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한 해 동안 제일 많이 본 장르가 애니다. 넷플에서. 특히 일본 애니. 2010년 이후 뚜렷한 대작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에르고 프록시> 같은 작품은 만나 볼 수조차 없다. 기대도 안 한다. 그럼에도 작년에 그렇게도 많은 시청을 한 이유는 몇 펀의 작품이 시간을 순삭시켰기 때문. 순전히 재미 면에서. 감동이나 철학적인 깊이는 없다시피 하니 이야기가 재미있는 작품을 찾게 된다. 그렇게 재미있게 본 작품이 몇 편 나오니 넷플이 비슷한 퀄러티의 작품을 계속 추천해 주는 거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니 예상외로 본 작품이 많았다. 애니는 애들이나 보는 장르가 아니라는 건 이미 <케데헌>으로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 재밌는 순으로 정리해 본다.

 

나혼자만레벨업 ★★★★★

웹툰이 유명했는데, 나는 웹툰을 전혀 안 봐서 그냥 제목만 알았다. 너무도 유명했으니까. 어느날 넷플이 이세계 애니를 몇 편 완결하고 나니 내게 추천해 줘서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25년 내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 준 작품이다. 일본어 더빙인데 전부 우리나라 배경이고 인물도 한국 인물이다. 던젼을 차례로 클리어 하면서 최고가 되는 과정을 그린 단순 이세계 스토리인데 액션 연출이 매우 좋았다. 24부작을 이틀만에 해치웠다. <헌터X헌터>를 차용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재미면 용서가 된다.

 

귀멸의칼날  ★★★★☆

나히아, 브랙클로버, 원펀맨, 귀멸 모두 똑같은 스토리다. 이능물. 성장해서 최고가 되는 소년만화(열혈물)의 전형. 그중에서도 원탑인 귀멸 시리즈. 극장판 2편의 퀄러티가 너무 좋아 TV판을 찾아보게 할 정도. <무한열차편>편을 보고 우와! 이런 정도의 스케일은 더 이상 만들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올 하반기 <무한성편>을 보고 이 생각을 고쳐먹었다. 애니가 구현할 수 있는 액션의 끝판왕이었다. 내 후년에 개봉하는 작품은 도대체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일단 귀칼 극장판을 즐기려면 TV판부터 봐야한다. 탄지로가 어떻게 최고가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다.

 

지구의 회전에 대하여 ★★★★☆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책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오마주한 작품. 말 그대로 천동설이 판을 치는 중세시대와 같은 가상시대를 설정해서 지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옴니버스 식이지만 지동설을 알기 쉽게 애니화한 숨어있는 명작. 내용 자체가 지구물리학에 대한 내용이라 쉽지 않지만 이걸 빼어난 연출로 수려하게 뽑아낸 연출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작화도 끝내준다.

 

무직전생 ★★★★☆

이세계 애니 흥행에 시초가 되는 작품.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라이트 노벨 원작. 형식은 이세계 이지만 실상은 마법 판타지물이자 성장물이라 볼 수 있겠다. 플롯 구조가 매우 재미있게 잘 짜여 있어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다. 장르가 무엇이든 재미있으면 된다. 이 작품은 볼 가치가 충분하다.

 


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 ★★★★☆

기대가 거의 없었지만 작화가 좋아 계속 봤는데, 의외로 수작인 작품. 던전 판타지물이자 성장물. <무직전생>을 재미있게 봤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주인공이 마법을 쓸 수 없는 설정과 우직한 직진은 <블랙클로버>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단 스케일이 작고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작품. 결국에는 최강이 된다는 설정이지만 단계적 성장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하도 재미있어 코믹도 구입해서 볼 정도.

 

지옥락 ★★★★☆

에도 막부시대 죄수들을 모아 극락의 섬으로 보내 장생불사의 약(신선향)을 찾는다는 내용. 헌데 극악무도한 죄수들을 섬으로 보내면 모두 송장이 돼서 돌아온다. 이를 해결하고자 막부는 최고의 악당들만 모아서 섬으로 보내는데.

섬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얘기를 그린 활극 액션 판타지 만화. 매우 재밌고 액션이 끝내준다. 장생불사라는 소재가 도가사상으로 연결되어 도가의 개념적 차용을 많이 하고 있는 특이한 작품. 1기가 끝나고 2기가 방영 중.

 

마슐  ★★★★

마법 판타지물. 개그적인 요소도 꽤 섞여 있음. 작화가 별로인데 의외로 내러티브 구조가 탄탄함. 원작 만화 구입도 생각해 봤을 정도. <원펀맨>과 비슷한 면도 다분함. 주인공이 감정 기복이 별로 없고 캐파가 압도적. 아무리 강한 적이 나타나도 우습게 제압하는 설정이라 이게 좀 단점임. 결말이 뻔해서. 그럼에도 재밌다!

 

나는모든것을패리한다 ★★★★

보통 마법물의 주인공은 미소년·소녀다. 헌데 본작의 주인공은 40대로 보인다. 여기서 일단 신선한(?) 면이 부각된다. 능력치가 미천하게 태어났지만, 기술 하나만 갈고 닦아서 세계 내 최고수가 된다. ‘패리한다는 건 모든 공격을 튕겨내는 기술. 아주 초급 마술에 해당한다. 근데 이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하여 엄청난 능력치를 갖게 되었다는 설정. 헌데 자신은 그 능력치의 정도를 모른다는 게 의외의 개그 코드. 예상을 뒤엎고 무쟈게 재밌다!

 

현실주의용사의 왕국재건기 ★★★★

재미 면에서는 <지팡이와 검>에 못 미치지만 <군주론>를 적극 도입하여 국가 재건에 잘 녹여낸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싶음. 여기 리뷰를 썼기에 그만 패스.

 

 

 

고질라: 행성포식자 1,2,3  ★★★☆

영화를 시리즈로 만들었다. 고질라 영화도 있지만 애니는 영화가 구현하지 못하는 면도 구현할 수 있어 보기 괜찮다. 이런 애니는 플롯 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있기에 고질라 및 괴수들의 싸움을 보는 게 주된 감상 포인트다. <괴수8>도 있긴 하지만 고질라에 나오는 괴수들에 비하면 장난이다. 그런 과장된 스케일의 싸움을 보기 원하는 시청자들에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그외 완결을 못 본 작품들>>

장송의 프리렌 ★★★★

마왕학원 부적합자 ★★★☆

괴수 8★★★☆

주술회전 1★★★☆

갑철성의 카바네리 ★★★☆

나의 행복한 결혼 ★★★☆

사카모토 데이즈 ★★★

상태이상스킬 ★★★

추방당한 그 치유사, 실은 최강 ★★★

귀무자 ★★★

아랑전 ★★★

군청의 마그멜 ★★

 

<덧>

드디어 다 정리했다. 25년 본 걸 정리하는데만 며칠을 소비한듯..

책도 빠뜨린게 있고 영화도 기억하지 못한 작품이 있을 거다. 애니도. 그치만 이런 정도로만 정리해도 나름 만족한다. 기록 차원에서도 이런 정리는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떤 영화를 언제 봤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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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1-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일본 애니를 참 많이 봤었는데 지금 리스트에는 귀멸의칼날 하나 밖에 없네요.
전 네이버웹툰의 <칼부림>을 십여년째 보고 있는데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에서 출발한 시대극이 십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병자호란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군요. 혹시 안 보셨다면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