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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는 내 책.
내 책이 친구의 집에선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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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인테리어 소품들.
내 책이 친구의 집에선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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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이 친구의 집에선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내 책이 서점에선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궁금했지만 참았다. 서점에서 내 책을 찾으면 내가 실망할 것 같아서.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책이 내가 모르는 어느 서점에 누워 있는 상상을, 또는 서점의 지하 창고에 처박혀 있는 상상을 하곤 하였다.
며칠 전이었다. 딴 일로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형 서점이 눈에 띄었다. 0풍문고였다. 내 책을 나의 눈으로 0풍문고에서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바로 눈앞에 있는 그곳으로 향하면서 불길한 예감이 언뜻 스쳤다. 그 예감이란 이런 거였다. 내가 그 서점에 들어간다. 책들을 여기저기 훑어본다. 내 책이 보이지 않아 지나가는 서점 직원에게 내가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란 책은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다. 서점 직원은 “그런 책은 우리 서점에 없어요. 구매하시려면 주문을 하셔야 돼요.”라고 대답한다. 또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 책을 찾는 내게 서점 직원이 이렇게 말한다. “그 책은 창고에 있는데 한 권 꺼내 드릴까요?”라고.
현실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드디어 0풍문고의 문을 통과하였다. 눈에 들어오는 진열된 많은 책들을 훑어봤다. 내 책이 눈에 띄지 않자 이번엔 책들을 세세히 살폈다. 아무리 찾아 봐도 내 책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서점 직원에게 물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란 책이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자 직원이 이런 대답을 하였다. “그 책의 출판사가 어디예요? 기역 니은 디귿 순으로 되어 있으니 저쪽으로 가셔서 출판사명으로 책을 찾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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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책을 찾았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책꽂이에 내 책이 꽂혀 있었다. 서점 손님들에게 도저히 눈에 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 내 책이 잘 안 보였다. 그래서 내 책을 튀어 나오게 하고 아래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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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책도 보여서 내 책과 함께 튀어 나오게 만들고 왔다. 사람들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다. 유명 작가와 유명 출판사만 우대해 주는 그 서점에 대한 나의 소심한 복수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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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책들.
유명 작가의 책이나 유명 출판사의 책은 사람들 눈에 잘 띄게 이렇게 편히 누워 있었다.
흥, 그래서 그런 말이 있는 거였군.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흥, 그래도 난 출세 안 할 거야. 이대로 살 거야. 출세할 능력도 없지만,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에 복종하기 싫어서라도 출세 안 할 거야.
그렇게 결심을 했건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명작가는 우울했다. 초짜는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