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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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데쓰야를 처음 만난 것은 <레이코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책인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통해서였다. 소설을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한편으로 힘겨웠던 것은 소설을 통해 만나는 너무나도 잔혹한 인간성 때문이었다. 가히 짐승이라 부를만한, 인간이길 포기한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범죄의 모습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잔혹하고 사실적인 범행 묘사, 그리고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 그럼에도 작품의 구성이 탄탄하고 좋아 그 매력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그렇게 혼다 데쓰야란 작가를 알게 되었고, 결국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여럿 찾아 읽게 되었다.

 

내가 만난 혼다 데쓰야의 작품 가운데 최고이자 최악의 작품은 다름 아닌 짐승의 성이었다. 악마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는다면 악마를 만날 수 있는 작품, 그래서 최악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미스터리소설로서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그런 작품이었다(특히, 그 반전이란...). 이런 작품들을 읽으며, 혼다 데쓰야의 작품들은 모두 그런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 건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란 작품이었다.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연작 소설이었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진 작품에 같은 작가인가 싶을 정도였던 기억이다. 이제 또 다른 분위기의 감동미스터리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셰어하우스 플라주란 작품인데, “플라주란 이름의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입주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여행자 직원으로 수년을 일했지만, 딱히 보람도 없고, 인정받지도 못하는, 아니 도리어 사람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다소 무능한 영업직원 다카오, 그는 단 한 번의 탈선으로 약을 접하게 되고 이 일로 집행유예 전과자가 된다. 이렇게 직장마저 잃은 그는 그나마 있던 숙소마저 화재가 남으로 갈 곳을 잃게 된다. 그런 그를 받아준 곳이 바로 플라주란 셰어하우스다. 각 방마다 문이 없이 커튼으로 가려진 독특한 분위기의 셰어하우스, 아래층 1층은 같은 이름의 카페인데, 손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엔 단골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장소다.

 

이곳 플라주란 곳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은 사실 모두 전과자다. 그 가운데는 누군가를 죽인 전과자 역시 여럿 있다. 모두가 알고 보면 상처 하나씩 가지고 있는 플라주. 전과라는 흔적이 인생에 너무 깊이 상처를 내어 회복이 힘겨운 이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서 다카오는 세상에서 얻지 못한 위로와 평안, 참 안식처를 누리게 된다. 과연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소설은 전과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악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한순간의 실수나 한순간의 잘못으로 전과자가 되고, 이 전과자라는 낙인이 그들의 갱생의지를 꺾어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잡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보려 하지만,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전과자들, 그들에게 플라주라는 셰어하우스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아니 그곳은 그들을 품었다가 다시 세상으로 내보내는 자궁과 같다. 플라주라는 엄마에게서 영양분을 공급받아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그곳 플라주를 세운 여인 역시 상처가 있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상처, 그로 인해 법의 처벌을 받았지만, 그 뒤로도 낙인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혀 결국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내몰려 자살이란 선택을 해야만 했던 아버지를 둔 딸, 그 딸이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자들을 보듬어 안아주려는 공간이 바로 플라주다.

 

아버지는 분명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았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 나라는 법치국가다. 설령 죄를 저질렀어도 제대로 벌을 받으면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그 사람이 제대로 갱생했는지 어떤지, 재범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그건 또 다른 문제일 터다. 일단 벌을 받은 사람에게는 재출발할 기회를 준다. 그 정도는 사회가 보장해주어도 좋지 않은가(346).

 

사실 소설은 어쩐지 미스터리 같지 않다. 그럼에도 미스터리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이곳 플라주에 위장 잠입한 프리랜스 기자의 존재다. 그는 플라주에 입주한 사람들 가운데 누구일까? 기자의 입장에서 서술할 때는 라는 존재로 나오지만, 그 나는 입주자 중 누구일까? 그리고 그가 위장 잠입하여 살인자 A라는 자의 살인을 입증하려 하는데, 정말 그것이 목적일까? A는 플라주 입주자 중 누구일까? 그리고 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이러한 점들이 미스터리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둔다. 여기에 전과자에 대한 고민을 다루는 사회파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전해주는 것은 이곳 플라주에서 발산되는 감동이 아닐까 싶다.

 

소설의 제목인 플라주는 해변이란 뜻의 불어라고 한다. 셰어하우스 플라주를 읽는 가운데,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주변인간들이 만들어가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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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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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이란 독특한 제목의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의 책장을 열어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독특한 제목에 있었다. ‘침묵 박물관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지, 무엇을 전시하는 공간일지 궁금했던 것이다. 침묵이 도리어 어떤 소리보다 더 크게 손짓했던 셈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작가가 다름 아닌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라는 점 역시 소설을 펼쳐보게 된 이유였다.

 

이제 갓 겨울이 봄에 자리를 넘겨주던 시기에 한 젊은 박물관 기사(‘’)가 면접을 보기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의 어느 저택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를 기다리던 이는 나이를 갸름하기 힘들 정도로 늙은 괴팍한 성향의 노파였다. 그 첫 만남의 느낌에 이번 면접은 틀렸구나 싶었는데 나는 그 괴팍한 노파와 함께 노파가 구상하는 박물관을 개관하기 위해 일하게 된다. 노파가 모아놓은 물건들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유물들. 노파는 소녀 시절 자신의 집 정원사(현재 정원사의 할아버지)가 사고로 죽게 된 후, 뭔가에 끌린 듯 정원사의 전지가위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그 뒤로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그 사람의 일생을 이야기 할 만 한 물건들 하나를 모으게 된다. 마치 자신의 사명인양.

 

내가 찾는 건 그 육체가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하는 물건이야. 그게 없으면 살아온 세월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그 무엇,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인지. 추억 같은 감상적인 감정과는 관계없어. 물론 금전적인 가치 따윈 논외고.”(47)

 

이렇게 유물들이 모아진다. 수십 년 전 마을의 유일한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어느 창녀의 유골에서 발견된 피임링, 그리고 미라 개, 피부암으로 죽은 노인의 의안, 109세 전직 외과의사의 죽음 이후, ‘에 의해 수집된 수술 메스, 등등, 이런 식으로 전혀 일관성 없는 여러 유품들이 모아지게 된다. 나는 그 각각의 유품들에 얽힌 사연을 노파로부터 전해 듣게 되고,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침묵 박물관의 개관을 준비하게 된다. 괴팍한 노인, 그리고 상큼한 소녀인 노파의 수양딸, 가정부와 정원사 부부, 이렇게 이들이 한 마음으로 침묵 박물관을 만들어 간다.

 

는 이미 모여진 유물들을 하나하나 정리할뿐더러, 여전히 진행되는 누군가의 죽음 그곳을 찾아 그의 삶의 기억하게 하는 물건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게 된다. 물론, 그 물건은 대부분 몰래 훔쳐오게 된다.

 

이렇게 하루하루 착실히 일을 하던 가운데, 마을에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한적한 마을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사건들. 폭발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몇 십 년 전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유사한 살인 사건이 다시 연달아 벌어지게 된다. 유두가 잘린 채 희생된 여성들의 연쇄살인사건이.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사실 소설은 범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범인이 누구인지는 궁금하다. 특히, ‘가 형사들에 의해 용의자로 의심되기 때문에 더욱. 그래서 어쩐지 묘한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이 없지 않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묘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은 는 형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곤 한다. 이제 곧 조카를 낳게 된다는 형수의 소식에 대한 궁금증을 담아. 그런데, 한 번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과연 무슨 이유인 걸까?

 

소설은 참 묘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누군가의 죽음, 그 흔적을 모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애도한다는 면에서 어쩐지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는 소설이다(물론 두 소설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잊힌 마을에서 결코 누군가의 삶을 잊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된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유물, 그 흔적과 기억이 중요할 뿐.

 

정원사가 노파를 등에 업고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았고, 우리는 그 뒤를 따랐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노파의 힘겨운 숨소리가 끊어질 듯 약하게 들려왔다. 창문이 황혼으로 물들고, 눈은 더 선명한 그림자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 소리는 닿지 않았고, 멀찍이 물러나 앉은 얼어붙은 숲 너머에는 발의 세계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망자들을 애도하는 순례였다. 노파의 거친 숨소리는 그 애가였다.(332)

 

이 특별한 애도와 애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무명의 인물들을 통해 이미 이들 역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름이 등장하지 않기에, 혹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갈려 일본소설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전혀 그런 문제가 없다는 것 역시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매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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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정식 살인방정식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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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이라면 많은 분들이 < 관 시리즈 >를 떠올리게 마련일 게다. 나 역시 그렇다. 처음 한 작품(십각관의 살인)을 읽고 금세 그 매력에 빠져 < 관 시리즈 >를 모두 찾아본 기억이다(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암흑관의 살인은 읽지 못했다. 이 책 참 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은 빗쿠리관의 살인역시 읽진 못했고.). 아무튼 < 관 시리즈 >를 지나 그의 작품을 몇 권 더 읽었는데, 금번 그의 또 다른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살인방정식을 만났다.

 

제법 성공한(?) 신흥종교의 여교주가 살해당함으로 사건은 시작한다. 이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는 안다. 바로 교주의 남편이 범인이다. 물론, 교주남편이 교주를 죽인 후, 그 시체가 철로에서 이차 사고(?)를 당함으로 자살로 결론이 나게 되는데, 아내를 죽인 남편은 그 시신을 철로로 옮기지 않았다. 그래서 당혹해 한다. 교주 남편도, 독자도. 이를 통해, 여교주가 혹 안 죽었었나? 아님 누군가 그 시신을 옮긴 또 다른 범인이 존재하는가? 궁리하게 된다. 심지어 여교주가 죽지 않고, 다른 시체를 데려다 놓은 후, 복수극을 벌이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들을 해보며 책을 읽게 된다. 물론 어쩌면 이것 역시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잘 나가던 여교주가 죽은 후, 얼마 후 새롭게 교주가 된 남편 역시 살해되고 만다. 그리고 그 시체가 신흥종교 본부 건물과 마주보고 있는 레지던스 K라는 주거건물에서 발견되는데, 목이 잘려 있고, 한쪽 팔이 잘려 있다. 그런데, 정작 잘린 목은 바로 그곳 레지던스 K의 다른 층에서 손쉽게 발견된다. 범인은 누구일까? 그 범인은 왜 시신을 절단함으로 훼손했을까? 흔히 시신을 훼손하는 의도는 피해자의 신분을 감추려는 것인데, 그렇게 절단한 다른 부위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범행 도구 역시 너무 쉽게 발견이 된다. 바로 교주 부부의 아들이 그 범인이다. 정확하게는 여교주의 아들인데, 그 아들의 집이 바로 레지던스 K였으며 의부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서 너무 뻔하기에 의심스럽다. 게다가 의부가 살해당한 그 날, 아들은 의부와 만나기로 약속했었다는 점. 무엇보다 당시 레지던스 K는 다른 사건으로 인해 공안 형사 둘이 밤새도록 감시되고 있었다는 점 역시 이 아들이 용의자로 굳혀지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곳 레지던스 K에 시체를 가지고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물리적으로 이 아들밖에 없으니까. 무엇보다 결정적 근거는 아들의 차 안에서 범행 도구들이 발견된다. 이렇게 교주를 죽인 범인은 아들임이 밝혀지는데, 정말 그럴까?

 

이런 너무나도 뻔한 결과에 의심을 품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사건을 담당한 젊은 형사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형사의 쌍둥이 형이다. 그가 갑자기 튀어나와 본격추리소설에 필요한 탐정역할을 맡게 된다. 이 캐릭터, 참 매력적이다. 어째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로 작가는 시리즈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아님, 만들었나?).

 

결혼을 위해 형사가 된 쌍둥이 동생(형사임에도 여전히 시체에 적응하지 못한다.)과는 달리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쌍둥이 형, 뭔가에 빠지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의 쌍둥이 형은 이 사건 해결을 위해 전면으로 나서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무엇보다 작가는 레지던스 K를 둘러싼 불가능의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범인이 아들이 아니라면, 또 다른 진범이 있다면 과연 진범은 어떻게 해서 고조(피해자인 교주)의 시체를 레지던스 K로 들여왔는가? 무엇보다 그날 밤, 공안 형사 둘이 다른 사건으로 레지던스 K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레지던스 K는 들어갈 수 없는 밀실과 다름없는데, 과연 어떤 트릭을 통해 시체를 옮겼을까? 그리고 혈흔을 생각한다면 범행은 다른 곳에서 벌어져 시신이 옮겨진 것인데, 시신을 굳이 이곳 레지던스 K로 옮겨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사실, 이 이유가 대단히 중요하다.) 범인은 남편 교주(고조)를 어디에서 죽였을까? 여교주를 죽인 것은 고조가 맞다. 그런데, 고조는 교주를 철로로 옮기지 않았다. 그럼 여교주의 시신을 옮긴 사람은 누구이며 왜 그랬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형사의 쌍둥이 형은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물리공식까지 등장시키며 말이다. 이 소설, 살인방정식은 범인이 갑자기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설득력이 없진 않다(게다사 범인은 처음부터 계속 있었기에 작가가 독자들을 향해 반칙을 한 것도 아니다.). 탐정역할 역시 갑자기 튀어나오긴 하는데, 그럼 갑툭튀 소설? 하지만, 짜임새가 너무 탄탄하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고, 결국엔 잘 맞물려서 사건을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이 본격추리소설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실 작가의 < 관 시리즈 >가 재미나긴 하지만, 트릭을 해결하는 요소 중 하나가 독특한 건물에 감춰진 비밀통로를 통해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해 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 소설, 살인방정식은 그렇지 않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얼렁뚱땅 해결해 버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야말로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본격추리 소설 느낌이 가장 강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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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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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은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좋아할만하다. 작가 특유의 유머가 더해진 유머 미스터리”, 그 가벼움과 이러한 가벼움을 상쇄하고 남을 탄탄한 추리의 맛이 있어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제법 많으리라 여겨진다. 이런 작가의 시리즈가 몇몇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 시리즈는 아무래도 <이카가와 시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이카가와 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두 탐정, 아니 한 명의 탐정과 한 명의 탐정 수련생이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2002년 작품, 국내출간 2011)부터 시작하여 도합 7편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는데, 그 중 6번째 책이 바로 이 책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이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 발표된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아 2011년에 출간된 단편집으로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지식여행에서 2012년 출간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이카가와 시 시리즈> 가운데서는 5번째로 만나게 되는 작품인데, 앞에서 읽었던 작품들이 모두 장편이라는 점과는 달리 다섯 단편들과의 만남이기에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함을 품고 책장을 펼쳤다.

 

다섯 편의 단편들 모두에서 탐정 우카이와 그의 조수이자 탐정 수련생인 류헤이 콤비만이 등장할 뿐,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 등장했던 건물주 아케미나 형사 콤비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말은 도합 다섯 가지 사건들을 오롯이 이 두 탐정이 해결하게 된다는 말이다(파이팅!).

 

첫 번째 작품인 후지에다 저택의 완전한 밀실은 숙부의 유산을 탐낸 조카가 밀실살인사건을 만들어 놓는 장면을 독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게 되는데, 독자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우리의 탐정 우카이는 과연 이 밀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완전한 밀실”(이는 범인이 의도한 밀실이 아닌 또 하나의 다른 밀실) 안에 이 사건이 들어가게 됨으로 너무나도 허망하게 해결되어 버린다. 과연 그 밀실은 무엇일까?

 

또 하나의 밀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은 의도된 사건이 아닌 우연이 겹치며 만들어지게 된 밀실 살인사건이다. 범인은 자신이 범인인 줄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일까?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인 없는 살인의 밤속 작품들을 떠올리게도 되는 작품인데, 이런 우연의 연속을 풀어내는 탐정이 어째 멋져 보인다(물론 이를 위해 젖은 미역을 밟고 미끄러지는 모습은 결코 멋지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실제 과학적으로 작품 속 사건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풀어내며 설명하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곱 개의 맥주 상자는 사건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잃어버린 7개의 빈 맥주 상자. 그 상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탐정이 의도하지 않게 엄청난 사건을 만나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과연 그 사건은 무엇일까? 의뢰한 사건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당사자도 그리 애타게 찾지 않는 빈 맥주 상자 7개를 찾아 헤매는 탐정이 어쩐지 한심하게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그럼에도 타박하지 말자. 그 한심함에 집중함으로 커다란 사건을 해결하게 되니까.

 

참새 숲의 이상한 밤에서는 언제나 여자에게 껄떡거리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는 탐정 조수 류헤이가 이번에도 야밤에 여자에게 껄떡거리려다 목격하게 된 의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간단한 트릭이 탐정과 탐정 조수를 혼란 속으로 빠뜨리게 되는데, 그 트릭은 무엇인지 만나보자.

 

마지막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은 사건을 진술하는 화자의 존재에 대해 작가는 독자를 살짝 속이는 재미가 담겨 있다. 이것 역시 서술 트릭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다섯 편의 단편들은 모두 어쩌면 엄청난 트릭이 담겨 있진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허접한 트릭들이라니 하며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소소한 트릭들을 재료로 해서 재미난 단편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오히려 돋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다섯 편의 사건들 중 네 건이 모두 살인사건인데, 그럼에도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음이야말로 유머 미스터리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솔직히 <이카가와 시 시리즈>의 장편들에 비해선 조금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단편이 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시리즈 7번째 책인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역시 단편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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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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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 소설은 특별한 재미가 있다. 가벼움과 유쾌함,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탄탄한 짜임새. 그래서 그의 소설을 유머 미스터리라고 부르나 보다. 이번에 읽은 이제 유괴 따위 안 해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소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한 스무 살 대학생의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에서 시작된다. 선배 고모토의 타코야키 노점 트럭을 몰고 타코야키 장사를 하게 된 쇼타로. 그는 매상의 1할을 선배에게 지불하는 조건으로 돈 되지 않는 노동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 그 앞에 한 어여쁜 여고생이 험악한 인상의 두 사내에게 쫓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정의감(예쁘지 않았다면 나서지 않았을 정의감이다.)에 나서 여고생을 구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고생을 쫓던 자들은 여고생의 보디가드였고, 보디가드의 눈을 피해 도망치기 위한 치기어린 여고생의 도피 행각이었던 것.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치기어린 여고생이라 여겼던 열일곱 소녀 하나조노 에리카는 바로 하나조노 파 보스의 딸이었던 것. 게다가 소녀는 아빠가 다른 어린 여동생의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한 상태(칠칠맞은 보스가 조직원에게 에리카의 엄마인 둘째 부인 빼앗긴 것. 이로 인해 에리카는 동생의 상태에 대해 아빠에게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둘은 돈을 만들기 위해, “가짜 유괴사건에 돌입하게 된다. 쇼타로가 에리카를 유괴했노라 폭력조직 보스에게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것. 여기에 무더운 여름 순진한 후배 쇼타로에게 푸드 트럭을 맡긴 채 휴가를 보내고 있던 악덕 선배 고모토가 함께 하게 되는데. 이렇게 세 사람의 가짜 유괴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가짜 유괴사건의 성공 여부를 놓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여기에 에리카의 언니이자 하나조노 파의 실제적 리더인 사쓰키가 등장하게 되고. “가짜 유괴사건은 잘 진행되는 것 같은데, 정작 사건은 자꾸 꼬이기만 한다. 무사히 받은 3천만 엔. 하지만, 쇼타로의 에리카는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게 되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선배가 사라졌다. 수술비 500만 엔을 남겨놓은 채 2500만 엔을 들고 사라진 선배. 여기에 연쇄살인까지. 과연 사건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소설 곳곳엔 저자의 유쾌함이 가득 묻어 있다. 하지만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짜 유괴사건을 성공시키기 위한 엄청난 두뇌게임, 여기에 본격소설의 단골 소재인 알리바이 조작, 그 알리바이 조작을 해결해내는 단서까지. 본격추리소설의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여고생을 향한 위험천만한 로맨스까지(이런 설정 괜찮은 건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로맨스는 유머 미스터리처럼 유머러스하다. 웃음 속에 담긴 달큼함도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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