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에 온 주부들 [06/05/28]
다가오는 금요일,그러니까 6월2일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역시 우리의 책을 방문객들에게 알리고,책을 만들었던 직원들이 직접 책 설명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런데 몇 년째 이 도서전에 참가하면서 똑같이 발견되는 현상이 있다.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남녀노소’라는 네 가지 요소의 사람들이 적절히 안배되어 찾아오는 게 사실이다. 특별히 어린이들만 온다거나,거의 여자들만 방문한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런데 우리 출판사뿐 아니라 타 출판사의 판매 상황을 보아도,전체도서 판매량 중에서 아동도서가 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나이 지긋한 중년남성이 돋보기를 콧잔등 위로 끌어내리면서 묵직한 인문서를 뒤적이는 모습도 보았고,배낭을 둘러멘 대학생이 과학도서 코너를 오래도록 기웃거리는 모습도 분명 보았다. 물론 좀더 신중한 도서 구입을 위해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책을 고르는 것일 수도 있는 터라 출판사 사람이 아닌 독자 입장으로서 충분히 이해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다름 아닌 30·40대의 수많은 주부 방문객들이다. 그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아동서적들이 모여 있는 전시대로 가서 열심히 책을 고른다. 자식의 책을 사주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주저함도 없다. 시원스레 책을 골라 지갑을 여는 모습이 자못 경쾌하다. 책을 통해 제 자식들이 교양과 지식을 쌓기를,그래서 학교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살게 하려는 연쇄적인 바람의 표현이라고 보여진다. 나쁘지 않다. 아니,당연하다.

그러나 왜 그들은 정작 자신을 위한 책을 사진 않을까. 10만원권 수표를 내밀며 자식의 책을 그 액수만큼 채워서 사는 사람들 속에서도,동시에 그녀들 스스로 읽을 책을 단 한권이라도 골라보지 않는 걸까. 인터넷으로 교육 사이트를 돌며 더 나은 자식교육 정보를 위해,혹은 동네 사람이나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고온 학원 정보 물색에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서,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30·40대라는,신(新) 장년층만의 정신세계를 멀찍이 밀어버리는 것일까.

아이들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해도 마찬가지다. 아동들은 아직 ‘어른 따라하기’의 행동패턴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산더미 같은 책을 쌓아놓고 읽으라고 하는 부모보다,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의 모습 속에서 독서의 동기부여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올해 도서전에서는 ‘학부모’라는 이름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책 한 권쯤 마련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강희재 바다출판사 편집장) = 국민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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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책을 읽음 자식은 자연히 따라하지 않나요? 흠...

프레이야 2006-05-2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도 책읽지 않는 엄마들 많이 있죠. 먼저 그런 모습을 보이는게 아이에게도 설득력이 있을텐데 말이에요..

하늘바람 2006-05-2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알라딘에는 그런분들이 없는 것같아요

hnine 2006-05-2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살기 쉬운 것을 지적해주셨네요.
'자식'이란 이름의 아이가 생기고 나니, 옷이든 책이든 먹거리든, 내 것보다는 아이 것부터 챙기게 되는게 거의 본능처럼 작동하더군요.
책 만큼은 내것도 챙겨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 새기면서도, 이것도 책읽는 엄마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주는 교육적 효과를 어느새 떠올리고 있음을 알고 어쩔수 없어...웃고 있습니다.

아영엄마 2006-05-2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부모는 자식이 우선이 될 수 밖에 없죠. 도서구입 지출비가 한정되어 있는데 아이들 책 사주는 것도 빠듯하고.. 그래서 제가 보고 싶은 책은 다른 방법으로 구하거나(리뷰도서), 지인에게 선물받거나~ ^^

ceylontea 2006-05-2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런 기사 읽다가 왜 짜증이 확 일어날까요? 왜 주부들만 가지고 뭐라하는 건지.. 저런 곳에 쫒아다니지 않는 아빠들도 있는데..
그리고 아무래도 자식이 우선일 수 밖에 없는데...--;
부모가 모범을 보여하는 것 맞긴하죠.. 그리고 모두다 저런 것은 아닌데.. 저런식으로 주부라는 이름으로 몰아서 쓰는 글이 참 마음에 안드네요..
그리고.. 본인은 안읽더라도 아이들에게 읽게 하니 다행이라 생각하면 너무 한걸까여?
사실 제 주변에는 애한테도 책 안읽히는 사람들도 많아요..도서전까지 쫒아다닐 정도의 엄마면 그래도 다른 사람에 비해 책을 읽을텐데.. 단지 도서전에서 자신의 책을 살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지.. 쩝.. 기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지 알겠지만, 일방적으로 저리 쓰여지는 기사를 좋은 눈으로만 보게되지 않네요...
(흑... 제가 이번달에 책을 한권도 못읽어서 그럴까요? ㅠㅠ;;)

하늘바람 2006-05-30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실론티님 말씀이 맞아요. 제 주위에는 도서전이 열리는 것도 모르는 엄마도 많아요 제 친구들이 실제 그런친구들 많고요. 자기 책은 읽어도 아기 책은 아무 전집이나 싼거 골라 덜컥 사주면 그만이라는 생각 그런거 보고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지요. 자신을 위한 투자 안하고픈 엄마가 어디있겠어요. 아영엄마님 아영엄마님은 정말 현명하신거예요. 다른 엄마들은 리뷰쓰기에 대해 알려줘도 엄두도 못내는 이 많더군요. 에이치 나인님 엄마라는 이름 그래서 존경받는 거겠죠

ceylontea 2006-05-3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저도 엄두가 안나요.. 글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정말 부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