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분 좋은 날 중 하나는 구매한 책을 택배 상자로 받는 날이다. 요즘은 배송이 빨라 책값을 송금하고 나면 이틀 안으로 책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글 중 책을 샀다는 내용으로 쓴 페이퍼를 흥미롭게 보는 편이다. 나 같은 분들을 위해 나도 그런 페이퍼를 올려 본다. 



서머싯 몸은 내가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그의 작품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새로 출간된 책이 세 권이 있어 샀다.




  

















<케이크와 맥주>는 소설 <테스>를 쓴 토머스 하디를 모델로 한 작품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작품이다. 서머싯 몸은 <케이크와 맥주>의 서문에서 하디의 생애에 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씀으로써 이를 부인하고 있다.  



첫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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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누군가의 집에 전화를 걸어 찾는 사람이 출타 중이라는 것을 알고는 중요한 용무인 양 들어오는 대로 전화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면 그 용무란 것은 전화를 받은 사람보다 전화한 사람에게 더 중요한 일이기 마련이다.

-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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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매한 단편집이 다행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서머셋 몸 작품집>과 겹치는 게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오랫동안 보관함에 있었는데 이제야 구매했다. 두께가 부담스러워 구매를 미뤘던 책인데, 이 책이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고 쓴 서평을 읽고 즉시 샀다. 이 책은 필독서라서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이고 유명한 여행 작가인 저자의 유머를 좋아해서 샀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여러 서평을 보고 꼭 읽어야 할 책 같아 샀다. 



김영미의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여러 리뷰와 페이퍼를 보고 나니 구매할 이유가 충분했다.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고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1, 2부의 목차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부 대물림되는 전쟁

1장 부모님에게 물려받는 증오 - 레바논

2장 탈레반과 빈곤, 그리고 사람들 - 아프가니스탄

3장 슬픈 고아 ‘이슬람 신학생’의 전쟁 - 파키스탄

ZOOM IN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2부 독립을 위한 전쟁

4장 용기가 만들어 낸 독립 - 동티모르

5장 괴물이 된 전사들 - 체첸

6장 살구꽃 땅의 전쟁 - 카슈미르

7장 셋방살이 민족의 눈물 - 쿠르드족

ZOOM IN 사랑한다는 이유의 명예살인





내가 알라딘 멤버십 등급이 ‘플래티넘’이라고 알려 주는 이메일을 오늘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샀던가, 하는 놀라움.

 


내가 최근 3개월 간의 순수구매총액이 30만원 이상이어서 플래티넘(Platinum) 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올해는 연말까지 책 구매를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나, 왜 이러지? 마음이 허해서 책을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사실을 말하자면 ‘공부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많이 알고 많이 느끼고 많이 깨닫고 싶다. 그리하여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 또 다른 사실을 말하자면 그저 책이 좋아서 가지고 싶은 것이다. 많이 읽지 못하니 독서광은 못 되고 책광인 것이다. 나는 책광!!!




서머싯 몸의 소설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몇 개 옮기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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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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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속에서 사는 이와 고통 속에서 사는 이의 차이를 생각하게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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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말하는 그 착한 일들을 실천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쾌락 때문이야.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지. 그것이 남들에게도 이로우면 선한 일로 여겨지는 거야. 은혜를 베푸는 데 쾌락을 느끼는 사람은 자비를 베풀지. 사회에 봉사하는 데 쾌락을 느끼는 사람은 공중정신을 가지게 되고. 하지만 자네가 거지에게 동냥을 하면 그건 자네 자신의 쾌락을 위한 거야. 내가 위스키 소다를 또 한 잔 마시는 게 내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이나 같아. 난 자네보다는 솔직한 편이라 내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나 자신을 칭찬하거나 자네의 감탄을 요구하지 않네.”

-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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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심지어 거지에게 동냥을 하는 것조차도 그건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이기에 칭찬이나 감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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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너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네가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반대를 했는데 역시 내 말이 옳았다는 것 말이다.”

“그 점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남의 충고에 따라 옳은 일을 하여 얻는 것보다 스스로 애쓰다 잘못한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요. 저는 제 하고 싶은 것을 해본 거예요. 그리고 이제 생활을 정돈해도 나쁠 것 없구요.”

-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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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은 남의 말에 따라 현명한 삶을 살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삶에서 교훈을 얻으면서 깨달아 가는 게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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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그리는 동안 우리는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으니까.

-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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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크가 글을 쓰고 난 다음에 책을 내든지 유명해지든지 그런 일은 중요하지 않아. 글을 쓰는 동안 페크는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으니까.” - 페크




 

....................

난 말야, 아주 행복하다네. 이것 봐. 내 시 교정지일세. 알아두게.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편에 괴로워할지 몰라도 난 아랑곳하지 않네. 꿈을 가지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한다면, 생활 환경이 무슨 대수겠는가.

-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2>에서. 

.................... 


⇨ 꿈을 갖고 시간과 공간에 개의치 않고 살면 불행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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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7 15: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책장에 책이 어마어마하던데 아직도 많이 사시는군요~! 저도 최근 계속 플래티넘 이라는 😅
서머싯 몸 책은 3권 읽어봤는데 이번에 나온것도 읽어보고 싶어요. 케이크에 맥주는 안어울리지만 읽어보고 싶어요 ^^

페크pek0501 2021-10-08 11:22   좋아요 2 | URL
유독 7,8,9월에 많이 샀더라고요.
서머싯 몸의 소설은 위의 신간 세 권만 빼면 다 읽었어요. 다 좋았어요. 줄거리도 재밌지만 사색적인 문장이 많아요. 인간의 굴레에서, 를 강추합니다. 인생의 베일, 면도날도 좋았어요. 달과 6펜스는 두 번 읽었을 만큼 흥미진진.
저야 팬이라서 그렇지만 새파랑 님이 세 권 읽으셨다면 많이 읽으신 거죠. ^^

프레이야 2021-10-07 16: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모옴은 정말 인간내면을 들여다 보는 눈이 예리해요. 케이크와 맥주. 담아가요^^
마음이 허하면 책을 많이 사게 되는 측면도 있긴 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1-10-08 11:24   좋아요 1 | URL
이게 누구십니까? 너무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과자와 맥주로 나온 출판사가 있는데 달과 6펜스와 묶여 있어서 구매하지 않았어요.
마음이 허할 때 쇼핑이 도움이 되긴 하죠. 코로나와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책 구매로 해결했던 모양이에요. 반갑습니당~~

서니데이 2021-10-07 17: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년도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시면, 올해 2021년에는 구매와 상관없이 플래티넘 회원 혜택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주문을 많이 하면 구매액에 따라서 일정의 메일이 오는 모양이네요.
페크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08 11:26   좋아요 2 | URL
아, 그런 거예요?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나의 계정을 보니 7,8,9월 3개월 동안 정말 책을 많이 샀더라고요. 금액이 30 이상인 것 같아요. 저는 보통 실버 등급이라고 나와요. 플래티넘 등급은 가끔 어쩌다 한 번이에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1-10-07 18: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캐이크와 맥주 오늘 배송받았어요 ㅎㅎ 넘 신나요 *^^*책 샀다는 글을 읽어도 신이 나는 건 동질감? ㅎㅎ 페크님 책들이 보기좋아요 *^^즐독하시길 ~

페크pek0501 2021-10-08 11:27   좋아요 2 | URL
민음사 책이라 더 좋지 않나요? 저는 민음사 책 모양을 좋아해요.
동질감, 분명히 있죠.
mini74님도 즐독하세요. ^^

청아 2021-10-07 19: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을 제외하고 모두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라 반갑고 놀랐어요~♡♡ 발췌문들도 좋아요!!<인간의 굴레에서>꼭 읽어보고싶네요ㅎㅎ🤭

페크pek0501 2021-10-08 11:29   좋아요 2 | URL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어 보시면 왜 제가 광팬인지 아실 거예요. 밑줄이 쫙쫙 쳐져 있답니다. 한번 더 읽을 책의 목록에 넣을 만해요. ㅋㅋ

얄라알라 2021-10-08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주문한 책 오늘 받아보고 기분 아주 쒸웅~~ 제러드 다이아몬드 책 오랫동안 페크님 보관함에서 세상 나오고 싶어했다가 드디어 오늘 페크님 댁에 초대받았군요^^

페크pek0501 2021-10-08 11:31   좋아요 2 | URL
책 받는 날이 우리에겐 계 타는 날이죠. ㅋ
총균쇠를 꼭 완독할 꼬예요. 당장은 아니고 여러 책을 함께 읽으니 야금야금 읽겠습니다.
북사랑 님, 저 이달부터 발레 다녀요. 흐훗^^

han22598 2021-10-08 04: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 책은 몇년 째 책장에만 고이 모셔놓고 있었는데,..페크님이 올려주신 문장들 보니...당장 읽어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왔어요 ㅎㅎ 감사해요.

페크pek0501 2021-10-08 11:32   좋아요 2 | URL
그러셨군요. 서머싯 몸의 소설은 금방 읽게 되는,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랍니다.
밑줄을 그을 만한 문장이 많아요. 저도 댓글에 감사해요.

coolcat329 2021-10-08 0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케이크와 맥주 찜해뒀어요~ 기분좋은 페크님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페크pek0501 2021-10-08 11:33   좋아요 2 | URL
그동안 서머싯 몸의 소설을 읽어 봤던 사람으로서 그 작품 역시 수작일 걸로 짐작합니다. 기분 좋은 가을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서니데이 2021-10-08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10 12:15   좋아요 1 | URL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꾸우벅^^

희선 2021-10-09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시고 받아서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힘든 일을 겪고 나아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힘들어서 더 안 좋아지는 사람도 있겠지요 아주 힘든 일은 살면서 겪지 않는 게 더 좋을 듯해요 책이 있으면 읽겠지요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0-10 12: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힘든 날들을 떠올리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야, 하고 힘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든 날의 노예가 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이도 있어요.

희선 님도 좋은 휴일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1-10-09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han님처럼, 페크님 페이퍼 읽다가 저희집 서가에 아주 박제가 되어가는 책을 떠올리고는 ˝고인 모시고 있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ㅋㅋ그 책은 바로 <총, 균, 쇠> 제목만 알고 있어요. 책만 사놓고^^;;;;

페크pek0501 2021-10-10 12:18   좋아요 0 | URL
총균쇠는 아직 독서 시작 안 했어요. 케이크와 맥주는 어제 하루 백 쪽 이상 읽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읽히는 문장을 쓰는 서머싯 몸입니다.
저도 사 놓고 못 읽는 책이 많다는...ㅋㅋ

서니데이 2021-10-10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를 부르는 숲의 빌 브라이언은 책을 읽으면 자료조사를 상당히 많이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책이 재미있어서 모르고 지나가기도 하고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0-11 15:12   좋아요 1 | URL
저자의 성실성이 독자가 즐거운 독서를 하게 만들지요. 본받을 점이에요.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한 주가 시작되면 금방 주말이 오는 것 같아요.

즐거운 한 주 여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