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어느 카페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던 시간.
1. 당연한 걸 글로 쓴다면 :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의 명저를 탄생시킨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독자가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건 쓰지 말았어야 할 책인 거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맞설 자신감이 있으리라. 자기 글이 옳다는 것을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리라. 이렇게 되려면 글을 쓰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북플로 본 내 글에서 발췌함.)
“모든 독자가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건 쓰지 말았어야 할 책인 거다.”라는 말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쓴 글은 불필요한 글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즉 당연한 걸 굳이 글로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쓴 칼럼에 모든 이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므로 내게 용기를 준다.
2. 책만 읽다가 죽는다면 :
흔히들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한다. 독서의 효용은 사람 대부분이 안다. 그런데 책만 읽다가 그냥 죽는다면 그건 독서가 사회에 기여한 게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 책을 읽어서 배운 대로 실천해서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지 않을까. 독서를 통해 배운 것을 강연을 하거나 글로 써서 남겨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만약 아무도 만나지도 않고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도 않으며 그저 독서를 하며 혼자 행복하게 살았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삶을 산 것이지 의문이다.
책을 읽고 모두 각자가 올바르게 산다면 그것으로 족하겠지만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올바르게 사는 건 아니다.
3. 용서할 수 없을 때 용서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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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는 환대를 “조건적인 환대”와 “무조건적인 환대”로 나누는데, 자신의 딸을 내줄지언정 손님에게 해가 가게 놔둘 수 없다는 롯의 마음은 인간이 쉽게 구현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환대”에 해당한다. 이것이 바로 데리다가 말한 “환대의 법”이다.(32~33쪽)
이렇듯 여자들은 필요에 따라 누군가에게 바쳐지기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환대의 윤리에 희생당하는 건 여성들이다. 이렇게 되면 환대는 여성들에게는 폭력이 된다. 놀라운 일이다. 환대와 폭력이 손에 손을 잡고 있으니 그렇다. 환대가 두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렇다. 환대의 이상은 그렇게 쉽게 구현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38쪽)
일반적으로 환대를 생각하면, 환대할 만하고 환대를 받을 만한 타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적대적이고 또 우리가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타자를 환대하는 것이 환대의 정신에 더 부합된다. (중략) 사랑도 그렇고 용서도 그렇다. 사랑할 만하고 사랑을 받을 만한 대상을 사랑하고, 용서할 만하고 용서를 받을 만한 대상을 용서하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일지 모른다.(159쪽)
- 왕은철, <환대예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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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수 없는 원수를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고,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게 진정한 용서이며, 환대할 수 없는 사람을 환대하는 게 진정한 환대라면 다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