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미스터북맨

Photo : 한겨레신문사    

 

 

책은 왜 읽는 것일까? 여러 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유력한 답의 하나는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고,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기존의 지식과 가치관을 재확인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책을 포함한 사물들로부터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빼낼 수는 없는 법”이라고 철학자 니체는 쓴 바 있다. 그의 말은 옳다. 동시에 틀리다(옳으면서 동시에 틀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책의 세계에 어울리는 역설이라 하겠다). 나 같으면 니체의 말을,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어떤 것을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그렇게,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던 어떤 것을 포함해서, 책은 기존의 상식과 주장을 뒤집어엎는 데에 본디 기능이 있다.   그렇다면 왜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존재의 확장과 심화의 길이기 때문이다.

 

 페터 빅셀이라는 스위스 작가가 있다. 그의 책 가운데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제목의 책은 1970년대부터 여러 번에 걸쳐 번역 소개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것이 그가 독일어로 낸 원저의 제목이 아니라 책에 수록된 작품 한 편의 제목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 여럿을 편역해서 낸 한국어판 책의 제목인 『책상은 책상이다』가 워낙 유명해져서, 페터 빅셀 하면 『책상은 책상이다』의 작가로 통하게끔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콩트에 해당하는 짧은 길이의 것들인데, 그 짧은 분량 속에 담긴 통찰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다르게 생각하기’로서의 책 읽기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거리를 벅찰 정도로 많이 전해 주는 책이다.

 

 그의 대표작인 셈인 「책상은 책상이다」는 사물들의 이름에 의문점을 지니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하루하루 변함없는 일상에 권태와 짜증을 느끼게 된 이 남자는 무언가 변해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세상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는 생각한다: “왜 침대를 그림이라고 하면 안 되지?” 그의 의문은 일견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타당한 것이기도 하다. 동일한 사물이라도 나라마다 또는 언어권 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같은 언어권이라 하더라도 지역과 계층, 연령에 따른 방언까지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개인별 방언’이 없으란 법도 없지 않겠는가. 마침내 그는 사물들을 제멋대로 바꿔 부르기로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예컨대 다음과 같은 낱말 바꾸기를 시도한다: 침대 → 그림, 책상 → 양탄자, 의자 → 자명종, 신문 → 침대, 거울 → 의자, 자명종 → 사진첩, 장롱 → 신문, 양탄자 → 장롱, 그림 → 책상, 사진첩 → 거울…. 명사 수준을 넘어 동사와 형용사, 능동태와 수동태 수준까지 바꿔 치기를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 난해시를 닮은 이런 근사한(?) 문장이 나온다: “아침에 그 늙은 발은 오랫동안 그림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아홉 시에 사진첩이 세워졌다. 그 발은 벌떡 시려워서는, 아침이 쳐다보지 않도록 그가 깔아 놓은 장롱 위에서 뒤적여졌다….”

 

 이 가엾은 남자가 결국 다른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뒷이야기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가 무언가 남과 달리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이다. 페터 빅셀의 다른 작품들 역시 이 남자처럼 남다른 개성과 고집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기차 시간표를 줄줄 외우면서 정작 기차는 한 번도 타 보지 않은 사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겠노라며 여든 살 고령에 길을 나서 돌아오지 않는 남자, 40년이 넘도록 작업실에 틀어박혀 ‘텔레비전’을 발명했으나 바깥 세상에서는 벌써 오래 전에 텔레비전이 등장해 있는 것을 확인하는 남자…. 페터 빅셀의 인물들은 비타협적 외골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확실히 원만하고 상식적이지 않으며, 만약 그런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면 어쩐지 불편해질 것만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밉거나 한심스럽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자명하다고 여기며 반성도 회의도 하지 않은 사물과 상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옳은 것인가, 상식이란 정말로 보편적 진실 또는 진리일까. 이런 회의와 반성이야말로 예술과 과학의 토대라는 것이 내 믿음이다(그런 점에서 예술과 과학은 통한다). 책을 읽는 일은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한 지식과 가치를 다시금 냉정하게 돌아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다소간의 불편과 거부감이 따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초의 불편과 거부감을 통과하고 나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발견, 그리고 넓고 깊어진 자기 자신이다.

 

 

 

 

최재봉│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경희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한겨레신문사에서 문학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 한국문학의 공간탐사』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통신』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드거 스노 자서전』 등이 있다.

 

본 칼럼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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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전에 학원에서 아이들가르칠때 책상은 책상이다로 언어의 사회성을 가르친적이 있어요. 놀이를 하면서. 참 재미난 책이지요

마늘빵 2006-02-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은 책상이다 저도 보고픈 책이에요. 서점에서 살짝 봤는데 귀여워요 책이.

모1 2006-02-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책이네요.
 

초반 흥행 부풀리기는 마케팅의 일부 [06/01/30]
[‘Top 10’ 순위표 왜 문제인가] “초반 흥행 부풀리기는 마케팅의 일부”

지난 연말 불거진 출판계의 사재기 파동이 해가 바뀌어도 진정되지 않은 채 번지고 있다. 이 문제는 애초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자체 조사를 벌여 사재기 증거가 발견된 5권의 책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올들어 교보문고가 문제의 책 5권을 다시 베스트셀러 집계에 포함시키자 출판인회의가 차제에 문화관광부에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면서 사재기 파동 2라운드가 불붙었다.

출판인회의는 교보문고가 약속을 파기했다며 비판했고,교보문고는 해당 출판사들이 사재기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다시 집계에 포함시켰다고 해명했다. 이번 파동은 사재기의 진위 여부,대형서점의 사재기 조장 혐의 등 여러 쟁점을 포함하고 있지만 출판 불황 속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출판사들의 슬픈 현실을 드러냈다.

◇순위는 과연 믿을 만한가

판매순위 조작은 출판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음반업계에서도 끊임없이 사재기 소문이 흘러나온다. 일부 가수들은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이번에 네가 낸 음반 네가 다 샀다며?”식의 얘기를 농담으로 던진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일단 판매순위 ‘톱 10’에만 들면 그 다음부터는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알아서 다 홍보해준다”며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CD 1만∼2만장만 사면 순위에 진입시킬 수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음반업계에서는 이것을 사재기라기보다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영화 역시 자사나 계열사 직원들에게 영화표를 공짜로 돌리는 방식으로 사재기를 한다. 첫 주 흥행성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 주에 일정한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극장 측은 곧바로 종영을 통보한다. 반대로 첫 주에 관객몰이에 성공하면 롱런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몰린다고 알려진 영화는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영화 ‘홀리데이’의 CGV 조기종영과 재상영 사태는 순위의 힘을 둘러싼 여러 논점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 제작·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투사부일체’의 제작·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개봉 초반 극장 점유 싸움에서 불거진 ‘홀리데이’ 사태는 극장을 많이 확보해야 1위에 오를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고 그래야 장기흥행을 노려볼 수 있는 영화계의 약육강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방송사의 시청률 순위 역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로 보이지만 허점이 있다. 조사대상가구가 너무 적어 대표성이 늘 의문시되고 있으며,특정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조사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몇 년 전 일본에서는 한 드라마 PD가 시청률조사 대상 가구에 뇌물을 주고 시청률을 조작하다 들통난 사건도 있었다.

◇검색시대,더 막강해지는 ‘순위 권력’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기뉴스 순위나 인기상품 순위는 어떨까.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는 사람들 대부분은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인기뉴스로 분류된 뉴스들을 먼저 검색한다. 포털사이트가 ‘인기뉴스’라고 하면 하루종일 인기뉴스가 된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인기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마련이다. 결국 ‘인기상품’ 코너에 오르면 진짜 인기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순위는 소위 ‘알바(아르바이트 직원)’를 동원한 클릭수 조작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각 사이트들이 특정 업체와 부당한 거래를 맺고 특정 상품의 순위를 올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순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순위야말로 대중이 가장 쉽게 접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유명 저술가인 존 바텔은 ‘구글 스토리’(랜덤하우스중앙)에서 “앞으로 모든 마케팅은 검색순위 상단을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검색정보 순위의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마케팅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대표적인 경우가 ‘해커스 토익’이다. 경쟁사들은 현재 토익 책 분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해커스 토익’의 경쟁력을 인터넷 홍보로 분석한다. ‘해커스 토익’은 책을 출판할 때부터 조직적으로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동원해 각종 사이트에 책 소문을 냈고,이런 압도적 정보가 네티즌들의 토익 책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토익 책 출판사들은 현재 사별로 아르바이트 홍보팀을 조직,인터넷 홍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순위 맹신’ 이대로 좋은가

문화상품의 인기는 순위표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순위표에 반영된 것은 대중의 기호와 취향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사재기나 로비와 같은 조작행위와 자본이나 유통 등 외부적 힘이 반영돼 있다. 모든 상품들이 공정한 경쟁을 거쳐 순위표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베스트셀러는 좋은 책이 아니고,좋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다”는 출판계의 속설은 순위의 허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순위표가 문화상품을 고르는 한 기준일 뿐인데 거의 유일한 기준으로 자리잡아 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순위표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인기와 판매실적만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순위표 외에 별점이나 평점처럼 질을 평가하는 지표들이 다양하게 개발돼 사람들이 양과 질을 함께 따져보며 문화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수석연구원은 “자본이 시스템을 장악하고 순위를 좌우하게 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대중에게 접근하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면서 “상업논리에서 벗어난 수준높은 상품들이 알려지고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대안적 공간을 마련하려는 소비자 주권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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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6-02-0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내 맘대로 사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순위에 그다지 관심은 안 가지만서도...베스트셀러는 약간씩 땡기더군요.
 
 전출처 : 보슬비 > 빈 라덴이 부시에게 권한 책 '인기 폭발'

빈 라덴이 부시에게 권한 책 '인기 폭발'
[오마이뉴스 김명곤 기자] 지난주 아랍 언론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부시 대통령과 미국인들에게 일독을 권한 미국인 작가의 책이 미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빈라덴의 일독 권유로 뒤늦게 베스트셀러가 된 윌리엄 블럼의 <불량국가>.
윌리엄 블럼(72)이 지난 2000년에 쓴 <불량 국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에 대한 안내서> (The Rogue State: A Guide to the World’s Only Superpower)가 그것으로, 이 책은 1월20일 현재 아마존의 '가장 많은 주문을 받은 책' 목록 20만5763위에서 26위로 껑충 뛰어오른 상태다. 이 같은 주문량 쇄도는 빈 라덴의 일독 권유가 있은 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나온 결과다.

책을 쓴 당사자인 블럼은 몰려든 기자들에게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기쁘다"며, 미국의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이 적을 만들었다는 기존의 비판을 침착하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책에 대한 빈 라덴의 언급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테러리스트 팬들은 거부하며 자신에게 테러리스트가 접촉해 온다면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일반 독자들보다는 진보계열이나 대학 강단에 더 잘 알려진 블럼은 주로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 온 전직 기자 출신이다. 그의 동료들은 블럼을 '대안 저널리스트'로 지칭하며, 그의 저작들이 많은 자료를 모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역사가적 탐구정신에 의해 쓰여졌다고 평한다. 그는 매달 '반제 보고서'(Anti-Empire Report)라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빈 라덴은 지난주 공개된 테이프에서 "만약 부시가 거짓말과 압제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불량국가>라는 책을 읽기를 권한다"면서 "그 책의 서문에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미국의 공격을 멈추게 할 것이다. 첫째, 나는 모든 미망인들, 고아들, 그리고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에 대해 사과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영원히 다른 국가들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할 것이다'라고 쓰여있다" 전했다.

<프로그레시브> 편집자 "빈 라덴의 언급은 이 시대의 서평"

블럼의 팬이자 워싱턴 <프로그레시브 리뷰>의 편집자인 샘 스미스는 "나는 빈 라덴의 언급을 이 시대의 서평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빈 라덴은 어떻게 블럼의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불량국가>가 이집트와 레바논에서 아랍어로도 출판되었기 아랍어판을 봤을 수 있다. 그러나 블럼의 책을 전부 소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정이다. 왜냐하면 그가 인용했던 구절은 <불량국가>에 나온 말이 아니라 블럼 저작선인 <세계를 죽음으로 이끄는 자유: 미 제국에 대한 에세이들>(Freeing the World to Death: Essays on the American Empire)의 뒤표지에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블럼은 9/11 테러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할 수 있는 보복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21일 <워싱턴 포스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책이나 글의 주제는 '반미 테러리즘'이 미국 외교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미 정부의 행위가 전 세계인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테러리즘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테러리즘은 수많은 정신병자들만이 저지르는 행위는 아니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계속 되풀이한다면 소위 말하는 '테러에 대한 전쟁'은 마약에 대한 전쟁처럼 실패할 운명에 놓여 있다."

블럼은 이 책의 '왜 테러리스트들은 계속해서 미국을 괴롭히는가?'라는 장에서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되고 있는 이유를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독재자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동에 있는 미군기지의 존속,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에서 이스라엘 편을 드는 행위 때문이라고 열거했다. 이와 관련, 그는 "빈 라덴도 이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책에 대한 그의 언급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결국 내 주장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미국정책이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이라는 반론에 대해 그는 이라크에서도 미국의 전술로 인해 많은 무고한 시민이 죽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정집을 폭격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시민들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테러리스트들의 행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블럼에 대해 크게 다루지 않았으며 그의 책에 대한 서평도 거의 싣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재야 학자 놈 촘스키는 발간 당시 블럼의 책을 칭찬한 바 있다.

"내 인생의 사명은 야수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현재 블럼의 책 <불량국가>와 <희망죽이기>(Killing Hope)는 영문판만 10만권 이상 팔렸으며, 번역본은 5만권 이상 팔려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블럼은 "미 제국주의를 끝장내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진행을 더디게 하는 것, 적어도 야수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자기 인생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야수는 전 세계적 고통의 원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2002년 가을, <뉴욕타임스>에 이라크 전을 반대하는 전면광고 게재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하나기도 하다.

폴란드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블럼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1960년대 중반 미 국무성에서 낮은 직급의 컴퓨터 관련 일을 하기도 했다. 당시 공산주의에 반대하며 외교관이 되고자 했던 그는 베트남 전으로 인해 생각이 바뀌어 국무성을 떠났다. 그는 이후로 반체제 성향의 <워싱턴 프리 프레스>(Washington Free Press)를 설립하는 데 일조했다. 독일인 아내와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으며 집에서 저술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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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산업도 소비자 중심 유통 혁신 이뤄야 06/01/17 11:01 조회수:156

작성자 : 관리자

[양원석 랜덤하우스 아시아 사장]

지난해 10월 김영배 전 사장의 사임 이후 새로운 경영진 구성 문제로 진통을 겪어온 랜덤하우스중앙이 최근 양원석 랜덤하우스 아시아 사장과 김원태 중앙M&B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인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양 사장은 “공동대표 체제는 과도적인 체제”라며 “랜덤하우스중앙의 다음 단계를 이끌 수 있는 역량 있는 CEO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랜덤하우스와 중앙의 갈등설, 랜덤하우스의 철수설 등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잇따른 인력유출에 대해서도 “회사의 발전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큰 이슈는 아니다”라고 했다. 양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랜덤하우스중앙과 일본의 랜덤하우스고단샤 등 랜덤하우스의 아시아전략을 총괄하고있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 이어 오는 3월 중국 합작사가 공식 출범한다”고 전했다. 지난 1월10일 남산 랜덤하우스아시아 사무소에서 양 사장을 만났다.

- 합작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리로서는 아주 뜻밖이다. 대부분 과장됐거나 근거 없는 것이다. 랜덤하우스중앙의 설립은 양측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런 관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출판을 가장 잘 이해하고,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분을 모시는 과정이다. 현재의 공동대표체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길어야 몇 개월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력이 빠졌나갔지만 큰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다. 회사는 샘과 같은 것이고 끊임없이 인적 교류가 일어나게 돼 있다.

- 아시아 출판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 좋은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가 있고, 그래서 투자를 했다. 10년 정도를 보고 일본과 한국에 진출했고, ‘랜덤하우스베이징’ 혹은 ‘베이징랜덤하우스’라는 이름으로 3월이면 중국 합작사가 공식 출범한다. 물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실질적인 출판 행위를 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라는 제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얼마만큼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 출판사들도 체력보강과 체질개선을 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 미래의 동북아 시장의 구도에서 한국 출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뭔가?

= 한국의 출판 경험이 중국 시장에서 개발되고, 개화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아동출판 분야에서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출현했고, 거기서 나온 콘텐츠를 가지고 3~4년 전부터 중국시장으로 이미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이제는 3개국이 공동으로 개척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흐르는 황금맥이 분명히 있는데, 이걸 따로따로 파고들 게 아니라 함께 파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윈윈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출판시장에서 서로에 대한 갈등밖에 남지 않는다. 아시아권이란 공통적인 콘셉트을 통해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우선은 3개국 콘텐츠의 해외 공동 진출과 공동기획이 가능할 것이다.

- 지난 2년 동안 랜덤하우스중앙이 거둔 성과는?

= 그동안 랜덤하우스중앙은 출판의 기업적인 체계화라는 국내 출판사들에게는 낯선 실험을 해 왔다. 이를테면 회계적인 부분에서 좀더 투명한 출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거대 자본의 진출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건 공정한 비판이 아니다. 구체적인 투자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어마어마한 머니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출판사들도 95년부터 2005년까지 매출액이 400% 이상 신장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엄청난 이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갖고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재투자를 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베스트셀러를 내 수백억원의 수익을 낸 출판사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출판에 재투자됐는지를 되집어보면 회의적인 부분이 적지않다. 랜덤하우스중앙은 좀더 투명하고 체계적인 경영체제의 지원을 받으면서 편집자들이 원하는 책을 만들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나름대로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 출판계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산업적인 변화가 가져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가장 큰 출판사인 고단샤는 한해 1조6천억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또 미국의 출판사들은 유명작가와 출판권 계약을 하면서 2천만달러를 지불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항상 자그마한 출판사만 해야 하나. 이제는 국민경제가 그만큼 성장했고, 국민소득도 올라가 있다. 거기에 걸맞은 출판을 해야 한다.

- 한국 출판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 물류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다. 일본은 2차대전이 끝나면서 토한 닛폰이 탄생해 상당부분 물류혁신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각 서점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홋가이도에 3천부의 재고가 남아 있다면 그걸 빼내 재판을 안 찍고도 다른 지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주문이 조금만 들어와도 또 찍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책이 남으면 12톤 트럭분을 단돈 몇십만원을 받고 폐기처분한다. 유통재고와 반품재고의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다. 다른 산업분야는 모두 소비자 중심으로 유통 혁신이 이루어졌는데 왜 유독 출판분야만 안 되는 것일까. 한국 출판인들이 그런 의문을 정말 진지하게 던져봐야 하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는 순간 한국 출판계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 책의 형태는 변할 수있지만 콘텐츠 생산자로서 출판은 영원하다. 문화산업의 소재가 점점 고갈되는 상황에서는 책이라는 근본적인 콘텐츠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출판산업이 무궁무진한 미래를 갖고 있다고 보는 또다른 이유는 독자들을 위해서 책이 나오기 시작할 때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도 한국 출판계에는 책에 대한 엄숙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사회적인 이슈나 역사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고 책을 통해 독자들이 뭔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공감하는 것처럼 책을 통해서도 그런 경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출판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

- 다른 해외출판사의 한국 진출 가능성은?

= 상당기간은 진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해외나 국내나 출판사의 이익률은 10%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다.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그보다 훨씬 높은 이익률을 보장해 준다면 너도나도 들어오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한국 출판시장은 굉장히 터프한 시장이다.(터프? 다른 표현으로...) 유통 리스크가 크고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높은 나라에 속한다. 랜덤하우스의 경우 피터 올슨 회장의 아시아시장에 대한 관심과 모 그룹인 베텔스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 다른 곳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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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수 웅진씽크빅 출판부문 사장]

최근 웅진씽크빅(옛 웅진출판)의 공격적인 행보가 출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잡지부문을 디자인하우스에 일괄 매각한데 이어, 임프린트(Imprint)사를 4개에서 8개로 대폭 늘리면서 출판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150억원 수준이던 출판부문의 매출 목표도 3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려잡았다. 최봉수 출판부문 사장은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투자든 하겠다는 게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3~7년 이내에 출판계에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 신호탄은 매출 1천억원대 출판사의 탄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출판사만이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웅진의 ‘1천억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최봉수 사장을 지난 1월11일 만났다.

- 출판계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나.

= 앞으로 짧으면 3년, 길어도 7년 이내에 출판계에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걸로 예상한다.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는 출판사가 2~3개 등장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92년 업계 1~2위를 다투던 김영사의 매출규모가 40억원이었다. 그러다 99년 출판사들이 처음으로 100억원대에 진입했고, 드디어 지난해 400억원을 넘긴 곳이 나왔다. 규모가 커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 메이저 출판사의 등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은 2004년을 기준으로 랜덤하우스가 17%, 펭귄이 15%를 차지하는 등 상위 5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도 고단샤, 소학관 등 상위 5개 업체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영미권에만 해당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2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갖고 있다.

- 집중화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뭔가.

= 우리나라는 현재 상위 5개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이 4%대에 불과하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위 5개 출판사가 아닌 곳에서 베스트셀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획과 유통에서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나 유통회사들이 메이저 출판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모든 출판사들이 다같이,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매출 300억원 규모의 출판사가 4개, 200억원대가 10개 정도다. 이들 가운데 2~3개는 계속 성장하지만 나머지는 정체하거나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탈락하는 출판사들은 빨리 전문화로 방향을 바꿔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만 한다.

- 그렇게 되면 출판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 해외의 메이저 출판사들은 하나의 출판정책, 하나의 출판철학에 의해 움직이는 단일 조직체가 아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수많은 임프린트사들이 들어가 있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출판을 한다.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통해 우리 출판문화가 훨씬 다양해지고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 영미식 출판 모델이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 아닌가.

= 출판이 무엇인가, 출판의 산업화가 무얼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랜덤하우스중앙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영미권의 출판사들이 한국보다도 오히려 더 편집자 중심, 사람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은 연봉이나 보상 등 모든 시스템에 반영돼 있다. 우리도 이제는 평생 편집자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도서전에 가면 10년, 20년 동안 빼놓지 않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이지만 수십년 동안의 출판 리스트를 다 꿰고 있는 전문 편집자들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40세가 넘으면 은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웅진에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 웅진으로 옮기면서 두 가지를 약속 받았다. 먼저 웅진씽크빅 안에 있지만 출판 부문의 자율경영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독자적인 인센티브 체계였다. 사업이익의 30%를 인센티브로 달라고 했다. 출판사는 공장이나 기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좋은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만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업이익의 30%라는 건 굉장히 파격적인 것이다. 영미권에서도 목표수익의 17~18%를 주는 곳은 최고다. 다소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었는데 윤석금 회장은 흔쾌히 수용했다. 단, 나눠먹기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전체 인력의 30%에게만 주라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 전체 인력이 100명쯤 되고, 매출목표는 300억원이다. 그대로 시행된다면 연말에 30명에게 1인당 평균 3천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출판계가 또 한번 들썩일 것이다.

- 출판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은데.

= 386세대 이후로 출판계에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 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출판의 미래가 없다. 미국의 경우, 랜덤하우스 신입사원의 70~80%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출신이다. 초기 연봉은 월스트리트의 80%에 불과하지만 15년쯤 지나면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똑같은 수준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주저하지 않고 출판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80%까지는 아니라도 70%, 60%는 보장해 줘야 한다. 출판의 미래는 그렇게 해서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와 개척해 나갈 수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출판의 산업화, 기업화가 필요하다. 1천억원대 정도의 규모가 되야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다.

- 단행본만으로 과연 1천억원대 매출이 가능한가.

= 순수 단행본 시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판의 개념이 상당히 협소하다. 학습지와 참고서, 단행본이 서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은 학습지와 참고서는 출판으로 치지도 않는다. 지난해 단행본 출판사로서는 처음으로 민음사가 400억원을 넘었다고 하지만 학습지와 참고서 쪽에서는 이미 그 정도 매출액을 넘은 곳이 상당수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단행본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단행본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더 잘 만드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이 맞물리면 충분히 1천억원대 출판사가 나올 수 있다. 웅진씽크빅은 학습지, 전집, 단행본 그리고 방과후 수업 등 4개 본부가 있다. 이들을 엮어내 콘텐츠를 교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적지않다고 생각한다.

- 출판 유통체제의 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 유통 쪽에서는 교보문고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사업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서점업을 한다면 당연히 프랜차이즈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은 10개까지 가능하고 전국적으로 70개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교보문고도 최근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 30개까지 서점을 늘릴 계획인 걸로 알고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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