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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
비라고 디오프 지음, 선영아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평점 :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라는 다소 생경한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이 생경한 건, 첫째, 옛이야기라는 겁니다. 오늘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생경합니다(물론 그렇기에 익숙하기도 합니다.). 둘째, 우리의 옛이야기가 아닌 서아프리카의 옛이야기, 그것도 세네갈 월로프족의 옛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거리와 지리적 거리가 낳은 생경함이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익숙합니다. 어쩌면 민중이 만들어가는 소망이나 교훈은 민족을 막론하고 공통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옛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겐 이미 영향력을 상실해버린 죽은 이야기에 불과할까요? 책 속 가장 마지막 이야기인 「사르장」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미개한 짓’처럼 여겨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때론 쓸모없는 전통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 들지 모르지만, 그 안에 힘이 있음이 사실임을 이야기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갖고 있는 힘은 그 안에 한 민족 내지 한 부족이 오랜 세월동안 다듬어가고 만들어 왔던 삶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들 속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경구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경구를 통해, ‘지혜’란 문화와 민족적 차이도 불구하고 힘이 있음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야기 속에서 만난 재미나면서도 경탄할 경구들 몇 개를 적어봅니다.
“앉을 일이 생겨야 엉덩이의 쓰임새를 안다.”
“주울 것이 많으면 허리를 굽히기도 힘들어지는 법.”
“기억은 제 마음에 드는 땔감만을 골라 나뭇단을 꾸리는 법.”
“마른 풀이 싱싱한 풀까지 태워 버릴 수 있다.”
“입이 말을 이상하게 하더라도 귀는 잘 가려들어야 하는 법.”
“진실과 거짓만큼 비슷한 게 없다.”
“진살과 거짓은 낮과 밤처럼 다르다.”
“재물을 매달아 둔 자는 위를 쳐다보는 자를 싫어한다.”
이러한 경구를 만난 것만으로도 배부릅니다. 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동물의 모양이나 습성의 유래를 만들어낸 재미난 접근들을 만나는 것도 흥미로웠답니다. 원숭이 엉덩이가 까진 이유, 토끼의 귀가 큰 이유, 게가 옆으로 걷게 된 이유, 닭이 어제나 발로 땅을 긁어 흐트러트리는 이유 등을 아시나요? 궁금하다면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아프리카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일까요? 아님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요? 책 속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때론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들도 없진 않답니다. 그럼에도 만날 기회가 드문 아프리카 민담과 설화를 만난다는 생소함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답니다.
게다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구전 동화와 너무나도 비슷한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도 만나 놀라기도 합니다. 또한 전통적 지혜의 접근을 상당히 많이 만나기도 합니다. 예를 든다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식의 전개라든지, 고집불통이 가져오는 불행, 은혜를 모르는 자의 결말, 성실함의 소중함 등 전통적 지혜를 만나게도 됩니다. 물론 전통적 가치가 삶 속에서 출동하여 만들어진 지혜 역시 만나게 되죠. 예를 들면 정직함이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님을,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오지만, 반대로 거짓이 오히려 아름다운 결말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아무튼,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의 민담과 설화를 만났다는 배부름, 그리고 오랜 시간 속에 녹아 있는 지혜를 엿본 것 같은 즐거움이 가득한 책 읽기였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