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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룰라 ㅣ I LOVE 그림책
엘렌 잭슨 지음, 케빈 오말리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평점 :
어릴 적 나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혹 잠자는 공주 따위의 갑작스런 신분상승이나 공주과의 책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책도 집에는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예쁜 옷만 입고 모두들 예쁘다고 우러르기만 하는 삶은 너무나 재미없다. 그래서 실제 그런 책들의 다른 단점들은 제외하더라도 나는 그다지 내 아이에게 그런 책들을 읽히고 싶지 않다. 굳이 읽히지 않더라도 접하게 될게 뻔하여서 더 그렇다.
예쁜 척만 하는 공주의 삶은 얼마나 따분한가
더우기 죽어라 일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파티에 가길 희망하여 요정의 도움으로 변신, 미모의 힘으로 왕자와 결혼하는 건 얼마나 한심한가
그런데 그 이야기에 반기를 드는 이야기가 다시 쓰여졌으니 바로 신데룰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라면 실제 신데렐라와 함께 읽히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이 없었으면 안 읽혔을 신데렐라를 이 신데룰라라는 이야기가 살린 것이다.
신데룰라는 신데렐라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좀더 진취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꿀줄 알았다.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휘파람도 불었으며 집안 일을 하며 이것저것 배웠다.
주부로 살면서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거나 스크랩하는 재미를 쏠쏠히 느낀 나로서도 많이 공감하는 바다. 신데룰라는 튼튼하고 씩씩한데다 재미있는 농담도 잘해서 모든 이들이 호감을 가질 것 같았다.
만나면 만날 수록 그 매력이 더 하는 사람이 바로 신데룰라.
신데렐라는 요정할머니의 도움으로 누더기 옷을 예쁜 드레스로 바꾸었지만 신데룰라는 열심히 일한 돈을 꼬박꼬박 모아 당당히 자신의 드레스를 샀고, 춤추기 편한 신발을 신고 무도회에 갔다.
신데렐라는 우아한 호박마차를 타고 갔지만 신데룰라는 사람이 북적대는 버스를 타고 갔다.
신데룰라에게 잘생긴 왕자의 군대이야기는 따분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두막에 살면서 재활용공장을 운영하는 왕자의 동생 루퍼트는 신데룰라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신데렐라와 루퍼트 왕자는 서로의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신데렐라는 랜돌프 왕자와, 신데룰라는 왕자의 동생 루퍼트왕자와 합동 결혼식을 한다.
신데렐라가 남편과의 따분한 시간을 보낼 즈음 신데룰라는 태양열로 난방을 하는 작은 오두막에서 살며 나젱는 폐기물 처리 기술을 공부하고 새끼고양이들을 돌보며, 밤에는 남편과 하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또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고 아코디언과 콘서티나로 이중주를 하기도 한다.
누가 더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라는 물음으로 끝을 맺는 이 책을 보고서 아무도 신데렐라가 행복할 거라 짐작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명품 핸드백 하나 없어도, 철마다 유행하는 옷을 사입지 못해도 휴일마다 해외여행을 꿈꾸지 못해도 내 삶의 무게와 색깔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면 비싼 옷을 안 입어도 멋지지 않을까? 따분한 삶은 정말 지겨울 테니.
삶의 행복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강요할 수 없고 무엇이다 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아이는 신데렐라처럼 수동적이고 따분한 삶이 아닌 신데룰라처럼 자신의 매력을 가꿀 줄 알고 진취적이며 삶의 소소한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제 아줌마로 그리고 아기엄마로 살아가는 나 역시 또 한명의 신데룰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