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그것도 꽤 늦게

태은양을 옷입을것 챙겨주고 머리 빗겨 주고 그 사이 둘째 동희군이 젖달라 보채면 젖도 주고

그러다 밥챙겨주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줍니다

데려다 주는 길은 즐겁습니다

셋이 손잡고

사실 동희군은 아기띠하고 태은양 손을 잡고 뛰어가는데 이 더위에 뛰어가는 이유는

태은양과 동희군이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집에 와서 잠시 일을 보고는 태은양 숙제를 하기 시작했어요

내일 까지 시장에 있는 가게 하나를 만들어 가야 하거든요

그것도 입체적으로ㅜㅜ

 

 

만들때 동희군이 자고 있었어요

그 시간 정말 황금시간이에요

그런데 내가 이 시간에 이걸 하다니

갑자기 마구 화가 나는거예요

에효

요즘 왜케 자꾸 화가 나는지

전엔 그냥 우울해 지기만 했는데 요즘은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기분 전환 겸

옥상에 바질 싹을 채취하러 갔어요

아는 엄마 두명에게 바질 싹을 분양 하기로 했거든요

 

열심히 흙을 파서 작은 우유팩에 넣고 흙도 채우고 물도 좀 주고 비닐 팩에 물도 좀 뿌려서 갖다 주었어요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시간에 맞추어 놀이터에서 놀게 할 심산으로 엄마들과 약속을 잡았드랬죠

바질을 안기며 인사했는데

뭐 근데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더라고요

게다가 이상하게도 집에 가스레인즈를 켜고 온 느낌

불을 줄이고 와서 타면 연기 자욱

생각만 해도 아찔해서 미안하게도 가야겠다고 하고는 태은양과 동희군을 데리고 허둥지둥 집으로 왔답니다

가스레인지는 꺼져 있었어요

휴 허탈하고 허무하고 다행인데도 말이에요.

옥상 화초들에게 물을 주어야 겠기에 화장실에 호수 연결 태은양에게 물을 틀라하고 주는데 물이 안나오는거예요

호수가 빠졌다네요.

하는 수없이 엄마가 간다하며 갔지요

다시 물을 나오게 하고는 괜히 딸래미에게 물을 뿌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에잇

 

화분에 물을 주는 척하며

물 폭탄 발사

그런데 이녀석들

아주 좋아하는 거예요

동희군은 아기띠에 안겨서 까르르

태은양도 깔깔깔

 

뭐 그래서 마구마구 발사

그랬더니 저한테 복수를 하려고 하더라고요

뭐 그래서 저도 조금 젖었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호수 물총이 탐났나봐요

뭐 기꺼이 양보했어요

 

토마토가 생명을 다해가서 이젠 잎이 바삭거려요 신기한건 그런데도 토마토가 열려요 늘 한줌씩

그리고 까마주도 열리고 고추도 열리고

바질도 잎이 작아지고 꽃도 피고 말라갔는데 이젠 씨가 맺히고 그 씨에서 새싹도 트더라고요

부추는 볼품없이 심었는데 제가 몇잎씩 따서 계란 찜할때 계란 말이할때 뭐 오이 좀 무쳐먹을 떄 넣어요, 유용하죠

하여튼 식물들도 시원하게 배불리 물을 먹고 덕분에 옥상이 물바다가 되었어요.

태은양은 재밌었는지 낼 또 하자네요.

전 차라리 비와라 했답니다. 맘으로요,

내려와서 바로 목욕 모드로 돌입

실컷 노는데 아뿔사 목욕하다 잠든 동희 장군

럴수 럴수 이럴수는 없는데

 

저 원피스는 태은양이 직접 빨겠다고 비누를 잔뜩 칠하고는 두어번 헹구더니 빨래끝 하더라고요

에그 나도 몰라 했어요

사실 손빨래도 제겐 아주 운좋은 여유예요

목욕탕 문만 열면 다짜고짜 들어서는 동희 장군에게 전 당할 재주 없어요.

 

밥먹고 빨래걷고 청소좀 하려는데 동희장군 일어났어요

빨래 개키고 청소하는데 징징징

엥엥엥

요즘 동희장군은 어찌나 소리를 질러내고 징징 대는지 아주 정신이 혼미해지고 제가 수시로 멘붕이 옵니다.

그런데 태은양은 텔레비전만 보는거예요

뭐라나 흑마녀

사실 그거 저도 무지 재밌더라고요,

그래도 그렇지 ㅠㅠ

가게 만들기로 하지 않았니?

가게 간판도 안 만들었고 옷도 더 그려야 해. 옷가게라고.

그런데 들은 척도 안해요

그래서 발끈 했어요

소리소리 질렀죠

누구 숙제냐 네 숙제냐 내 숙제냐

정말 엄청 화가 나더라는

하나라도 그려라 등등

그랬더니 정말 티셔츠 딱 하나 그리고는 허준을 본다는 거예요

갑자기 엄청 화가 났어요

뭐 그럴려면 하지마 등등

에구구

내가 이런 엄마가 아니었는데

화가 나서 청소를 잽싸게 한다고

물론 그 와중에 동희는 아기띠에 업혀서 있는 대로 징징 쟁쟁 에엥

재활용 정리 한답시고 빈 참치 캔을 잡다가 잘 못 잡아서 손을 베었어요 피가 뚝뚝

 

태은아 엄마 다쳤다

이놈의 지지배 그좀 혼났다고 들은척도 안해요

그런데 피가 참 많이 나요 그것도 순식간에 손이 피투성이가 되더라고요

태은아 엄마 피가 많이 나네 반창고좀 가져와라

빨간색을 좋아하는 태은양 피를 보더니 겁을 먹고는 엄마 많이 아파?

하는거예요

아니야

했더니 방으로 가서는 숙제를 하더라고요

옷을 그리고 간판을 오려 붙이고

수많은 잔소리보다 엄마 한번 다쳐 주는게 낫더란 말인가

암튼

갑자기 태은양을 안아주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불렀죠

엄마가 왜 혼낸줄 아느냐 등등의 소리를 하며

껴안고 뽀뽀로 마무리.

저 어릴땐 엄마가 정말 하나도 안 도와 주셨어요

잘해가든 못해가든 상관 안하셨어요

그래서 전 어땠을까요

다른건 못해도 만들기나 미술, 글짓기 같은건 참 잘했어요

하기만 하면 바로 칭찬

그건 엄마가 하나도 안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엄마가 된 전 왜 도와주는 걸까요

우리딸이 알아서 잘 하길 바래야 하는데 참 성에 안차니

이걸 어쩔까요

안 도와줄수가 없는거예요.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에요.

도와줘 놓고 네숙제냐 내 숙제냐 소리치고 난리치고

화내고 밤마다 반성하고 나중엔 제 눈치까지 보고 그러네요

태은아 넘 미안하구나

사실 태은양 넘 착해요

동생때문에 책하나 편히 읽을 수가 없거든요

 

 

 

동생이 누나껀 다 뺏고 다 따라하고 다 못하게 하잖아요.

얌전한 아기이길 바라지만

 

 

이렇게 누워 뎅굴거리는 건 정말 가뭄에 콩나는 일이고요

동희장군은

 

 

이렇게 귀엽게 여보세요 하며 전화놀이하는것도 아주 드물어요,

두드리고 부스고 던지고 소리지르고

 

 

끌고 다니지요

그럼에도 다 참고 동생과 함께 노는게 행복하고 즐겁다 해요

 

 

 

태은아

요즘 엄마가 매일 혼내서 미안하다

책도 안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는 것도 거의 없고

맛난 것도 좋은 장난감도 거의 못 사주고

늘 소리만 버럭지르는 엄마로 변해가서 참 미안해

하지만 엄마가 정말 사랑한다

태은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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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8-2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추는 다 뜯지 말고 몇 포기 남겨 보셔요. 그러면 곧 꽃대가 올라와서 하얀 부추꽃이 핀답니다. 그러면 꽃이 지고 나서 까만 씨앗을 잘 받으셔요. 그 씨앗을 심으면 이태(두 해) 뒤에 다시 부추풀 먹을 수 있도록 자라요~

아이들은 늘 고운 사랑 받아먹고 살아가니
소리 질렀어도 다 잊으시면 됩니다~

appletreeje 2013-08-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양이 참 예쁘고 착한 누나네요~!
저도 아이들이 저만할 때 많이 소리도 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더구나 남자아이들이라서 더 한시도 가만있을 날이 없었지요..ㅎㅎ
그래도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고운 열매 맺는 가을이 오듯..조금만 더 이 시기를
지나가시면 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으실 듯 합니다~

태은양 숙제로 만드신 작품이 참 예쁘네요~?^^
우유팩에 심어진 바질,도 싱싱하니 예쁘구요~ 저같으면 무지하게 좋아했을텐데...

하늘바람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2013-08-21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3-08-2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태은이랑 동희가 언제 이렇게 컸나요? 태은이도 안경을 쓰기 시작했나요? 해람이도 올해부터 안경을 쓰게 됐는데... 간만에 보는 똑닮은 오누이 사진에 감탄만 합니다. 반성은 무슨 반성! 이렇게 잘 키우고 있는데요. ^^

야클 2013-08-2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얘기 같지가 않네요. 잘 읽었습니다. ^^

하늘바람 2013-08-31 04:08   좋아요 0 | URL
야클님도요? 아웅
오래간만에 넘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하늘바람 2013-08-31 04:08   좋아요 0 | URL
야클님도요? 아웅
오래간만에 넘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