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우린 맛 집을 이야기해도 전국 삼대 짬뽕집”, “전국 삼대 빵집등 셋을 골라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물론 그 선별의 기준은 모호하다. 이는 솔직히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니 말이다. 그럼 탐정은 어떨까? 일본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은? 물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이 안에 넣고 싶은 탐정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렇다면 나름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이라 말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 시대의 3대 명탐정이라면?(본격과 신본격을 구분하여 그 한계를 정한다면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이라는 기준이 다소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다.) 그 셋을 이렇게 꼽는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그리고 다카기 아키미쓰의 가미즈 교스케로 말이다.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가미즈 교스케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바로 다카기 아키미쓰의 데뷔작이라는 문신 살인사건을 통해서다. 다카기 아키미쓰라는 작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작가의 작품을 읽고 싶어 책을 두 권 구입했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이 책 문신 살인사건이다. 검은숲에서 출간된 작품인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번째 작품이다(이 책은 동서문화사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있다.). 구입한 책 가운데 작품의 제목에 끌려 오히려 뒤 번호의 이 책을 먼저 선택하고 읽었는데,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이런 행운이.^^

 

먼저, 마쓰시타 겐조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마쓰시타 겐조는 도쿄대학에서 법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재원인데, 경시청 수사 1과장인 형을 두고 있다. 이런 점 역시 사건에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전 지식 없이 소설을 읽으며, 마쓰시타 겐조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명탐정은 마쓰시타 겐조의 선배 법의학자인 가미즈 교스케. 하지만, 마쓰시타 겐조는 작가의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가 홈즈의 역할이라면, 마쓰시타 겐조는 왓슨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이번 작품 문신 살인사건는 명탐정의 등장은 상당히 뒷부분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미궁에 빠졌던 사건의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는 전능함마저 보인다. 소설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던 시점에 갑작스럽게 이런 명탐정이 등장하기에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인데, 이 명탐정의 존재가 저자의 작품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오히려 이런 등장에 후광이 비춰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종전 직후인 1946년인데, 사건은 마쓰시타 겐조가 한 문신대회에 참석하면서 시작된다. 문신을 금지하는 처벌령이 내려진 시대에서 비밀스럽게 열린 문신대회, 그 대회에서 마쓰시타 겐조는 등 전체에 거대한 뱀을 새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여인의 매력에 순진한 청년 마쓰시타 겐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이 여인이 살해되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문신이 새겨진 몸통은 사라진 얼굴과 팔다리만이 놓인 밀실 살인사건. 과연 범인은 왜 문신이 새겨진 몸통을 가져갔을까? 피해자의 신분을 감추려는 의도였다면 문신이 새겨진 몸통만이 아닌 머리를 가져가야 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끔찍한 밀실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 여인은 유명한 문신사의 딸로, 오빠와 쌍둥이 여동생, 이렇게 세 남매는 삼자견제라고 불리는, 그래서 문신사들 사이에서는 금기처럼 여겨지는 문신을 각자 새기고 있다고 한다.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민달팽이는 뱀을 녹여버린다.”는 삼자견제의 전설. 그 가운데 뱀을 새긴 여인, 그리고 그 살해의 현장인 밀실 안에서 발견된 민달팽이. 정말 전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전쟁 중에 실종되거나 죽은 것으로 알려진 오빠와 쌍둥이 여동생, 그리고 살인의 피해자가 된 여인 사이에는 여전히 어떤 불운한 역학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걸까?

 

문신에 얽힌 전설, 그리고 풀리지 않는 밀실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다소 초자연적 느낌도 없지 않는 사건, 그런데, 또 다른 연쇄살인이 벌어지게 되고,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될까?

 

밀실살인사건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것만으로도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게다가 소설 속 사건은 알리바이 트릭 역시 중요하다. 여기에 피해자들이 문신을 새긴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그 문신을 수집하는 수집광 하야카와 박사의 존재 역시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리게 한다. 무엇보다 사건이 굳이 밀실살인사건이 되어야 했던 이유가 흥미롭고, 이 안에 또 하나의 트릭이 감춰져 있다. 기계적 밀실을 통해, 심리적 밀실을 만들려고 했던 고도의 트릭이. 또한 삼 남매에게 새겨진 세 개의 문신, 서로 물고 뜯기는 삼자견제라는 전설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는 설정 역시 또 하나의 커다란 트릭이다. 이는 서술트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민달팽이는 뱀을 녹여버린다.”는 삼자견제의 전설을 통해, 독자들은 이들 삼 남매에겐 이 문신이 새겨져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사건을 들여다보게 하니 말이다.

 

고전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소설은 진행된다. 소설은 종전 직후의 무너진 도덕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형제애가 더 두터워져야만 할 전쟁이란 사건, 하지만, 전쟁의 끔찍함은 형제애마저 돌아보지 않게 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인간을 내몰고 있음을 소설은 은연중 고발하고 있다. 또한 문신에 대한 반감, 혐오감, 그리고 선입견 등에 대해서도 소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문신을 한 사람의 인간성에 대해 소설은 또한 단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본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 가운데 한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작품이었다. 그것도 데뷔작을 통해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가미즈 고스케와 마쓰시타 겐조의 멋진 콜라보를 기대하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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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1-16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신대회 흥미롭네요 재미있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