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들링 2 - 첫 번째 엔들링 2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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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종족 가운데 모두가 소멸하고 나 홀로 남아 있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뉴베리 상 수상 작가인 캐서린 애플게이트의 엔들링이란 판타지 소설은 바로 이런 상황 가운데 놓인 주인공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엔들링>의 세계관을 먼저 간략하게 설명해봅니다. 이 세계엔 여섯 지배 종족이 있습니다. 인간, 랍티돈, 펠리벳, 테라만트, 니티테, 데언, 이들이 그들입니다. 랍티돈은 날아다니는 종족입니다. 모든 새를 지배하는 종족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펠리벳은 고양이 모양의 거대한 몸집의 전사종족입니다. 전투 능력으로는 최고인 종족입니다. 테라만트는 가장 난폭한 종족인데, 거대한 곤충 모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무엇이든 물어뜯어 죽이는 난폭한 종족입니다. 니티테는 바다를 지배하는 종족이죠. 인어의 이미지, 하지만, 역시 난폭하고 대단히 이기적인 종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요. 데언은 개와 같은 모습이지만, 직립보행을 하고 무엇보다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을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인간은 다들 알겠고요. 가장 탐욕스럽고 가장 잔혹한 종족이랍니다. 물론 그 가운데 선한 존재들 역시 있지만 말입니다.

 

이들 여섯 지배 종족은 모두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서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용언어가 있습니다. 즉 모두 서로 간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답니다. 데언과 개는 겉보기엔 구분하기 어렵지만, 개는 멍멍 짓지만 데언은 말을 합니다. 다른 종족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들은 모두 도구를 만들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마법을 쓸 수 있답니다. 데언은 언젠가부터 마법으로부터 멀어져 사용하지 못하지만요. 언젠가는 우리 주인공 빅스 역시 마법을 사용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레 해봅니다.

 

물론, 이들 여섯 지배 종족 말고도 중요한 종족이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무리엔 워빅인 토블이 있답니다. 워빅은 마치 사막여우나 토끼처럼 생긴 조그마한 종족인데, 이들 역시 말을 할 줄 알고 도구를 사용하며 무엇보다 배를 다루는 기술이 좋은 종족입니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섯 지배 종족에서는 속하지 못하는 중간 종족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데언빅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워빅토블이랍니다. 워빅은 작은 덩치와 생김새 때문에 상대가 쉽게 깔보게 되는데, 워빅은 화가 나면 아주아주 무섭답니다. 이런 장면들이 몇 차례 나오게 되는데, 그런 장면이 아주 통쾌하답니다.

 

소설의 주인공 빅스는 데언입니다. 데언에겐 아주 큰 힘이 있는데, 바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답니다. 어느 누구도 데언 앞에선 거짓말을 할 수 없답니다. 데언의 가장 큰 능력은 이처럼 진실을 구별하는 능력입니다. 바로 이런 힘을 두려워하는 지배자가 데언 몰살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실제 데언은 몰살당합니다. 그렇게 제국 내에서 데언은 멸종되었다는 공식 이별식까지 행했답니다. 물론, 빅스가 살아 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빅스는 엔들링이 됩니다. 종족 가운데 홀로 남아 있는 존재가 말입니다.

 

빅스는 1권에서 친구들을 만나 모험의 일행이 되는데, 이들은 새로운 가족이 됩니다. 데언 빅스, 워빅 토블, 인간 카라, 도둑 렌조, 펠리벳 갬블러, 이렇게 다섯 친구들이 일행이 되어 데언이 생존한다는 전설 속에 존재하는 살아 있는 섬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그렇게 친구들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살아 있는 섬에 도착하는데, 그곳에 데언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단 둘, 부자 관계인 데언 만이 있었답니다. 그나마 아버지 데언은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져 죽고 맙니다. 물론, 이제 빅스는 엔들링이 아닙니다. 적어도 데언 둘이 존재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곳에서 새롭게 만난 데언 맥신을 통해, 데언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장소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렇게 또 다시 떠나게 되는 여행길, 과연 데언들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이번 2권 역시 재미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일행을 이끄는 리더 카라가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을 드러냅니다. 카라는 전쟁을 없애려는 꿈을 꿉니다. 물론 그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을 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이제 네다라에서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고, 반면 데언 마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빅스가 작은 무리의 리더가 되어야만 한답니다(이 무리에 랍티돈이 등장합니다.). 겁쟁이에 불과했던 빅스가 어느덧 성장하여 리더의 역할을 감당해나가는 모습이 흐뭇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역시 판타지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주인공의 성장이겠죠.

 

아울러 이런 성장은 서로간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동료 간에 신뢰하며 서로를 돕는 가운데 성장해 가는 과정이 멋스럽습니다. 물론, 소설 속 친구들이 겪는 모험은 때론 아찔하고, 때론 위험하고, 때론 무력함에 힘겹게 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이들 친구들의 모험이 또 어떤 신나는 여정을 그려낼지 다음 편을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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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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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을 사면(또는 책을 손에 넣으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띠지를 버리는 행위부터 시작한다. 어떤 분들은 이 띠지를 꼭 소장하지만 난 거의 대부분 버린다. 왜냐하면, 띠지에 쓰여 있는 문구들은 독자들을 현혹하는 문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왜 그런 문구를 적어야만 했을까 공감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허탈하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인터넷 기사에서 그 내용과는 전혀 다른 제목들로 독자들의 클릭을 낚으려는 행위처럼 띠지의 역할 역시 유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등단 35년차 베테랑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란 문구가 눈에 띤다. 물론, 이 책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것이 이번(2020)이 처음이고 그렇기에 작가 등단 35주년인 건 맞다. 하지만, 이 소설은 2001년 작품이다. 시비 걸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는 말이다(“따지는 건 아니지만이라고 썼는데 생각해보니 따지는 게 맞다.).

 

푸념부터 늘어놨는데, 이왕 한 것 또 하나 늘어놓는다. “당신이 몰랐던 새로운 히가시노 게이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문구가 띠지 앞면에서 튀어 오른다. 그렇다. 이 소개는 어느 면에선 맞다. 여태 읽어왔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어쩐지 허무개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 이 소설집을 접한 솔직한 첫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정말 이 소설집이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때, 인기가 있었던 게 맞나? 혹시 작가의 이름 때문에 많이 팔렸던 건 아닐까? 어쩌면 거의 20년 가까이 국내에서 이 작품이 번역 출간 되지 않은 그 이면에 진실이 감춰져 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이 소설집의 작품을 읽으며 들었던 처음 감정들이다.

 

그런 감정은 소설집(그렇다. 이 책은 도합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이다. 모두 추리소설가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어가는 가운데 일정 부분 수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묘하게도 허무 개그와 같은 작품들에 빠져 들게 되고 이런 독특한 느낌에 매료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결국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하는 동의를 일정 부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소설집을 덮으며 든 생각은 정말 여태 몰랐던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은 배부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내 평가와 달리 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분명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하는 것도 사실이고.

 

어쩌면 본인 스스로 소설가로서 그리고 추리소설가로서 소설가들의 세계, 출판계에 대한 솔직한 자기반성과 자기비하, 풍자를 소설 속에 담아냈다는 점만으로도 분명 일정 부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집을 읽는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는 단편 하나만 읽고 책을 덮지 말라는 것, 계속하여 한 단편 한 단편 계속하다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으니 말이다. 첫 단편의 느낌도 어느 샌가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이왕 책을 든 것 끝까지 읽으면 후회는 없을 게다(솔직히 자신할 순 없지만.). 어떤 측면이든 간에 출판사가 선전하는 것처럼, “당신이 몰랐던 새로운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판단은 결국 남이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하는 것임을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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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1-23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띠지를 버리는 편이라서 뭔가 반갑네요. 출판사의 홍보문구는 한귀로 흘리긴 하는데, 그런 이유보다는 띠지가 걸리적거려서 기냥 버려요. 그나저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꾸준하게 책을 내는군요. 최근작들도 과거작품들 만큼이나 재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중동이 2021-01-23 16: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책을 읽을 때, 띠지만큼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죠^^
요즘 신작도 재미있더라고요.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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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등단 35주년(2020년 기준)을 맞아 내놓은 추리소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으며 든 생각은 무엇보다 반갑다는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본격추리소설과 이별을 고했던 작가가 다시 본격추리소설 느낌이 가득한 소설을 냈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마요는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된다. 고향에 남아 있던 아버지. 고향에서 오랫동안 교사집안이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것. 고향에서 존경받는 교사인 아버지를 누가 왜 살해한 것일까?

 

마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죽어가는 시골 마을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학 동창들을 만나게 된다. 마침 오랜만의 동창회를 앞둔 시기였기에 고향에 정착해 있는 동창들 뿐 아니라 각지에서 성공한 동창들 역시 작은 시골 마을에 몰려든 상태. 그런 상태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범인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 탐정 역할을 하는 이는 아버지의 동생인 다케시 삼촌이다. 마요조차 그 존재를 모르다가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된 삼촌. 미국에서 마술을 배우고 나름 성공한 마술사인 듯싶은데, 무슨 사연인지 귀국하여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삼촌. 천생 교사인 아버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성격의 삼촌. 그 삼촌이 바로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어느 명탐정보다 더 예리한 사고와 구렁이 같은 모습으로. 소설 제목의 블랙 쇼맨이 바로 이 삼촌이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유도심문에 능한 능구렁이 삼촌이 바로 이 블랙 쇼맨이다. 이런 탐정 역할의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본격추리소설의 느낌이 나서 오히려 더욱 반가웠다.

 

게다가 서점의 책 소개 글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블랙 쇼맨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며 돌아왔다.”는 글귀가 보인다. !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 블랙 쇼맨을 시리즈로 계속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좋다. 특히, 이런 본격추리소설로 계속 이 시리즈를 이어주길 고대해본다.

 

또한 이 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점.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역시 이런 코로나 상황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 이런 점이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그러나 이미 우리의 또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소설 속에 더욱 공감하며 쉽게 동일화되어 몰입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책엔 책속의 책’ <환뇌 라비린스>가 일러스트로 구현되어 있다. 아코디언 접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속의 책 <환뇌 라비린스>는 이 책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모티브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러스트로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책값이 다소 비싸지만 책을 덮는 순간 누구나 블랙 쇼맨의 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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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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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등단 35주년(2020년 기준)을 맞아 발표한 신작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은 작가의 요즘 작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본격추리소설에서 사회파소설로, 다시 감동소설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나간 작가의 등단 35주년을 맞아 내 놓은 작품은 감동소설이라 볼 수 있다(물론 또 다른 신작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다르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레이토는 없는 놈이 되는 일도 없다고 불운의 아이콘처럼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한 회사에서는 누군가의 실수로 벌어진 문제를 뒤집어쓰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만다. 웨이터로 취직한 곳에선 그곳 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 일로 인해 잘리고 만다. 그 다음 취직한 회사에서는 제품의 하자를 속이는 회사의 모습에 고객에서 솔직히 하자를 밝혔다가 퇴직금은커녕 일한 봉급도 받지 못하고 내쫓기고 만다.

 

그러다 결국 절도행각으로 붙들린 레이토, 꼼짝없이 전과자가 되어 형을 살아야할 위기 앞에 그를 향해 내민 손길이 있었다. 레이토의 이모라는 여인이 등장한 것.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상류층 여인인 이모는 레이토에게 월향신사란 곳의 관리를 맡긴다. 보다 더 정확하게는 그곳에 있는 신비한 나무 녹나무의 파수꾼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녹나무에 들어가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비한 나무. 과연 이 신비한 녹나무에 얽힌 소문은 진실일까? 녹나무의 파수꾼이 된 레이토는 그곳을 찾는 이들의 진심어린 모습에 점차 매료된다. 과연 이들이 한다는 기념은 무엇일까? 기념을 하는 시기는 그믐 즈음과 보름 즈음인데 두 시기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녹나무가 들어주는 소원은 어떤 종류의 것일까? 과연 녹나무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는 감동소설이다. 하지만, 미스터리적 요소가 없진 않다. 무엇보다 이 녹나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파수꾼이 된 레이토를 알아가게 된다.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었지만, 정적 녹나무의 효능도 어떻게 기념하는지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이모 역시 알려주지 않는데,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만 하며. 그렇기에 녹나무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는 장면이 마치 추리과정처럼 느껴진다. 마치 오리무중에 빠진 범인을 추리하여 밝혀내듯 말이다.

 

여기에 또 한 사건, 레이토가 마음에 두고 있는 아가씨 유미의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이 불륜인지, 그리고 그가 녹나무에 와서 하는 기념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미스터리의 요소가 느껴진다.

 

하류인생인 레이토 앞에 찾아온 녹나무 파수꾼이란 이상한 직업, 이 일을 통해 레이토의 미래는 신비롭게 열리게 된다. 마치 녹나무의 또 하나의 능력인 양.

 

소설은 무엇보다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녹나무가 효력을 발휘하는 대상은 가족이다. 그것도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혈연의 테두리 안에 가족의 의미를 축소시키진 않는다. 녹나무의 신비한 효력은 혈연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이런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신비 역시 보여준다.

 

녹나무가 가진 능력은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염원이다. 아니 어쩌면 이는 후대를 향한 기대와 바람, 희망의 전달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녹나무를 통해 가족 정신이 이어진다. 심지어 가족을 향한 마음과 감정도. 그렇기에 녹나무는 현실 속에 자리한 환상의 공간이다. 이러한 환상적인 공간을 통해, 상처 난 관계는 치유되어지고,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며, 허물어진 관계는 새롭게 세워져간다. 물론, 그 범위는 가족이란 한계가 정해져 있지만. 그럼에도 녹나무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은 가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에게 전해진다.

 

아울러 하류인생, 그저 하루하루 살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 여기는 극히 염세적인 한 청년이 성장해나가는 과정 역시 소설의 또 하나의 큰 힘이다. 결국 인생이란 어떤 인생도 존중받아야 마땅한 인생이며, 가치 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음을 알려준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라는 속삭임,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힘이다.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고 난 후엔 어쩌면 우리 안에도 이런 신비한 힘을 가진 녹나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가족을 향한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간절한 기대와 소망, 등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녹나무의 신비함을 발휘하지 않을까? 녹나무가 주는 감동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진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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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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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으로 새롭게(2019) 옷을 입고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1993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레몬이란 작품으로 2005년 출간되었던 작품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왜 레몬이란 작품으로 출간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출간되며 되찾은 제목 분신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원제 역시 분신이다.).

 

소설은 두 여인의 관점에서 각 장마다 반복 교차하며 사건이 진행된다. 홋카이도에서 자란 여대생 우지이에 마리코, 그리고 도쿄에서 자란 고바야시 후타바. 이 두 여인은 평범한 가정의 여대생이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먼저, 마리코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 결국 중학생 시절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된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화재사건이 벌어져 집이 전소하게 되는데,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엄마가 주도한 사건이다. 화재와 함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이었지만, 엄마만 희생되고, 아빠와 마리코는 살아남게 된다.

 

대학생이 된 마리코는 엄마가 죽음을 계획하기 전 도쿄에 다녀왔고, 그 당시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도에 표시된 곳, 그리고 가지고 있던 사진에서 뭔가 실마리를 잡게 된다. 아빠의 젊은 시절 함께 찍은 사진 속 여인은 얼굴이 지워져 있다. 이런 사진을 가지고 있던 엄마의 죽음은 분명 사진 속 여인과 연관이 있겠다 생각된 것. 이에 사진 속 미지의 여인이 엄마의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과연 아빠의 대학시절과 연관된 사진 속 얼굴이 없는 여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마리코가 만나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한편 도쿄에서 자란 후타바는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미혼모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데, 밴드활동을 하던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밴드활동을 허락받으며 엄마와 했던 단 하나의 약속은 전문 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 tv 등에 얼굴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상한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게 된 상황. 물론 엄마는 반대하지만, 결국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되고, 그 뒤 엄마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뭔가 이상하다. 자신이 tv에 출연한 그 일이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만 같은데.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후타바 역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게 된다.

 

이렇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여대생이 자신들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둘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둘은 서로 상대가 자신과 너무나도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말 같은 걸까? 얼마나 같을까? 쌍둥이일까? 둘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쫓으며 서로를 향해 다가서게 된다. 과연 두 여인은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엔 과연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소설은 그 제목이 이미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이 1993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클론 복제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접근은 놀랍기만 하다. 역시 공대출신 작가이기에 의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걸까?

 

이와 함께 복제된 사람은 과연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복제된 생명 역시 참 생명일까, 아님 그 생명은 다른 의도로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이런 생명윤리의 질문을 작가는 던진다.

 

루이뷔통의 복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것처럼,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물은 가차 없이 파괴되는 것처럼, 위조화폐가 통용될 수 없는 것처럼, 나란 존재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449)

 

이처럼 복제 인간이란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풀어나가지만, 소설은 너무 흥미진진하고 몰입도 최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실망할 수 없는, 아니 작품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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