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 속으로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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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연 작가의 삼각파도 속으로는 해양미스터리 소설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SF 해양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망망한 바다 위, 그리고 뻘 가득한 서해안 바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악명 높은 일본군 731부대의 병원선인 초잔마루호가 군산앞바다에서 침몰된다. 중국에서 약탈한 수많은 금괴들과 정체불명의 상자들을 실은 채 말이다. 물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드물지만, 평생을 보물 사냥꾼으로 살아온 이도형이란 인물은 이 사실을 굳게 믿고 평생 바다 속에 침몰된 보물을 추적한다. 남들의 미치광이라는 비웃음을 이겨내며 말이다.

 

여기에 잠수부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잠수부 생활을 하는 순석(소설의 주인공이다.)은 선배형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보물선의 침몰 장소를 알게 된다. 그런 그에게 접근해 온 보물 사냥꾼 이도형, 이렇게 순석은 보물을 찾아 바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설은 엄청난 금괴라는 존재가 한껏 모험의 설렘을 고조시킨다. 보물을 찾는 이야기,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이야기 아닌가! 마치 내가 일확천금을 획득한 거 마냥 신나니 말이다. 게다가 일본이 떨궈놓은 보물이니 이는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시대적 사명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보물찾기가 쉬울 리 없다. 특히, 침몰된 초잔마루호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 결코 세상 속에 나와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 함께 침몰되었던 것. 하지만, 그 존재들이 이들 보물 사냥꾼들에 의해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물론, 아직 세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망망한 대해 위에 떠 있는(혹은 고립된) , 그 한정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미스터리한 미확인 생명체들. 과연 그 존재들의 습격으로부터 선원들, 보물사냥꾼들은 자신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처럼 보물을 찾는 모험이야기 위에 SF적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한 존재들, 미확인 생명체들의 습격이라는 장르가 소설에 또 하나의 재미와 함께 박진감 넘치고 으스스한 즐거움을 더해 준다.

 

여기에 더하여 해석들의 난입과 이들로 인한 폭력이 선상을 지배한다. 이 폭력이 독자들마저 얽어맨다. 여기에 더하여 누군가 이들과 내통한 배신자라는 존재 역시 선상을 미궁으로 몰아넣는다. 이로 인해 소설은 서스펜스 내지 연쇄 살인이라는 미스터리 속을 허우적거린다.

 

그런데,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주인공 순석의 짝사랑으로 인한 로맨스까지. 참 다양하게 버무려 놨다. 그러니 소설은 재미나다. 게다가 내 고향 군산 앞바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에 개인적으로 더욱 흥미로웠다. 단지 주인공의 사투리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말이다. 조금은 억지스러웠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나다. 적지 않은 분량의 두툼한 책이지만, 몰입되어 금세 읽게 된다. 게다가 황세연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소소한 기쁨까지 있었던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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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토미가의 참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0
아오이 유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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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디어에서 출간되고 있는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는 일본 추리소설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시리즈다. 오늘날 만개한 일본 추리문학의 기반이 되었고 못자리가 되어준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다. 게 중에는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도 있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들도 많아 새로운 작가, 무엇보다 일본 추리소설의 선구자 격인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는 기쁨이 이 시리즈에는 있다.

 

열 번째 책으로 아오이 유라는 작가의 장편소설 후나토미가의 참극이란 작품이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이 작가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 먼저 눈에 띤다. 짧은 기간 활동하다가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는 작가. 그럼에도 그가 작품 활동을 계속하지 않음에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에도가와 란포와 동시대의 추리소설작가로 쌍벽을 이룬 작가, 요즘 이 작가의 작품을 한 권씩 찾아 읽는 중)가 작품 활동 재개를 권유했을 정도였다는 소개도 눈길을 끈다. 특히, 요코미조 세이시가 바로 이 작품 후나토미가의 참극을 읽고 자극을 받았다고 고백했다니 처음 만나는 작가인 아오이 유라는 작가가 일본 추리문학에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한다.

 

소설은 후나토미가라는 귀족 가문의 안주인 유미코와 그 남편 후나토미 류타로가 미후네산 중턱에 있는 시라나미소 여관 별실에서 참혹하게 죽임을 당함으로 시작된다. 현장에는 유미코의 시체만 있었고 남편인 류타로는 살해된 후 절벽으로 옮겨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부부의 살해범으로 유미코의 딸인 유키코의 약혼자였던 다키자와 쓰네오를 체포하게 되는데, 이 일에 대해 조사를 의뢰받은 탐정 난바 가이치로가 다키자와가 무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난바는 사건 현장에 부인의 시체는 있지만, 남편의 시체가 없다는 점에 기인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게 되는데, 이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죽은 줄 알았던 사건의 진짜 범인인 남편이 이내 또 다른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시체로 발견되기 때문. 이처럼 탐정 난바는 뛰어난(?) 추리 솜씨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데, 그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 금세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곤 한다. 범인들이 이내 피해자가 되어 시체로 발견되는 것. 여기에 더하여 다카자와의 무죄는 밝혀냈지만, 또 다시 유키코 마저 살해되고, 이에 또 다시 다카자와는 유키코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는데. 과연 난바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들을 오리무중에 빠뜨린다. 그러나 솔직히 소설을 읽으며 범인이 남편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며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남편이 범인이다. 그러다가 사건이 더욱 복잡해지는 가운데, ‘왜 이 사람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정말 한참 후에 이 사람에 대한 의심이 소설 속에서 제기된다. 이런 식으로 사건은 대단히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현대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범인에 대한 윤곽이 보인다는 한계는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복잡한 트릭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여러 트릭들이다. 기차시간을 이용한 알리바이, 확고한 알리바이를 어떻게 허물어야 하는지, 그리고 위장 살인, 동조자들을 이용한 범인 바꿔치기 등 다양한 트릭들이 소설 속에 가득 담겨 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단서들, 또는 고백 이런 것들마저 소설 속 주인공 난바를 속이며, 독자들을 속이는 트릭으로 작용한다. 이런 트릭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난바 역시 잘 풀어나가는가 싶다가도 또 다시 그 길이 막히곤 한다. 답답하리만치 사건이 풀리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는 존재가 소설 속에 있다. 바로 난바의 스승격인 비밀 탐정사 아카가키 다키오 라는 존재다. 마치 전능자인 것 같은 캐릭터인 이 탐정은 단박에 난바가 봉착한 난제를 해결해낸다. 만약 이 소설이 시리즈 중의 한 권이었다면 주인공은 분명 난바가 아니라 아카가키 다키오였으리라.

 

어쩌면 작가가 작품 활동을 멈춘 이유는 다름 아닌 본격추리소설이 아닌 사회파 추리소설이 주류를 이루게 된 흐름의 변화 때문인 듯싶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비록 사회파 추리소설이 득세하였다 할지라도 결국 본격추리소설(신본격이라 구분하기도 한다.)은 또 다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니 말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작품을 찾아 읽고 있는 요코미조 세이시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배부른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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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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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이란 소설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도둑이 직업인 주인공 는 새롭게 조성된 주택단지 안의 한 집을 목표물로 정하고 그 집을 털기 위해 그 옆집에서 짚라인을 타고 침투하려다가 그만 번개를 맞고 만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잃었던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 앞에 중학생 또래의 남자 아이가 내려다보고 있는데, 이 아이가 둘로 보인다. 똑같은 목소리가 두 곳에서 들린다.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완전 똑같이 생긴 열세 살 쌍둥이 형제들이다. 이름은 사토시, 타다시, 이 두 형제는 를 협박한다. 도둑님의 지문을 확보해뒀으니 언제든 도둑님을 신고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 하려던 도둑질을 꼭 성공하라고. 대신 자신들에게 생활비가 없으니 그 돈의 일부를 달라 요구한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각기 바람이 나서 도망간 상태, 중학생 쌍둥이 형제 둘이 살아가는 그들은 에게 아버지라 부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는 쌍둥이 형제의 아버지가 되어 버리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스텝파더 스텝은 일곱 편의 연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둑인 와 발칙한 쌍둥이 형제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들. 무겁지 않고 가볍게 그려진 소설이기에 더욱 편하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도둑인 캐릭터가 개과천선하기보다는 여전히 도둑질을 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해내는 묘한 느낌의 소설이다.

 

전문 소매치기이자 위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또 다른 범죄자 화성의 존재도 묘하게 반기게 된다. 또한 전직 변호사이자 몇몇 도둑들을 관리하며 어두운 사업(?)을 이어나가는 아버지의 존재도 어쩐지 든든하고 말이다. 아무튼 소설은 범죄자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이들의 범죄가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힘이 있다.

 

아울러 전혀 관계가 없던 도둑과 쌍둥이 소년 간에 만들어지는 묘한 감정들은 가슴을 따스하게 덥혀주기도 한다. 졸지에 학부모가 되어 학교에 가기도 하고, 유괴된 소년들을 되찾기 위해 친아들을 잃은 친부처럼 광분하여 달려들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묘하게도 쌍둥이 형제의 친 부모가 계속하여 자신들의 길을 가길 응원하게 된다. 여전히 자신의 아들들을 버려둔 채 말이다. 그래야, ‘와 쌍둥이 형제간의 묘한 가정이 깨지지 않고 이어질 테니 말이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이 왜 후속작이 없는 걸까? 유쾌하게 읽어나가는 연작 미스터리 사건들, 유쾌함과 발칙함을 통해 잔잔한 감동까지 느끼게 해주는 정말 재미난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를 사랑하는 독자들 뿐 아니라, 그녀의 소설을 사랑하지 않는 독자들이라 할지라도, ‘와 쌍둥이 소년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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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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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의 신작 소설이 연달아 출간되었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행복한 시간이다. 한 권은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더니(무덤 속의 죽음), 이번엔 좀비 소설이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란 제목의 좀비 소설,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 마치 SF소설을 보는 것만 같다. 아니 SF소설이 맞다. 그러니, SF 좀비 소설 쯤 되겠다.

 

때는 Z.A. 102. Z.A.란 좀비바이러스가 팬데믹 사태에 이르러 전 지구가 좀비에 의해 잡아먹힌 사태를 가리킨다. 이렇게 우주로 떠난 인류가 102년이 지나 다시 지구에 도착한다. 지구 곳곳에 착륙해 생존지를 확보하려는 원정대. 그 가운데 한반도에 도착한 팀을 중심으로 사건은 진행된다. 과연 이들은 지구 정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이미 지구가 좀비들로 인해 정복당하고, 인류의 입장에서는 지구가 멸망하고 우주로 떠난 후 102년이 지난 상태의 지구, 즉 인간의 생존은 거의 없으리라 여겨지며 좀비만이 존재하는 지구에 원정대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그래서일까? 조금은 좀비라는 존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이 없다. 일상이 깨지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나 좀비라는 미지의 존재가 주는 공포감 등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재를 작가는 하나의 장치로 완전히 해결한다. 한반도에 도착한 원정대 팀장인 K-기준은 그곳에서 우연히 한 사람의 일기를 발견하고 일기를 읽기 시작함으로 말이다.

 

일기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 아칸소 바이러스(이게 소설 속 좀비 바이러스다)가 발생하가 시작하는 즈음부터 바이러스가 만연하여 좀비들이 출몰하는 과정, 그리고 이들 좀비와 대치하며 생존하기 위한 인간들의 사투 등을 긴박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일기 속 과정이 사실 102년 뒤의 지구 정착보다 조금 더 긴박하게 느껴진다. 과연 는 끝까지 살아남았을 수 있을까?

 

좀비가 만연한 가운데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기 시작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의 위기를 외면하는 자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위기 속으로 밀어내 버리는 자들, 남은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어떤 인간은 좀비가 되었고 어떤 인간은 짐승이 되었다.”(178).

 

인간이 좀비와의 전쟁에서 겪은 가장 큰 패배는 지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선을 그어놓고 삶과 죽음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는 말이다(291).

 

하지만, 그런 처절한 생존의 자리에서도 살며시 피어나는 사랑, 그리고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이런 몰 인간성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몰입도가 높으며 가독성이 좋다. 여기에 군데군데 실어놓은 좀비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가상의 Z.A.에 대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아울러 좀비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탐구가 느껴지기도 하고.

 

무더운 날씨가 시작되는 여름, 좀비들과의 아찔한 공존을 통해 더위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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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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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의 신작 추리소설이 나왔다. 무덤 속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전작 온달장군 살인사건다음 이야기다. 전작을 읽진 못했지만, 책을 읽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별개의 사건에 대한 을지문덕 탐정의 활약을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전작에서 죽은 온달장군의 무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온달장군 무덤 속에 사신도 벽화를 그리기 위해 홀로 들어가 작업을 하던 당대의 최고 화공인 거타지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검시 결과 거타지는 독살되었다. 물론, 손에 화상을 입은 흔적과 함께 독살된 거타지. 그 범인으로 거타지의 문하생인 담징이 지목된다. 바로 스승의 물감을 담징이 담당했다는 이유에서다(물감에 독을 탔음이 밝혀진다.). 범인으로 몰린 담징은 억울하다며 을지문덕을 불러 달라 요청하게 되고, 을지문덕에게 감정이 있던 연태조(연개소문의 아버지로 귀족인 연씨가문의 수장)는 오히려 을지문덕의 이름을 듣자마자 담징을 가두고 처형하려 한다.

 

이에 을지문덕은 자신이 진범을 잡을 테니 담징을 놓아 달라 요청하게 되고, 이렇게 5일간의 말미를 얻게 된다. 과연 을지문덕은 5일 만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런데, 어째 소설의 부제가 을지문덕 탐정록인데, 사건을 좇아가는 을지문덕,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계속 헛다리만 짚는 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을지문덕의 캐릭터가 허당 캐릭터도 아닌 진중한 캐릭터인데 어째 허당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건 왜일까?

 

아무튼 소설은 과연 누가 거장 화공인 거타지를 죽였는지 그 범인을 밝혀나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정작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거타지를 스승으로 둔 제자들은 모두 거타지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스승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자신의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동료에게 향한 스승의 시선에 대한 질투로 인해, 등등 모든 제자들은 거타지에 대한 살의를 품고 있다.

 

그래서 더욱 범인이 누구일지 오리무중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살의를 품고 있던 모두가 결국 범인이라 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범인이 누구냐 보다는 왜 죽였느냐 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거타지의 제자들은 모두 잠재적 살인자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범인이 누구냐는 문제를 작가는 놓지 않고 가져간다. 이는 라는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범인은 라는 1인칭시점으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회상하기도 하고, ‘라는 시점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 부분이 독자를 속이려는 작가의 트릭이다. ‘가 한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솔직히 이건 반칙이다.). 그러니 작가는 여전히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끈을 놓고 있지 않은 셈이다.

 

아무튼 범인이 누구인지를 끝끝내 끌고 가지만, 또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림에 대한 자세다. 아니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무덤에 그려진 벽화가 갖는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끊임없이 충돌시키며 여기에 대해 이런저런 작가의 말을 들려준다. 특히, 사신도와 풍속도는 사후 세계관의 차이로 접근하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아울러 작가는 작심한 듯 멋진 문구들을 곳곳에 포진시킨다. 봐라! 내가 이렇게 멋진 문구들을 적어놓았다 하듯. 물론, 때론 너무 멋진 척하는 대사들이 오히려 닭살을 돋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멋진 문구들을 만나는 것 역시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아무래도 전작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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