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나를 즐겨 찾는 지인의 수가 줄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허구헌날 질질 짜거나 툴툴대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픈 마음은 없을 거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어렸을때도 그랬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말이 없어졌다

그러려니 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 현관문을 여니 옆집에서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종교를 믿지 않는 내게 갑자기 어디엔가 기도하고 픈 마음이 생겼다.

어느 하나 들어줄리 만무 하고

나는 사막의 늪에서 모래 알갱이나 털고 있는데

기도와 찬송가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러려니 하고 살려면

제정신일 수가 없다

그래서나는 항상 바보같고 자존심도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나는 이러고 있는지 모른다

갑자기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네 눈 속에 겁이 있어 너 원래 이런애 아니었는데

나는 어떤 애였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쓰린 가슴을 뒤로 하고 밥을 차리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눈속에 겁이 오래도록 살아 숨쉴까봐 나는 겁난다.

어떻게 복수할까?

소설을 써서 만인에게 알릴까?

슬프게도 글재주가 딸리는구나

늙으면 가만 안둔다는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러려니

살려니 나는 하루도 솔직할 수 없고 나는하루도 제정신일 수 없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난 정말 남한테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살았는데 왜 신이란 존재는 나를 이렇게 슬프게 할까?

찬송가 소리는 야속하게만 들리고

그러려니로 넘어가려는 내맘은 괜한 음식물 쓰레기통만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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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2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를 글로 푸세요~ 그리고 전 아닙니다~ 즐찾^^

모1 2006-01-2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약간 좀 기분이 그래서....등산이라도 해보려구요. 한번 가까운 산에 올라가서 상쾌한 공기 좀 마시고 오세요.

chika 2006-01-2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아녜요(즐찾 ^^;;)
슬픈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먹거나(살찔까 걱정하는 건 뒤로 미뤄두고!), 신나는 음악 커다랗게 틀어놓고 흥겹게 소리를 질러대거나...
지금은 좀 좋아졌나.. 모르겠어요.
(토닥토닥) 알라딘 친구들이 있으니 하늘바람님은 혼자가 아니쟎아요.

실비 2006-01-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힘들때면 정말 이것저것 찾게 되죠. 안하던 기도까지..
전 힘든때 이런 말을 떠올린답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어쩔수 없을때면 그상황까지 받아야들여하는것 같더라구여.ㅠ
힘내세요..

하늘바람 2006-01-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실비님 감사합니다. 물만두님 모1님도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바람돌이 2006-01-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너무 그러려니 하지 마세요. 아픈 내 마음을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누구도 모르더라구요. 가만히 안있고 확실하게 티내고 얘기해야 한다니까요? ^^

Kitty 2006-01-21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찾 아닙니다;;;
별로 나쁜일 안하고 살아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도 생기더군요.
힘내세요. 힘내셔야 이겨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