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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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단편소설집인지도 몰랐다.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책이라는 점 때문에 집어 들었다. 여태 읽은 작가의 책 가운데 단편집은 하나도 없었기에 당연히 장편소설인 줄 알았다. 물론 단편소설집이라고 해서 실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 그래서일까? 확실히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 연작단편소설집은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연장이라는 느낌이다. 다카치가 등장하는 단편이 한 편 밖에 없으니, <닷쿠 & 다카치 시리즈>라고 말하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닷쿠, 즉 치아키가 등장하는 단편이 여럿(5)이고, 또한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보안 선배라고 불리던 헨미 유스케가 등장하는 단편 역시 두 편 있다.

 

그런데, 소설을 모두 읽고 뒤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그러니 나의 경우, 이미 그의 작품을 여러 권 읽고 이 작품을 읽어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는 작가만의 독특한 느낌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그런 방식 등이 참 많이 닮은 작품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이 작품 치아키의 해체 원인에서 느껴지는 느낌들이 그의 후속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담겨 있는 셈이다. 닷쿠, 다카치, 그리고 보안 선배라는 캐릭터 역시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닷쿠와 유스케가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대학생으로 등장하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 가 이 작품의 프리퀼인 셈이다. <닷쿠 & 다카치 시리즈>가 몸통이라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건들, 그것도 시체가 토막 난 사건들로 이루어진 단편 9편이 책에 실려 있다. 정확하게 시체가 토막 난 사건은 7편이고, 두 편은 곰 인형의 팔이 잘린 사건과 광고 포스터마다 얼굴이 잘려나간 사건이다. 이 가운데 한 편은 희극의 형태다. 이 작품 희극도 참 괴기스럽다. 첫 번째 사건은 머리가 사라진 여인의 시체로 발견되고. 다음날 발견된 또 다른 시체 역시 목이 절단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첫 번째 사건의 머리가 두 번째 머리 없는 시체 곁에 놓여 있다. 이렇게 두 사건은 연속성을 갖게 되는데, 이런 사건이 연달아 7번이나 일어나게 된다. 모두, 그 전 사건의 머리가 다음 시체의 몸 곁에서 발견된다(사실 바로 이 순서에 이 사건의 트릭이 감춰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7번째 희생자의 머리를 가지고 자살한 범인. 과연 이 사건의 핵심은 무엇일까?

 

책엔 다양한 토막살해사건들이 실려 있다. 아파트 8층에서 탄 여인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엔 토막 난 여자의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분명 8층에서 여인이 탈 때 목격한 사람들과 1층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엘리베이터는 곧장 1층을 향해 내려왔는데, 16초가량의 시간 동안 어떻게 여인을 옷을 벗겨 죽이고 토막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처럼 토막살인이 밀실과 결합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토막살해사건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각 단편의 사건을 해결 아니 해석하는 자는 바로 닷쿠, 또는 보안 선배인 유스케다(보안 선배가 선생님이 되었다니 이런 설정 역시 느낌이 이상하다.). 이들이 사건을 해석하는 것은 어쩌면 사건의 해결과는 상관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들의 심심풀이 땅콩으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 바로 안락의자 탐정의 모습으로 말이다(세 번째 이야기의 나카고시 쇼이치 형사의 경우 침대에 누워 사건을 해결하니 안락의자 탐정 정도가 아니라 무려 침대탐정이라 말해야겠다.). 이런 부분 역시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이 소설집의 압권은 마지막 9번째 단편이다. 이 단편을 통해, 앞의 단편들이 서로 하나로 섞이게 된다. 그래서 이 마지막 단편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솔직히 정신 바짝 차리는 정도로 되지 않고 메모하며 살펴야 각 사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이처럼 과하게 얽히고설킨 내용에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물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게 엮여 있어 재미를 반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러 사건들이 하나로 엮어가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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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셋의 힘 3 : 추방 전사들 셋의 힘 3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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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판타지 동화들을 펴내고 있는 작가팀 에린 헌터의 대표작인 <전사들>, 3부의 세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제목은 추방인데, 과연 누가 추방당하는 걸까요? 혹시 3부의 주인공은 세 훈련병, 라이언포, 제이포, 홀리포, 이들이 추방당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보게 됩니다. 그런데, 걱정 안 해도 된답니다. 이번 이야기가 추방이란 제목인 것은 이미 과거에 누군가 어느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하였던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셋이 있을 것이다. 너의 혈육의 혈육이며, 그 셋의 발에 별의 힘이 깃들 것이다.”(31527)

 

이러한 예언의 주인공들인 세 훈련병 고양이들 앞에 새로운 모험이 열리게 됩니다. 이번엔 바로 산에 사는 부족 고양이인 물여울부족을 돕기 위해 먼 길을 떠나게 된답니다.

 

물여울부족에 침입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디에서 나타난 고양이들인지 모르는데, 이들이 물여울부족이 살던 산에 나타나 마음대로 사냥을 하는 바람에 물여울부족의 생활이 너무나도 힘겨워졌답니다. 이에 물여울부족에서 추방당했던 두 고양이 스톰퍼와 브룩을 찾아 부족고양이 둘이 종족고양이들의 영역으로 찾아왔답니다. 이에 2부에서 먼 여행을 함께 떠났던 네 종족의 고양이들이 다시 뭉치게 된답니다. 바람족의 크로페더, 그림자족의 토니펠트, 그리고 강족의 스톰퍼(스톰퍼는 현재 천둥족으로 살고 있지만, 먼 여행을 떠날 당시에는 강족이었으니 강족의 대표격으로 생각합니다.), 천둥족의 브램블클로와 스쿼럴플라이트, 이들 다섯 고양이가 다시 부족 고양이들을 돕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 여정에 3부의 주인공들인 세 훈련병, 라이언포, 제이포, 홀리포가 함께 합니다. 여기에 바람족 크로페더의 아들이자 말썽쟁이 훈련병 브리즈포 역시 함께 하죠. 이렇게 물여울부족을 돕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전사들, 과연 그 여정의 끝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렇게 세 훈련병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됩니다. 종족간의 갈등과 반목이 아닌 이번에는 전혀 삶의 양태가 다른 부족 고양이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기에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소설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지, 전통적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요. 자신들에게 익숙한 문화 내지 삶의 방식을 다른 생활권에서 살던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마땅한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번 이야기는 종족 고양이와 부족 고양이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과 대립 등이 눈에 많이 띕니다.

 

눈이 보이진 않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다른 고양이들의 꿈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훈련병 제이포, 이번에는 그의 능력이 한층 높아집니다. 이젠 꿈 속 뿐 아니라 타인의 기억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답니다. 과연 그 능력이 축복인 걸까요? 그 능력으로 제이포는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까요?

 

, 소설을 읽으며 자꾸 생각하게 되는 또 한 가지는 세 훈련병들은 이번 모험을 통해, 전설 속의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점입니다. 자신들과 함께 하는 엄마 아빠 고양이들, 그리고 선배 고양이 전사들이 바로 그 위대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 역시 이미 또 다른 위대한 이야기 속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며, 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런 부분을 읽으며 우리 어린이 독자들이 앞으로 만들어 가게 될 삶의 여정 역시 위대한 이야기 속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가슴 뛰는 도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예언의 주인공들이 세 훈련병들이 만들어가게 될 이야기 그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며 기다려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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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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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실상은 일본 추리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이라 불리는 우치다 야스오(111, 누적 판매부수 1억 부라니. 게다가 108회 드라마화 된 작가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그의 작품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을 읽었다. 검은숲에서 번역 출간된 3권의 작품 가운데 마지막으로 읽은 게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이 책은 작가의 장편 소설 가운데 3번째 작품이란다. 그러니, 여태 읽었던 작품들보다는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인 것.

 

그래서 그럴까?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의 분위기가 아직은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사파리 점퍼에 테니스 모자를 눌러 쓴 주인공 아사미의 분위기가 이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을 이끌어가는 관료가문의 작은 아들인 아사미, 일본 경찰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최고 간부인 형과는 달리 반 백수처럼 살아가는 자유로운 모습은 그대로다. 게다가 진실에 접근하는 그 묘한 능력 역시 그대로고.

 

아사미가 사건에 접근할 때, 일선 현장의 경찰들이 갖게 되는 의문, “아사미라는 사람, 신원은 확실하겠지?”라는 의문은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 이런 의문에 어쩐지 빵빵한 배경을 가진 아사미를 생각하며 괜스레 우쭐한 마음을 갖고 통쾌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캐릭터가 주는 묘한 쾌감이다.

 

이번 사건은 고토바 법황의 유배 전설, 그 노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시골 기차역 구름다리 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무더운 날씨 탓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다. 살인사건이다. 여인의 신분은 금세 밝혀지는 데, 쇼호지 미야코라는 여성이다. 홀로 고토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했던 여인이 무슨 일로 살해 된 것일까? 게다가 소지품은 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과연 무슨 일로 살해 된 것일까?

 

이 사건을 접근하는 시골 경찰서의 노가미 경사는 이 사건의 책임자가 된 현경 수사1과 젊은 엘리트 경감과의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며 홀로 이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인을 기차 안에서 목격했던 목격자 역시 살해당하게 되는데, 수사본부는 이 두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만, 노가미는 두 사건은 연관된 사건임을 알고 사건을 추적한다. 그러는 가운데, 이 두 피해자와 접점이 있는 또 다른 사람, 신실한 시골 고교 역사 교사가 자살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이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이 대략 절반 정도까지 진행돼서야 비로소 우리의 명탐정, 아사미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사미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첫 번째 피해자인 미야코가 8년 전 이곳에서 겪었던 산사태 사고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 여기 8년 전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다름 아닌 아사미의 친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사건은 오빠의 복수일수도. 그럼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역시 명탐정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사건의 핵심을 금세 파악하고 추리해 나가는 아사미의 능력은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조금은 우직하게 사건을 추격해 나가는 형사 노가미, 이 둘의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 물론, 나중에 크게 한 번 삐걱거리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사건 배후에 있는 주범의 존재가 엄청난 반전을 가져온다. 완전히 오리무중에 감춰져 있던 사건의 주범이자 제3의 인물, 그의 존재가 밝혀질 때 충격을 준다. 전설과 연관하여 사건이 일어나고 추리해 나가는 부분에서 묘하게 예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그럼에도 몰입하여 읽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우치다 야스오의 작품이 좀 더 많이 번역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이 작품은 열차의 경로가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 솔직히 따분하긴 하지만, 이것은 작가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듯. 여기에 그렇다고 해서 열차 경로를 이용한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뭔가 트릭이 없을까 하고 끝내 의심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건 추리소설 애독자의 병일까?

 

암튼,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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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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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설집을 만났습니다. 쓰네카와 고타로 란 작가의 가을의 감옥이란 소설집인데(2008년도에 노블마인에서 번역출간된 작품인데, 이번에 고요한숨에서 개정판으로 번역출간되었습니다.), 책 속엔 3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환상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소설들. 각기 세 종류의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입니다. 가을의 감옥은 시간에, 신의 집은 공간에, 그리고 마지막 소설 환상은 밤에 자란다는 환상의 능력 속에 갇힌 이야기들입니다.

 

첫 번째 소설인 가을의 감옥은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날이 반복되며 시작됩니다. 바로 117일의 반복입니다. 처음엔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었고, 두렵기까지 했지만, 점차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같은 날이 반복되기에 이런 현상을 리플레이라고 부르고, 117일에 갇힌 사람들을 리플레이어라고 부른답니다.

 

무엇을 하든 다음날이면 다시 시작되는 117. 이런 상황 속에서 리플레이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누군가는 아내가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내를 죽이기도 합니다. 물론 117일이 계속 반복되기에 그 날 아내는 다시 바람을 피우게 되고, 아내를 또 죽이기도 하죠(다양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부질없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같은 날의 반복만이 있다면 어쩌면 너무 따분할 수도 있을 텐데, 소설 속에선 리플레이어들이 하나하나 행방불명된답니다. 그 행방불명에는 기타카제 백작이라고 이들이 부르는 괴물이 연관되어 있다고 여긴답니다. 때가 되면 누군가는 이 기타카제 백작에 의해 사라지게 되는데, 그 사라짐이 정말 사라지는 것인지, 아님 시간의 감옥인 117일을 벗어나 118일로 가게 되는 걸까요? 이는 끝내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118일로 넘어간다는 희망을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내일 눈을 떠보니 오늘의 반복이 시작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그랬듯 하루의 시간 동안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을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이 소설은 117일에 읽었어야 했는데, 그 때를 놓쳐 아쉬움이 있었답니다. 책을 받은 것이 116일이었기에 더 아쉬웠답니다.

 

신의 집은 주인공이 마을 공원에서 길을 잃고 어느 초가고택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곳은 마을이 수백 년 전부터 비밀리에 지켜온 신역인데, 이 집 안에 들어간 존재는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할 존재를 집에 들이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오랫동안 그곳에 갇혀 있던 사내 대신 신의 집을 지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집은 공간자체가 여러 지역을 일정한 경로로 공간이동을 하게 됩니다. 전국 곳곳을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하는 신비한 집,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은 어느 한 사내를 유인하여 안으로 들이고 자신은 결국 밖으로 도망치게 되는데, 그 뒤로 이상한 사건들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바로 이 집이 움직이는 경로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들, 이에 바로 그 사내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다시 그 신의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과연 신의 집을 이용한 범행을 그치게 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선 자신이 다시 그곳 신의 집에 갇혀야 할 텐데, 그런 선택을 과연 하게 될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신의 집은 자유가 박탈된 감옥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외부로부터 안전한 파라다이스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리 파라다이스여도 외부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그곳을 감옥으로 만들어버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환상은 밤에 자란다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낯선 할머니에게 납치되어 그곳에서 몇 달을 함께 살았던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소녀를 납치했던 할머니는 남들이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바로 환상을 보게 되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환상을 보여주는 능력이죠. 이 능력을 소녀 역시 갖게 되는데, 과연 이 능력으로 소녀는 무엇을 하게 될까요?

 

문제는 이 능력을 이용하려는 못된 이들, 그들로 인해 소녀는 갇히게 됩니다. 과연 소녀는 계속 악인들에게 이용만 당하게 되는 걸까요? 이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환상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실제가 아니더라도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세 편의 소설 모두 재미납니다. 무엇보다 그 분위기가 독특한 점이야말로 이 작품의 꽃입니다. 시간, 공간, 환상, 서로 다른 의미에 갇혀 버린 이들, 그들의 절망과 그 절망 속에서 찾게 되는 또 다른 느낌의 감정들, 그리고 갇힌 곳에서 이어가게 되는 삶이 묘한 느낌을 줍니다.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다른 작품들 역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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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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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린 맛 집을 이야기해도 전국 삼대 짬뽕집”, “전국 삼대 빵집등 셋을 골라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물론 그 선별의 기준은 모호하다. 이는 솔직히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니 말이다. 그럼 탐정은 어떨까? 일본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은? 물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이 안에 넣고 싶은 탐정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렇다면 나름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이라 말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 시대의 3대 명탐정이라면?(본격과 신본격을 구분하여 그 한계를 정한다면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이라는 기준이 다소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다.) 그 셋을 이렇게 꼽는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그리고 다카기 아키미쓰의 가미즈 교스케로 말이다.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가미즈 교스케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바로 다카기 아키미쓰의 데뷔작이라는 문신 살인사건을 통해서다. 다카기 아키미쓰라는 작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작가의 작품을 읽고 싶어 책을 두 권 구입했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이 책 문신 살인사건이다. 검은숲에서 출간된 작품인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번째 작품이다(이 책은 동서문화사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있다.). 구입한 책 가운데 작품의 제목에 끌려 오히려 뒤 번호의 이 책을 먼저 선택하고 읽었는데,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이런 행운이.^^

 

먼저, 마쓰시타 겐조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마쓰시타 겐조는 도쿄대학에서 법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재원인데, 경시청 수사 1과장인 형을 두고 있다. 이런 점 역시 사건에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전 지식 없이 소설을 읽으며, 마쓰시타 겐조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명탐정은 마쓰시타 겐조의 선배 법의학자인 가미즈 교스케. 하지만, 마쓰시타 겐조는 작가의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가 홈즈의 역할이라면, 마쓰시타 겐조는 왓슨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이번 작품 문신 살인사건는 명탐정의 등장은 상당히 뒷부분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미궁에 빠졌던 사건의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는 전능함마저 보인다. 소설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던 시점에 갑작스럽게 이런 명탐정이 등장하기에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인데, 이 명탐정의 존재가 저자의 작품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오히려 이런 등장에 후광이 비춰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종전 직후인 1946년인데, 사건은 마쓰시타 겐조가 한 문신대회에 참석하면서 시작된다. 문신을 금지하는 처벌령이 내려진 시대에서 비밀스럽게 열린 문신대회, 그 대회에서 마쓰시타 겐조는 등 전체에 거대한 뱀을 새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여인의 매력에 순진한 청년 마쓰시타 겐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이 여인이 살해되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문신이 새겨진 몸통은 사라진 얼굴과 팔다리만이 놓인 밀실 살인사건. 과연 범인은 왜 문신이 새겨진 몸통을 가져갔을까? 피해자의 신분을 감추려는 의도였다면 문신이 새겨진 몸통만이 아닌 머리를 가져가야 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끔찍한 밀실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 여인은 유명한 문신사의 딸로, 오빠와 쌍둥이 여동생, 이렇게 세 남매는 삼자견제라고 불리는, 그래서 문신사들 사이에서는 금기처럼 여겨지는 문신을 각자 새기고 있다고 한다.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민달팽이는 뱀을 녹여버린다.”는 삼자견제의 전설. 그 가운데 뱀을 새긴 여인, 그리고 그 살해의 현장인 밀실 안에서 발견된 민달팽이. 정말 전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전쟁 중에 실종되거나 죽은 것으로 알려진 오빠와 쌍둥이 여동생, 그리고 살인의 피해자가 된 여인 사이에는 여전히 어떤 불운한 역학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걸까?

 

문신에 얽힌 전설, 그리고 풀리지 않는 밀실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다소 초자연적 느낌도 없지 않는 사건, 그런데, 또 다른 연쇄살인이 벌어지게 되고,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될까?

 

밀실살인사건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것만으로도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게다가 소설 속 사건은 알리바이 트릭 역시 중요하다. 여기에 피해자들이 문신을 새긴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그 문신을 수집하는 수집광 하야카와 박사의 존재 역시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리게 한다. 무엇보다 사건이 굳이 밀실살인사건이 되어야 했던 이유가 흥미롭고, 이 안에 또 하나의 트릭이 감춰져 있다. 기계적 밀실을 통해, 심리적 밀실을 만들려고 했던 고도의 트릭이. 또한 삼 남매에게 새겨진 세 개의 문신, 서로 물고 뜯기는 삼자견제라는 전설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는 설정 역시 또 하나의 커다란 트릭이다. 이는 서술트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민달팽이는 뱀을 녹여버린다.”는 삼자견제의 전설을 통해, 독자들은 이들 삼 남매에겐 이 문신이 새겨져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사건을 들여다보게 하니 말이다.

 

고전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소설은 진행된다. 소설은 종전 직후의 무너진 도덕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형제애가 더 두터워져야만 할 전쟁이란 사건, 하지만, 전쟁의 끔찍함은 형제애마저 돌아보지 않게 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인간을 내몰고 있음을 소설은 은연중 고발하고 있다. 또한 문신에 대한 반감, 혐오감, 그리고 선입견 등에 대해서도 소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문신을 한 사람의 인간성에 대해 소설은 또한 단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본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 가운데 한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작품이었다. 그것도 데뷔작을 통해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가미즈 고스케와 마쓰시타 겐조의 멋진 콜라보를 기대하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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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1-16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신대회 흥미롭네요 재미있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