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상
며칠 전 아침 여덟 시가 넘어서였다. 쾅 하는 소리가 났다. 높은 곳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남의 집에서 나는 소리 치고는 그 소리가 컸지만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라고 여기지 않았다. 떨어질 만한 게 없었다. 조금 뒤에 무심코 욕실에 세수하러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욕실 벽에 부착된 전등이 떨어져 나와 전기선에 매달려 있는 걸 본 것이다. 쾅 하고 소리가 난 이유가 이것 때문임을 알았다. 만져 보니 전등이 무거워 곧 전기선마저 끊어져 전등이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며 박살날 것 같았다. 부리나케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해 해결이 되었다. 여러 날 동안 윗집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렸으니 공사 여파로 전등이 떨어진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그날 그 일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가 운이 나빴다는 거였다. 전등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한 데다 관리실 기사가 온다고 하여 잠옷을 벗어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코로나19 마스크를 써야 해서 성가신 일이었으니까. 한숨 돌리고 나서 든 생각은 운이 좋았다는 거였다. 만약 아침 여덟 시가 아니라 새벽 두세 시에 소리가 났고 그것을 내가 바로 발견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니 밤잠을 설쳤을 게 분명했다. 또는 잠은 잘 잤으되 전등이 떨어진 걸 아침 늦게야 발견하는 바람에 전등이 박살났다고 가정해 봐도 운이 좋았다는 결론이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갔다.
2. 장석주 시인
장석주 시인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시와 산문을 다 잘 쓰는 그는 여러 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내가 연재하고 있는 신문에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책을 100권 넘게 냈고 60대 후반인 그는 요즘도 1년에 700~800권씩 책을 읽는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번에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라는 책이 출간되어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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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역시 산책 마니아였다. ‘영겁 회귀’의 철학도 산책이 준 보상이다. 1881년 어느 날, 실바플라나 호수를 끼고 있는 숲속을 걷다가 커다란 바위 옆에서 발길을 멈췄다. 그 순간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영감이 몸을 관통했다고 썼다. (중략)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좋은 날씨와 쾌적한 공기는 건강을 유지하는 한 방식이었다. 니체는 좋은 날씨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다. 니체는 산책을 정신의 영양 섭취, 휴양을 취하는 방식으로 삼았다. 아마도 산책이 없었다면 ‘차라투스트라’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장석주,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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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걸을 때 불안과 공허를 떨치고, 제 삶을 덮친 비열함과 악덕과 탐욕에서 벗어난다. 몸의 필요와 날숨과 들숨에 집중하며 걸으면서 우리는 제 육체와 세계를 새롭게 빚는다. 걸으면 홀연 지각이 열리고 세계와 나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린다. 깨달음의 찰나다. 풍경 속을 걷는 자는 풍경을 밀고 앞으로 나아간다. 더 활기차고 즐거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가? 그걸 정말 원한다면 니체가 그랬듯이 바깥으로 나가서 힘차게 걸어 보자.
- 장석주,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203~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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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기 마니아다. 내 기억으로 2005년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십 년 이상을 매일 한 시간씩 걸었고 요즘은 격일로 걷는다. 걷는 동안 일부러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내 글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했던 실수가 떠오르기 하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되기도 한다. 걷기는 운동 효과도 있고 기분이 전환되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도 걷기 마니아로 살려고 한다.
대한걷기협회에 따르면 걷기 효과로는 △심폐기능 향상 △비만 해소(체지방 감소) △성인병 예방 △다리·허리 근육 강화 △혈압 안정 △심장병·뇌졸중 예방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스트레스·우울증 해소 등이 있다. 또 “가능한 매일 장시간 빠르게 걷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동아일보,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