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 172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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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걸리버 여행기가 제법 눈에 띈다 싶어 왜 그런 걸까 했더니 역시 tv의 힘이었다. 항상 이런 현상에 대해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여전히 씁쓸함이 남는 것은 왜일까?

 

아무튼 무삭제 완역본이란 설명, 무엇보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이란 점이 이 책을 다시 들게 만든 요인이었다. “초판본 일러스트 80여 컷 수록이란 설명 역시 매력적이었고 말이다. 솔직한 기대는 완역본을 이번엔 읽어보자는 의욕이었고 말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접할 때, 항상 드는 생각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 대인국에 대한 여행만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 각색본 동화로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나 역시 어린 시절 그런 각색본으로 읽었지만, 난 그래도 행운아다. 내가 읽은 각색본은 4부 말의 나라까지 다 싣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완역본으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 역시 이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 요인이다(의욕을 갖고 책을 구입했지만, 여전히 책장에서 잠들어 있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소인국인 릴리펏여행기부터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정치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느껴짐과 동시 꼭 정치 뿐 아니라, 우리의 삶 역시 높은 구두 굽이 옳으냐 낮은 구두 굽이 옳으냐, 계란을 뾰족한 부분을 까먹어야 하느냐 넓적한 부분을 까먹어야 하느냐 하는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이 태반이니 말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한쪽으로 기운 라퓨타 백성들, 그러나 정작 생각하는 것에 비해선 너무나도 허술하고 허접한 삶 역시 우리를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우리 역시 너무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것은 아닌지. 아울러 올바른 이론임에도 기를 쓰고 반대 이론을 펼치는 모습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가 보편화된 어느 당과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도 했다. 게다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이들의 모습도 그렇고 말이다.

 

라퓨타 여행의 경우,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을 많이 만나 색다른 느낌이 강했다. 마법사들의 섬이라 불릴 수 있는 그럽덥드립을 보며, 난 역사적 인물을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나면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또한 역사의 왜곡에 대한 풍자를 맛보기도 했다. 또한 3부에서 일본이 언급된다는 점, 무엇보다 일본을 말하며, 지도에서 “Sea of Corea”라고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마인국 여행기에선 무엇보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무엇보다 정직의 힘을 돌아보게도 된다. “야후란 말이 바로 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유래한 말이란 것도 알게 됨도 소소한 즐거움이고.

 

완역본을 읽었다는 뿌듯한 배부름이 있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라는 생각을 또 다시 하게 된다. 여러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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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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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이젠 무색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하룻밤 사이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대와 어쩐지 동떨어진 것만 같은 기묘한 미스터리 소설집을 만났다. 사치코 서점이란 제목의 소설집으로 책 속엔 도합 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모두 아카시아 상점가라는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이곳은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는 상점가다. 헌책방이 있고, 중고 레코드점이 있으며, 식당과 술집이 있는 자그마한 상점가. 레코드점에선 언제나 <아카시아 비가 그칠 때>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책 속에서 이 노래가 자주 언급되기에 이 노래를 찾아 들어봤다. 이 노래는 1960년대 일어난 안보협정 반대투쟁의 상징과 같은 곡이란다. 실제 투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서도 60년대 일본의 상징이 된 노래, 놀랍게도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 니시다 사치코다. 그렇다. 작가는 사치코란 이름을 이 노래에도 감춰뒀던 것.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조금 더 기묘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곳엔 고양이들의 은신처이자 저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전설이 깃든 낡은 절 가쿠지사가 있다.

 

7편의 단편은 별개의 이야기이면서도 서로 연결되고 있다. 물론 촘촘하게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야기가 사치코 서점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사치코 서점의 주인과 유령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마지막 단편인 마른 잎 천사를 읽고 나면 어째서 유령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한 이들이 사치코 서점 주인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애틋하고 먹먹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 말이다.

 

각 단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사치코 서점 주인 외에는 드물게 다른 작품 속에 잠깐 등장하는 식이다. 물론, 이 역시 아주 드물다. 아울러 7편의 단편 하나하나를 읽어갈 수록, 그 무대가 되고 있는 아카시아 상점가의 풍경은 점점 또렷해진다. 이 역시 소설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모든 소설에 유령이 등장하니 으스스한 느낌이 없진 않다. 하지만, 솔직히 무섭지는 않다. 도리어 소설 전반에 애틋함, 먹먹함, 그리고 그리움이 스며있다. 다른 이들이 볼 때, 미심쩍고 수상한 행동을 하는 헌책방의 늙은 주인. 그 주인의 수상한 행동에는 젊은 시절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아내에게 범했던 한 남편의 수십 년의 참회와 그리움이 담겨 있다. 그래서 먹먹한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수국이 필 무렵에선 아카시아 상점가 그곳 낡은 아파트에 이사 온 작가 지망생 가 수상한 젊은이를 목격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식당 주인이 살해당한 현장이다. 범인은 오리무중, 그래서 는 계속해서 보게 되는 그 수상한 젊은이를 범인이거나 형사로 생각하게 되는데, 둘 다 아니다. 그럼 그는 누구인걸까? 그 젊은이는 다름 아닌 살해당한 식당 주인이었던 것. 그런데, 왜 그 영혼은 젊은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의 식당을 그토록 지켜보고 있던 걸까? 사치코 서점 주인의 생각을 는 이렇게 들여다본다.

 

분명히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지키려는 의사를 가진 자는 분명히 가장 강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돌아온다. 그렇지 않으면 지킬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희락정 주인은 젊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42)

 

살해당한 식당 주인에게는 자신이 지켜주고 돌봐줘야만 하는 장애를 가진 딸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가장 강한 모습, 젊은 모습으로 되돌아와 남겨진 가족들을 지키려 하는 영혼, 이는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소설 전반에 이런 묘한 따스함, 감동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그렇기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가슴은 먹먹해지며 잔잔하되 깊은 감동에 몸을 떨게 된다. 솔직히 소설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엔 기분 좋게 배부른 느낌이다. “기묘한 미스터리 걸작이란 묘사가 전혀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이는 더욱 확실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인 수국이 필 무렵과 마지막 이야기인 마른 잎 천사가 제일 좋았다. 물론, 다른 이야기들 역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다섯 번째 이야기인 빛나는 고양이에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딱히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물론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괜스레 낡은 절 가쿠지사의 풍경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물론 사치코 서점 그 헌책방의 쾌쾌한 냄새가 문득 그리워지기도 하고 말이다.

 

사치코 서점의 주인이 날마다 가쿠자사를 방문하는 이유는 기적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기적이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기적은 그것을 원하는 자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세상이란 것은, 비록 저세상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는 모양이다.(266)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쩌면 오늘도 기적이 날 향해 찾아오고 있는 건 아닐까? 사치코 서점은 그것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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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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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출간되었던 유성의 인연이 금번 2020년에 새로운 옷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08년 작품이다. 소개글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동소설의 원조격인 작품이라는 말에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쳐본다.

 

소설은 조그만 양식당 집 삼남매가 유성을 보기 위해 밤늦은 시간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 나감으로 시작된다. 궂은 날씨로 인해 유성은 보질 못하고 되돌아온 남매를 기다리던 건 누군가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부모님의 시신뿐이다. 둘째인 다이스케는 집 뒷문으로 누군가 급히 나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를 근거로 몽타주를 작성하고 범인을 쫓지만, 수사엔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은 흘러 사건의 공소시효를 얼마 앞둔 시점까지 이르게 된다.

 

유성처럼 순식간에 흘러버린 시간, 이제 성인이 된 삼남매는 사기꾼 팀이 되어 있다. 큰 오빠 고이치는 작업을 걸 상대를 모색하고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칠지 촘촘한 시나리오를 짜는 역할, 막내인 시즈나는 미인계를 통해 남성들을 홀리는 역할, 여기에 둘째 오빠 다이스케는 마치 명 연기자처럼 주어진 신분에 그대로 녹아든 존재감으로 시즈나를 지원사격하는 역할로 그들의 사기 행각은 거듭 성공을 거두곤 한다.

 

그런 그들이 마지막 작업으로 큰 건수를 기획하게 되고,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잘 나가는 양식당 사장의 아들 유키나리를 그 타깃으로 삼고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유키나리의 식당에서 놀랍게도 죽은 아버지만의 그 맛과 똑같은 하이라이스를 만나게 된다. 결코 같은 맛이 나올 수 없는 이 맛을 내는 식당이라니. 게다가 유키나리의 아버지를 슬쩍 본 다이스케는 자신이 목격했던 그 범인임을 확신하게 된다. 이에 삼남매는 작업의 방향을 전환하여 유키나리가 범인임을 드러내는 증거조작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작전은 성공함으로 범인을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동안 자신들의 시나리오와 작업으로 모든 것들을 착착 진행시켜 나가던 이들의 마지막이자 일생일대의 최대 숙원인 범인을 밝혀내는 삼남매의 작전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 건 시즈나가 사랑에 빠진 것, 그것도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의 아들 유키나리와 말이다. 과연 이들의 사랑, 이대로 놔둬도 되는 걸까? 과연 시즈나는 이 사랑을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아님, 수많은 남성들을 그저 작업의 상대로만 여기던 때처럼 과감히 떨쳐버려야 하는 걸까?

 

범행의 피해자들이지만, 이들이 또 다른 가해자의 모습으로 변신함으로 여기에서 오는 긴장감을 소설은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더하여 완전 범죄를 행한 줄 알았던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시즈나를 발견하게 됨으로 여기에서 오는 긴장감도 소설을 더욱 스릴 있게 만든다. 또한 형사들과 피해자 유족으로서의 관계가 이어지는데서 오는 긴장감도 그 재미에 한 몫 한다. 시즈나와 진범 용의자 아들 유키나리 간에 펼쳐지는 예기치 않았던 운명적 사랑 역시 이런 긴장감을 높여주고 말이다.

 

또한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인연내지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게 되는 단서로서 유성, 하이라이스 고유의 맛, 도박, 수술자금 등이 사건들의 진상을 조금씩 밝혀줄 단서로서 적제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피해자인 아버지만의 고유한 하이라이스 맛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귀중한 단서가 될뿐더러, 이들 삼 남매(사실 두 형제와 여동생 간은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나 마찬가지일뿐더러 실제 법적으로도 남남이다.)를 한 가족으로 맺어주는 인연의 끈끈한 맛이 되고 있음도 묘한 감흥을 준다.

 

여기에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무의미한 행동조차 소설 말미에서는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음을 볼 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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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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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를 찾지 못해 빈집으로 방치된 연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집안을 들여다보니, 빈집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지가 묶인 채 검정 테이프로 입을 틀어 막혀 굶어 죽은 한 구의 시체가. 그런데, 그 희생자는 놀랍게도 보건복지사무소 중견 공무원이었다. 주변의 평가로는 착실함과 성실, 선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 어느 누구도 나쁜 평가를 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 과연 누가 이토록 선량한 사람을 끔찍하게 살해한 것일까?

 

그 뒤 또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번엔 지방의회 의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한 점의 흠조차 찾을 수 없는 인격자. 그 역시 사지가 묶인 채 검정 테이프로 입이 막힌 채 굶어 죽었다.

 

아무리 봐도 연쇄살인처럼 느껴지는데, 이 두 사람의 접점은 무엇일까? 사건을 쫓아가는 경찰청 수사1과 도마시노 세이치로, 그리고 그의 후배 형사 하스다, 이 둘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추리해나간다.

 

결국 두 형사는 이 두 피해자의 접점을 찾아내게 되고, 용의자 역시 좁혀가게 된다. 물론, 독자는 진작 용의자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친절하게 독자에게 알려주기 때문. 그런데, 정말 그럴까?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 답게 마지막 소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반전은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으며 들었던 위화감으로, 소설이 진행될수록 내내 찝찝한 느낌을 갖게 했던 부분인데, 결국엔 반전으로 드러나게 되어 역시 그랬구나 싶은 반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하진 않다(물론, 작가는 그럼에도 소소한 작업을 걸어놨지만 말이다.). 소설의 중요한 점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사회복지 제도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아니 그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공무원들이 제도나 법의 취지 그대로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있긴 한 걸까? 아님 꽉 막힌 관료주의를 가지고 자신들의 업무 그 편리성만을 추구함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보이지 않는 살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관청에 앉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간단하게 기각하는 그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당사자들의 딱한 사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가 없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자들인가?

 

솔직히 1장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별로다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2장을 읽어가며, 그리고 점점 뒤로 갈수록 이 책,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수작으로 뽑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작품은 거의 모두 읽었다. 작가의 작품이 주는 소소한 또 하나의 재미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다른 작품(시리즈가 아닌 전혀 다른 시리즈에서도) 속에 교차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등장인물이 반복되었을까를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이제 20권 가까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다보니 하나하나 작품 속 인물을 기억하는 데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암튼 이 책은 사회파미스터리 소설로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단지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할뿐더러, 건강한 분노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게다가 묘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소설이다.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 나카야마 시치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뿐 아니라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들이 꼭 한 번 읽고 큰 도전을 받았으면 싶은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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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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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업가 핀은 런던 한복판에서 만난 순박하면서도 매력적인 아가씨 레일라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연인관계로 발전한 둘. 그런데, 프랑스 여행을 하던 중 도로변 주차장에서 잠시 화장실에 들른 사이 차 안에 있어야 할 연인이 사라져버렸다. 감쪽같이 사라진 연인.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시기, 핀은 자신의 사라진 연인 레일라의 하나밖에 없는 언니 엘런과 연인관계로 발전해 있다. 둘은 약혼하여 함께 살면서 결혼을 앞둔 상태.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누리던 어느 날 집 앞에서 러시아 인형을 발견한다. 그 인형은 바로 사라진 연인 레일라가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던 것과 같은 모양, 같은 사이즈의 러시아 인형인데, 과연 누가 이곳에 가져다 놓은 걸까? 그 뒤로 핀 주변에서는 마치 레일라가 살아 있는 것만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계속하여 나타나는 같은 모양의 러시아 인형들로 인해 말이다. 게다가 핀과 레일라만이 알고 있는 곳을 가리키는 단서들. 이로 인해 핀은 레일라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레일라는 핀에게 요구한다. 엘런을 떠나보내도록. 때론 엘런을 해치우라고. 현재 자신이 사랑하며 장래까지 약속한 사이인 엘런,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던 연인 레일라, 이 둘 사이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레일라에 의해 이러저리 휘둘리기만 하는 핀의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화나게 만든다.

 

왜 레일라는 이제야 나타난 걸까? 그리고 레일라의 본심은 무엇일까? 정말 언니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려는 걸까? 레일라는 왜 12년 전 사라졌던 걸까? 과연 핀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소설을 읽으며, 거듭 변하는 반전의 상황을 만나게 된다. 행복해야 할 여행에서 연인이 떠나버린 이면에는 핀의 폭력성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레일라와 엘런 자매의 트라우마는 바로 부친의 폭력이었음을 보며, 무엇보다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는 거짓은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짓으로 상황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더욱 더 곤란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을 수 있음을 소설에서 보게 된다.

 

소설의 결정적 반전은 바로 다중인격에 있다. 소설을 읽으며, 핀의 이런저런 다양한 의심을 보며,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소설은 결국엔 커다란 반전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곤 주인공의 정말 어이없는 자책으로 끝맺게 된다.

 

작가의 소설은 이번에 두 번째 읽었다. 소설은 사실 재미나다. 하지만, 어쩐지 힘들다. 아마도 소설을 읽어가는 가운데 만나게 될 진실이 두려운 걸까? 아님 진실에 이르는 과정에서 소모해야할 심적 부담감이 싫은 걸까?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소설은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럼에도 솔직히 재미난 것도 사실이다.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푹 빠져들만한 작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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