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에서 모든 이야기는 단 한가지 정말 전하고 싶은 단 한가지를 위해 앞의 모든 글자들을 채워나간다,

어마무시한 플롯이나 파란만장한 스토리 사연깊은 인물의 갈등이 아니라 단 하나의 하고 싶은 말을 숨겨놓기 위해 글자들을, 단어들을, 문장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사실 김중혁의 소설은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다. 나쁘다의 평가가 아니다. 그저 취향 문제일 뿐이다,

그의 어눌하고 어색어색하면서 수줍은 말투는 좋아했다,

그 속에 진정성 있는 말은 유려하진 않아도 늘 잘 전해졌고 내가 생각하던 것들이 그는 작가답게 문장으로 잘 만들어  전해주었다. 그러나 두서없고 주저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길 쑥스러워하는 그의 표현이 문장으로 글로 읽기는 조금 안 맞았다,

같은 의미라도 말은 좋았으나 글은 힘들었다,

그런데 이 단편집은... 읽을수록 점점 좋았다.

첫 인상은.. 이게 뭐야.. 하는 거였는데 읽어나가면서 어어... 하기 시작했고 결국 울컥했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감정의 충돌이다, 작품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이 짧은 작품 속에 잘 숨겨저 있어 한 편씩 읽을 때마다 그 숨은 문장을 찾는 일이 행복했다,

그렇다고 누구도 찾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둔 건 아니었다. 그냥 쓱 지나면 모를 수 있고 그 의미가 내게 와 닿지 않으면 그저 그런 문장일 뿐이지만 나의 감정과 기억과 충돌하면서 그것은 숨어있는 의미있는 문장이 되었고 그 문장이 내게 왔다,

그래서 짧은 소설 속의 많은 문장들은 단어들은 글자들은 그 하나의 문장을 내게 보여주기 위한 위장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말을 해주려고 이 수줍은 사내는 많이 많이 돌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아주 큰 착각이지만 나를 위해 이 한마디를 해주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 했다,

그 문장은 나를 찾아보라고 ... 자꾸자꾸 눈에 쉽게 밟히도록 숨어 있었다.

독자마다 찾는 문장이 다를 수 있고 작가가 숨겨놓은 문장은 제각각의 독자들 만큼 다른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제각각 자기의 문장을 찾을 것이다,

책은 읽는 순간 그건 독자의 몫이므로

 

 

"요요" 에서 보여준 시간의 흐름은.. 울컥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토너"를 떠올렸고 묵묵하고 시간을 견디고 그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동시에 그 흐름을 읽어내려는 주인공에서 자꾸 스토너를 떠울린다,

견딘다는 것..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 드러내지 않은 속내들이 나를 울컥하게 했다,

이 작품은 올해 최고의 단편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다. 쌓여 있는 말이 많아서 그걸 꺼내 놓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하지 못한 말이 더 쌓이고 말았다. 높이 쌓아 올린 책더미에서 밑바닥과 가운데 책을 꺼내기 힘들 듯 오래전 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애기들을 꺼내려면 한 줄로 쌓인 모든 이야기를 허물거나 위에 쌓인 이야기를 전부 걷어내야 한다.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남아 있을까 그 이야기를 꺼낼 만한 시간이 다시 올까

 

그래 나쁘지 않아......

 

"힘과 가속도'는 뭉클했다,

 

현수는 할 수 있다면 자신을 모조리 분리시키고 싶었다. 나사들을 하나씩 풀어서 모든 부품을 늘어놓고 처음부터 다시 짜맞추고 싶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다시 짜맞출 수 없대도 일단 해체하고 싶었다, 삐걱거리는 육체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진 심장을 부쉬버리고 싶었다. 고통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아마 어마어마한 고통이 폭설처럼 다가와 누추한 모든 마음을 덮어줄 것 같았다. 모든 게 텅 비길 원했다. 현수는 끔찍한 고통을 바랐다.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이길 바랐다. 현수에게 자동차가 다가왔다.

 

'보트가 가는 곳'은 쨍한 각성을 준다

 

카메라가  얼음 아래에서 얼음 위를 올려다 보는데 사람들이 다 보여요. 사람들이 내지르는 소리들도 먹먹하게 들려요. 다 보이고 다 들리는데 그 사이를 엄청나게 두꺼운 얼음이 가로막고 있는 거 예요 끔찍하죠

끔찍하다기 보다 슬픈데요?

끔찍한 거예요. 슬픈게 아니예요. 

 

 

'종이위의 욕조'는 내가 받은 위로와 공감이었고

 

뭐가 없어졌기에 가방이 가벼워졌을까? 착각일지도 모른다. 가방 안은 그대로일 것이다. 용철은 가방을 들고 손목을 까딱거려 보았다. 가방속에 뭐가 들어 이썻는지 정확하게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가방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었다.

 

'뱀들이 있어'는  내 기억과 맞닿고 있고 위로 받는 것이다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문장은 커녕 위로의 단어 하나조차도 찾아낼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아 본 적이 없어서 위로에 서툴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김우재를 위로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애당초 찾을 생각이 없었다는 걸 정민철은 몇 달 후에야 깨달았다. 김우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위로할 마음이 없는 자신을 들키게 될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

'상황과 비율'  '픽포켓'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이게 뭐야 했다가  다시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 진다.

여름에...... 잘 읽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8-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5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