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홈페이지에서 ‘지면 보기’를 클릭하여 지면을 ‘화면 캡처’함.)



오래전이었다.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을 응모하여 일곱 번이나 낙선한 뒤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는 다음 해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위해 7년이나 습작 기간을 가졌으리라. 그런 긴 세월을 보냈기에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실패할 때 배울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낙선할 적마다 자기의 소설 작품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궁리함으로써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여러 번 가졌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그가 일곱 번 낙선한 건 좋은 경험이라 볼 수 있다.



나 역시 글을 쓰느라 노트북을 끼고 살았으나 오랜 기간 동안 성과가 없었다. 내게 '글쓰기'는 불러도 대답 없는 연인 같아 때로 맥이 풀렸고 때로 소질 없음을 탄식했다. 글쓰기를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구점에 가서 공책 한 권을 사고 나면 언짢은 기분이 풀리곤 했다. 매일 글을 써서 그 공책을 글로 가득 메우고 나면 나의 글쓰기 역량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새 희망의 길을 열어 주어서다.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던 장면을 다시 보는 것도 새 희망을 갖게 했다. 높은 곳에 오른 다이빙 선수가 공중에서 세 번 회전한 후 멋지게 입수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 하고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그 다이빙 선수도 수없이 실패하면서 꾸준히 연습하여 공중회전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자, 나도 꾸준히 습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엔 밑바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겠다. 언젠가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하게 되었다. 수영을 그만하고 싶을 땐 내 발이 밑바닥에 닿지 않아 당황했다. 물속에서 발버둥을 쳤으나 내 몸이 올라가지 않고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발이 수영장 밑바닥에 닿았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몇 번의 시도 끝에 밑바닥을 발로 차고 헤엄쳐서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기에 물속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이 일로 '밑바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건강을 염두에 두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몇 년 전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로선 도전이었는데 활력을 얻고 싶어 용기를 냈던 것. 처음 발레를 시작할 때 밑바닥에서부터 배우는 게 좋았다. 왜냐하면 발레를 배우면서 나의 발레 실력이 수영장 밑바닥처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고 오로지 한 단계씩 올라가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배울 예정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발레 실력이 향상될 터였다. 발레만 그렇겠는가. 글쓰기를 비롯해 악기 연주, 그림, 외국어, 요리 등 뭐든 꾸준히 배우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력이 향상되지 않겠는가.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은 그 자체로 값지다. 최소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운때가 맞아야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운이 들어오는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운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뿐이다. 노력하다 보면 자신의 실력과 운때가 서로 만나서 결실을 거두는 날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사는 자에게는 운때가 소용없다.



2023년이 되었다. 새해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많겠다. 요즘 글쓰기 강좌가 인기 강좌로 떠오른 것을 보면 글쓰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이들이 전념을 다했지만 성과가 없다고 쉽게 단념하지 않기를 바란다. 목표를 이루려면 으레 실패라는 정거장을 거쳐야만 한다고 여기길 바란다. 실패했다는 것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하여 분투했다는 것이고, 분투했으니 이전보다 높은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한 횟수가 늘었다는 것은 자기의 글쓰기 역량이 그만큼 신장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믿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과정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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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11201000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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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내가 요즘 생각한 것)

글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필자의 사고력과 통찰력을 보여 준다. 

바꾸어 말하면 글은 필자의 사고력과 통찰력의 한계를 보여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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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13 1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말씀처럼 제 글은 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여전히 제 사고력이 커졌다기에는 읽은 양은 턱없이 부족하고 쓴 글의 양도 많이 모자랍니다. 매일 공책을 채워나가신 성실함 멋지세요! 링크 오늘도 하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23-01-14 12:10   좋아요 1 | URL
글이란 게 어쩌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 속살을 보이는 일 같아요. 저 역시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용기를 내 보는 거죠.
많이 읽고 많이 쓰기가 답인데 저 역시 많이 읽지 못하고 많이 쓰지 못합니다. 세상살이가 책상 앞에서만 있게 놔 두질 않아요. 살면서 왜 그리 할 일이 많은지...ㅋㅋ 운동하고 돌아와 씻고 머리 말리는 일만이라도 생략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건강을 위해 안 할 수 없고...ㅋㅋ 클릭, 감사합니다.^^

서곡 2023-01-13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문구점에 가서 공책 한 권을 사고 나면 언짢은 기분이 풀리곤 했다.˝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입니다. 수영장 밑바닥 이야기도 좋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01-14 12:11   좋아요 1 | URL
보니까 메운 공책이 네 다섯 권은 되더군요. 제가 한 가지에 꽂히면 정신이 없거든요. ㅋㅋ
서곡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님의 서재에 들르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3-01-13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과가 없다고 생각해도, 계속 전환하면서 맞는 것을 찾다보면 이전의 일들이 과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해요.
경험은 앞의 일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하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1-14 12:13   좋아요 2 | URL
과정을 즐기는 게 관건인 듯해요. 누구나 잘하고 싶겠지만 언제가 결과는 미미해요. 과정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어요. 오늘 비가 와서 공기가 깨끗하네요. 해서 밖에 나가 7천보 걸을 예정이에요. 만보 이상을 걸었더니 피로하더군요. 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

바람돌이 2023-01-13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를 여는 좋은 글이네요. 마지막 말씀까지요. ^^

페크pek0501 2023-01-14 12:14   좋아요 1 | URL
새해라서 관련된 제목으로 써 봤어요. 마지막 문단의 말은 제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희선 2023-01-14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든 꾸준히 하면 조금은 늘겠지요 그런 시간을 잘 견디면 뭔가 할지도 모르죠 자기한테 모자란 게 뭔가 하는 걸 알고 그걸 하는 사람도 있군요 그런 사람은 앞으로 잘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하는... 그래서 별로 안 느는가 봅니다 성과가 없어도 그냥 합니다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1-14 12:16   좋아요 1 | URL
꾸준히의 힘을 믿는 1인입니다. 특별한 재능은 없고 지구력 하나는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좀 무식하고 미련한 구석이 있거든요. 히히~~
희선 님의 글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힘을 내십시오.
공기 좋은 맑은 날로 위로를 받습니다. 맘껏 누리는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1-15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글을 쓸수는 있지만 잘쓰는 것은 어려운거 같아요. 글을 잘쓰면 나의 생각을 100퍼센트 전달할 수 있을텐데, 글을 잘 못쓰니 10퍼센트만 전달되는거 같아요 😅

그러나 페크님은 글쓰기의 장인이셔서 95퍼센트 이상 전달하시는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1-16 10:51   좋아요 1 | URL
앗, 이미지 사진을 바꾸셨네요. 곱고 예뻐요. 님의 닉네임에 딱 맞는 색상이네요.
10퍼센트라니 무슨 겸손의 말씀이신가요... 잘 쓰시고 계십니다.
저에게 후한 점수를 주셨네요. 저는 30프로 전달할 걸로 예상합니다.^^

yamoo 2023-01-16 0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운때가 맞아야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운이 들어오는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운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뿐이다.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성공은 운이라고 생각하는 1인..환경결정론자인데...그 운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들은 평소 준비가 돼 있던 사람들...물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운을 쟁취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뭐든 계속 하든가...여튼 뭔가를 계속 하고 있어야 운이 찾아오는 거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1-16 10:49   좋아요 2 | URL
사업도 운때가 맞아야 성공한다는 문장이 국어사전에 있더라고요. 요즘 트로트 가수들이 인기잖아요. 그들 중엔
밤무대에서 적은 수입으로 어렵게 생활했던 이들도 있을 거예요. 방송에 나오게 된 게 바로 운때가 맞은 거라고
볼 수 있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래를 불러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좋은 결실을 맺은 거죠. 이걸 생각하고
운때에 관한 한 문단을 만들어 썼죠.
아무리 똑똑하고 외모가 출중해도 운 좋은 놈을 이길 수 없다고 어느 글에서 읽었네요.ㅋ


감은빛 2023-01-16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잠깐이지만 신춘문예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요. 계속 도전하지 않았던 건, 제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래도 글쓰기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어서, 늘 언젠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글로 잘 담아야지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써야지 하고 늘 생각하는 것이죠.

새해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주말에 책장을 보면서 저 수많은 책들을 다 읽지 못하고 죽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사놓은 책들을 다 읽고 죽어야지 하는 목표를 세웠어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꽤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최근 몇 해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많이 안 읽었거든요.

이 글을 읽고 나니 글쓰기도 좀 더 부지런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1-17 11:19   좋아요 1 | URL
감은빛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 신춘문예 도전 경험이 있으시군요. 어쩐지 긴 글을 후딱 쓰신다 했어요. 저는 긴 글이 안 써져서 고민인데
감은빛 님의 페이퍼가 길 때마다 부러웠답니다. 작가들은 할 말이 많은 이들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제일의 조건은 글감이 많을 것, 이에요. 이런 점에서 제일의 조건을 충족하셨다고 봅니다.
소설가 선배가 그러더군요. 단편소설 하나 붙잡고 끈질기게 쓰고 고치고 쓰고, 를 반복하면 언젠가 다 등단할 수 있다고요. 끈기가 없어서 안 되는 거라고 하더군요. 좋은 스승 한 분에게 점검을 받기만 해도 글이 나아질 테고,
10년을 잡고 죽기 살기로 소설에 매달리면 누구나 될 것도 같아요.
새해에 바라시는 대로 독서와 글쓰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좋은 일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