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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마을 어린이 리포트 - 14개 나라 친구들이 들려주는 세계 이야기
김현숙 글, 이루다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지구에 있는 많은 나라 중에 이름을 알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기계적으로 나라 이름과 수도를 외워서 아는 것 말고 진짜 그 나라에 사는 사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알게 된 나라 말이다. 우리집 식탁에는 세계지도가 깔려 있어서 수시로 들여다보지만 대부분은 가고 싶은 나라만 찾아봤을 뿐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들여다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처음에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책을 펼쳤지만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 단순히 세계에는 이런 나라들이 있다고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지구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나라들이 있으며 그대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은근히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성차별처럼 보이고 구속처럼 보이는 이란의 차도르의 경우 그곳의 여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들의 문화로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때로는 전통이라는 이름의 악습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어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리포트'라는 제목답게 각 나라 어린이의 생활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바로 학교생활이다. 어떤 나라는 유목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나라는 아이들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즉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는 아직도 진짜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이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나라로 여행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 어느 순간 아직도 도와줘야 할 어린이가 많이 있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막과 북극처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의 생활도 이야기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든다.
만약 선진국 어린이들의 모습만 보여줬더라면 보호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어린이들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저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활방식이 다르고 처지가 다른 다양한 어린이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씌어진 책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보다 나은 나라들의 삶을 무조건 동경하며 보는 책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느끼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