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 다시, 올리브 세트 (리커버 특별판) - 전2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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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는 늘 등 돌린 채 손을 높이 올려 흔드는 올리브. 

단지 뉴욕 출신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쌀쌀맞게 대하는 올리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쌀쌀맞게 대하는 제자를 단호히 꾸짖는 올리브.

자신은 속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꽤 속물인 올리브. 

자기의 불행을 위로하기 위해 더 큰 불행 속에 있다고 생각한 이웃을 찾아갔던 올리브.


이 올리브라는 인물은 어느 소설에서도 본 적 없는, 대단히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여성이다. 

작가는 올리브가 화자로 등장하는 단편 뿐만 아니라 그저 이웃이 지나가듯 언급하는 인물이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물로 등장시키는 단편들을 통해 올리브라는 캐릭터를 여러 층위로 쌓아나간다. 


덩치가 크고 성격이 강해서 대체 누가 그녀와 살고 싶어하겠냐는 소리까지 듣곤 해도, 

두 명의 남편으로부터는 진짜 사랑을 받았던, 아내로서의 올리브. 

심장의 바늘같은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의 올리브.

어떤 제자에게는 그저 무서운 선생이지만 어떤 제자의 마음 속에는 평생 곱씹을 말을 남긴, 스승으로서의 올리브. 

얼결에 이웃의 아기를 받아주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웃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는, 이웃으로서의 올리브.

노년에 이르러서야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딸로서의 올리브. 


작가가 올리브가 사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 포착해 보여주는 

인간의 모순되고 한심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연민하게 되고야 마는 면면들. 

노년에 이르러서야 시작되는 어떤 것들도 있다는 것을, 

80년이 넘게 살아도 여전히 햇빛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늙어도, 주름져도, 살쪄도, 아름답지 않아도,

여성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잘 지어진 벽돌집 같다.

벽돌 하나를 빼서 아무리 살펴본들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듯이,

인용문을 넣으려 일부분을 발췌하면 글 전체의 아름다움을 전혀 전달할 수가 없다.

단편 하나 하나를 통째로 읽어야 한다. 


그러니 결론은..

꼭 읽어 보시라는 것^^ 

편당 편차가 거의 없이 다 좋으니, 미리보기로 한편 읽어본 후 마음에 들면, 구매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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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30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고나면 꼭 예쁜 애들이 나옵니다 ㅠㅠ 슬퍼요. ~~ 알고보면 따뜻한 올리브죠 *^^*

독서괭 2022-03-30 12:35   좋아요 1 | URL
따뜻한 면도 있고 냉정한 면도 있고.. 한 사람이 지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넘 좋더라구요~^^ 책 늦게 사는 게 장점도 있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2-03-30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커버로 다시 사고 싶네요.
잘 지은 벽돌집 같다는 말씀에 동감이에요 ^^

독서괭 2022-04-01 11:48   좋아요 2 | URL
구판으로 읽으셨군요! 동감해 주시니 기쁩니다~^^ 리커버 표지랑 상자가 예뻐서 좋아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3-30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보고 나니 올리브 리커버 사두고 팽개친 제 자신이...^^;
다음달에는 반드시 조금이라도 읽어야겠다 결심합니다.

독서괭 2022-04-01 11:48   좋아요 1 | URL
화가님 역사책 읽기에 매진하시느라 ㅎㅎ 이번달에 시작해 보세요~^^

새파랑 2022-03-3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군요 ^^이제 책 사는걸 그만해야하는데 욕심이나네요~!@

독서괭 2022-04-01 11:4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읽는 만큼 사고 계시니 더 자제하실 필요 없을 듯요 ㅎㅎ

수이 2022-03-30 1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를 만나고난 후에 얼마나 인간은 모순적이고 불완전한지 다시 깨닫고 숨쉬기가 편해지더라구요. 리커버판의 유혹을 물리치고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집에 있는 구판으로 ㅠㅠ

독서괭 2022-04-01 11:50   좋아요 2 | URL
비타님께 그런 큰 의미가 되어준 책이군요!^^ 저도 그런 점이 참 좋았습니다.
번역도 좋던데구판 <올리브 키터리지>랑은 같은 역자네요~ 전 한 5년 뒤에 재독하고 싶습니다 ㅎ

다락방 2022-03-30 14: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뭔가 올리브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이 리뷰 읽으면 잘 알아줘서 고맙다고 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올리브를 독서괭님도 좋아하시니 너무 좋네요. 으흐흐흐흐

독서괭 2022-04-01 11:51   좋아요 2 | URL
으흐흐흐흐 다락방님 덕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여운이 좀 가시고 나면 루시 바턴 읽어보려고요!

책읽는나무 2022-04-02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단한 벽돌집!!!
와~~바로 와 닿아요^^
괭님의 리뷰는 요점정리 정말 잘되어 있어 빌려보고픈 친구의 독서노트장 같군요ㅋㅋㅋ
또 읽고 싶다!!!!! 올리브 언니 이야기♡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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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강요받는 아름다움은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성 지위의 상승을 막기 위한 상업-자본의 술수이고, 이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여성은 조각날 것이며 다음 표적은 남성이 될 거라는 것을, 세세하고 통렬하게 밝히는 책.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이 책을 읽자. 번역과 해제가 아쉬워 재출간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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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6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디~ 새로운 번역과 걸맞는 해제로 다시 한번 만나고 싶네요!! 그렇게됨 몇 권 사서 주변에 선물할꺼예요^^*

독서괭 2022-03-26 19:33   좋아요 2 | URL
정말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꼬옥 다시 나오길 빕니다~~
 
드립백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3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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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과 맛이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만 못한 것 같다. 맛있게 마셨지만 재구매는 안 할 듯! 디카페인은 재구매해서 마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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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에 비체 개념이 나온다는 걸 다락방님 서재에서 알게 되어, <퀴어이론 산책하기>에 나오는 비체 개념 설명 부분을 올려봅니다. 그림이 딱 직관적이라 기억하기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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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1 0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너무 좋네요. 읽었던 책의 이 부분을 기억해주시고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서괭 님. 반복해 비체를 만나니 이제 비체가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나저나 여성괴물 저도 시작해야 하는데...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2-03-11 08:01   좋아요 1 | URL
아직 3월이 많이 남았습니다! 3월은 심지어 31일까지 있잖아요?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3-11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덕분에 비체 개념 더욱 잘 알아갑니다. 감사해요^^

독서괭 2022-03-11 11:22   좋아요 2 | URL
화가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새파랑 2022-03-11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체가 그냥 출판사 이름인줄 알았어요 😅 저도 하나 배웠네요~!!

독서괭 2022-03-11 11:22   좋아요 5 | URL
국어사전에 쳐 보니 콧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라고 나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2-03-11 11:50   좋아요 4 | URL
새파랑 님 그 출판사는 비*채* ㅋㅋㅋㅋㅋ

mini74 2022-03-11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2-03-13 20:22   좋아요 2 | URL
별말씀을요🥰

얄라알라 2022-03-13 2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체 부분은 어려워서 슬렁슬렁 넘어가고 여성 재생산 언급한 부분부터 확 재밌어지더라고요^^ [퀴어 이론 산책하기] 책 제목과 표지그림 무슨 연관일까 궁금해지면서 기억하고 갑니다^^

독서괭 2022-03-13 23:22   좋아요 3 | URL
오 얄라님 산을 넘어 전진하고 계시군요^^ <퀴어 이론 산책하기>의 표지 강아지는 저자의 반려견으로..ㅋㅋ 매장 앞부분에 반려견과의 산책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오는데 재미 포인트입니다 ㅋ

scott 2022-03-15 17: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쉬 괭님!👍

독서괭 2022-03-30 11:55   좋아요 0 | URL
늦게 봤네요 스콧님 ㅎㅎ 감사합니다^^
 

엊그제 마침 이 부분을 읽었고, 앞으로 정치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나는 특별히 정치를 좋아했어. 내게 있어 정치란 마르크스주의나 좌파, 우파 같은 것이 아니야. 이런 것들보다 간단할 수도, 더 복잡할 수도 있지. 정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명백하게 잘못된 일을 옳은 쪽으로 미는 것이며,
그 옳은 일을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는 일이지. 나는 특별히 그런 잘못된, 부조리한 일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런 부조리한 일들을 힘을 이용해 추진하길 좋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거든.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잖아. 나는 정치를 좋아하고, 내게 있어 정치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야.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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