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은 그냥 무심코 읽기 시작한다,

대단한 사건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별 거 아닌 일들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그 사람의 마음이 큰 갈등 없이 그저 담담하게 흘러간다.

요즘 말로 이불 속의 하이킥 정도의 일을 꼼꼼히 되집어가며 이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감정의 결을 그려간다,

지루하기도 하고 별 걸 다 고민하고 결심하고 기운내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별 거 아니잖아... 하는 순간 점점 묘하게 빠져든다,

 

이 책도 그랬다,

남편은 죽고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산 지가 8년이다,

보편적으로 이상하다.

어쩌면 책 속의 표현대로 삼각형의 한 축이 빠져버린  그래서 서로 남남으로 돌아서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뭐라고 할 수 없는 관계인데 계속 삼각형인것처럼 관계를 이어나간다,

둘 사이에 어떤 벽도 어려움도 없다,

소설적인 장치인지 일본 특유의 문화인지 모르겠다,

그냥 보면 아버지와 딸같기도 하다. 그보다 더 편해보일 때도 있다,

죽은  사람인 아즈키를 둘러싼 여러사람들의 이야기가 짧게 이어지면서 연결된다,

그의 아내 데스코 그리고 아버지인 렌타로 이웃친구 아키라 그리고 데스코의 남자친구 이와이

아즈키의 사촌 도라오까지 각각 아즈키와 연결되었다.

깊이 있는 관계라고까지 못하겠지만 그들은 아즈키와 연결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삶에 죽음이 함께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쓰러질때 까지 살아야겠다는 것

슬픔속에서도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죽은 이를 잊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등등

각각의 사람들은 제 몫의 삶 앞에서 죽음을 함께 생각한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데스코와 렌타로 그리고 그들 곁의 사람들 모두 밝다

바보 같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한 사람들이 정답다.

 

별 일도 없고 별다른 갈등도 없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괜히 히죽거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밋밋해서 일본소설이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뭔가 소소한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내 삶은... 그리고 내곁에 있는 죽음에 대해..

즐겁게 열심히 삶을 살다가도 문득 슬퍼지는 순간 또 그 슬픔에 깊이 빠져 울어버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소설은 말한다,

 

무엇보다 유코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치지 않은 울음뒤에 꼭 죽음이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누군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울어주고 있다는 의미로 대치되는 순간

나는 눈물이 났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

누군가 나를 위해서도 울어줄 거라는 믿음이  좋았던 걸까...

나도 누군가를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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