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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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작품 가운데 없던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악녀란 캐릭터다. 정말 막강한 악녀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가모우 미치루란 여인이다.

 

시작은 노노미야 쿄코란 여고생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뚱뚱한 몸매 탓일까? 정글과 같은 학교에서 육식동물들의 먹잇감이 된 소녀다. 그런 쿄코 앞에 쿄코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촌 미치루가 등장한다. 쿄코의 동네로 이사 오면서 전학 온 것. 학교 일진들은 이제 먹잇감을 미치루로 바꾸게 되는데, 그건 그들의 큰 실수였다. 미치루는 급이 다른 소녀였던 것. 미치루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소년 일진들을 휘두른다. 사내아이들을 이용하여 자신을 괴롭히려는 일진들에게 멋진 복수를 하게 된다. 그렇게 쿄코는 일진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일로 미치루와 쿄코는 단순한 사촌이 아닌 절친이 된다. 쿄코에겐 미치루야말로 우상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미치루에겐 숨겨진 어둠이 있다. 아빠와 단 둘이 사는 미치루는 아빠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린다. 뿐 아니라 근친 성폭력의 희생양이 된 미치루. 쿄코는 우연히 미치루 집에 놀러갔다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이렇게 미치루의 어둠을 알게 된 쿄코는 아빠를 죽이려는 미치루의 공범이 된다. 물론 완전범죄가 되는 범행을 말이다.

 

이렇게 미치루와 쿄코 콤비의 범죄 행위가 시작되고 반복된다. 언제나 완전범죄로 끝을 맺는 놀라운 범죄가. 모두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엄청난 범죄로 끝을 맺음에도 한 번도 미치루는 자신의 손을 빌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엄청난 미모와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화술을 통해 상대의 마음 깊은 곳으로 침투하여 범죄를 일으키게 만든다.

 

허영심 가득한 과소비 은행원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회사 돈을 횡령하게 만든다. 취업에 실패하고 별 볼 일 없는 가업을 돕고 있는 청년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 자격지심을 격발하여 친족 살인을 벌이게 한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이란 망상에 빠져 있는 남편을 둔 아내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험금을 노린 남편살해를 행하게 한다.

 

이런 엄청난 범행을 미치루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에서 조정한다. 가모우 미치루는 정말 막강한 최악의 악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 쪽에서는 그녀를 응원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녀의 묘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누구도 의지할 데 없던 자들이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미치루를 만나면 모두 마음을 열게 된다. 그것은 미치루만의 능력이다. 물론 미치루에게 마음을 연 이들은 모두 극단적 결말을 맞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그녀는 어떤 존재였을까? 어쩌면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의지처가 되어준 구원자가 아니었을까? 그 구원은 물론 가짜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미치루란 여인은 묘한 악녀다.

 

그런 그녀에게 최고의 위기가 찾아온다. 아소 형사에 의해 그녀의 모든 범행이 드러나게 된 것. 하지만, 가모우 미치루는 정말 능력자다. 어떻게도 빠져나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그녀는 멋지게 법망을 빠져나간다. 유유히, 누구도 손 쓸 수 없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상대는 그저 눈 뜨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강력한 반전으로 말이다. 역시 반전의 제왕다운 반전의 결말이다.

 

나카야마 시치리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 하고 감탄했던 부분은 그의 데뷔 이력이었다. 그는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가 제8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을 함으로 문단에 등장하게 되는데, 당시 그의 작품과 경쟁한 최종 후보작 역시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였다. 이런 이력이야말로 작가의 필력을 증명해주는 소재인데, 작가의 실질적 첫 작품은 따로 있다. 바로 마녀는 되살아난다란 작품으로 제6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작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한다. 비웃는 숙녀를 읽으며, 미출간이라는 그 작품을 떠올려 본다. 모르긴 해도 마녀는 되살아난다를 손 봐 내놓은 작품이 이 책 비웃는 숙녀가 아닐까?

 

아무튼 작가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악녀가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모우 미치루다. 과연 그녀의 다음 활약 내지 범행은 무엇일지 기대해보며, 이제 속편인 다시 비웃는 숙녀를 들고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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