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알라딘 합정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구경르 갔다. 그리고 신촌에 갈 일이 생겨 한 번 더 간 김에 커피를 맛보고 왔다. 물론 몇 권의 책을 데려온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니까 합정점은 3월에 2번 간 거다.

 

 (합정역에서 내리면 6호선 방면으로 나오면, 바로 코 앞에 위치해 있다. 모든 알라딘 중고서점 중 역에서 가장 가까운 이점을 갖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대번 보인다.)

 

알라딘 연시내점도 그렇고 합정점 역시 서점 내에 카페가 있다. 스페셜 커피가 요즘 커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듯이 알라딘에서도 스페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알라딘의 새로운 사업이라 회자되는 이 '카페 사업'이 알라딘 중고서점을 끼고 새롭게 론칭하는 모양새인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다.

 

일단 서점 내에 커피 전문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묘수가 아닌 악수인 듯하다. 커피를 사서 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가만히 추이를 지켜봤는데, 연신내점과 합정점 모두 10명이 입장하면 1명 정도가 커피를 구매한다.

 

커피가 싸면 모를까 4천원 가까이 하는 커피를 사서 책을 보면서 마신다?! 좀 아닌 거 같다. 반디 종로점 서점 내 커피 전문점도 별로 잘 되는 것 같지 않다.

 

헌데 결정적인 건, 알라딘 중고서점 내 카페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너무 많다는 인상이다. 몇 잔 팔리지도 않는 거 같은데, 직원만 대따 많은 형세.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데, 바리스타를 도대체 몇 명이나 쓰는지 모르겠다. 카페 직원은 1명이면 족할거 같은데, 너댓명은 상주해 있는 듯.

 

개인적으로 알라딘 카페 사업에 더욱 회의적이게 하는 건, 커피 맛이다. 스페셜 커피 즉 즉석 로우스팅 해서 내려주는 수제 커피는 바리스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바리스타의 실력에 따라 원두의 맛을 실현하는 게 천차만별이기 때문.

 

스페셜 커피 전문점을 꽤 많이 돌아다니며 먹어 본 결과 상수동에 있는 OOOO커피 전문점이 최고였다. 대부분 스페셜 커피 전문점이라는 곳은 진짜 바르스타의 전문성이 의심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다. 쓰거나 시거나 아니면 맹탕이거나.

 

알라딘 합정점 커피 역시 대따 맛이 없었다. 바리스타가 원두가 가진 고유한 커피의 맛을 잘 모르는 듯했다. 그냥 내가 여러 스페셜 커피 전문점에서 그냥 저냥 먹었던 커피 맛과 대동소이 했다.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 맛을 모른다. 이건 마포의 한 유명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가 내게 한 말이기도 하다. 그냥 분위기상 커피를 즐기는 것이지 맛은 모른다고.

 

그도 그럴 것이 커피 맛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원두를 볶고 갈아 마셔봐야 한다. 그것도 바로 내려 원두끼리 비교를 해 봐야 간신히 그 구별점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커피 맛을 구별하면서 즐기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는 거다. 집에 장비를 갖추고 여러 원두를 사다가 내려먹어 봐야하기 때문. 그렇지 않으면 스페셜 전문 커피점에서 여러 커피를 주문해서 비교해 마셔봐야 하는데, 이게 매우 돈지랄이 심하다는 거.

 

어쨌거나 알라딘의 카페 사업은 매우 의구심이 드는 사업이다. 적자가 더 커지기 전에 제고를 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나도모르게 해 보게 됐다. 적저에 허덕이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좀 안타까워 좀 많이 주절거려 봤다.

 

그렇지, 합정점에서 데려온 책들은 모두 9권이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23호점인 합정점은 평균 책 단가가 꽤 높게 책정되어 있다. 22호점부터 단계적으로 점점 책 단가를 올리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24호점인 롯데 타워점은 알라딘 중고서점 지점 중에서 가장 높은 단가를 보이는 듯하다.

 

물론 해당 지점 임대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지만, 책 단가가 너무 올랐다. 평균 정가의 50% 미만 할인률은 좀 심한 듯하다. (13000원 정가 도서가 8-9천원에 책정된 듯)

 

합정점 역시 신림점이나 종로점에 비해서 꽤 비싸다. 인기있는 책뿐만 아니라 오래된 책들 역시 정가의 50% 대로 수렴하고 있다. 70% 이상의 할인률은 옛날 한때의 좋은 전설로 회자될 기미가 보인다. 알라딘 중고서점 전체적인 기조인 듯하여 좀 슬프다.

 

 

 

그리고.. 4월 1일 만우절 날. MBC9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중고책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인터넷 서점 1위 업체가 강남에 중고서점을 오픈했다는 기획기사. 알라딘 강남점도 함께 소개됐다.

 

이 뉴스를 보고 예스24 중고서점을 구경할 결심을 하고 어제 일찍 일을 마치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화면으로만 보던 예스24의 중고서점 1호점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와 디자인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압도했다.

 

(입구 쪽에서 본 예스 24 중고서점 강남점 전경. 롯데시네마 건물 지하 1층. 직직하여 나가면 롯네시네마로 연결됨.)

 

여러 시스템 면에서는 알라딘을 충실히 모방하고 여기에다가 교보와 같은 대형서점 컨셉을 그대로 차용하여, 대형서점에서 책을 파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책장 인테리어를 교보수준으로 해 놨다.

 (탁자 위쪽의 서가들이 대형서점 서가를 방물케하는 책장들)


특히 들어 가는 입구 쪽 철학 코너에서부터 벽 면을 따라 이어지는 인문-철학-사회-정치-예술-종교-문학 등의 서가는 거의 교보 서가를 보는 듯했을 정도다. 책도 매우 깨끗하여 중고책이 아닌 새책을 30-40% 세일하는 대형서점 행사장 같았다고나 할까.

 

책 가격은 알라딘 보다 약 10% 정도 비싼 듯했다. 특히나 가격이 5750원, 4550원, 6750원 등으로 책정된 책이 많아 알라딘 보다 훨씬 가격을 세분화 한듯한 인상이다. 100원 단위가 아닌 50원 단위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 정가의 40~50% 정도.

 

가격 때문에 살 책이 별로 없어 보일 찰나, 균일가 코너가 눈에 띄었다. 여기는 무조건 1000원 아니면 2000원 인데, 책이 무척 많았다. 알라딘 균일가 책은 쓰레기 책들이 대부분인데, 여기는 건질 책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서 난 4권을 추려 데려왔다.

 

 

 

 

 

 

 

 

인터넷 서점 전체 1위 기업인 예스24. 하지만 중고서점 강자는 인터넷 서점 중 알라딘이 대빵이다. 전국에 걸쳐 23호점을 운영 중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중고서점에서 한 발 밀린 예스24가 알라딘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앞으로의 추이가 볼만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예스24의 중고서점 시장 진출로 영세 헌책방들은 또 한번의 타격을 받을까 우려된다. 모든 헌 책들(헌책같은 새책들)이 알라딘과 예스24로 빨려들어가는 기세이기에.

 

헌책 오덕 입장에서 보니, 이들 헌책의 가격이 절대 싼 가격이 나이라는 거. 결국 책시장의 대기업이라 일컬어지는 이들 알라딘과 예스24의 헌책방 경쟁구도는 헌책 가격과 영세 헌책방들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다.

 

구매하는 책들도 거의 모든 책들을 다 사는 것처럼 광고 해 놓고, 정작 업체가 구매를 하는 건 매우 한정적인 책들이 주를 이루는 걸 보면, 고객을 우롱하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나 헌 책을 팔러 알라딘을 가봐서 알 것이다. 멀쩡한 책을 제고 운운하면서 사지 않는 알라딘 중고서점의 행태를. 예스24라고 다른 건 아닌듯하다. 살짝만 검색해도 알라딘과 동일한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듯해서.

 

그래놓고, 거의 모든 책을 바이백한다고 광고한다. 이런 사기에 넘어가지 말자. 바이백해 주는 책과 예스가 사 주는 헌 책은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거. 것두 정가의 80-90%에 사는 책이 다수 라는 사실을 직시하자. 그러면 적어도 두 번 고생(갖고 간 책을 다시 들고 오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검색을 통해 팔 수 있는 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지만)

 

아, 예스24가 알라딘보다 불편한 점이 딱 하나 있다. 그게 바로 검색 시스템이다. 서가 위치만 알려줄 뿐 어디 몇째 칸에 있는 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알파벳 하나의 서가를 다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거. 아마도 이 체계는 개선해야 할 듯싶다.

 

여하튼 10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강남대로 한 복판에 경쟁이 붙은 알라딘과 예스24. 이 두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책 값이 매우 뻥튀기 된 것만은 분명한 거 같다.

 

중고서점의 활황이 악법의 소산인 도서정가제를 없앨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스24의 중고시장 진출은 그 나름의 의의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덧) 예스24 중고서점이 오픈했는데도, 알라딘 페이퍼에 올라오는 정보가 없어 대신 총대를 멨다. 아마도 사이러스 님이 서울에 살면 제일 처음 이 정보를 올렸을 거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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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피 가격 보고... 뭔가 앙상블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콩나물 가게`에서 비싼 커피 원두 파는 느낌.. 뭐 같은 콩 파는 데 왜 그러느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 같으면 거기서 책을 사서 건물 옆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산 책을 읽겠습니다. 실제로 저는 지난 주에 알라딘에서 책 사고 옆 건물 가서 커피 마시면서 책 봤습니다. 누가 짠 아이디어인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블럭 처리해서 입점 점포처럼 만든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알라딘 내 커피숍 입점 형식으로 말이죠..

yamoo 2016-04-05 21:09   좋아요 0 | URL
콩나물 가게`에서 비싼 커피 원두 파는 느낌..
맞습니다. 바로 그 느낌입니다..ㅎㅎ

저 역시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산 다음 맥카페나 이디야 가서 구입한 책 들춰보고 그랬지요^^

hnine 2016-04-0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대로 궁금했습니다 예스24중고서점이 생겼다는 소식 듣고요.
정말 넓직하고, 빽빽하게 꽂혀진 책들 하며, 가보고 싶게 만들어놓았네요.
커피는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갖춰놓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봐요. 여기 대전의 알라딘중고샵에는 커피 없습니다 ㅠㅠ

yamoo 2016-04-05 21:1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커피 전문점이 있는 곳은 올해부터 오픈 하는 곳에만 있습니다. 올 해 이전에 오픈한 대전점에는 당연히 없겠지요^^

그나저나 대전점 매장은 얼마만한지 궁금합니다. 시간이 되면 대전점까지는 가볼 요량이었는데, 수도권을 벗어나는 지역은 교통편 때문에 계속 연기하게 되더군요~

설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반드시 들러보면 좋을 듯합니다~ㅎ

킨나카빌만 2016-04-06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 매니아 고객입니다. ㅋㅋ 중고서적이나 신간등 알람신청해놓으면 문자오자마자 인기작들은 바로 팔려나가더라구요~ (온라인중고샵) 온라인서점쪽은 예스24가 1위였군요.. 어느새부터 알라딘만 쭈욱 쓰게되었는데~ 알라딘이 더 좋네요 그저 전반적으로 ^^ 알라딘은 온오프 중고시장을 개척하면서 승승장구했던거죠? 예스랑 그나저나 업계 매출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네요! 저희동네도 몇일전에 개점한 22호점? 연신내점인데 와보셨군요~~~

yamoo 2016-04-23 23:16   좋아요 0 | URL
연신내에 살고계시군요! 저희 동네에서 그리로 가려면 1시간 30분도 넘게 걸립니다. 너무 먼~~곳이에요..ㅜㅜ

stella.K 2016-04-0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자세히 쓰셨군요. 이런 페이퍼 넘 좋습니다.
요즘 편의점에서 1000원하는 착한 커피가 대센데
누가 4촌원이나 하는 커피를 먹겠습니까? 그 천원이 5백원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바리스타를 줄이고, 중고책 사는 사람한테 서비스한데는 마인드로 해야지
어찌 장사를 그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리다매도 가야지.ㅉㅉ

책 구비는 알라딘 보다 예스24가 좀 더 다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솔직히 알라딘은 운 좋게 좋은 책이 있으면 사고 안 그러면 책만 넘기고 나오는 적도
많거든요. 괜찮은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고 신간은 아주 싼 것도 아니잖아요.
당장 급하게 읽을 것이 아니니까 구매욕이 별로 생기지 않더군요.

근데 야무님, 야무님 글에 보면 땡땡땡처리 안하시면 안 될까요?
별로 많이 와서 보는 사이트도 아닌데 까짓 꺼 상호 좀 밝히면 어떻습니까?
궁금하잖아요.ㅋ

yamoo 2016-04-23 23: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되도록 이런 페이퍼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ㅎ

앞으로 땡땡 처리를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겠습니다요..ㅋㅋ

페크pek0501 2016-04-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야무 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 페이퍼였습니다. 소중한 정보입니다. 야무 님의 서재는 꼭 들러야 하겠습니다. ㅋ

신문에서 짧은 소식만 접한 저로서는 이렇게 매장 사진까지 곁들인 이런 정보, 참 좋습니다. 조만간 강남역에 가서 두 서점을 들러보겠습니다.

아, 그런데 저는 새 책이 좋은 걸 어떡하죠? 새 책의 빳빳한 종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그러나 중고서점에서 시집 몇 권 사는 건, 당깁니다.


커피 값은 너무 비쌉니다. 마실 때마다 느껴요. 커피 값이라기보다 장소 값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며마시면 덜 아깝지만...

잘 보고 갑니다.

yamoo 2016-04-23 23: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르로 알라딘이 설에 점포를 내면 잽싸게 가서 후기를 상세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예스24는 서가쪽이 대부분 새책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좀 높습니다. 할인률이 정가의 30-40% 정도밖에 안 합니다. 알라딘보다 조금 더 비쌉니다. 그 이유가 책이 새책이라는 데 있습니다.

예스24는 페크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을 거 같습니다. 얼른 방문해 보세요~

cyrus 2016-04-0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들어선 중고서점치고는 대문이 허름하게 보여요. ㅎㅎㅎ

저도 카페가 있는 서점을 만든 알라딘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커피를 판다고 해도 저 같은 사람은 책값을 커피 한 잔에 사기 위해서 쓰는 게 아까워요. 4000원이면 소설, 에세이 한 권 살 수 있는 가격이잖아요.

역시 서울은 한국의 중심지라서 헌책방, 중고서점이 대구보다 많아서 부럽습니다. ^^

yamoo 2016-04-23 23:24   좋아요 0 | URL
알라딘과 비교하면 좀 없어보이지요..ㅎㅎ 근데, 일단 들어가면 일반 대형 서점처럼 보입니다.

알라딘이 하고자 하는 카페 사업은 대단한 적자로 기록될 듯합니다.

그래도 대구의 헌책방은 다른 지역보다 헌책방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사이러스님이 소개해주시는 헌책방은 제가 가보고 싶은데, 넘 멀어서 못가고 있어요~
언제 대구 내려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소개해 주신 헌책방을 들러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입만만 다시고 있습니다..ㅎ

Visitor 2016-04-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다 남겨요. 아이 데리고 헌 책 팔러가서 책 고르다 보면 너무 피곤하거든요. 쿠키도 주고 3,500원이면 전 괜찮은것 같았어요. 당도 올리고 좀 쉬고 책도 읽고 ~ 저같은 사람도 있어서 카페가 마냥 적자일것 같진 않습니다.

yamoo 2016-04-28 15:55   좋아요 0 | URL
지나가다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글쓴 분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알라딘 중고서점들의 임대료가 장난 아니라는 걸 들은지라, 적자는 당분간 줄어들기 힘들 거 같습니다. 책이 팔리는 거와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용...아무리해도 흑자가 나는 구조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사토리얼리스트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멋진 룩'이란 무얼까? 2008년~9년 <보그 걸> 잡지 부록인 <The Vogue Girl Book Of World Street Style>시리즈와  <The Sartorialist>시리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특히 <보그 걸> 부록인 스트릿 사진집 시리즈는 정말 평소 내가 좋아하지 않는 룩만 잔뜩 들어있었다. 정말 '이게 멋진 룩이란 말인가?'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는 사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 sns에 올리는 데일리룩 사진도 '별루에요', '이상해요'라고 하는 사람들의 댓글들. 이들 역시 내가 저 사진 화보집을 보고 든 생각과 동일한 느낌을 댓글로 표시했다는 걸 말이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된다.


그런데 '패션'에서는(스타일이 아니라 패션이다) 어떤 권력을 가진 자의 평가가 대중의 판단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아니 '패션 권력'(광고주라든가 브랜드 매니저 또는 패션 기자 등 패션 관련 전문가)을 가진 자가 대중에게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 (뭐, 어렵게 말하면 브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르겠다. 한 동안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박지성 수트 사진(2장)부터 봐 보자.

 

 

 

 먼저 스포츠 조선 사진은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를 관람하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박지성의 수트 패션이다. 간만에 수트를 입은 박지성의 저 사진에 대해 기자는 '빅버드에 온 박지성, 블랙수트가 깔끔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다음 사진은  2015년 서울 모터쇼에 수트를 입고 참석한 박지성의  모습이다. 이게 데일리안에 실렸는데, 이상우 객원기자는 '콜린퍼스 못지 않네'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진 속 박지성의 수트 핏은 정말 아니었다. 아무리 비싼 수트라고 해도, 박지성이 수트를 입은 게 아니라, 수트가 박지성에게 입혀져 있는 듯 보였다. 근데, 깔끔하다니느니, 콜린 퍼스 못지 않다는 평가는 우습기 짝이 없다.


더 웃긴 건 이 사진들을 보고 네티즌들이 한 마디 씩 하는 거였다. '남자는 역시 수트빨', '수트도 잘 어울리는 박지성', '정말 멋진 수트룩' 등등 상찬이 이어졌다.


영화 킹스맨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콜린 퍼스의 수트 입은 모습은 그냥 엘러강스 그 자체였다. 더블 브레스트 수트를 킹스맨의 콜린 퍼스만큼 멋지게 입을 수 있는 배우는 정말 드물다고 생각한다. 아니 영국과 이탈리아 전체를 뒤져도 그리 많지 않을 거 같다. 그런데 박지성의 수트 룩이 콜린 퍼스 못지 않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영화 본 사람 중 나만 그리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심쩍은 사람들은 위 박지성의 수트 룩과 콜린 퍼스의 수트 룩을 비교해 보면 그냥 답이 나오지 않을까. 박지성의 수트는 보면 볼수록 어색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박지성이 수트를 그리 많이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축구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이었으니. 그에게는 맨유 유니폼이 곧 박지성의 아우라를 발산하는 룩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데 위 사진에 나온 박지성을, 기자들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플레이하던 아우라의 후광으로 덧입힌다. 전혀 멋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콜린 퍼스 못지 않다고 한다. 당시 나온 남성 잡지에서도 수트 입은 박지성을 등장시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멋진 수트를 강조했다. 물론 박지성이 입은 수트는 일류 브랜드다. 하지만 단언컨대 박지성의 수트 룩은 어색했다.(요즘 박지성의 수트 룩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이런 현상을 곰곰 생각해 봤다. 우리나라는 한 가지 분야에 유명하면(전문가이면) 두루 그 영향이 파급되는 것 같다.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사회비평 전문가로 행새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니까. 변호사가 TV에 몇 번 나오면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나라니까. 그러니 유명인이 입은 유명 브랜드 수트는 당연히 멋있겠지. 아니, 그렇게 보이도록 포장해야 겠지. 그게 광고의 목적이니까.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내 시름을 더 깊게 한 건 스콧 슈만의 그 유명한 <사토리얼리스트> 스트릿 화보집을 보면서이다. 스콧 슈만은 스트릿 사진의 유명세로 미국에서 권위 있는 사진상을 수상하고, 여러 광고 매체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강의하는 유명 인물이 됐다. 내가 본 그의 첫 사진집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아주 중요한 사진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스트릿 사진의 보물창고였다.


단 2장의 사진때문에 나는 위의 문제를 좀 더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취향은 아비투스인가?',  '멋지다는 경계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했다.

 

 

문제의 사진들이다.  <사토리얼리스트>(월북, 2014)를 펼쳐 넘기다 보면 400페이지와 358페이지에서 이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카드를 보고 있는 알라디너들은 위 두 장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모르겠다. 난 처음 볼 때, '이사람들의 사진이 왜 이 화보에 실려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외에도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진은 꽤 있었다. 멋있다고 보이지 않아서)

 

 

나는 저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저 룩을 보고 내리는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게 대중의 평가다. --;;) 물론 옷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하지만, 이건 그와 몇 마디 나눠보고 난 후에야 알 수 있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야 룩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 두 사진을 갖고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40~5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 10이면 10 그냥 평범한 일반인의 룩으로 보았다. 이중 일부는 첫 번째 사진을 보고 공산당원 같다는 생각을 표했고, 두 번째 사진은 모두 왠 거지 사진이냐고 했다. 패션을 전공했던 한 여성분은 후자를 그런지룩을 구현한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을 처음 펼쳤을 때, 나 역시 이들 생각과 대동소이했다. 슈만의 글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로버트는 패션 편집자들 중에서 다음 시즌의 모습이 가장 기대되는 사람이다. 그의 스타일은 결코 고급스럽지 않으며 꼼꼼하게 신경 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옷을 입고 있고(옷이 사람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 자체가 멋있다기보단 그 자신이 옷을 멋있게 만든다.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여자들은 가장 최근에 산 옷을 좋아하고 남자는 제일 오래된 옷을 좋아한다고. 로버트가 바로 그런 남자가 아닐까. 이번 시즌 패션쇼에 올라가는 옷을 입기 보단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질감과 색을 조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는 그런 남자이다." (p400)


첫 번 째 사진에 대한 슈만의 글이다. 사진 속 인물이 로버트다. 원래 옷을 잘 입고 옷에 대한 전문가적 인식이 있는 사람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질감과 색을 조화시켜 입은 룩이 바로 저 사진이다. 옷 자체가 멋있다기 보단 그 자신이 옷을 멋있게 만든다는 해석도 부가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런지 10번을 봐야 했고, 그냥 그렇다고 설득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첨 느낌은 어디로 간거지??)


한 마디로, 옷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전략적으로 입은 거라는 게 슈만의 설명이다. 두 번째 사진의 설명은 더 혼란스럽다. (사실 두 번 째 사진이 첫 번 째 사진 앞에 있었던 거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서 대상을 살피는 편이다. 그래야 눈에 포착된 사람을 찍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멀리서 걸어오던 이 신사를 발견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남자가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와 시야에 명확히 들어왔을 때 내 머릿속은 '저 사람이 거지일까 아니면 좀 특이한 사람일까?'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에겐 사람들이 흔히 호보 쉬크(hobo shic; 호보는 집 없는 부랑자라는 뜻으로, 호보 쉬크는 의도적으로 그런 사람들처럼 입는 스타일. 찢어진 스타킹이나 바지, 언뜻 보기에 마구 겹쳐입은 스타일 등이 그 예)라 부르는 요소가 상당수 있었다. 수염, 눌러쓴 모자, 그리고 기워 입은 카키 바지까지. 그가 바로 내 눈앞까지 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수염이 완벽하게 손질된 것이고, 카키 바지도 너무 멋들어지게 기워졌으며, 전체적으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틈없이 '허름'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그는 랄프 로렌의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이 사진을 찍고 1년 후 단지거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렸던 내 첫 개인전에 이 사진을 넣었는데, 이 전시를 본 한 신문 비평가는 '옷을 잘 입는 사람들과 함께 집 없는 거지 사진도 넣어 보기 좋았다'라고 평했다. 그 비평가에게 아마 그 '거지'가 당신보다 두 배는 더 벌 거라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p358)


'멋진 룩'을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슈만의 설명 속에 들어있다. " 그 남자가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와 시야에 명확히 들어왔을 때 내 머릿속은 '저 사람이 거지일까 아니면 좀 특이한 사람일까?'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는 부분이다. 패션 전문가인 슈만의 눈에도 룩만 보았을 때 그가 거지처럼 보였다는 고백이다.


바로 이어진 설명 "그가 바로 내 눈앞까지 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수염이 완벽하게 손질된 것이고, 카키 바지도 너무 멋들어지게 기워졌으며, 전체적으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틈없이 '허름'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그는 랄프 로렌의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그가 의도적인 거지 차림을 했다는 거고, 결정적인 정보가 뒤따라 온다. 그가 랄프 로렌의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러니까 '쉬크함', '엘레강스' 등의 표현은 룩(기표)가 아닌 그 이면의 기의(시니피에)로부터 나옴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타자는 '주체의 전략'을 좀처럼 알 수 없다. 나는 네가 아니기에, 네 생각이 뭔지 거의 알 수 없다는 거다. 이게 '개인주의가' 태동된 근대의 기반이다. 개인주의가 깊어질수록(사실 패션은 이 개인주의의 극단화 중 하나다) 타자를 헤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인 슈만조차도 그의 직업을 알기 전까지 '거지가 아닐까'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가 비평가에게 말해주고 싶어했던 확신에찬 그 결정적 근거도 사진 속 인물의 직업이었다. 랄프 로렌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의 사람이니까 의도적인 호보시크 룩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거!


결국 슈만에 따르면, '패션 권력'이 그 룩을 멋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건 느낌이 아니라 해석이다. 우리는 겉만 보고 주체의 의도를 전혀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물어 보지 않는 이상 나는 모를 거라고 확신한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과 함께 집 없는 거지 사진도 넣어 보기 좋았다"라고 평론가처럼 말할 수밖에 없다. 이게 정상이다.


결론적으로 스트릿 룩에서도 '멋진 룩'과 그렇지 않은 룩의 경계는 권력의 귀속 여부다. 슈만의 눈과 해석이 '멋진 룩'을 만드는 거다. 대중의 생각과 느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패션 권력의 눈과 해석 그리고 전략이 '멋진 룩'을 결정한다. 슬프게도 이걸 부인할 수 없을 거 같다.


젠장, 패션에 있어, 취향도 결국은 아비투스였구나...취향의 해체는 언제나 등장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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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의 모든 사진을 통틀어서 거지룩이 가장 멋있어보입니다.. 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cyrus 2016-03-18 12:17   좋아요 0 | URL
거지룩에서 파생되어 나온 빈티지 패션 스타일이 벼룩입니다.

yamoo 2016-04-05 20:34   좋아요 0 | URL
아, 곰발 님 취향이실 거 같네요..^^;;

근데, 벼룩 스타일은...ㅋㅋㅋㅋㅋ

순오기 2016-03-18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지성 수트발을 콜린 퍼스와 견주다니...수트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됩니다요.ㅠㅠ

yamoo 2016-04-05 20:3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순오기 님 생각에 동감 합니다요~!ㅎ

stella.K 2016-03-1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평점이 놓더라구요. 역시 야무님도 높은 점수를 주셨네요.
옷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이 베어있긴 하죠?
대충 입은 것 같은데 뭔가가 묻어나는 그런 연출이 정말 좋은 건데 말입니다.
저는 옷 가지고 이렇게는 못 쓸 것 같습니다. 대단하셔요!

그런데 저 왼쪽의 박지성 사진은 어깨 같습니다.ㅋㅋ

yamoo 2016-04-05 20:36   좋아요 0 | URL
슈만의 이 책은 사진 집으로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 슈만의 사진 가운데 좋은 것만 엄선해서 첫 책으로 묶인 것인데...슈만의 사진들 중 최고중의 최고만 모여있는 것 같습니다..ㅎ

이 책 살 가치는 충분합니다...스텔라 님도 한 권 비치해 두심이..^^;;
 

 

 

알파고로부터 배우는 국가경영(닫힌 책들)


 

알파고 콘서트(도서출판 공리)

알파고처럼 행동하라(일룸)

알파고 인문학(비둘기)

미래예측은 알파고와 함께(억새풀 출판)

알파고 리더십(풀비)

청년실업, 알파고로 돌파하라(기명사)

3일만에 배우는 알파고 실행전략(21세기팍스)

1등급을 위한 알파고 학습 전략(샌사고)

알파고식 전략 시나리오(창행)

알파고 경제학(여해 북스)

알파고로 알파걸 되기(행림 카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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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6-03-1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파고식 공부법 ㅋㅋ

yamoo 2016-03-11 23:2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ㅋㅋ 분명 나올 거 같슴돠~^^

stella.K 2016-03-1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앞서 가시는군요. 야무님의 예지력은 탁월하십니다!ㅎㅎㅎ

yamoo 2016-03-11 23:27   좋아요 0 | URL
예지력은 무쉰~ 그냥 그럴거 같다는 거지욤^^;;

cyrus 2016-03-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알라딘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한 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큰 그림을 보자면...

‘알파고’ 관련 책이 나오는 순간, ‘알라디너의 선택’ 메인 화면을 도배합니다.
책표지만 달랑 올려놓고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알라디너님들이 제일 열심히 활동하는 시간이죠.

yamoo 2016-03-11 23:28   좋아요 0 | URL
흠...그럴 수도 있군요. 사이러스 님은 알라딘 마을에 모르는 것이 없는 거 같슴돠^^

transient-guest 2016-03-12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겠죠. ㅎㅎ 만약에 이세돌이 남은 3국을 다 이긴다면...모조리 이세돌식 경영, 이세돌식 학습, 이세돌식 독서, 세돌은 왜 세돌인가, 이세돌과 리더십, 반전의 리더십, 이세돌에서 배운다...등등이 예상됩니다.

yamoo 2016-03-13 22:31   좋아요 0 | URL
그렇겠군요..ㅋㅋ 3번 연속 패하고, 오늘 이겼네요..ㅎㅎ 마지막 대국을 이기면 `알파고 대 이세돌` 중 하나를 택해 타이틀을 엮을 거 같습니다..ㅎ 이세돌의 역습 전략..뭐, 이런 책들이 나올 거 같습니다..ㅎㅎ 어쨌거나 다음 주부터 서점에서 주의 깊게 봐야겠습니다..ㅎㅎ

transient-guest 2016-03-14 04:09   좋아요 0 | URL
3-2로 끝나면 알파고와 이세돌의 승부에서 배우는 경영, 학습, 인간관계, 성공, 독서, 삶...등등등..ㅎㅎ 쏟아지겠네요.
 

여기 저기 블로그에 자기 스타일 사진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자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행위를 할 이유가 없는 거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부차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은 옷으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옷 입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나는 남과 다르다’는 이 개성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르듯이 그들이 입는 옷의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자신이 스타일 있다고 여기는 사람에 한 해서는 말이다. 유행하고 전혀 관계없이 옷을 입지만, 입는 사람 그 자체를 나타내기에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 그게 바로 스타일 있다는 증거. 명품 브랜드가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가치다.

 

 

사실 예전 학부 때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내 동기 동창에 대한 일화다. 그는 365일 같은 옷만 입고 다녔다. 소위 남방이라고 말하는 타탄 체크 무늬 셔츠와 베이지 면 바지를 입고 4계절 내내 다녔다. 추우면 그 위에 카디건이나 코트를 걸쳤다. 당시 다른 한 친구가 그랬다. 너는 옷이 없냐고? 그랬더니 그 동창 녀석이 그랬다. 같은 옷으로 4벌 정도 있다고.

 

 

왜 그렇게 입냐고 내가 물으니, 상대방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입는다고. 자신은 말도 어눌하고 옷도 잘 입지 못해(정말 옷을 딱 맞게 입지 않고 좀 헐렁하게 입고 다녔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금새 잊혀지는 게 싫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자신은 뭘 먹을 때 잘 흘리고 먹어서(옷에 음식물 자국이 항상 나 있다.) 비싼 옷이 부담스럽다고.

 

 

요즘 한 SNS에 스타일에 관한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그리고 데일리 룩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그 친구를 간혹 떠올린다. 백화점 브랜드로 말쑥하게 입는 사람들보다 그 때 그 친구가 입던 옷차림이 바로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개념에 가까웠다. 비록 아주 잘 입지는 못했지만, 그는 옷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입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패션테러리스트라고 놀렸지만(당시 이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누구보다 스타일이 뭔지 알았던 거 같다.)체크 셔츠와 면바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었다. 멀리서도 그 인지 정확히 알아봤으니.

 

 

그리고 얼마 전에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룩이 그와 겹쳤다. 잡스가 늘 입던 검은 터틀넥에 진바지. 그리고 뉴발 스니커즈. 잡스는 항상 이렇게 입었다. 심지어 세계에 애플 신제품을 프리젠테이션 할 때에도 똑같이 입었다.

 

 

 

 

그런 그를 보고 한 잡지에서 한 디자이너가 옷을 매우 못 입는 유명인사로 잡스를 거론하는 걸 봤다. 아주 캐주얼하게 딱 맞게 입지 않았기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죽을 때까지 똑같은 옷을 입었다. 이렇게 입기 위해 같은 옷이 수없이 많았다고.

 

 

잡스는 거부였지만 간단한 옷을 똑같이 반복해서 입었기에, 비싸지 않고 흔한 검정 터틀넥 니트와 진바지 그리고 뉴발을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개개의 아이템은 명품 브랜드가 아닌 중저가 브랜드였지만 잡스로 인해 불멸의 스타일 아이템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렇다. 매일 같은 옷을 전략적으로 입는 것이 브랜드로 치장하는 것보다 훨씬 스타일 있는 옷차림이다. 비록 일반적인 멋쟁이 룩과는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 옷 속에는 입는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어 있기에 고유한 가치가 생긴다. 생각을 옷으로 표현하는 행위, 난 이것이 패션에서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이는 ‘멋내는 행위’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옷 입기의 가치다. 그래서 스타일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쉽지 않다. 이건 전 세계 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스마트하게 자신의 옷을 소비하는 행위는 그래서 멋지다.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에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 이상하다. TV에서 스타가 입는 스타일이 금새 유행이 된다. 아무개 탤런트가 입은 트렌치코트가 이쁘면 금방 비슷한 코트가 거리에 넘쳐난다. 공항에서 가수 아무개가 신은 스니커즈가 전파를 타면 얼마 안가 신발 트렌드의 대세가 된다.

 

 

개인적으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옷을 서로 입으면 안정감이 생기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빙글에 사진을 올리면 다음과 같은 댓글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한다. 봐줄 수 없으니 좀 듣고 고쳐 입어라.’

 

 

얼마 전 내가 열심히 글을 올리던 SNS 스타일 사진에 아래 내용을 담은 멋진 댓글이 달렸다.

 

수트 : 이지오. 7만원(울100%) - 작년에 가산 현대몰에서 대박행사할 때 건진 것. 대박 따뜻함~

베스트 : 동대문에서 원단 끊어다 내가 디자인해서 맞춤한 것. 3만원

블루 셔츠 : 더셔츠 스튜디오. 1만원 - 7일날 가산 아울렛에서 동생이 사준 것.

흰색 더플 코트 : 일본 도메스틱 브랜드. 2만원(울100%) - 작년 겨울 빈프라임 역삼에서 건진 거.

슈즈 : 스웨이드 윙팁 더비. 2만원 - 작년 여름 슈펜 가죽 슈즈 70% 세일 행사 때 건진 거.

머플러 : 3천원(울30%, 아크릴70%) - 아름다운 가게 미아점에서 머플러 행사 때 건진 거.

총 15만 3천원

 

 

“자기만족 그리고 남들 의식 안하고 자기만의 패션 그 생각은 멋지죠. 하지만 대다수가 별로면 좀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겟네요. 많은 지식이 있으나 이론과 실전은 많이틀리다는 걸 보여준 정확한 예로 뿐이 안보이네요.. 발품 팔아 사는 것은 좋으나 조합이 안되면..패션아는 사람은 멋진데 무지하니 나의패션이 안 멋지다.. 저 현재 모대기업 패셔브랜드회사다니는데요... 저 의견 포함 디자이너 등등 대부분직원 의견은 백 프로 별로네요 남의의견을 좀 받고 고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왠만하면 그냥 좀 그렇네요 할려다 댓글들을 보니 많이 받아들이시는 것이 나을듯해요.. 입으신 룩 자체가 별로라 님의 글이 신빙성이 떨어지네요.”

 

 

요지는 간단하다. 자기만족도 좋지만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니 대세에 따라 고치는 게 낫다라는 거.

 

 

이 글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특히나 댓글을 다신 분은 나름 이 사이트의 남성 패션 코너에서 꽤 유명하셨던 분인 듯하다. 포스팅한 글과 사진을 보니 그렇다는 인상.

 

 

그런데, 이 분이 자신의 글에 전문가적 권위로 언급한 것이 ‘현재 모대기업 패션 브랜드 회사를 다닌다’는 거다. 정말 헛웃음이 절로 났다. 왜냐하면 나는 백화점 대기업 브랜드 직원에게 뭘 물어서 답을 얻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 내 입점해 있는 신사복 계열의 대기업 브랜드를 두루 돌아다녀 보면서 느낀점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브랜드 직원들은 옷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다.

 

 

 

 

손님의 취향과 사이즈를 정확히 간파해서 그에 부합하는 옷을 제시해 주는 직원이 하나도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신사복 매장에 근무하는 갤럭시, 마에스트로, 캠브리지멤버스, 로가디스 등의 점장과 직원들도 남성복의 기본을 알 지 못했다.

 

 

저번 주 아버지 수트를 고르기 위해 백화점 4군대를 돌았다. 물론 대기업 계열의 신사복 브랜드들이다. 최고가 라인을 보여 달라고 하니 보여준다. 로로피아나나 제냐 원단을 쓴 수트가 100 ~ 150만원 사이였다.

 

 

갤럭시를 가서 보니 제냐 트로페오 원단으로 나온 상품이 99만원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이게 진짜 이태리 원단인 제냐 원단 맞냐니까 그렇단다. 원단 등급은 뭐냐니까 모른단다. 라벨에 ‘트로페오’라고 달려 있는데도! 원단이 어디서 생산됐는지 알 수 있느냐니까 그런 것까지는 모른다고.

 

 

제냐 트로페오 원단 시장 가격은 1야드 당 20만원 정도 한다. 재킷과 바지가 나오려면 최소한 2야드 반 정도는 있어야 한다. 원단 값만 50만원이다. 근데 이 원단으로 나온 수트가 99만원이다? 뭔가가 이상한 거다. 제냐 매장에서는 400-500백 만원은 간다. 그래서 물었던 건데, 되돌아 온 답변은 모른다는 일변.

 

 

로로피아나 130만원 짜리 수트의 경우, 로로피아나 어떤 등급의 원단을 썼는지 물어보면 10이면 10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는 제일모직 원단 등급도 몰랐다. 백화점 내 대기업 수트 브랜드를 파는 직원들이 죄다 똑같았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수트를 팔고 있다. 차림새는 멋지게 입고 있었지만 하나도 스타일 있어 보이지 않았다.

 

 

라펠, 고지라인, 스티치, 리얼 버튼 등 전문 용어 운운 하면 전문가인가? 제일모직 템테이션 급의 정장을 찾는데 비슷한 가격대 좀 보여 달라고 하면,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 남성복에서 이게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근데, 백화점 내 대기업 브랜드 직원들은 아무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또한 나를 딱 보고 취향에 맞는 정장을 내밀 수 있는 직원 역시 없었다. 이는 뭘 반증하는 것이겠는가. 백화점 내 대기업 브랜드 직원들은 자신들이 취급하고 있는 옷의 기본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다는 거다.

 

 

아니, 남성복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겠지. 판매량이 중요한 거니까. 고객과 별로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잘 맞는다고 구라치는 직원들이 백화점 대기업 브랜드 직원들이다. (‘중요하고도 세세한 물음들’은 생략하자. 다~ 몰랐다. 그냥 헛소리만 했다.) 그래서 난 결론지을 수 있었다. 백화점 내 대기업 브랜드 직원들은 옷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그런데 그 백화점 내 대기업 직원이라는 사람이 내게 댓글을 단 거다. 내가 위처럼 생각하는 백화점 직원을 그는 권위의 근거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내가 SNS에서 스타일 사진과 글을 발행하는 목적은 푼돈으로 클래식한 옷차림을 흉내내 보자는 거다. 클래식한 남성복은 매우 비싸다. 진품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클래식 남성복(깅스맨에서 보여준 콜린 퍼스의 룩)을 구현하려면 최소한 최소한 1000만원 대에 근접하는 돈을 써야한다.

 

 

이건 일반 샐러리맨들이 도저히 구입해서 입을 수가 없는 옷들이다. 그래서 백화점 매장에서 파는 클래식한 옷을 타겟으로 삼아 푼돈으로 그걸 흉내 내서 입을 수 있으면 그게 바로 패션에서 ‘오캄의 면도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SNS를 시작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은 클래식을 지향하고 적은 돈으로 클래식하게 입는 것이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켓을 매우 좋아하고 자켓 위주로 항상 옷을 입기에, 돈이 정말 많이 든다. 옷 입기에서 자켓이 중심이 되면 그에 따르는 부수 아이템들을 그에 맞게 구매해야 하기에..

 

 

옷에 대해 몰랐을 때는 은행 잔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패턴과 소재에 대해 공부를 하고 보니 저렴하지만 품질은 매우 좋은 옷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나는 이런 옷들을 소개해 보기로 한 것이다. 월급이 제한되어 있고, 가용할 수 있는 여윳돈이 별로 없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해서.

 

 

특히 빈티지 매장에서 구매한 3만원 짜리 재킷이 백화점 매장에서 30만원에 팔리는 재킷보다 소재와 클래식한 디자인이 좋은 것을 안 이후, 난 이런 옷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면에서도 옷의 리사이클은 정말 중요하니까.

 

 

내가 이렇게 주구장창 많은 말을 씨부린 까닭은 내 스타일을 말해주기 위함이다. 난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옷을 소비한다. 내가 입고 걸치고 드는 것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10만원 선에 그친다. 하지만 소재는 모두 천연에서 얻은 것들이고 제대로 가공한 괜찮은 제품들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품질 좋은 클래식 옷을 입자!’ 이게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이자 내 취향이다.

 

 

물론 이걸 사진에 담았을 때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내가 톰 브라운 옷을 좋아하고 칼 라거펠트 옷을 싫어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라거펠트 디자인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닌 것이다. 룩이 별로면 그냥 보고 넘어가면 된다. 대세에 따라 고쳐 입으라는 건 정말 옷에 대해 아무 것도 생각지 않는 사람들의 망발이다.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내 스타일은 내가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내 룩을 올리는 거다. 비싼 브랜드가 아닌,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룩을 보고 조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나름대로 조합해서 입으면 그만인 거다.

 

 

내 룩을 보고, ‘이상해요’, ‘별로에요’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입고 있는, 즉 (수십 만원에서 100만원을 넘어가는) 브랜드로 치장한 룩은 어떤가. 브랜드의 이념과 가치를 드러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본의 충실한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브랜드를 걷어 내고 남는 것, 그게 옷 입기의 본질이지 않을까 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브랜드)을 넘어서, 스마트한 소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내 스타일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브랜드로 치장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말이다. 적어도 나는 옷에 내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은 하니까!

 

 

참고로 지금까지 읽었던 남성 패션에 대한 안내서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책들을 꼽아 봤다. 이 중에서 단연코 최고는 오치아이 마사카츠의 책이다. 옷에 대해서 이 사람처럼 사유를 깊게 파고들어간 사람을 난 만나본 적이 없다. 읽어 보면 직감적으로 '최고다'라는 생각이 덮친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남성복 전문가라는 남훈도 이 사람 책을 베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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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1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6-03-1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껜가(?) TV를 보던 아내가 `스티브 잡스는 항상 저런 차림이더라`고 해서, 제 대답이, 얼마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삼성전자 무대`에 느닷없이 나타났던 마크 저커버그도 항상 `반팔 티셔츠` 차림이던데, `갸는 겨울엔 뭘 입지?` 하고 물어봤던 생각이 나네요... yamoo 님의 독특하고도 옹골찬 패션 철학을 접하니, ˝나는 반박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그것들 앞에서 장갑을 낄 뿐이다˝란 니체의 말도 떠오르고요. ㅎㅎㅎ

yamoo 2016-03-11 23:32   좋아요 0 | URL
오옷! 니체가 그런 말도 했나요?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요. `장갑`에 대한 포스팅을 할 예정인데, 철학자가 장갑을 언급한 건 도통 몰랐는데, 오렌님이 알려주시네요!! 큰 절 올립니다요!!^^

oren 2016-03-12 00:45   좋아요 0 | URL
니체는 너무나 다양한 어휘들을, 너무나도 어울릴 만하다 싶은 곳에 느닷없이 불쑥불쑥 꺼내놓기 때문에, 거의 모든 문장들이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는 듯해요. 그렇다고 그가 한번 꺼냈던 단어들을 다시 꺼내는 일은 극히 드물고요.(예를 들어, 『선악의 저편』에서 그는 `차라투스트라`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듯해요. 혹시 제가 잘못 봤다면 겨우 한 번쯤 꺼냈거나 할 뿐이지요. `위버멘쉬`도 그 책에서는 딱 한 번만 나올 정도니까요. 그가 문장의 참신성과 신선함을 위해 얼마나 놀라운 인내심을 발휘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완전 감동이더라구요.).. 아, 참.. `장갑`이라는 단어는 제가 여태껏 읽은 니체의 책에서 딱 두 번쯤 봤던 듯한데요. 제가 인용한 부분은 `자신의 철학이 지금은 추위에 떨고 있지만, 기존의 철학을 반박하지 않고, 장갑을 끼고 있으면서, 기나긴 세월을 참고 기다리겠다`는 다짐의 취지로 표현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부분을 통째로 옮겨 보겠습니다. `철학`에 대해서라면 특별한 이해력을 갖춘 yamoo 님께서도 금세 `장갑`의 의미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 * *

장갑을 낄 뿐

ㅡ 내 책들의 공기를 맡을 수 있는 자는 그것이 높은 곳의 공기이며 강렬한 공기임을 안다. 이 공기의 찬 기운으로 인해 병이 나게 될 위험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공기에 알맞게, 그것을 견뎌낼 수 있게끔 되어 있어야만 한다. 얼음이 가까이에 있고, 고독은 엄청나다 ㅡ 그런데도 모든 것이 어찌나 유유자적하게 태양빛 아래 있는지! 어찌나 자유롭게 사람들은 숨쉬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사람들은 자기 발 아래 두고 있다고 느끼는지! ㅡ 내가 지금까지 이해하고 있는 철학, 내가 지금까지 실행하고 있는 철학은 얼음과 높은 산에서 자발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ㅡ 삶의 낯설고 의문스러운 모든 것을, 이제껏 도덕에 의해 추방당해왔던 모든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금지된 것들 사이에서 그렇게 방랑했던 내 오랜 경험에 의해, 나는 지금까지 도덕화와 이상화를 행했던 원인들을 그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는 법을 배웠다 : 철학의 숨겨진 역사, 철학이라는 위대한 이름의 심리가 내게 분명해졌다. ㅡ 어떤 정신이 얼마나 많은 진리를 견뎌내는가? 얼마나 많은 진리를 감행하는가? 이것이 나에게는 점점 진정한 가치 기준이 되었다. 오류(ㅡ이상에 대한 밑음ㅡ)는 맹목이 아니다. 오류는 비겁이다 ······ 인식의 모든 성과와 발전은 용기에서,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순수함에서 나온다 ······ 나는 이상들을 반박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그것들 앞에서 장갑을 낄 뿐이다 ······ 우리는 금지된 것일수록 애쓴다Nitimur in vetitum : 이런 표지 아래 나의 철학은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진리만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ㅡ

-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서문>, 제3절

yamoo 2016-03-13 22:32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의 패션 스타일`을 지지합니다아 ~

yamoo 2016-03-11 23:48   좋아요 0 | URL
감솨합니다, 곰발 님!!

stella.K 2016-03-1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잡스는 옷을 그다지 잘 못 입지 말입니다.
그런데 야무님 글을 읽으니 생각이 변하지 말입니다.ㅋ

옷을 잘 입는 것 보다 자기에게 맞게 입는 게 더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철새가 많죠.
옷 하나 잘 입었다고 폼나는 건 아니더라구요.
옷을 튀지 않게 입어도 은근 멋있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전 그런 사람이 좋더군요.
옷 잘 입는 사람 보기는 좋은데 좀 가까이 하기엔 거시기한 느낌도 들거든요.^^

yamoo 2016-03-11 23:37   좋아요 0 | URL
살아 생전 옷을 못 입었지만, 그건 잡스의 전략...휴대폰을 돋보이는 코디를 찾다가 단순한 룩으로 청바지, 터틀넥, 뉴발 조합을 생각했다죠~ 옷 못입는다는 세간의 평가를 반복을 통해 불멸의 룩으로 바꿔놓은 건 잡스의 힘이었죠. 디자인도 미야케가 했답니다~

치장하지 않게 입는 옷이 최고 난도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는 거^^

transient-guest 2016-03-11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에 맞는 옷, 나아가서 자기의 철학에 따라, 또는 스타일에 따라,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구요, 실천하는 님의 모습에 물론 다른 의견도 가질 수 있겠지만, 저런 초딩스런 글이라니요. 맞춤법도 그렇고, 어휘랄까, 거의 초딩 댓글 같습니다. 조금만 생각이 있어도 저런 조악한 논리는 사용하지 않을 듯 합니다.

yamoo 2016-03-11 23:39   좋아요 0 | URL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근데 그걸 대놓고 강요하는 방식은 좀 잘못된 거 같습니다.남들이 좋게 봐야 그게 멋이고 패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요. 특히나 우리나라에요^^;;

초딩이 아니구...대기업 의류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글이에요...ㅎ

transient-guest 2016-03-12 04:25   좋아요 0 | URL
워낙 wording이나 이런 것들이 초딩스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우리나라 현주소인가 봅니다.-_-: 저도 한글 맞춤법이나 어휘 오류가 많지만, 통신체라고 해야하나요? 암튼 그렇게 느낀 건 사실입니다.

페크pek0501 2016-03-11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티브 잡스의 옷차림을 하나의 전략으로 봤어요. 판매를 위한 전략이요.
예를 들면 새로 출시된 아이폰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고가의 옷을 입지 않고 저가의 입을 입어서 `저처럼 이런 복장을 입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아이폰입니다.`로 읽었다는 것이죠.
만약 부자처럼 고가의 옷을 입고 나오면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저런 고가품은 부자들만의 제품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많이 팔리지 않겠죠. 무엇보다 상품을 대중화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처럼 청바지를 즐겨 입는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이 아이폰을 살 수 있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옷차림이라는 거죠.
그래서 참 영리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yamoo 2016-03-11 23: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전략...근데, 그 간단한 옷을 디자인한 사람이 이세이 미야케라죠. 터틀넥, 진 바지, 뉴발 스니커즈.. 잡스였기에 불멸의 아이템이 된거라 생각하는 1인~

2016-03-11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8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1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4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2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 <귀향> 엔딩곡인 '가시리'입니다.

첨 듣는 목소리에 완전 빠져서 가수를 겨우 찾았네요.

은희지라는 국악인입니다. 퓨전 국악인 같은데, 싱글 음반을 발매한 모양입니다.

전부 우리나라 전통 시가에 음을 붙인 모양인데, 참으로 가락이 아름답습니다.

특히나 이 가시리는 계속 듣게 되네요.

 

영화 <귀향>을 편집한 동영상이 이 곡과 함께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데, 그것보단 싱글 곡을 듣고 싶어 찾다보니 있네요. 유투부 가수 정보가 은희진으로 돼 있던데, 은희지가 맞습니다.

 

목소리 정말 좋네요. 한동안 버닝할 것 같습니다. 고려가요 '가시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곡인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냥 학창시절 때 외우기만 했습니다. 고려가요 못 외는 넘은 무쟈게 맞았기 때문에 향가와 여요 그리고 가사는 모조리 암기했었지요. 지금도 암기합니다만...ㅋㅋ

 

영화 볼 때 이곡이 중간에 평양 기생 출신으로 나온 배우가 개울가에서 부릅니다. 그때 진짜 그 배우가 부른 줄 알았는데, 립씽크 였네요. 정말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엔딩 때 다시 나와 대미를 장식했죠. 어제와 오늘 검색해서 겨우 찾아 줄창 듣고 있네요. 귀향 안 보신 분들은 이 곡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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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2-2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는 너무 애잔하고도 애절하네요... 저는 조금 아까 Classic FM에서 다른 버전으로 <가시리>를 들었는데, 절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답니다. 제가 들었던 노래를 지금 찾아보니 <박범훈 작곡, 노래:이주은 & KBS국악관현악단, 연주시간 8분 36초>로 나오네요. 혹 관심 있으시면 (오늘 이후에) `다시듣기`로 함 들어보세요~ http://www.kbs.co.kr/radio/1fm/elegance/replay/2449544_51252.html

yamoo 2016-03-01 13:08   좋아요 1 | URL
말씀해주신 사이트를 찾아 들어보았는데요, 저는 가시리를 도저히 못찾겠더라구요. 2월29일 방영분 다시듣기로 들어봤는데, 빨리빨리 찾아 들으려고 해서인지 못찾았습니다. 다시 들어봐야 할 거 같아요. 어느 정도 시간 구간에 있는지 알았으면 좀 더 쉽게 들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근데, 그 프로 괜찮더라구요. 시간 날 때마다 들어볼 요량입니다. 좋은 사이트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tella.K 2016-02-2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이 왜 그리 극찬을 하는지 알겠네요.
근데 제 놋북이 후져서 그런가 자꾸 끊기네요.ㅠ
암튼 잘 듣고 갑니다.^^

yamoo 2016-03-01 13:14   좋아요 0 | URL
사양 좋은 기기로 들어 보시면 훨씬 더 괜찮을 듯합니다. 듣고 단번에 끌려 이 가수가 어떤 가수인지 열심히 찾아보았지요. 옌벤 출신 민요 가수인데, 북한에서 수학한 이후 우리나라 서도 민요에 끌려 우리나라에서 석사를 한 모양입니다. 옌벤, 북한, 우리나라 창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서 노래를 부드더군요. 여기에 서양의 성악도 배워 맑고 고운 소프라노 음역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창법으로 꺽기를 하는...그야말로 실력파 중 실력파 가수인 듯합니다. 명창에게 가르침을 받는 중이라는 군요. 정말 대단한 가수입니다.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내공없는 저같은 사람의 귀에 꽂히니...

세실 2016-02-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렌님 표현처럼 애잔하고 애절합니다. 노래만으로도 뭉클합니다.
목소리가 참 맑으면서 절제된.....
해금연주도 좋으네요.

yamoo 2016-03-01 13:16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은희지 음반 한 번 들어보세요. 창-민요-성악을 넘나드는 목소리가 정말 일품입니다. 일반 가수와는 차원이 다른 명인 계열입니다. 은희지가 그랬다지요. 대중에게 다가가는 모래를 부르고 싶다구요. 정말 기대가 가는 가수입니다. <귀향>을 못봤다면 알 수도 없는 가수였겠지요. 한 동안 버닝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