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연예계에서 무명 배우였다가 일약 스타로 뛰어오르는 경우가 있다. 어떤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이가 인기를 얻는 바람에 새 드라마에 주연으로 발탁되어 하루아침에 자기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럴 때 친구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한단다. 만나자는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드라마 촬영과 겹쳐 시간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는데 상대는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타가 되더니 거만하게 구네.’라고. 


그가 거만해졌다는 소문이 친구들 사이에 퍼졌다. 성공한 사람에 대해 너그럽지 못하고 색안경을 쓰고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이 때문에 성공한 자는 방심하면 고립과 고독이 따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의 위치가 높이 올라갈수록 남보다 앞섰다는 자만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겸손의 덕을 배워 오만에 찬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단상 2. 

살다 보면 실패하는 일이 있다. 쓰라린 경험이긴 하지만 실패는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만약 실패하다가 성공하면 그 기쁨이 배가된다. 그렇다면 실패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시기에 보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한 순간에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렵다. 







단상 3.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면 큰마음을 가진 것이다. 남이 잘되는 것에 시기심이 난다면 작은 마음을 가진 것이다. 마음은 크게 가질 수도 있고 작게 가질 수도 있다. 마음을 크게 가지면 자신이 행복해지고 작게 가지면 자신이 불행해진다. 







단상 4. 


....................

세상의 가장 불합리한 것이 인간의 착란으로 인해 가장 합리적인 것이 된다. 한 나라의 통치를 위해 여왕의 장남을 선택하는 것보다 비합리적인 것이 어디 있는가. 배를 지휘할 사람으로 가장 훌륭한 가문의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법은 우스꽝스럽고도 부당하다. 그러나 사람은 지금도 그렇고 항상 그럴 것이므로 이 법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누구를 선택한단 말인가. 가장 덕 있고 가장 학식 있는 사람인가? 그렇게 되면 우리는 즉각 난투극을 벌일 것이다. 누구나 이 덕 있고 학식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라고 주장할 테니까. 그러니 이 자격을 무엇인가 이론의 여지없는 것에 결부시키자. 그것은 왕의 장남이다. 이것은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성(理性)은 이보다 더 잘할 수가 없다. 내란이야말로 최대의 재난이므로. (110~111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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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24 1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이 넘 좋아요. 작은 마음 ㅠㅠ 막 찔리는 ㅎㅎ 큰 마음 가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페크님. 맘을 다잡아봅니다*^^*

페크pek0501 2021-11-24 12:43   좋아요 4 | URL
사실은 그저께 서울대공원에 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함께 올릴 글이 없는 겁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급조했어요. 풋하~~
뭔가 부족한 듯해서 팡세의 좋은 구절을 넣었습니당~~~
고맙습니다. *^^*

오거서 2021-11-24 21:35   좋아요 2 | URL
릴 글이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 같아요. 포토 에세이로 손색이 없어요. 페크님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11-25 11:10   좋아요 0 | URL
오!!! 오거서 님이 제게 힘을 실어 주시네요.
원래 기자는 바쁜 마감 때 기사가 잘 써지고, 학생은 시험 보기 전 쉬는 시간에 가장 암기가 잘 된다고 하잖아요. 시간이 얼마 없으면 마음이 초조해 집중력이 강해지는가 봅니다.
이번 글은 글 수준에 비해 호평을 많이 받네요.
포토 에세이, 좋은 아이디어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거서 2021-11-24 12: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음 씀씀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짧지만 좋은 내용이라서 공감은 오래 갈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11-24 12:45   좋아요 4 | URL
저도 글을 쓰면서 마음 씀씀이를 좀 좋게 갖고 살자, 그랬네요.
감사합니다. ^^

감은빛 2021-11-24 1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글도 사진들도 무척 훌륭해요. 덕분에 페크님을 질투하는 작은 마음을 가져버렸군요. ㅎㅎ

최근에 시간의 흐름을 잘 못 느끼고 지냈는데, 가을은 벌써 가버리고 겨울이 왔네요.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와 따뜻한 털모자를 찾아 꺼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1-11-25 11:12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오랜만의 나들이십니다. 잘 지내셨나요?
훌륭, 이란 단어가 제겐 어울리지 않죠. ㅋㅋ 질투하는 작은 마음이라고 하시는 분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는 건 증세가 별로 없는 분이시죠.

저 역시 코로나 상황이라 그런지 시간의 흐름을 잘 모르겠어요. 벌써 이 해가 다 가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행복한 겨울을 보내세요. ^^

새파랑 2021-11-24 15: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단상 2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ㅋ
단상 3번처럼 살려고 노력하는데 가끔은 안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1-11-25 11:15   좋아요 1 | URL
누군가가 상을 받았다고 하면 그의 기분 좋음에 집중하지 말고, 그가 얼마나 그동안 긴 시간을 고독하게 노력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를 생각해 보면 시기심이 줄어들 것 같지 않나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과거와 비교해 발전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로 하렵니다.
솔직한 님의 댓글에 박수를...
근데 저 이모티콘은 어디서 파나요? (사고 싶당)ㅋㅋ

새파랑 2021-11-25 11:27   좋아요 1 | URL
저건 이모티콘은 아니고 스마트폰에서 그냥 입력이 되더라구요 이렇게 😅🤭

페크pek0501 2021-11-25 11:3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노트북을 사용해서 이모티콘을 구할 수 없다는...푸웃~~~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초란공 2021-11-24 16: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침 저도 책장에 오래 자리잡고 있던 ‘팡세‘를 꺼내두었는데 짧지만 글에 불쑥 끼어드는 생각들이 익숙하지 않네요^^ 단상을 읽다보니 유명해지기 전에 연락하면서 격려해준 친구가 아니라 유명해지니까 연락하는 녀석들은 피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럴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만 ㅋㅋ 오랫동안 연락없이 지냈던 친구와 다시 얘기해보면 공통의 화제도 없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1-11-25 11:18   좋아요 1 | URL
팡세의 종교적인 글은 좋아하지 않아요. 이 책의 3분의 1만 좋아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쓴 글이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존경스럽습니다.
유명해져서 만나 보면 달라진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좀 그렇지요. 잘난 척하는 꼴도 보기 싫고 말이죠.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성공할수록요.
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새겨 듣겠습니다. ^^

stella.K 2021-11-24 1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올해는 가을 풍경이 유난히 예쁜 것 같아요.
나 보다 남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ㅠ

페크pek0501 2021-11-25 11:21   좋아요 2 | URL
그렇죠? 이젠 봄 꽃보다 가을 단풍이 더 예쁘다고 느낄 정도예요. 운치가 있어요.
나보다 남이 더 잘 되길 어떻게 바라겠어요? 우리가 신도 아니고...
다만 배 아파하지 않는 정도라면 될 것 같아요.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고 말거야, 하면서 이를 갈으세요. 배 아파하지 마시고요. ^^
(내 얘기를 썼나 봐요. 킥킥~~)

서니데이 2021-11-24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 풍경 사진도 좋고, 글도 좋네요.
가까운 사람의 어려운 사정을 공감하는 것과, 잘 되어 성공한 시기를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은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둘 다 잘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페크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1-25 11:24   좋아요 2 | URL
반전이에요. 댓글 쓰신 분들이요.
어려운 사정을 공감하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란 그것보다 어려울 듯해요.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니까요.
오는 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

희선 2021-11-25 0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자리에 있든 겸손해져야겠지요 작은 마음보다 큰 마음을 가지면 좋을 텐데 쉽지 않네요 다른 사람과 견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잘되면 기뻐하겠지요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페크 님 남은 가을 잘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1-25 11:26   좋아요 3 | URL
겸손해지고 싶은 1인이에요. 이것도 쉽지 않다는... 자꾸 잊어버려요. ㅋㅋ
남과의 비교가 행복을 방해하죠. 상대적 평가를 스스로 하게 되니까요.
이 가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요. 좋은 건 다 짧아요.
희선 님도 좋은 날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1-25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넘치는 사진과 글입니다.
우리는 풍경을 보면서도 누군가와의 관계를 생각하네요~♡

페크pek0501 2021-11-27 14:45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 사실 이 페이퍼는 사진이 주인공이고 글은 배경인 셈이에요. ㅋㅋ
곧 지나가버릴 가을 풍경을 만끽하고 싶어서 올린 글이거든요.
인간 관계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

프레이야 2021-11-28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담으신 사진이 모두 넘나 좋아요. 풍경이 이렇게 위안을 주는군요. 가로로 넓게 담는 사진 좋아하신다는 걸 알았어요. 저 같은 경우는 단상 1과 같이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일 경우도 있던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그 당시에는 마음에 괴로움을 주지요. 그냥 초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자연스럽게 풍경처럼. 페크님의 단상을 좋아하는 팬^^

페크pek0501 2021-11-28 16:11   좋아요 2 | URL
사진이 좋은 건 그곳의 풍경이 좋아서예요. 서울대공원의 호수 근처에서 찍었답니다.
경치가 좋으면 사진을 찍는 재미가 생겨요. 혼자 보기 아까워 이렇게 올리기도 하고요. 사진을 찍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감지할 수 있는 건 장점.

옆으로 긴 사진이 세로로 긴 사진보다 안정감이 있어 좋더라고요. 그래서 사진 편집을 할 때 자르기도 한답니다.
맞아요.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흥분했던 일이 있더라고요. 시간의 거리가 필요한 이유죠.
저는 그 책으로 프레이야 님의 팬이 돼 버렸어요. 그럼 우린 서로 팬인가요?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