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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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미식축구팀원들이 졸업 이후에도 1년에 한 번 함께 모이곤 하는 자리, 그 자리를 파한 후 여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가 쿼터백이었던 니시와키 데쓰로 앞에 나타난다. 그리곤 밝히는 놀라운 사연. 미쓰키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그 마음은 언제나 남성이었다는 것. 그런 는 현재 살인을 저지른 상태라고 밝힌다.

 

바텐더로 일하는 는 아는 여성(술집 호스티스)이 스토킹으로 시달리고 있어 보디가드를 자청하다가 그만 스토커를 살해하고 만 것이다. 이제 친구들을 만났으니 자수를 하겠다는 를 만류하게 되는 친구들. 이렇게 미쓰키는 데쓰로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는데,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가는 가운데 데쓰로는 놀라운 진실을 향해 다가가게 된다. 이후 미쓰키는 다시 잠적하게 되고, 미쓰키를 찾아 나선 데쓰로가 찾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외사랑2001년 작품이다. 이미 20년이 넘은 작품, 하지만 그렇기에 작가의 시대적 고민이 얼마나 앞서 갔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굳어진 윤리라는 괴물에 의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자들, 성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해 고민하는 이들의 아픔과 애환, 그 고민에는 무관심한 채 나와 다른 이들을 괴물로 몰아세우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작품은 동성애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동성애자가 아닌 성정체성으로 인해 고민하고 갈등하며 아파하는 자들이 등장한다. 때론 양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도 등장한다.

 

작가는 반드시 성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을 찾아 에서 그녀, ‘그녀에서 로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도 등장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등장한다. 안과 밖이 다른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들이 말이다. 아울러 작가는 이런 성정체성장애에 대해 이렇게 접근한다.

 

나는 성정체성장애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치료해야 하는 건 소수를 배제하려는 사회죠.”(423)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해 엄중한 윤리”(이 역시 근거 없는 사회 통념에 불과한)의 잣대를 들이대며 차별하기에 열중하는 사회 속에서 이 작품 외사랑은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혹 치료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냐는. 당신의 시선은 어떠하냐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거야. 형태는 상관없어.”(401)

 

우리 조금 마음을 여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특히, 데쓰로의 대학 친구들은 모두 미식축구 포지션에 맞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제법 많다. 작가의 작품을 모두 알진 못하지만, 여태 읽어본 작품들을 살펴본다면, 야구(마구), 육상7종경기(아름다운 흉기), 스키(질풍론도, 백은의 잭,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 스키점프(조인계획) 등 다양한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여기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작품 하나가 더 추가된다. 이 역시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소소한 재미가 될 것이다.

 

미식축구가 팀 경기인 만큼 소설 외사랑역시 친구들 간의 우정과 협력이 돋보인다. 사건을 쫓아가는 추리라는 재미와 함께 성정체성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 그리고 스포츠로 엮인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까지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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