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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친의 유언장
신카와 호타테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5월
평점 :
신카와 호타테란 작가의 『전남친의 유언장』이란 소설을 만났습니다. 이 작품은 2021년 제19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품입니다. 이러한 수상 내력만으로도 궁금증을 폭발시킵니다.
소설의 주인공 “나”(레이코)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로 로펌 안에서도 실적이 상위에 속하는 유능한 변호사랍니다. 무엇보다 “나”는 돈을 최고로 여기는 여성이랍니다. 약혼자가 선물하는 반지는 다이아의 크기가 커야 사랑하고 있다고 여긴답니다. 한마디로 돈만 밝히는 아주아주 세속적인 여성이랍니다. 그런 주인공이 갑자기 로펌을 그만 두고 맙니다. 자신이 일한 만큼 성과급을 주지 않는다고 달려들었다가 쫓겨난 셈이랍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주인공에게 이상한 문자가 도착합니다.
대학시절 잠깐 사귀었던 전남친의 죽음 소식입니다. 알고 보니 전 남친은 재벌가의 아들이었던 것. 주인공 입장에서는 이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삶의 궤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돈만 밝히는 변호사이니까요. 그런데, 전 남친이 자그마치 재벌가의 아들일뿐더러 상당한 지분을 가진 재벌 그 자체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전 남친이 죽으며 유언장을 남겼는데, 그 유언장에는 자신이 사귄(아주 잠깐이라도) 여친들 모두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긴다는 유언과 함께 자신을 죽인 살인자를 밝혀내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나머지 모든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입니다.
이렇게 “나”는 전남친의 죽음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전 남친을 죽인 자는 누구일까요? 아니 전 남친을 죽인 자가 있긴 있는 걸까요?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가 되었든 전 남친을 죽인 것으로 기업의 실세들로부터 인정받으면 된답니다. 쉽게 말해 살인자가 만들어져도 된다는 겁니다. 과연 “나”는 그 탁월한 머리로 살인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전 남친은 과연 무엇을 노리고 이런 웃긴 일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하는 걸까요? 돈만 밝히는 돈벌레와 같은 주인공이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점차 돈 이외에도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알아가는 장면이 묘한 감흥을 일으킵니다. 이런 모습은 주인공 “나”만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결국엔 인간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것이 소설의 또 하나의 목표랍니다. 돈벌레의 인간화라고 할까요? 어쩜 독자 역시 그런 변화를 기다리며 읽어나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주인공의 전 남친은 자신의 살인자를 밝혀달라는 유언(실제로는 살인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불치별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답니다.)을 통해 자신의 가문이 갈등과 반목을 딛고 발전적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런 의도를 밝혀내는 과정, 그리고 이를 위한 전 남친의 작업 역시 촘촘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아울러 그런 전후사정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이 소설 『전남침의 유언장』의 추리의 큰 줄기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가 또 한 명의 대형 추리소설작가를 배출한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또 다른 멋진 작품으로 다시 찾아와 주길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