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피곤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을듯이 피곤했다. 도대체 왜 피곤할까 생각했는데...아뿔싸..출장을 다녔다. 평소보다 더 많이 걸어서 피곤했나보다. 집에 가서 일찍 자야지, 이 생각만 했다.

 

, 근데 자기 전에 낼 무슨 책을 가져가면 좋은지 결정해야 했다. , 물론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도 세팅해 놔야 아침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낼 아침에 무슨 책을 읽을까?’라는 고민에 답해야했다. 으하하하. 일단 로맨스는 패스. 한국 문학도 패스. 두꺼운 책도 패스. 얇지만 임팩트 있는 세계문학을 고르자 하고는 소설이 쌓여 있는 책탑으로 갔다. 뭐 읽지? <미래의 이브>도 읽고 싶은데...너무 두껍다. 얇은 철학서로 갈까, 아니야 그래도 문동 세계문학 하나 더 읽고 지인이 추천해준 행복에 대한 원탑서라는 데니얼 네틀의 저서들을 읽자. 어쨌든 문동 세계문학을 골라야지, 아니야 을유 세계문학을 골라야겠다. , 근데 을유 세계문학은 죄다 두껍네?!

 



여하튼 제목에 끌려 이 책을 꺼내들고 왔다.


<알렉시·은총의 일격>. 이 책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저자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세계문학사에서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지 않을까. 아나톨 프랑스보다 더 지명도 있으려나. 어쨌거나..

 


근데, 얇아서,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두 편이나 수록되어 있어서 딱 내취향이다. 이게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이라면 절 대 안 골랐을 거란 말이지. ~ 작품이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펼쳐서 읽었다!(이 책은 8페이지 분량의 작가 머리말 부분이 붙어 있다. 초기작이라 나중에 작가가 부가했다고 해서 건너 띄었다.)

 

이 편지는, 그대여, 무척 긴 글이 될 거요. 난 글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소. 말은 생각을 왜곡하게 된다는 얘기를 여러 번 읽었는데, 내가 보기엔 말보다 글이 훨씬 심한 듯싶소. 한 텍스트를 중역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알잖소. 게다가 난 어찌해야 잘 쓸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하오. 글을 쓴다는 것은 수많은 표현을 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선택이라오. 그중 어느 것도 날 만족시키지 못하고, 무엇보다 다른 것 없이 홀로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오. 아마도 화음이 연속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일 거요. 편지에서는 아무리 긴 편지라 해도, 단순화해선 안 될 것들을 단순화할 수밖에 없잖소.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면 명료함이 사라지니까! 나는 이 편지를 진실될 뿐 아니라 정확하게 쓰기 위해 노력할 거요. (19)

 

~~ 뭐랄까, 느낌이 빡~~~!하고 오는 거 있지. 그래서 낙찰. 출근길에 읽으면서 갔다. 읽어가는데, 장이나 절의 구분없는 장편의 편지를 읽는 느낌이었지만, 그 문체와 문장의 힘에 끌려들어간다. 와우! 유르스나르을 처음 읽는 내게 작가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걸출한 책을 왜 여태껏 모르고 있었지? ....난 세계문학 잼병이인게 맞구나. 유르스나르를 이제야 맛보다니. 더군다나 알렉시 혹은 공허한 투쟁에 관하여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세상에나!). 물론 이 전에 습작을 몇 편 썼지만 정식 출간한 첫 작품인데, 이걸 26살에 썼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1929년에 출간되었으니 26살 맞다.(유르스나르는 1903년 생이다.) 탄성이 절로 난다.

 

이거 알라디너 모두 에게 강추드린다. 또 한편의 명작을 골랐구나. 유르스나르 책들을 모조리 모아야 겠다. 소장하고 있는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도 꼭 봐야겠다.ㅎㅎ(근데 출간된 책이 거의 없다! 3작품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구입할 수 있는 전부인듯..)


 

 






[]

3.29. 다락방 님의 페이퍼에 비슷한 글을 쓰겠다고 해서 쓴 페이퍼이다..^^;;

도저히 다락방 님처럼 재밌게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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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1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저는 모르는 작가인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yamoo 2023-04-13 17:29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오~~~유르스나르...몰루시는군요! 아싸~~
유명 작가 알려드렸네욤...꼭 읽으시고 리뷰나 페이퍼 써주세요! 불끈!!ㅎㅎ

페크pek0501 2023-04-13 2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는 책들이어서 검색해 보느라 바빠질 예정이에요.
알라딘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을 소개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yamoo 2023-04-15 10:17   좋아요 1 | URL
저도 모르는 책들 많습니다. 요즘 나오는 한국 문학 작가들은 죄다 몰라요..ㅎㅎ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의외로 모르는 독자들이 많더라구요.
우리나라애는 현재 2 작품군(3작품)만 달랑 번역되어 나왔는데 번역된 수가 적어서 유르스나르 작품 세계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