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금요일,그러니까 6월2일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역시 우리의 책을 방문객들에게 알리고,책을 만들었던 직원들이 직접 책 설명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런데 몇 년째 이 도서전에 참가하면서 똑같이 발견되는 현상이 있다.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남녀노소’라는 네 가지 요소의 사람들이 적절히 안배되어 찾아오는 게 사실이다. 특별히 어린이들만 온다거나,거의 여자들만 방문한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런데 우리 출판사뿐 아니라 타 출판사의 판매 상황을 보아도,전체도서 판매량 중에서 아동도서가 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나이 지긋한 중년남성이 돋보기를 콧잔등 위로 끌어내리면서 묵직한 인문서를 뒤적이는 모습도 보았고,배낭을 둘러멘 대학생이 과학도서 코너를 오래도록 기웃거리는 모습도 분명 보았다. 물론 좀더 신중한 도서 구입을 위해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책을 고르는 것일 수도 있는 터라 출판사 사람이 아닌 독자 입장으로서 충분히 이해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다름 아닌 30·40대의 수많은 주부 방문객들이다. 그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아동서적들이 모여 있는 전시대로 가서 열심히 책을 고른다. 자식의 책을 사주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주저함도 없다. 시원스레 책을 골라 지갑을 여는 모습이 자못 경쾌하다. 책을 통해 제 자식들이 교양과 지식을 쌓기를,그래서 학교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살게 하려는 연쇄적인 바람의 표현이라고 보여진다. 나쁘지 않다. 아니,당연하다.
그러나 왜 그들은 정작 자신을 위한 책을 사진 않을까. 10만원권 수표를 내밀며 자식의 책을 그 액수만큼 채워서 사는 사람들 속에서도,동시에 그녀들 스스로 읽을 책을 단 한권이라도 골라보지 않는 걸까. 인터넷으로 교육 사이트를 돌며 더 나은 자식교육 정보를 위해,혹은 동네 사람이나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고온 학원 정보 물색에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서,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30·40대라는,신(新) 장년층만의 정신세계를 멀찍이 밀어버리는 것일까.
아이들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해도 마찬가지다. 아동들은 아직 ‘어른 따라하기’의 행동패턴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산더미 같은 책을 쌓아놓고 읽으라고 하는 부모보다,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의 모습 속에서 독서의 동기부여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올해 도서전에서는 ‘학부모’라는 이름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책 한 권쯤 마련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강희재 바다출판사 편집장) = 국민일보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