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18/pimg_7179641833116816.jpg)
![](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87/62/cover150/8932321531_1.jpg)
....................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없다. 계속하는 것, 그게 노력이고 재능이다.
대학 시절 나는 글쓰기에 빠져, 경험하는 모든 걸 글로 묘사하려 했다. 내겐 규칙이 있었다. 문장으로 생각하기! 나는 모든 생각을 문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병원에 누워 있는 걸 볼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친구와 싸울 때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문장으로 바꿔 기록했다. 얼마나 비장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우스울 정도다. 생각은 공책 속에 문장으로 쌓였다. 스케이트 연습처럼 지난했던 시간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 박연준, <쓰는 기분>, 136쪽.
....................
....................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눈과 귀는 매일 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형의 잡동사니 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어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125쪽.
....................
내가 어느 회사에 입사해 기사를 쓰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동료 중 한 사람이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을 간혹 쓸 때가 있어서 의아하게 여겼다. 나는 글을 잘 쓰진 못했지만 최소한 문맥이 맞게 쓸 줄은 알았다. 그것만이 나의 유일한 재능인 셈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문맥 맞게 썼던 것은 내가 며칠에 한 번씩 꾸준히 쓴 일기 덕분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과거에 써 놓은 일기를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내 기억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에 대해 내가 왜곡된 기억을 함으로써 그를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도 있다. 일기를 통해 과거의 ‘나’를 보고 지금의 ‘나’와 너무 달라 놀란 적도 있다. 이런 일들은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해 주었다.
기록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기록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겠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추석 풍경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것도 좋겠다. 특히 이번엔 ‘비대면 명절’을 보내야 하기에 2년 전의 추석과 다른 점이 많으리라. 훗날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나서 그 기록을 읽어 본다면 옛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단단한 다짐을 하기 위해 새 노트를 마련합시다. 오늘이 기록 1일.)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
추석 연휴를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