졌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사부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