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言えないコトバ, 2012

  저자 - 마스다 미리

 

 

 

 

  하기 힘든 말이라는 제목에 이런저런 상상을 해봤다. 언제나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까 추측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 예상과 책의 내용이 맞으면 맞는 즐거움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름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예상과 좀 달랐다.

 

  내가 생각한 하기 힘든 말은 마음에 묻어두었던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그 특유의 감성과 표현법으로 어떻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놓을지 기대도 되었다. 그런데 음, 책은 내 예상과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 하지만 하기 힘든 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회가 변화하면서 예전에는 잘 썼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들, 세대 차이가 느껴질 법한 말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표현으로 대체된 말들에 대해 저자는 얘기하고 있었다. 어감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면 예전에는 다방이나 찻집이었지만 지금은 카페라고 한다. 다방이라고 하면 완전 아저씨 느낌이고, 카페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밝고 세련된 느낌이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그런 말들에 대해 느낀 것들을 그리고 있었다. 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시대에 뒤쳐진 것은 아닌지, 한 번 시험 삼아 사용하려 했지만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해서 결국 못하고 말았다는 경험담이 짧은 글과 만화로 펼쳐져있다.

 

  크게 활짝 웃는 부분은 없지만 소소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은 있었다. 그게 이 작가의 특징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사람, 너무 소심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너무 의식한 나머지, 하고 싶은 말이나 쓰고 싶은 표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 이 말을 해도 될까 안 될까 생각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새로운 표현을 알았다고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런 신조어를 써도 되는지 고민한다. 왜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지,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나름 유명인이기 때문일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후폭풍이 올지 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저자 너무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 보인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 정도까지면…….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도 소심하고 내향적이라 사람들과 어울릴 때 이런저런 고민을 좀 하지만, 이 책의 저자만큼은 아니었다.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이 있다니. 어쩐지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단어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깊은 성찰을 하는 모습은, 마음에 들었다. 아무 단어나 함부로 쓰지 않고 어원이라든지 바른 사용법을 정확히 알아 쓰려는 것이니까. 유행한다고 제대로 의미도 모르면서 남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태도로 단어를 익혀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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