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가 왔다. 뒤꿈치가 아파서 늘 전전 긍긍하다가 거의 한달 전부터 등산화를 신고 다녔더니 그게 보기 싫었는지 신랑이 워킹화를 주문해 주었다.

나는 그저 싼 거만 찾았고 실제로는 꽤 비싼데 인터넷 서핑으로 저렴한 걸 찾아 주문해서 꽤 오랫만에 좋은 운동화로 내 발이 호강하게 되었다.

내 신발을 본 태은양은 내 신발은 왜 안사주냔다.

생각해보면 태은이 운동화는 한번 사주었나? 다 얻어 신기고 얻어 입혀서 사준적이 없는데 

참았었는지 이야기를 쏟아낸다.

나도 헬로 키티 빤짝빤짝 불들어오는 운동화도 신고 싶어. 반짝반짝 구두도 치마입을 때 신고.친구들은 다 그런 신발이야.

우리 부부는 알았어 한다.

미안한 마음이 굴뚝이다.

엄마가 부지런하고 돈 잘 벌었으면 벌써 사주었을텐데 그치 태은아.

겨울 부츠도 꾹꾹 조금만 참으며 봄이라고 참자고 해서 잘 참아 주었는데,

내 신발 살게 아니라 태은이 예쁜 운동화 사줄걸 그랬구나 싶다.

그래도 태은이는 참 잘 참아주는 편이다.

어디서 피아노를 한참 만지작 거리기에 피아노 갖고 싶어 하니 아니야 우리집엔 멜로디언이 있잖아 한다. 기특하구나 태은아 했다.

태은이는 그래도 물려입은 옷으로 신발로 멋쟁이 소리를 듣는다. 물려주신 꽃임이네님이 좋은 못만 보내주시니 덩달아 우리 태은이가 호강한다.

나도 안그래야지 하면서 아이 옷이나 신발 사기는 조금 머뭇하게 된다. 금세 작아질걸 하면서.

그래서 누가 물려주었으면 하고 바랄때가 더 많다.

게다가 태은양은 옷이나 신발보다 요즘은 허구한날 장난감 타령이다. 레고프렌즈, 아이실리콘, 아이클레이. 뭐사면 좀 갖고 놀다 끝인데도 만날 선물 타령이다.

하지만 사실 어제는 옆지기 생일.

내 선물도 태은양 선물도 아닌 옆지기 선물이 필요했는데 옆지기가 미역국만 끓여달라고 하니 미역국과 잡채와 조기를 구워주었다.

나중에 시간되고 몸 좀 나아지면 맛난 거 먹으러 가기로 미루었다. 우리가 무슨 날이면 가는 해산물 뷔페에는 맛난 게 가득하기도 하지만 태은양 좋아하는 케이크도 있으니 거기서 때울 샘이었다.

그런데 태은이가 삐졌다. 왜 케이크가 없냐는 거다. 그래서 케이크 없다고 끝내 아빠한테 생일 노래도 안 불러 주었다.

옆지기는 자기 생일날 딸을 위해 케이크를 사러 갔는데 넘 비싸서 안 되겠단다. 그래서 빵몇개 사왔는데 태은이는 케이크가 넘 먹고 팠다고 심통.

"네 생일 아니거든."

했는데 엄마랑 아빠 케이크 고르러 파리바게트 가고 팠다고.

그런데 그고른다는 케이크가 케니멀 케이크나 딸기 생크림 케이크란다.태은아 아빠는 고구마 케이크 좋아해.

케이크를 만들까도 생각했는데 맛없다고 싫단다. 솜씨없는 엄마는 어쩌랴.태은 생일 때 만든 케이크가 맛없었다고. 하긴 당시 내가 다 먹었다.

 

오늘은 태은이네 반 친구의 둘째 동생 즉 세째 아이가 백일이 되는 날이다.

출산률 저조라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셋째 투성이다.

밥먹으러 오라는데 원고 마감이라고 미안하다며 못 갔다.

실제 마감이기도 하다, 어제 밤에 하려했는데 도저 잠이 쏟아져 못하고 지금 헐레벌떡 하다가 이리 딴짓중인데 사실 부담도 되었다.

 

요즘 수입이라고는 내가 간간 써서 들어오는 원고료가 다인데 그것도 몇달에 얼마 될까 말까 한데, 백일이라고 하니 부담스러운 맘부터 들었다.

그 아기가 태어났을때 아기 내복을 사다 주었는데 금세 백일이니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따 태은이 동사무소 자치회관에서 하는 원어민 영어랑 발레 시간에 만날 텐데 참 민망하게 생겼다.

내복샀으니 또 내복사주기도 뭣하고 기저귀나 분유도 엄청나다.

맘같으면 조끼라도 떠주고 싶은데 시간도 몸도 안따라주는 요즘이다. 

 

그러고 보면 태은이 태어나기 전 꽃임이네 님이 보내주셨던 내복에 턱받이 백일 선물들 돌선물들, 각종 꽃임이 입던 고운 옷들, 신발들, 그리고 하니님이 보내주셨던 내복 다른 분들의선물들. 어찌 다 잊을까 새삼 그 고마움이 진하게 온다.

여유가 있어서 보낸 게 아니었을 텐데.

모두 정성과 마음일텐데.

난 왜 그러지 못하나 싶다.

 

알라딘 때문에 살고 알라딘 때문에 위로받고 지낸 날들

갚을 일이 많아 떠나지 못하고 두고두고 늘어나는 신세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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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3-0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고운 마음이 느껴지네요,,,

하늘바람 2012-03-08 06:5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고운마음은 참 ~
^^

2012-03-07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8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3-0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하고 함께 신발을 샀으면 아이가 아무리 바보스러운 말을 하더라도 무언가 느끼도록 이끌 수 있어요. 아이한테 한 마디만 들려주면 되거든요. "아, 어머니도 오늘 처음으로 내 신발을 사 보는구나." 하고.

집에서 빚는 케잌은 가게 케잌과 달리 조미료나 향신료나 여러 가지를 '덜' 쓸 수밖에 없으니 아이로서는 '벌써 다른 입맛에 젖어들어' 맛이 없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집에서 옆지기가 구워서, 집에서 휘저어 만든 생크림을 얹은 케잌이 훨씬 맛있었어요. 이제 아이가 나이 좀 있으면, 입이 젖어들어서 힘들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천연재료에다가, 제대로 된 유기농 딸기를 얹어서 케잌을 집에서 한 번 구우면, 아이는 앞으로 가게 케잌을 못 먹을 수 있어요. ㅋㅋㅋ

유기농 딸기를 먹어 보았으면 일반 딸기는 도무지 먹을 수 없으리라 믿습니다.

나중에 큰마음 잡수시고 한 번 질러 보셔요. 저희는 지난 2월과 1월에 한 차례씩 유기농 딸기를 질러 보아서 먹었는데, ... ... @.@

하늘바람 2012-03-08 06:54   좋아요 0 | URL
생크림도 집에서 만드는 군요
저도 다시 도전해 봐야겠어요

같은하늘 2012-03-0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원하는걸 못 해줄때 엄마는 제일 속상하지요.
하지만 엄마도 자신을 위해 가끔은 인심을 써야할 때도 있어요.^^
아이들은 앞으로 더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테니까요.

하늘바람 2012-03-08 06:53   좋아요 0 | URL
역시 같은 하늘님
그래요
하지만 원하는 게 점점 늘어나니
그래도 태은이는 다른 애들에 비해 안그런편이에요.

마녀고양이 2012-03-1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가슴 너무 찡하잖아요...
태은아, 엄마 맘 좀 알아줘, 그래도 태은이가 착해서 많이 알아주지요?
이쁜 딸이 있으셔서 하늘바람님은 그래도 행복하지 않나요?

코알라랑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 옷을 못 물려주니 아쉽네요...
지금 태은이가 입을만한 크기는, 몽땅 다른 집들로 날아갔으니.. ^^

하늘바람 2012-03-16 11:44   좋아요 0 | URL
가슴 찡하기는요.
코알라 옷과 장난감 물려주셨잖아요 똘똘이집도 사주시고요 태은이 어제도 한참 똘똘이 집 속에 들어가 있었어요.
코알라 물려주신 옷은 아직 커서 태은이 자랄 날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에쁜 옷 보면 사주고 싶긴 한데 막상 사려면 아깝기도 해요.
태은이가 말라서 다른 아이들보다 옷이나 신발을 2~3년씩 입는데도 그러네요.
어찌보면 제가 못 된 엄마지요.^^
마음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