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에 차서 본 영화가 있다. <대홍수>. 김다미가 선택한 차기 작품이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김다미 배우 팬이기에. 거기다 박해수까지 나온다고 하니 25년 1월부터 넷플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장장 1년이다. 넷플에 개봉한 바로 그날 나는 기대에 차서 <대홍수>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난영화 치고 전개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을 지나면서 뭔가 이상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르의 변주. 엔딩에 가까이 갈수록 당혹감을 넘어 헛웃음까지 났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서 괜히 봤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너무 기대감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기대하듯 나 역시 이 영화를 재난 영화로 알고 보았다. <해운대>와 얼마나 다른 영화가 될지 기대했다는 얘기. 헌데 이 영화는 재난 영화를 위장한 SF 영화였다. 그것도 'AI 학습'이라는 대담한 소재를 타임 루프와 믹스하여 내 놓은 희대의 야심작. 모성애를 AI로 학습하게 하여 미래 인류를 창조한다는 주제.
이 야심차고 거대한 혁신적인 주제를 구현하려 했던 게 바로 <대홍수>였다. 이걸 그럴 듯하게 영화에 담아 내려면 시나리오보다 연출력이 받쳐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안되는 잡탕이 되는데, 김병우 감독이 딱 이랬다. 영화의 개연성과 핍진성은 어디나 팔아먹었는지 영화 플롯은 널을 뛴다.
열연한 김다미가 아까웠다. 아이를 찾는다는 암시는 첫 사건 종결 때 김다미 대사로 나타난다. 엄청난 실패의 타임 루프는 김다미가 입은 티셔츠 숫자로 표시된다. 숫자가 만 단위를 넘어서면서 김다미는 여전사가 된다. <오블리비언>나 <엣지오브 투마로우>가 오버랩되는 건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이 느끼는 지점이지 않았을까.

어쨌든 영화에 다량 실망하여 평점 5점을 줬다. 감독의 깜냥에 혀를 내두르며, 능력이 안 되는 감독이 엄청난 자본을 받으면 이런 작품이 탄생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김병우라는 감독이 만든 작품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헌데 영화를 본 이후 각종 인테넷 뉴스에 본 영화의 혹평이 다량 게재됐다. 혹평도 정도껏 하라는 기사도 떴다. 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렇게 못 만든 영화가 영화 리뷰 기사에 꾸준히 게재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느꼈다.
예상을 깨는 건 이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결과였다. <대홍수>는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비영어권 부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5.까지 계속 1위였다. 이렇게 허술하게 만든 영화가 넷플 비영어 부분 압도적 1위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건 뭐지?!! 그렇게도 넷플에 잘 만든 영화가 없다는 반증이가? IMDB 평가도 하위권이고 로튼토마토 지수도 형편없는데 <대홍수>가 왜 인기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뭐,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고 좋은 영화는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걸 논리학에서는 '다수의 오류'라고 한다지.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이 아닌 것처럼 시청시간이 길다고 '영화의 좋음'은 담보할 수 없다. <대홍수>는 다수의 오류에 완벽히 부합하는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