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산업도 소비자 중심 유통 혁신 이뤄야 06/01/17 11:01 조회수:156

작성자 : 관리자

[양원석 랜덤하우스 아시아 사장]

지난해 10월 김영배 전 사장의 사임 이후 새로운 경영진 구성 문제로 진통을 겪어온 랜덤하우스중앙이 최근 양원석 랜덤하우스 아시아 사장과 김원태 중앙M&B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인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양 사장은 “공동대표 체제는 과도적인 체제”라며 “랜덤하우스중앙의 다음 단계를 이끌 수 있는 역량 있는 CEO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랜덤하우스와 중앙의 갈등설, 랜덤하우스의 철수설 등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잇따른 인력유출에 대해서도 “회사의 발전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큰 이슈는 아니다”라고 했다. 양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랜덤하우스중앙과 일본의 랜덤하우스고단샤 등 랜덤하우스의 아시아전략을 총괄하고있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 이어 오는 3월 중국 합작사가 공식 출범한다”고 전했다. 지난 1월10일 남산 랜덤하우스아시아 사무소에서 양 사장을 만났다.

- 합작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리로서는 아주 뜻밖이다. 대부분 과장됐거나 근거 없는 것이다. 랜덤하우스중앙의 설립은 양측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런 관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출판을 가장 잘 이해하고,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분을 모시는 과정이다. 현재의 공동대표체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길어야 몇 개월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력이 빠졌나갔지만 큰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다. 회사는 샘과 같은 것이고 끊임없이 인적 교류가 일어나게 돼 있다.

- 아시아 출판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 좋은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가 있고, 그래서 투자를 했다. 10년 정도를 보고 일본과 한국에 진출했고, ‘랜덤하우스베이징’ 혹은 ‘베이징랜덤하우스’라는 이름으로 3월이면 중국 합작사가 공식 출범한다. 물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실질적인 출판 행위를 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라는 제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얼마만큼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 출판사들도 체력보강과 체질개선을 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 미래의 동북아 시장의 구도에서 한국 출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뭔가?

= 한국의 출판 경험이 중국 시장에서 개발되고, 개화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아동출판 분야에서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출현했고, 거기서 나온 콘텐츠를 가지고 3~4년 전부터 중국시장으로 이미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이제는 3개국이 공동으로 개척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흐르는 황금맥이 분명히 있는데, 이걸 따로따로 파고들 게 아니라 함께 파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윈윈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출판시장에서 서로에 대한 갈등밖에 남지 않는다. 아시아권이란 공통적인 콘셉트을 통해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우선은 3개국 콘텐츠의 해외 공동 진출과 공동기획이 가능할 것이다.

- 지난 2년 동안 랜덤하우스중앙이 거둔 성과는?

= 그동안 랜덤하우스중앙은 출판의 기업적인 체계화라는 국내 출판사들에게는 낯선 실험을 해 왔다. 이를테면 회계적인 부분에서 좀더 투명한 출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거대 자본의 진출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건 공정한 비판이 아니다. 구체적인 투자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어마어마한 머니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출판사들도 95년부터 2005년까지 매출액이 400% 이상 신장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엄청난 이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갖고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재투자를 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베스트셀러를 내 수백억원의 수익을 낸 출판사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출판에 재투자됐는지를 되집어보면 회의적인 부분이 적지않다. 랜덤하우스중앙은 좀더 투명하고 체계적인 경영체제의 지원을 받으면서 편집자들이 원하는 책을 만들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나름대로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 출판계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산업적인 변화가 가져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가장 큰 출판사인 고단샤는 한해 1조6천억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또 미국의 출판사들은 유명작가와 출판권 계약을 하면서 2천만달러를 지불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항상 자그마한 출판사만 해야 하나. 이제는 국민경제가 그만큼 성장했고, 국민소득도 올라가 있다. 거기에 걸맞은 출판을 해야 한다.

- 한국 출판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 물류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다. 일본은 2차대전이 끝나면서 토한 닛폰이 탄생해 상당부분 물류혁신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각 서점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홋가이도에 3천부의 재고가 남아 있다면 그걸 빼내 재판을 안 찍고도 다른 지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주문이 조금만 들어와도 또 찍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책이 남으면 12톤 트럭분을 단돈 몇십만원을 받고 폐기처분한다. 유통재고와 반품재고의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다. 다른 산업분야는 모두 소비자 중심으로 유통 혁신이 이루어졌는데 왜 유독 출판분야만 안 되는 것일까. 한국 출판인들이 그런 의문을 정말 진지하게 던져봐야 하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는 순간 한국 출판계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 책의 형태는 변할 수있지만 콘텐츠 생산자로서 출판은 영원하다. 문화산업의 소재가 점점 고갈되는 상황에서는 책이라는 근본적인 콘텐츠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출판산업이 무궁무진한 미래를 갖고 있다고 보는 또다른 이유는 독자들을 위해서 책이 나오기 시작할 때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도 한국 출판계에는 책에 대한 엄숙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사회적인 이슈나 역사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고 책을 통해 독자들이 뭔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공감하는 것처럼 책을 통해서도 그런 경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출판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

- 다른 해외출판사의 한국 진출 가능성은?

= 상당기간은 진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해외나 국내나 출판사의 이익률은 10%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다.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그보다 훨씬 높은 이익률을 보장해 준다면 너도나도 들어오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한국 출판시장은 굉장히 터프한 시장이다.(터프? 다른 표현으로...) 유통 리스크가 크고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높은 나라에 속한다. 랜덤하우스의 경우 피터 올슨 회장의 아시아시장에 대한 관심과 모 그룹인 베텔스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 다른 곳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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